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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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핸드백 이야기
㈜시몬느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

500년 전 서양 여성들은 어떤 핸드백을 사용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꼭 맞는 공간이 있다. 바로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을 개발, 제조해온 ㈜시몬느가 ‘백스테이지’라는 이름으로 오픈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이곳에선 핸드백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창사 25주년을 기념하며 핸드백 박물관을 개관한 시몬느는 이곳에 박물관 외에도 자체 브랜드인 ‘0914’ 매장과 500여 종의 가죽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살 수 있는 아틀리에도 함께 열었다.

시몬느 박물관 핸드백 전시장

핸드백 박물관, 그곳이 궁금하다
시몬느의 복합문화공간 외부전경 ㈜시몬느의 복합문화공간 ‘백스테이지’ 전경. 가방 모양으로, 건물 윗부분의 가방 핸들이 인상적이다.(출처 :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 제공)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이 있는 ‘백스테이지(bag-stage)’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공간이다. 하나는 말 그대로 가방(bag)에 대한 것을 다룬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늘 무대 뒤(backstage)에서 전 세계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만들어온 ㈜시몬느(대표 박은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실 패션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시몬느라는 회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브랜드는 알지만 제조사까지 미처 챙겨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시몬느는 1987년 핸드백 제조사로 시작해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아는 DKNY, 마이클코어스, 토리버치, 코치, 버버리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아시아 최초의 세계 명품 핸드백을 제조·개발한 기업으로, 업계에서 시몬느의 위치는 실로 대단하다.
무대 뒤에서 주인공을 빛내는 조연처럼 명품 브랜드를 빛냈던 시몬느가 2012년 7월, 창사 25주년을 맞아 오픈한 핸드백 박물관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함을 안고 박물관이 있는 신사동 가로수길로 향했다.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에 도착하자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박물관이 있는 복합문화공간 백스테이지의 외관이다. 핸드백을 만드는 시몬느의 핸드백 박물관답게 가방 모양의 독특한 외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다. 그러나 다닥다닥 붙은 가로수길 건물 사이에서 백스테이지의 독특한 외관을 바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길을 건너 건물을 올려다봐야 가방의 핸들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건물의 입구는 가방의 측면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호기심을 해결하고 지상 5층, 지하 5층의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우선 목적지인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에 가기 위해서는 건물 3층으로 가야 했다. 다른 박물관과 달리 박물관이 3층과 4층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핸드백을 볼 수 있는 3층의 모던관과 150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의 희귀한 핸드백을 볼 수 있는 4층 역사관으로 나눠져 있었다.
오랫동안 핸드백을 만들어오며 사람들에게 핸드백의 역사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몬느의 박은관 대표는 핸드백 박물관 프로젝트를 위해 2년여 동안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는 패션 큐레이터 주디스 클라크(Judith Clark)에게 협업을 제안했고, 그와 함께 전 세계 컬렉터들과 경매를 통해 수집한 약 350점의 핸드백을 수집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핸드백 전시를 위해 제작한 마네킹들이다. 주디스 클라크는 단순히 핸드백을 보여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핸드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실제 사람이 들고 있는 것처럼 연출하기 위해 마네킹을 직접 제작했다. 이를 위해 해당 핸드백이 사용되었던 당시의 복식을 그대로 고증할 의상 디자이너, 재단사, 자수업자들과 협업했고, 여기에 핸드백의 콘셉트를 입혀 하나의 오브제를 완성시켰다. 알렉산더 맥퀸의 시그니처 인 유니온 잭 클러치를 든 마네킹을 유심히 보게 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특히 마네킹의 팔과 손은 실제 사람의 팔을 주물로 제작해 가방의 스타일에 맞는 제스처를 취하도록 해 디테일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런 점에서 마네킹마다 어떤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도 박물관 관람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 같다.

