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에스키모에게 왜 냉장고를 팔면 안 될까

 

“북극 에스키모에게 냉장고 팔고, 열대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가스 난로를 팔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영업인들의 개인적인 역량과 자질을 언급할 때 쓰이는 계명과 같았다. 그러나 2017년 이후부터는 이러한 말도 용도폐기되어야 할 것 같다. 필립델브스 브러턴은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영업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의미인즉, 영업이란 고객에게 필요도 없는 물건을 얄팍한 전략과 기술적인 트릭으로 팔아치우는 기술이 아니라는 뜻이다.

왜 다시 세일즈가 각광받나
2017년은 한국의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첫해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7년 이후 특히 30~40대 주력 생산인구가 1% 이상 줄어들면서 생산과 소비 활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인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한국은 저성장시대 대열에 들어섰고, 저성장기가 되면 호황기 때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영업이 매우 중요해진다. 줄어드는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17』에서는 “Sales 영업의 시대가 온다”고 말하며, 이것을 2017년 10대 소비트렌드의 하나로 선정했다. 출판가에도 하나둘씩 영업 관련 책들이 늘고 있다. 고도의 마케팅 기법이 판을 치고, 온라인 마케팅이 대세로 자리 잡은 마당에 영업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업은 배반하지 않는다』에서 저자 임진환 씨는 “특판영업이라는 이름의 B2B(법인 영업, 기업과 기업 간 거래) 영업은 가기 싫어하는 부서일 뿐만 아니라 업무 부적응자나 운동선수 등 다른 직능의 일을 맡기기 어려운 직원을 보내는 창구이기도 했다”라고 지적하면서 저성장 국면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팔리는 것, 즉 영업이 인사 및 재무, 생산 등에 우선하는 세상이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업은 과학이다
일본 쓰쿠바대학 부교수를 역임하고 도요타자동차 등 기업에 경영컨설팅을 해온 김현철 씨는 그의 저서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에서 “대부분 국내 경영자들은 고성장기의 추억이 뼛속까지 박혀 있어서 저성장에 접어든 현실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개종에 버금갈 정도로 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환골탈태한 영업방식과 마인드를 설파했다. 공급과잉 시대에 기술은 평준화됐고, 얄팍한 마케팅과 홍보 전략으로 소위 ‘낚여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진실하지 않은 판매 행위에 염증을 느낀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당신의 쇼핑 리스트를 끊임없이 제공하며 취향까지 교묘하게 조정당하는 현실에 대해 반발심과 경계심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이때 사람들은 인간만의 고유 권한인 진정성을 갈망하는데, 전문가들은 영업의 대면 서비스가 이 부분을 충족시킨다고 분석했다.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이 순간을 ‘진실의 순간(고객이 회사나 제품에 대해 이미지를 결정하게 되는 15초 내외의 짧은 순간을 일컫는 마케팅 용어)’이라고 표현했다.
영업인이 뜨는 것은 감성의 과학화와도 연관이 깊다. 이제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한 요소로 감성을 빼놓을 수 없다. 차가운 정보와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심적 갈등, 다양한 선택 사이에서의 막연함과 결정장애를 영업사원이 건드려 주면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주목할 것은 ‘과학화’다. 더 이상 술과 접대, 인정에 호소하며 관계를 쌓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영업방식이 아니라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하고 분석해 감성을 과학화해야 가능하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제품을 권유하는 것보다 대중광고를 통해 제품을 알리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분석했기에, 중간 역할을 하던 영업의 역할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영업직은 미국에서 근무자가 많은 직종이며, 구글과 그루폰의 각각 50%와 45% 이상이 영업사원이고, 페이스북의 영업인이 막대한 회사 매출을 올려주는 등 IT업종조차 영업의 중요성과 그 영역이 늘고 있다.

사람 사이의 감성이 영업
영업의 변화를 감지하고 가장 혁신적으로 대응한 국내 기업은 한국야쿠르트다. 46년 전통의 한국야쿠르트는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노란 제복의 영업맨 야쿠르트 아줌마에게 구매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저렴할 수 있도록 했다. 전동카트를 타고 다니는 그들에게만 살 수 있는 제품이 있으며, 전국에 주소만 넣으면 어디서나 야쿠르트 아줌마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위치 안내 서비스를 탑재한 모바일 앱을 통해 온디맨드 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방판 채널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영업의 옴니채널을 가동하여 ‘익숙한 친근함’이라고 하는 감성에 기술을 연결함으로써 판매 극대화를 끌어낸 것.
소셜커머스 쿠팡의 로켓 배송을 책임지는 쿠팡맨도 사람이 최고의 전문가라는 생각 아래 쿠팡맨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는 당일 배송의 가치를 전달하고, 구매과정에서 소비자가 만나는 유일한 ‘인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작은 치과에서도 영업 혁신은 가능하다. 독일 뮌헨에 있는 한 치과에서는 의사 가운 대신 독일의 전통의상인 ‘드런’을 입고 여자 치과의사와 간호사가 치료한다. 가슴을 강조한 트크라인이 귀엽게도 요염하게도 보이고, 무엇보다 드런이 독일의 맥주 축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이라 환자에게 치과 특유의 두려움을 없애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제 영업은 아무 물건이나 팔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을 판매해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화려한 언변이나 오락부장과 같은 사교성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과 전문성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지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영업이 ‘영업의 과학화(스마트 영업), 지속적 솔루션(컨설팅) 제공으로 관계만들기형 영업, 종합컨설팅형 영업, 영업과 다양한 유통 채널이 결합한 다중채널 영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술 더 떠서 브렌트 애덤슨과 매슈 딕슨, 니컬러스 토먼은 「솔루션 영업의 종말」이라는 논문에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만 하면 매출이 일어나던 ‘솔루션 영업(solution selling)’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고객이 원하는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기업과 영업인만이 생존하고 성공할 수 있는 ‘인사이트 셀링(insight selling)’ 시대가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니즈를 넘어 통찰까지 확대된 고도화된 영업만이 가격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수많은 정보로 무장한 한국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최윤경 전문기자​

[2017-03-30]조회수 :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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