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2.28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정원을 바라보며 화장하다
㈜아모레퍼시픽 아모레성수

물건을 살 수 없는 매장? 언뜻 잘 이해되지 않는 말이다. 지난 10월 공장밀집지역인 성수동에 ㈜아모레퍼시픽이 문을 연 ‘아모레성수’가 그렇다. 이곳에선 아모레퍼시픽에서 생산되는 30개의 브랜드를 모두 테스트해볼 수 있지만, 마음에 든다고 바로 그 자리에서 제품을 살 수는 없다. 고전은 영원하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한민국의 대표 화장품 회사가 요즘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이 어떤지 찾아가봤다.

정원을 바라보며 화장할 수 있는 가든라운지

아모레성수
운영시간 10:30 ~ 20:30(매주 월요일, 설/추석 당일 휴무)
주소 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 11길 7
연락처 02-469-8600
홈페이지 www.amore-seongsu.com

가든라운지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메이크업 서비스

좋은 경험이 구매로 이어지다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말이 마케팅 트렌드로 등장한 지 오래다. 정보과잉시대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소비를 한다. 소비자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 올해 창립74주년을 맞는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은 어떤 방법을 선택했을까? 최근 이 궁금증에 대답이라도 하듯 아모레퍼시픽은 공장밀집지역인 성수동에 ‘아모레성수’를 오픈했다.
이곳엔 한 가지 규칙이 있다. 전시된 제품을 모두 사용해볼 수 있지만, 구매할 수는 없다는 것. 보통의 화장품 회사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아모레성수에서는 그저 즐겁게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 데 집중하면 된다. 마치 탐험을 하듯, 매장 이곳저곳을 누비는 것이다.
자동차정비소였던 건물을 개조한 ‘아모레성수’ 주변은 지금도 수많은 자동차정비소와 회사들이 즐비해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화장품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소음들, 그 속에서 나만의 화장품을 찾는 여행. 물론 이 여행을 기획한 이유가 있다. 바로 ‘좋은 경험이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브랜드의 역사가 길다는 것은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장점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 브랜드 인지도가 있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그만큼 새로운 소비자, 특히 젊은 소비자의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가 쓰는 제품’이라는 선입견을 어떻게 하면 깰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직접 써보게 하는 것이었다. 써보면 달라진다.
실제로 아모레성수에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생산되는 34개의 브랜드 중 약 30개의 브랜드, 2,300여 개의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 시즌에 따라, 트렌드에 따라 제품 구성은 조금씩 바뀐다. 다가올 2월엔 봄 시즌을 맞아 제품과 공간 인테리어가 조금 바뀔 예정이다.
특히 아모레성수의 최고의 백미는 바로 ‘터칭 서비스’다. 예약제로 진행되는 이 서비스는 사전에 홈페이지 예약을 하면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메이크업을 서비스받을 수 있다.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제품에 대한 홍보는 없다. 평소 화장에 대해 궁금했던 것에 대한 조언과 자신에게 맞는 화장법 등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눈다. 서비스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남성을 위한 눈썹 정리 서비스다. 오픈하자마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가 되었다는 아모레성수는 여자친구를 따라온 남자친구들을 위해 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남성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다만 여자친구가 터칭 서비스를 예약할 때 같이 예약해야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모레성수 담당자인 신희선 대리는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이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고 가시길 바랍니다”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의 매력을 제대로 경험하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길 바랐다.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메이크업 아이템들누구나 자유롭게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템들이 마련되어 있다.

