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제3연령 서드 에이지가 의미하는 것

지난 8월 정부는 50·60세대를 ‘신(新)중년’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위한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 계획’을 내놨다. 맞춤형 취업·창업 대책이란다. 50세 전후에 현업 일자리에서 은퇴한 뒤 재취업과 창업, 귀농·귀촌 등으로 두 번째 인생 2모작을 살고, 연금을 받게 되는 61~65세에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찾도록 돕는 3모작을 살게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중년이면 중년이지 ‘신(新)중년’이라고 굳이 정부가 새롭게 규정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신(新)중년을 말하다
흔히 ‘중년’ 하면 40대, 50대를 지칭했는데, 이보다 10년 뒤인 50대, 60대를 신중년으로 지칭한 데에는 정부의 남모를 고민과 의도가 숨어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고도성장의 주역이나,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의 이중고를 겪는 마지막 세대다.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맞춤형 지원이 절실한 인구 집단이지만, 그동안 정부의 정책 대상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었다. 더 이상 젊은 세대가 부양할 수 없고, 정부가 온전히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절대 다수인 그들이 스스로 경제를 책임지며 사회로 흡수되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조선의 왕 평균수명은 47세, 19세기 유럽의 왕 평균수명은 49세, 불로초를 구하려고 60척의 선단과 3,000명을 보냈던 진시황제도 50세. 하지만 지금 우리는 천하를 호령했던 동서양의 왕들보다 무려 두 배 이상을 살게 됐다. 100세 시대의 화두는 ‘나이’다.
2000년대 중반엔 한참 마흔이 화두였다. 『마흔으로 산다는 것』, 『남자 나이 마흔에는 결심을 해야 한다』, 『청년 40:인생 후반전을 준비할 때이다』, 『4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 등 관련 책들이 쏟아졌다. 과거에 마흔이 주목받았던 것은 장수시대의 새로운 서막인 ‘서드 에이지(Third Age)’로 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에서 심층취재 방식으로 중년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해온 윌리엄 새들러 박사는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이라는 책에서 서드 에이지를 처음 소개했다. 책에 따르면 제1연령기는 태어나서 학창시절까지 학습하는 배움 단계다. 제2연령기는 1차 성장을 바탕으로 직업을 가지고, 가정을 이루는 단계다. 제3연령기인 서드 에이지는 생활을 위한 단계로, 사춘기와 다른 2차 성장을 통해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시기다. 제4연령기는 노화 단계인데, 이들 중 제3연령기인 서드 에이지는 ‘이전 세대에게는 없었던 새로운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18세기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고작 40세 정도로, 1900년 47.3세에서 1993년 75.5세로 전례 없는 신장을 기록했으니, 40대에서 70대 중반의 30년이란 인생 보너스가 우리에게 고스란히 주어진 것이다.

노년의 질을 결정하는 30년
정부와 달리 기업에게 서드 에이지는 기회의 시장이다. 청년에 비해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연령층이면서 과거의 노년 세대에 비해 소비 및 문화 욕구가 강하고, 향후 전체 인구 내 비중도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전체 인구 중 40세 이상 인구 비율은 43%이며, 2010년에는 46%를 넘어섰다. 이에 따른 산업시장 규모도 2002년 12조 8,000억 원에서 2010년 44조억 원, 2020년 148조 5,000억 원 규모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신조어 ‘영포티(Young-40)’라든가 ‘뉴식스티(New-60)’와 같은 맥락이다. 영포티는 젊은 감각을 가지고 유행을 좇는 경제력을 가진 40대를, 뉴식스티는 옛날과 달리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자신에게 투자하는 60대를 일컫는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외모나 건강관리 등에 관심이 많아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여유 있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경기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높은 구매력을 지니고 있어 이미 소비시장의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했다.
이 때문에 기업은 중년 시장에 주목한다. 최근 핫한 1인 시장 가운데에서도 부유한 중년 싱글 시장을 불황을 뚫어줄 다크호스로 분류하는 건 이런 연유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만 40~44세 인구 중 남자의 22%, 여자의 11%가 미혼이다. 서울은 비율이 더 높다. 40대 초·중반에 서울에 사는 남자는 4명 중 1명(26%), 여자는 5명 중 1명(18%)꼴로 미혼이다. 이들의 미혼 비율이 남녀 모두 5%를 넘지 않았던 2005년과 비교해 폭발적인 증가세다.

뜨는 중년, 이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이미 일본은 40~50대 독신여성을 향한 눈길이 뜨겁다. 소비를 좋아하는 거품세대(40대 중반~50대 중반)가 포함돼 있고, 인구 수가 많은 단카이 주니어(40대 초·중반) 세대가 공존하면서 상승 욕구를 가진 젊음과 자기개발을 추구하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도 고도 경제 성장기를 향유했고 베이비붐 세대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패션과 의료, 미용업은 대표적인 서드 에이지 시장이다. 주목할 점은 ‘남성’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모족, 통크족 등 40대 이후의 삶을 주도적이고 활기차게 보내는 중ㆍ장년층이 늘고 있고, 이들은 옷이 아닌 패션을 추구하며 이미 한계시장인 여성 패션을 대신할 새로운 구원투자로 등장했다. 패션과 의료, 미용업은 감춰지거나 무시됐던 중ㆍ장년 남성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주력을 삼았다.
트렌드에 민감한 대중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로맨스를 담을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남자 주인공 이선균(42)과 여자 주인공을 맡은 가수 아이유(24)는 실제와 같이 드라마 설정에서도 나이 차이가 18살이다. 앞서 「미스터 션샤인」에선 배우 이병헌과 김태리를 상대 배역으로 캐스팅 했는데, 20살 차이였다. OCN 드라마 「블랙」의 송승헌(41)과 고아라(27)의 나이 차가 15살이고, 신드롬을 일으켰던 tvN 드라마 「도깨비」의 공유(38)와 김고은(26)도 12살 차이다. 이들 드라마는 심한 나이 차이에 따른 불균형 등 부작용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중년들의 로맨스 또는 판타지를 충족시키겠다는 의도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새들러는 서드 에이지를 맞는 6가지 원칙을 제시하면서 그중 정체성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서드 에이지가 시작되는 시점이 사춘기와 매우 유사해서다. 새들러는 ‘과거의 성취’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것을 언급했다. 억압된 자아를 풀어주고 인생을 스스로 주도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중년기까지 쌓아온 기술과 통찰력, 경험, 균형감을 묶어 새로운 결과물로 엮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영국에만 ‘서드 에이지 학교(U3A : University of the 3rd Age)’라는 교육기관이 892개 설립됐다. 서울에도 ‘U3A 서울-지혜로운 학교’가 설립됐다.
시장과 문화는 언제나 신인류의 등장에 촉각을 세운다. 게다가 지금의 40~60대는 결코 비행을 멈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 향후 미지의 시장과 문화의 빅뱅은 이들의 교집합에서 탄생하지 않을까?

최윤경 전문기자

[2017-12-01]조회수 :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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