기업나라
202009.21
SNS와 밀당하라

 

멀쑥한 겉모습과 멀쩡한 성격을 가졌건만, 그는 왜 아직까지 모태솔로인걸까?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단 하나. 밀당의 기술이다. 그래서 나쁜 남자임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의 현란한 밀당 기술과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 더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대는 여자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밀당은 연애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연애와 흡사한 SNS 경영에도 필수장착 무기다.

애와 SNS 경영은 닮았다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SNS만큼 강력한 소통도구는 없다. 그러니 기업에서는 마케팅 수단으로, 효율적인 의사소통 도구로 십분 활용한다. 최근엔 기업을 상징하는 CEO 개인도 SNS를 경영도구로 활용한다. 특히 신비스러운 존재로 인식됐던 대기업 오너들조차 직원과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자사 제품이나 영업점 홍보맨으로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SNS와 썸 타던 초기와 달리 기업의 SNS 활용법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SNS 경영으로 명명할 만큼 기업과 CEO에겐 변수가 많아졌고, 대중도 눈치가 백단일 만큼 영리해졌다. 단순히 활용하겠다는 순진한 프레임으로 접근했다가는 역풍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그렇다고 무조건 맞춰주고 잘해주기만 하는 연애는 지루하기 쉽다. SNS 활용도 강약과 밀당이 필요하다.
경영 악화를 이유로 갓 입사한 20대 직원들에게도 희망퇴직을 권고해 큰 논란이 됐던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회장 사건은 SNS의 양날의 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회장님은 뭐 하실 때 가장 즐거우세요?”, “요즘 신입사원들 가장 큰 문제가 뭘까요?” 등 누리꾼의 질문에 “집에서 놀 때지요”, “귀엽다는 거죠” 같은 재치 있는 답변으로 고령의 나이에도 어록을 남기며 무한매력을 뿜었지만, 이 사태 이후 ‘평소 SNS로 쌓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냉혹한 기업가’라는 평과 함께 진정성 문제가 대두됐다. 6년간 젊은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광고 캠페인으로 쌓아올린 신뢰감과 브랜드 가치도 순식간에 하락하고 조롱거리가 되었다.

SNS에서 공분을 사면 약도 없다
재미있는 것은, 논란의 방아쇠를 당긴 것 또한 SNS라는 점이다. 부조리를 알리는 두산인프라코어 직원의 짧은 글 하나가 폐쇄형 SNS ‘블라인드’를 통해 유출되고, 이것이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다. 블라인드는 회사 동료 및 동종업계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익명 소셜네트워크다. 한 기업에서 30명 이상 직원이 신청을 하면 기업 로고를 변형해 ‘라운지’라는 단어를 만든 후 페이스북에 올리는데, SNS가 대나무숲이 되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내부의 치부와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도 블라인드에서 동료들끼리 익명대화가 급속도로 퍼져나가 세상에 알려졌다. 어렵게 쌓아올린 이미지가 한순간에 훅 가는 상황을 지켜본 기업들은 외부 고객뿐 아니라 내부 고객의 SNS 경영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다만, 대한항공은 사건 이후 블라인드 사용 자제를 당부하는 공지를 띄우고, 포스코도 블라인드 가입을 금지시킨다는 내용을 전체 직원에게 이메일로 전달하는 미봉책만으로 새는 둑을 막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사실 세계에서 SNS 활용을 가장 잘하는 기업인으로는 페이스북 공동설립자 마크 저커버그를 꼽을 수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시답지 않은 일상 이야기와 결심, 포부, 향후 계획 등 많은 메시지를 남기면서 자연스럽게 기업 홍보 효과까지 누리고, 회사의 경영 방향을 미리 투자자나 소비자들에게 제시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이러한 효과를 알아챈 해외 기업인들이 SNS 경영에 관심을 쏟게 되면서 2014년 기준으로 글로벌 상장사 상위 50개 기업 가운데 28%의 CEO가 페이스북과 트위터, 링크드인 등 SNS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해마다 증가율도 높아지고 있다(미국 경제전문지 『포춘』 발표). 이는 역으로 SNS의 위험성도 함께 증가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원했던 리액션이 아니라고요?
자타공인 SNS 스타로 손꼽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SNS 경영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국내에 몇 안 되는 CEO다. 그는 SNS를 통해 인간적인 호감 상승은 물론, 이마트의 이미지도 한층 젊고 친숙하게 바꿨다. 소소한 일상은 물론이고 이마트나 트레이더스, 일렉트로마트 신상품을 소개하고 야심작인 하남스타필드를 적극 홍보하며, 언론 공개에 앞서 자신의 SNS에 올려 신제품을 소개하는 스포일러 역할도 서슴지 않다 보니 댓글만 수천 개가 달린다.
그런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면 게시물은 불과 40여 개 안짝이다. 팔로우 수가 수만 명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결코 많은 게재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은 것은 자신의 강점(대중은 재벌의 삶에 궁금증과 동경이 있다)을 잘 알고, 동년배 재벌 3세들과 다른 행보로 신선함을 주는 밀당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을 어필하는 성격에 위트 있는 표현력, 식견, 꼼꼼함까지 인기 요인을 두루 갖췄다. 또 2010년 문용식 당시 나우콤 대표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놓고 SNS에서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가 구설수에 오르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SNS로 대중과 소통하는 기술 또한 연마했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오해를 살 만한 게시물은 바로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노련함이 돋보인다. 작년엔 하남스타필드 개관 후 SNS에 “칭찬과 매서운 질책까지 달라”는 메시지를 남기면서 SNS를 통해 듣고 있는 자세를 충분히 어필하기도 했다. 그의 SNS 경영이 홍보 → 광고 → CS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밀당은 그 특유의 치명적인 매력으로 상대방을 당신에게 집착하게 만들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이기도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고르거나 어설프게 이용하면 도리어 당신이 역공을 당하거나 썸의 주도권을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밀당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더는 밀당이 아니게 된다. 사실 태생적으로 밀당을 밀당같지 않게 연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CEO 개인의 SNS 경영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애초에 시도를 만류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실상 SNS는 공감보다는 나와 다른 온갖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각인시켜주는 도구에 더 가깝다. 대중은 기업과 CEO가 예상 못했거나 원하지 않았던 리액션으로 답할 수 있으며, 언제나 예상궤도를 이탈할 권리를 가진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정보전달의 주도권이 재편되었다. 결국 기업과 CEO는 꼼수를 지양하고, 여러 변수를 고려하되 바로 대응할 수 있는 맷집을 키우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SNS 경영도 마찬가지 아닐지.

최윤경 전문기자​

[2017-03-06]조회수 :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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