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2.28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우리나라 건축의 역사를 보다
기흥성뮤지엄

한 사람의 생애가 곧 한 분야의 역사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장인’ 또는 ‘마스터’라고 부른다. 모형 전문 제작사인 ㈜기흥성의 기흥성 회장이 그렇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굵직한 현장 속 건축, 선박, 항만, 자동차, 산업시설 현장에는 그와 그의 회사가 만든 모형들이 언제나 함께했다. 그런 그가 지난 2016년 경기도 양평에 그동안 작업한 모형을 전시할 수 있는 모형 전문 박물관 기흥성뮤지엄을 열었다.

기흥성뮤지엄 내부 전경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오랜 꿈
지난 2016년 11월, 경기도 양평에 문을 연 기흥성뮤지엄(관장 기흥성)을 알기 위해선 먼저 기흥성이 누군지 알아야 한다. 흔히들 뮤지엄 하면 건축·장난감·역사 박물관 등 박물관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전시하는 곳인지 알기 마련인데, 기흥성뮤지엄은 기흥성이 누군지 모른다면 어떤 곳인지 쉽게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형에 관심이 있거나 건축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지 모른다.
㈜기흥성의 기흥성 회장(이하 기 관장)은 모형 제작의 산증인이다. 1966년 ㈜한국종합기술의 전신인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에 건축부 설계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그러다 사무실 한쪽에 있던 재료로 만들어본 모형이 건축가 고 김수근의 눈에 들었고, 그때부터 그의 모형 제작 인생이 시작되었다. 이후 정부 주도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윽고 1985년, 그의 이름을 내건 모형 전문 제작사 기흥성을 설립했다.
53년 동안 모형 제작 한길만 걸어온 기 관장에게 박물관은 오랜 숙원 사업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자신의 명예를 내세우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의 손을 거쳐간 모형들을 통해 후배들에겐 모형 제작에 대한 교육의 장으로, 일반인들에겐 사라지거나 잊힌 건축과 공간을 기억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랐다.
그렇다면 그는 왜 박물관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이런 궁금증에 기 관장의 아들이자 기흥성뮤지엄의 부관장인 기현중 부관장은 “저도 궁금해요. 개인이 하기엔 정말 힘든 일이거든요. 그런데 제 생각엔 1970년 중반쯤 유럽 연수를 다녀오시고 나서부터인 것 같아요”라며 당시 3개월간 떠났던 유럽에서 본 모형 테마파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했다. 그의 기억에 그 후부터 기 관장은 의뢰 들어온 모형을 만들 때마다 똑같은 모형을 1~2개씩 더 만들며 ‘우리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40여 년 동안 만들어온 모형이 6,000점이 넘는다.
그리고 약 30년 전 이곳 양평에 터를 잡고, 1993년 어린 소나무를 옮겨 심었다. 박종일 이사의 말에 따르면 기흥성뮤지엄은 건물 설계보다 먼저 조경을 한 특이한 곳이라고 한다. 뮤지엄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지 약 10년이 지나서야 건물을 완공했을 정도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고. 그러나 숱한 우여곡절도 기 관장의 꿈을 꺾지는 못했다. 그렇게 그의 지난 53년 모형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기흥성뮤지엄은 기흥성 회장을 기흥성 관장으로 바꾸었다.

기흥성 관장 집무실 전경기흥성뮤지엄 건너편에 자리한 기흥성 관장 집무실 전경. 에펠탑 모형이 눈에 띈다.

기흥성뮤지엄
운영시간 11:00 ~ 19:00(월·화요일 휴관)
주소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강남로 267
문의 070-7789-2188
입장료 무료
홈페이지 www.keemuseum.com

건물 뒤 벽면 유리창, 기흥성뮤지엄 입구, 옥상에서 바라본 정원1_ 건물 뒤로 돌아오면 벽면을 유리창으로 만들어 안과 밖이 소통할 수 있게 했다.
2_ 기흥성뮤지엄 입구. 내부가 보이지 않게 큰 벽으로 막은 듯한 모습이다.
3_ 옥상에서 바라본 정원 모습. 옥상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아름다워 ‘노을카페’라고 부른다.