전시된 핸드백과 클러치1_ 3층 모던관 복도의 벽면에 전시된 핸드백 핸들의 섬세한 세공이 인상적이다.
2_ 알렉산더 맥퀸의 유니온 잭 클러치. 사람의 팔과 손을 주물로 본떠 핸드백을 실제로 들었을 때의 손 제스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내부 전경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말하는 ‘핸드백’
주로 패션 관련학과 학생들이나 핸드백을 좋아하는 일반인, 해외 관광객들이 박물관을 찾는다고 말하는 고지나 큐레이터는 “박물관을 둘러보면 각 시대의 미술 사조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의 변화를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박물관에서 무료로 대여하는 오디오 가이드북이나 10인 이상의 단체 관람의 경우, 사전에 도슨트 예약을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보통 박물관 관람은 3층 모던관부터 시작해 4층 역사관으로 이어진다. 모던관은 190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핸드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수장고이자 실험실’이라는 콘셉트로 전시공간과 보존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완벽한 보존을 위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도록 되어 있는 캐비닛 안의 모습은 마치 ‘포장을 다 풀지 않은 선물 박스’ 같은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서랍장 손잡이는 핸드백 클라스프로 장식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재즈가 붐이었던 당시의 여성들은 파티에 어떤 핸드백을 들고 갔을까? 댄스 펄스를 통해 그 당시 여성들이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춤을 추면서도 거울을 보았던 당시의 여성들을 상상해본다. 이외에도 루이비통에서 윈저 공과 결혼한 심슨 부인을 위해 만든 화장품 케이스와 까르띠에의 이브닝백, 에르메스의 버킨백, 구찌의 뱀부 토트백까지… 지금까지도 여성들의 워너비 잇백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 ‘이것도 핸드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방독면이 든 상자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화학무기에 대한 공포가 심했던 유럽에서는 정부에서 방독면을 보급했는데, 투박한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당시 여성들은 아름답지 않아 가지고 다니길 꺼렸다고 한다. 이에 개인적으로 리폼을 하기도 하고, 가방 제조사들이 판매를 위해 새롭게 디자인해 만들었다고 한다. 역시 핸드백은 예쁘고 볼 일이다.
역사관인 4층은 1550년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실크 지갑, 1680년대 프랑스 신부가 쓰던 브로케이드 자수 장식의 복주머니와 1800년대 조지 왕조 시대의 나무 핸드백 등, 지금까지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여러 종류의 핸드백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향낭, 반짇고리, 란제리백, 편지 지갑 등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했던 것들이 눈에 띄었다. 당시의 여성들에게 반짇고리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엄마가 딸에게 주는, 그래서 여성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지니고 있어야 하는 필수품이었다. 수공예품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취향과 용도에 맞게 맞춤 제작된 핸드백의 변천사를 보며, 핸드백이 여성을 아름답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여성들의 행동을 억압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숄더백의 등장은 그런 여성들에게 두 손을 해방시켜주었다.
여기서 잠깐! 박물관을 나서기 전, 3층 입구 벽면의 핸드백 핸들 전시를 놓치지 말자.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오래되고 낡아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핸드백의 핸들들이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핸드백 핸들만으로도 당시 장인들의 세공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아틀리에 전경지하 3층과 4층의 아틀리에. 이곳에는 약 500여 종의 가죽을 판매하고 있으며,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0194 매장과 칼 라거펠드 매장1_ 지상 1층과 2층에는 시몬느 자체 브랜드인 ‘0194’를 만날 수 있는 0194 Store가 있다.
2_ 지하 1층과 2층의 칼 라거펠드 매장. 국내에서는 그의 브랜드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숍이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이 더 재밌는 공간
부자재 오직 핸드백을 위해 설립된 박물관인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핸드백의 변천사와 그 속에서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들여다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시몬느의 백스테이지에 와서 박물관만 보고 가지 않기를 바란다. 밖에서 보면 ‘뭐 볼게 있어?’라고 하겠지만, 실제로 안에 들어가면 더 많은 콘텐츠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하 4층과 3층에는 핸드백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공간과 약 500여 종의 가죽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구입이 가능한 아틀리에가 있다. 또 지하 2층과 1층에는 최근 우리 곁을 떠난, 세계인이 사랑했던 패션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칼 라거펠트’의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숍과 카페가 있다. 지상 1층과 2층에는 시몬느의 자체 브랜드인 ‘0914’를 판매하는 ‘0914 Store’가 있는데, 특히 0914 Store에선 시몬느의 다양한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좋은 가방이나 패션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다.
이처럼 백스테이지는 단순히 박물관으로서만이 아니라 가방 전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며, 시몬느가 대중들과 소통하는 창구인 셈이다. 동시에 시몬느가 얼마나 가방과 패션을 사랑하는 브랜드인지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박물관에 온 관람객 중 몇몇은 이곳이 왜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인지 모르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시몬느’라는 이름보다는 다른 브랜드들의 뒤에서 그들을 빛나게 했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박물관 측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시몬느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패션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공모전을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아틀리에에서 여권케이스 등을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 여기에 커피 한 잔의 여유까지 즐길 수 있는 박물관 패키지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
운영시간 10:00~19:00
(일요일은 11시부터 오픈, 월요일 휴관)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13길 17
문의 02-3444-0912
입장료 5,000원
홈페이지 www.simonehandbagmuseum.co.kr

하정희 객원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2019-03-28]조회수 :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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