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왜 항상 또라이는 존재할까?

 

‘회사엔 또라이가 항상 있다’, ‘또라이는 절대 회사를 나가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 속에 모든 것이 급변했지만, 두 가지 명제는 애석하게도 변치 않았다. 오히려 하나가 추가됐다. ‘또라이가 하나도 없는 조직은 발전하지 못한다’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대체 무슨 얘기일까?

또라이 질량보존 법칙
살다보면 부정할 수 없는 세상의 이치란 게 있다. 그중 하나가 ‘언제나 어딜 가나 일정 수의 또라이가 존재한다’는 또라이 질량보존 법칙이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이들은 때로 ‘진상, 꼰대, 문제아, 악동, 사고뭉치, 무능력자, 아첨꾼, 아웃사이더’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법칙은 대충 이렇다.
하나. 내 직장 상사 중에 또라이가 있다. 그래서 팀을 옮겨도 그 팀에 똑같은 또라이가 있다.
둘. 옮긴 팀의 상사가 조금 덜 또라이다. 그 대신 그런 놈이 여러 명 있다.
셋. 내가 이를 악물고 버티면 그 또라이가 회사를 그만두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또라이가 회사에서 나간 후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또라이일 수 있다.
넷. 또라이를 못 이겨 탈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도망쳐서 도착한 곳 역시 또라이가 있다.
다섯. 보통 이런 경우는 없지만, 내 주변에 또라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또라이는 바로 나!
다년간 수많은 직장인들이 체감과학으로 증명한 법칙이다. 이들은 소위 행동과 사고방식으로 주변인들을 돌게 만드는 남다른 재주를 지니고 있는데, 병적으로 무례하게 남의 일에 참견하고 말을 교묘하게 되받아치며, 빈정대는 농담과 괴롭힘을 즐긴다. 게다가 멋대로 횡포를 일삼아 직원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리기 일쑤다. 또, 강자 앞에선 기고 약자 앞에서는 군림하니, 윗사람에겐 잘 보여 승승장구하는 한편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부하직원들을 괴롭힌다. 눈에 보이는 손해를 끼치지 않아 쉽게 해고당하지도 않고, 제 발로 나가는 일은 더더욱 없다. 이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자라면 그 과정은 엉망진창, 결과는 만신창이가 된다. 환장할 노릇이다.

없앨 수 없다면 ‘똘끼’를 진화시켜라
진정 또라이를 소탕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 조직원들의 능률을 해치고 급기야 그로 인해 퇴사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직원들을 경영자 입장에서(사실 직원 입장에서는 경영자 자신이 또라이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대로 내버려두어야 할까?
2007년에만 해도 스탠퍼드대 로버트 서튼 교수는 『또라이 제로 조직』이라는 책에서 또라이를 면밀히 연구·분석해 그들의 특징, 방어법, 그리고 조직문화 차원에서 또라이를 없애는 것의 중요성뿐 아니라, 그들의 장점으로 비춰질 수 있는 덕목을 계승해 또라이 하나 없는 생산적인 일터 만드는 법을 장황하게 소개했다. 그는 자기 보호를 위한 개인적인 또라이 방어법으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말하되, 또라이가 빠져나갈 수 있게 출구를 열어두고 무관심과 정서적 격리를 실천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감과 능력만 있다면 지옥체험은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고.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사실 앞서 언급한 이들은 또라이라기보다 진상과 민폐에 가깝다. 해악이 심하지만 않다면 오히려 똘끼가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최근엔 권위에 주눅 들지 않고 관습에 굴복하지 않으며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밀어붙이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조직의 태도 변화다. 영국의 대표적인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요즘 최고의 회사들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다고 보도했다.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사회성이 없는 괴짜들을 싹쓸이해가고, 헤지펀드는 숫자밖에 모르는 별종들을 끌어모으며, 할리우드는 변덕스럽고 괴팍한 창조가들을 앞다투어 모셔간다는 것이다. 해당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들의 특별한 능력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회사를 해커 조직처럼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또라이 전성시대가 도래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알렉사 클레이는 2016년에 발표한 『또라이들의 시대』에서 “세상은 정상과 비정상 경계의 또라이들 덕에 발전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비주류의 다양성, 독창성, 혁신성”이라고 말하며 또라이를 옹호했다. 좀 특이하지만 세상을 휘어잡을 카리스마일지도, 독특한 기질일 수도 있다는 긍정론이 고개를 든 것이다.
이렇게 또라이 시대가 도래한 데에는 첫째, 이제 위대한 기업에게 배우는 성공은 지겨워졌고, 둘째, 과거와 같은 모범생들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는 모범적인 삶만이 우리를 행복과 성공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믿고 정해진 틀에 맞추어 과제를 빠짐없이 달성하느라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길이 하나뿐인 경우는 거의 없다. 완전히 룰을 벗어나지 않을 만큼만 기괴한 사람들이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원하는 것을 기필코 이루어내는 ‘똘기’가 덕후, 4차원 캐릭터로 재편된 것이다.
알렉사 클레이는 『또라이들의 시대』에서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제프 베조스(아마존), 일론 머스크(테슬라), 브라이언 체스키(에어비앤비), 마윈(알리바바), 레이쥔(샤오미) 등 세계를 뒤바꾼 스타 기업가에게는 어느 정도 또라이 기질이 있다고 말하며, 주류 경제시장에서의 성공한 억만장자보다 해적부터 전직 갱 두목, 문명의 혜택을 거부하는 아미시 교도, 벤처기업 CEO, 급진 페미니스트 단체의 운동가에 더욱 주목한다. 혁신을 이룬 이들은 첫째, 개선 가능성에 주목해 기존 시스템에 도전하고(도발), 둘째, 안 되는 일도 되게 하기 위해 무모할 정도로 밀어붙이며(허슬), 셋째, 주어진 환경을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바꾼다(해킹). 넷째, 남의 아이디어가 더 좋아 보이면 과감히 훔쳐 제 것으로 만들기조차(복제) 서슴지 않으며 다섯째,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사람을 자기편으로 삼았다(방향전환)고 행동 특성을 분석했다. 원제 『미스핏(misfit:부적응자)』에서 시사한 것처럼 적응을 너무 잘하는 사람에겐 역설적으로 새로울 게 하나도 없을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경영자나 상사가 또라이 직원의 기질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끌어낼지 고민해봐야 할 점이다.
고교 동창회를 25년 만에 다녀왔다던 지인이 말했다. “성공했다고 나타난 놈들은 두 부류더군. 야자시간에 죽기 살기로 공부했던 놈과, 땡땡이친다고 첫 번째로 담을 넘은 놈(눈치 보다가 따라 넘었던 두 번째 이하 놈들은 별 볼 일 없었다)”이라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윤경 전문기자

[2017-06-28]조회수 :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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