고건축과 근현대 건축을 한자리에서
입구에서 보면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지만, 건물을 뒤돌아 가면 소나무 약 90그루로 조성된 정원과 조용히 흐르는 남한강이 반긴다. 그야말로 반전 매력이 있는 공간이다. 조경을 먼저 조성했을 정도로 정원에 신경을 많이 쓴 덕이다. 여기에 우리에겐 예술의전당으로 더 유명한 건축가 고 김석철 씨가 기흥성뮤지엄을 설계했다.
알고 보니 김석철 건축가는 기 관장이 근무했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그런데 친한 사이여도 건축가와 건축주인 탓일까, 여러 차례 설계 변경을 한 뒤에 건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설계 변경할 때도 그냥 말로 하지는 않았어요. 저희가 원하는 것을 모형으로 만들어서 보여드렸죠(웃음).” 그 덕에 실제 공사에서는 시행착오가 적었다고 한다.
그렇게 밖에서 보면 들어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큰 벽이 가로막혔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유난히 유리창이 많아 막힌 곳 없이 탁 트인 기흥성뮤지엄이 완성되었다.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시키기 위한 것으로, 이것이 바로 ‘기흥성 스타일’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외관을 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전시관을 볼 차례다. 뮤지엄의 전체 콘셉트는 ‘건축’으로, 그동안 기흥성에서 제작한 모형 작품 약 6,000점 중 고건축과 근현대 건축을 테마로 한 900점 이상이 제1전시장과 제2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다.
우선 제1전시장이 있는 지하1층에는 신라·백제·고려·조선 시대의 시대별 고건축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이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전시물은 단연 신라 선덕여왕 때에 만들어진 황룡사 9층 목탑이다. 20분의 1로 축소해 복원한 황룡사 9층 목탑은 1993년 제작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경주 황룡사 역사박물관 외에 이곳 기흥성뮤지엄이 유일하다. 황룡사 9층 목탑 앞에는 숭례문과 흥인지문이 문을 지키고 있다. 이 외에도 백제 궁궐, 미륵사지 9층 목탑, 경주 동궁과 월지, 경복궁 등 고증과정을 거쳐 복원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2층에 있는 제2전시장은 우리나라 근현대 건축물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종로타워와 인천공항 등 우리에게 익숙한 건축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김수근 씨의 작품 중 하나로 ‘기도하는 손’ 모습을 한 경동교회는 건물 전체를 보지 않으면 일반인들은 쉽게 알 수 없는, 현대 건축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에는 지금은 사라진 근대 건축물도 여러 점 전시되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옛 조선총독부 건물과 옛 서울역, 옛 대한의원(현재 서울대학교병원) 등이다. 실제로 보기 힘든 평양 시내 전경도 모형으로 제작되어 있다.

신라 황룡사 금당과 백제 미륵사 중금당 모형, 지붕 모형 세부 디테일1_ 맨 앞 모형은 신라 황룡사 금당이며, 뒤 두 건물은 백제 미륵사 중금당을 복원한 것이다.
2_ ㈜기흥성은 고건축 모형을 복원할 때는 스터디 과정에서 시대별 건축기법을 연구해 당시 사용된 기법으로 복원하고 있다.

평양 시내 전경 모형, 기 관장과 직원들이 모은 미니어처1_ 기흥성 관장이 평양 방문 후 제작한 평양 시내 전경 모형. 이 모형은 지금도 북한 관련 뉴스나 영상을 제작할 때 사용되고 있다.
2_ 기흥성뮤지엄에는 직접 제작한 모형 외에도 기 관장과 직원들이 모은 미니어처들을 관람할 수 있다.

상상 그 이상의 매력을 가진 모형의 세계를 만나다
사실 기흥성뮤지엄을 방문하기 전까지 모형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저 건축 설계 시 필요한 단계인 줄 알았다. 그러나 기흥성뮤지엄을 둘러보니 우리가 정말 모형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의 발달로 이제 모형의 시대는 끝난 줄 알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건축에서는 설계도면으로는 알 수 없는 문제점도 모형 제작 단계에서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사건·사고 현장을 재현하는 데도 모형이 필요하며, 박물관의 전시물도 모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모형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기흥성뮤지엄의 수장고에는 아직 전시하지 못한 선박과 항공기, 자동차,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산업 시설 등 지난 50여 년간 기 관장이 참여한 수많은 작품이 보관되어 있었다.
박 이사는 모형은 설계 기획부터 완공 후 보존까지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모형이 사라진다고 했지만 모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입체적인 모형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건물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지금도 모형 제작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 분들이 기흥성을 찾아주고 계십니다.”
아직은 미완 상태인 기흥성뮤지엄. 처음 계획한 것처럼 1관부터 2관, 3관이 모두 자리를 잡는다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모형의 매력에 빠질 수 있지는 않을까. 더불어 내년엔 푸른 소나무와 함께 예쁜 꽃이 피어 있을 정원도 기대해본다.

제2전시장 내부 전경, 옛 조선총독부 모형1_ 제2전시장 내부 모습
2_ 현 서울시청 자리에 있던 옛 조선총독부 모형. 지금은 기흥성뮤지엄에서만 볼 수 있다.

하정희 객원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2019-10-07]조회수 : 448
  • 목록으로
  • 프린트

유용한 정보가 되었습니까? [평균0점/0명 ]

500자 제한 의견달기
이름 비밀번호
내용
인증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수 있습니다.
우)52851 경상남도 진주시 동진로430 (충무공동) | 잡지구독문의 T.055-751-9128 F.055-751-9129
Copyright ⓒ KOSM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