정원을 바라보며 화장하는 사람들
아모레성수는 ‘ㄷ’자형 공간으로, 기존 자동차정비소를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을 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유지하되, 자연의 요소들을 더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성수가든’이다. 자동차정비소였을 때 차들이 들어오던 주 출입구를 계곡이 있는 언덕으로 표현했다. 성수가든은 건물 중앙에 위치해 있어 어느 장소에서도 창을 통해 정원을 바라볼 수 있다. 여기에 비비추, 앵초와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자생식물을 심었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속에서 자연의 변화를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공간 내부에는 가든라운지를 마련해 정원을 바라보고 쉬거나 화장품을 써볼 수 있도록 의자를 배치했다. 바쁜 일상, 잠시 화장하는 여유를 만끽하게 한 것이다.
아모레성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은 ‘자연스러움’이다. 억지스러운 곳이 별로 없다. 성수가든을 감상하는 것이 그렇고, 입구에서 출구까지 동선도 마찬가지다. 입구의 리셉션에서 간단한 웹체크로 입장을 하면 바로 이어지는 곳이 클렌징 룸이다. 실제로 세면대가 마련되어 있어 아모레퍼시픽의 클렌징용품을 사용해 세안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스킨케어존을 지나면 립 & 아이라인존, 여기에 이어지는 색조화장품까지… 마치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동선을 짰다.
화장을 안 한 채로 들어와 풀메이크업을 하고 나갈 수 있도록 곳곳에는 서서 혹은 앉아서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제품 곳곳에 마련된 POP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자칫 제품이 너무 많아 혼란스러울 수 있는 소비자들을 배려했다.
이처럼 사소하지만 곳곳에서 소비자를 위한 배려를 발견할 수 있다. 갑자기 움푹 페인 계단 앞에는 조심하라는 팻말이 있다거나, 곳곳에 세면대를 설치해 깨끗한 상태에서 제품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사소하지만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다.
여기에는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생각한다는 아모레퍼시픽만의 철학이 녹아 있다. 동선을 방해하는 요소를 가능한 한 모두 제거한 것도 바로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이는 오픈 한 달 전부터 몇 차례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면밀하게 동선 분석을 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공간의 주 타깃인 20~30대 여성들을 고려해 20대로 구성된 사내 자문단의 의견도 적극 반영했다.
아모레성수의 또 다른 재미는 엄마와 딸이 함께 재미있게 놀다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이는 올드 브랜드의 장점으로, 엄마가 젊은 시절부터 사용했던 제품을 세대를 넘어 딸도 함께 쓰기 때문이다. 또 공간 내 곳곳에는 과거 아모레퍼시픽의 제품 포스터나 화장품 케이스, 유니폼 등 다양한 굿즈들이 전시되어 있어 이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엄마와 딸의 공감대 형성을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다. 그러나 오래된 브랜드가 가지는 힘은 이렇게 세대간 소통이라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가든라운지를 이용하는 고객들가든라운지는 화장품을 테스트하는 공간이면서 방문객들이 잠시 일상의 여유를 느끼며 쉬어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모레퍼시픽의 오래된 굿즈 전시아모레성수 곳곳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오래된 굿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비자의 이야기를 듣다
그렇다면 아모레성수가 다른 일반 화장품 매장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사실 어느 화장품 매장이든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미리 사용해보는 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물론 제품을 써보게 하고 판매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보다 더 높게 사고 싶은 건 따로 있다. 바로 ‘위생’이다. 실제로 공간을 준비하면서 회사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도 위생이었다고 한다. 최상의 컨디션에서 화장품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 아모레성수가 청결과 위생에 신경을 쓰는 이유다. 이를 위해 직원교육도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카운슬링 교육이 아니라 위생 교육을 더 많이 했을 정도다.
사실 많은 소비자들이 화장품 매장에서 샘플 제품을 써보지만, 마음 한구석엔 말할 수 없는 ‘찝찝함’이 있다. 대체 누가, 언제, 어떻게 사용했는지 모를 제품을 써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매장에서는 관리를 한다고 하겠지만. 이러한 불안 요소를 아모레성수는 소비자가 직접 볼 수 있게 함으로써 말끔히 해소시켰다.
그러나 처음부터 공간을 만드는 게 쉬웠던 것은 아니다. 기존에 없던 공간을 처음 만들다 보니 공간의 콘셉트는 물론이고 운영 매뉴얼이나 직원교육 등 초기 세팅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아모레성수를 찾는 사람 중에는 아직도 물건 구매 방법을 묻거나 제품을 바로 살 수 없다는 사실에 당황해한다. 그러나 화를 내기보다 신기해한다는 신희선 대리는 “모든 제품에 대한 정보와 구매 방법은 QR코드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소비자들이 이곳에 비치된 화장품 도구에 관심이 많다며 “역설적으로 비매품을 구입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으세요”라고 설명한다.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머지않아 화장품 도구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이처럼 현장에서 접하는 소비자들의 의견은 그때그때 바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사실 큰 조직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적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곳에서만큼은 최대한 소비자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이 많아지면서 ‘미세먼지존’을 신설해 미세먼지 케어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소비자의 니즈가 많은 뷰티클래스나 북토크, 꽃꽂이 등 다양한 문화 클래스도 더 늘릴 예정이다. 특히 인기가 많은 뷰티클래스의 경우 월 2회에서 6회로 늘린 상태로, 앞으로 그 횟수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또 인기가 많은 터칭 서비스의 경우도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수를 더 늘림으로써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모레성수에 와서 그냥 가기 아쉽다면 1층 성수마켓에서 파는 성수토너를 구매하거나, 2층 오설록카페에서 기존의 녹차라떼에 흑당을 더한 세 가지 시그니처 메뉴를 사서 3층 루프탑에서 성수동 풍경을 보고 가는 것도 좋다. 아직 추워서 오래 있을 순 없지만 봄, 가을엔 여기서 무한정 시간을 보내도 좋을것 같다. 마지막으로 성수플라워마켓에서 자기 자신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꽃 한 송이 들고 가는 건 어떨까?

교환권으로 받을 수 있는 샘플 제품들리셉션에 웹체크할 때 받은 미니어처 교환권을 가지고 출구의 성수마켓에서 5가지의 샘플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하정희 객원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2020-01-10]조회수 :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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