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열정이면 다? 냉정과 경영 사이, 당신은 어디쯤입니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는 개혁과 혁신, 개인적인 접근방법으로 봉사와 자선이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선의만큼이나 다양한 자선단체가 존재한다. 하지만 어떤 선의는 실패하고 어떤 선의는 성공한다. 기부나 봉사 같은 선의의 영역조차 착한 마음에 들떠서 행한 착한 행동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 냉정이라는 반론이 나왔다. 왜?

착한 의도는 착한 결과를 낳을까
서점가에 재미있는 책이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의 젊은 교수 윌리엄 맥어스킬이 쓴 저서 『냉정한 이타주의』는 “냉정한 당신이 세상을 바꾼다”라고 주장하며, 경솔한 이타주의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설파한다.
선의와 냉정의 조합은 어쩐지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그가 든 다양한 사례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하나만 꺼내보자. 그는 아프리카 청소년을 위한 출석 장려 프로그램 중에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었는지 따져봤다. 4개 단체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각기 다르다. 조건 없는 현금 지급, 성적우수자 장학금, 교복, 마지막으로 기생충 구제사업. 14개 학교를 장기 추적 조사한 결과, 현금 1,000달러는 전체 학생의 출석 일수를 72일 늘렸는데, 선별적으로 지급한 성적 장학금은 1,000달러당 3년, 교복은 1,000달러당 7년을 증가시켰다. 마지막으로 1,000달러어치 기생충 구제약을 지급한 뒤 늘어난 출석 일수는 자그마치 139년이나 된다. 아이들이 학교에 결석했던 주요 원인은 아파서였다. 같은 현금 1,000달러를 썼지만, 돈을 직접 준 것보다 700배 넘는 차이와 효과가 발생했다. 놀라운 수치다.
또 아동의 노동착취 현장으로 지목돼 후진국의 다국적기업 공장이 불매운동이나 정치적 압박에 굴복해 문을 닫게 되면, 그 근로자들은 더 나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현실은 반대다. 가난한 나라에서 노동착취 공장은 좋은 일자리였다. 그는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냉정한 판단이 앞서야 선행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열정, 함부로 낭비하지 마라
기업 경영은 냉정함과 냉철함이 가장 요구되는 분야다. 특히나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유독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통계에 따르면, 은퇴 후 창업을 시작하는 연령대는 50대 후반이 가장 많다고 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거니와 경제적 풍요와 의학의 발달로 스스로를 30대처럼 느끼기 때문에 제2의 인생 시작과 같은 분위기에 휩쓸려 50~60대에 창업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새로 문을 연 비즈니스 중 80%가 19개월 후에 문을 닫는다. 특히 외식업 창업, 은퇴자 창업, 중년 창업은 더더욱! 창업 전에 자금, 사업체를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부터 건강상태까지 꼼꼼히 살펴 스스로에게 창업 가능성 여부를 타진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사업가로서의 마인드 세팅’이 돼 있는지 냉정하게 검증해봐야 한다. 카루스 창업연구소 제리 화이트 소장은 “사업가로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냉철하게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 자체가 아닌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경험이나 자본 등 모든 밑천에서 열악한 청년 역시 젊음과 열정 하나만 믿고 덤비는 무모함은 창업 경계항목 1호에 해당하니 주의해야 한다.
UX 컨설턴트로 시작해 대기업 근무, 스타트업 창업 등 다이내믹한 인생 경로를 거쳐 현재 스타트업 기업 ‘식신’의 CSO로 일하는 임석영 책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창업 후 경영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다스리는 법”이라며, “리더라면 경영의 흥망성쇠에 크게 휘둘리거나 직원들의 행동에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냉정함이 필수덕목”이라고 말한다.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창업 초기엔 합이 잘 맞는 동료를 찾는 것이 힘들다는 점을 인정하고 실패해도 크게 좌절하지 않으며, 반대로 기막히게 좋은 제안을 받거나 거액의 투자금이 들어와도 너무 들뜨지 않는 냉정함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과감함인지 무모함인지,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사업을 하든 직장을 다니든, 서로 괴리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할 때가 있다. 이 선택이 과감함인지 무모함인지, 신속함인지 조급함인지, 그 미묘한 차이가 우리를 종종 괴롭히곤 한다. 겉으로 보기엔 종이 한 장 차이처럼 보이는 무모함과 과감함. 과연 판단 근거는 없을까?
2016년에 만들어진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는 영화는 2009년 1월 US 에어웨이스 1549편 불시착 사고와 이 사건의 주인공인 기장을 다룬 실화다. 새떼로 양쪽 엔진을 잃어 관제탑의 ‘회항하라’는 교신을 받았지만, 고도가 너무 낮다고 판단해 명령을 무시하고 인근 허드슨 강에 비상착륙하며 불과 24분 만에 ‘155명 전원 구조’라는 기적을 일으킨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당시 기장 설리와 승무원들은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영화의 시선은 다른 데 있다. 사고 후 기장의 선택이 옳았던 것인지를 조명한 것이다. 영화는 자신의 방법이 승객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 것인지에 대한 자기반성과 그 선택에 대한 청문회 조사를 다루고 있다. 기적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함으로써 오히려 위험을 자초한 것은 아닐까 하는 기장의 트라우마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제주공항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우박과 벼락을 맞아 기수가 떨어졌지만, 기장은 침착하게 수동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해 탑승객 전원을 안전하게 착륙시켰다. 조종사에게 최고 명예인 ‘웰던상’ 수상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날씨 악화로 ‘우회하라’는 관제탑의 명령을 어겼을 뿐 아니라, 규정 속도도 초과해 비행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기장은 중징계를 받았다. 리더의 과감함과 무모함이 무엇이고, 그 여파가 어떠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소현 휴먼솔루션그룹 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의 「혁신 위해선 ‘동상이몽’에서 깨어나라」라는 칼럼에서 “과감하다는 것은 논리나 기준 등에 의해 성공 확률을 높여 수행하는 것이고, 무모하다는 것은 앞뒤를 깊이 헤아려 생각하는 분별력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리스크가 보이지만 실행을 할 경우,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논리나 기준’을 정하고 살펴야 하는데 그 하나는 외부 환경에 대한 인식이라면 다른 하나는 조직 내부의 역량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즈니스 상황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당장 1년 전과 비교해보더라도 구성원의 수, 지식, 경험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좋은 때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내부 역량을 파악하지 못하고 뛰어든다면 그 시도는 무모한 도전으로 끝나고 만다는 것이다. ‘논리와 기준’. 냉정의 다른 이름이다.

최윤경 전문기자

[2017-05-30]조회수 : 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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