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0.22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월간 기업나라 퀴즈이벤트 - 퀴즈 풀고 커피 한 잔 받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농사짓자
도시농부, 주말텃밭

뭘 먹어야 하나? 오늘 점심메뉴 이야기가 아니다. 도시인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근심걱정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나라 인구의 80%는 도시에 살고, 농사는 오직 농부의 일이라고만 여긴다. 과연 도시인이라 해서 새벽 배송만 받으면 그만일까? 도시텃밭 5평이면 4인 가족이 1년 먹을거리를 생산해내기 충분하단다. 생각해보면 워라밸이 별건가?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면 된다. 그것도 이웃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도시텃밭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주말농텃밭 전경

오늘의 워라밸 레시피
종목 도시농업
날짜 2019년 4월 11일(목)
시간 오전 10:00~12:00
장소 서울 강동구 도시농업 파믹스센터
참가자 기자 포함 26인

Are you ready? 주말에 자면 뭐 해?
‘나이 들면 잠이 없어진다고?’ 적어도 이 봄은 아니다. 아침이고, 점심이고, 저녁이고, 틈만나면 병든 닭이 된다. 주말은 또 어떤가?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가출한 정신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신선한 공기 한 사발이 절실한 그 순간, 3년 전 그때가 떠올랐다.
사실 기자는 몇 년 전에 한 생활협동조합의 회원이 됐다. 보약 한 재는 못 먹더라도 내 몸에 약이 되는 무농약, 유기농 농산물만큼은 철철이 챙겨 먹어보자는 생각에서다. 더불어 조합원 자격이면 이런저런 공동체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위, 아래, 양 옆으로 켜켜이 공존하지만 허울만 이웃사촌인 아파트생활자의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들었다.
그렇게 월 1만 원에 조합원 자격을 얻으니, 고맙게도 일주일에도 몇 번씩 알림이 왔다. 문제는 게으름이었다. 게으른 조합원에게 빠짐없이 알려주는 단체모임의 친절함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반찬나눔 동아리, 지구 살리기 캠페인, 독서토론, 인문학 특강 등등 수시로 한번 가볼까 하는 욕망이 일어나는 공동체 모임이었지만 시간 핑계, 날짜 핑계로 행동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앗, 할까? 해볼까? 그래 하자!”라는 대단한 결심이 섰다. 주말텃밭 공고가 났을 때였다. 20명을 모집해 매년 농사를 짓는데, 마침 빈자리가 났으니 경험 없는 조합원들도 참여하라는 독려 메시지였다. 마음이 동했다. 빈자리라는 말에 마감세일만큼이나 조급해졌고, 나름 빛의 속도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어맛, 이게 뭐야?” 기자가 빛의 속도였다면, 인터스텔라 시간여행자급의 빠르고 부지런한 얼리버드들이 있었다. 아뿔싸! 4명 모집하는데 다섯 번째 대기자가 됐다. 그렇게 게으른 자의 주말텃밭은 다시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Do you wanna learn? 도시농업, 주말텃밭
3년 전의 실패 뒤, 주말텃밭은 한동안 잊고 지냈다. 하지만 농사는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완연한 봄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일까? 더 늦기전에 한번은 도전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졌다. 어라? 의외로 도시농업이 성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서울시 도시농업만 해도,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채소 등을 가꿀수 있는 집 근처 및 도시근교 밭(weekend vegetable garden)의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보통 구획당 6.6~30㎡ 규모로 매년 2~4월경에 분양해 10~11월 초까지 운영된다.
서울시의 도시농업 가운데 특히 강동구가 일찍부터 잘되고 있다고 하여 인터넷을 찾아보니 사실이었다. 도시텃밭을 곳곳에 조성하고 도시농업공원까지 만든 강동구는 지난 3월 30일 이후부터 공동체 텃밭을 포함, 강동구 내 8개소 도시텃밭에서 일제히 개장식을 갖고 올해 농사를 시작했다. 이외에도 민영 텃밭공동체, 동 주민센터 도시텃밭 등 총 6,797 구좌를 분양한다. 2년 전 강동구로 이사온 기자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도시농업 체험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도시농업은 강동구의 핵인싸(?) 지원사업이니 꼭 한번 체험해보고 싶었다.
강동구의 도시농업 교육 프로그램 정규과정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텃밭 관리, 먹을거리, 양봉, 약초, 종자 등 도시농업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전문인력도 양성 중이다. 기자는 이 중에서 ‘현장농부학교’ 체험에 나서보기로 했다. 포털 사이트를 찾아 구청의 해당 과로 문의하니 청강 참여를 환영한단다. 더욱이 현장농부학교는 도전 의지는 강하지만 이론과 실습이 부족해 텃밭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초보 농부들을 위한 현장실습 프로그램이란다. 주말텃밭을 해보고 싶은 기자에겐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텃밭 위치가 최고다. 기자의 집으로부터 걸어서 5분 거리. 이 정도면 게으른 기자가 언제든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을 입고 달려가도 눈치 볼 일이 없으니, 우리 동네 만세다.

Let me know 24절기 농부 달력 만들기
결과부터 말하면, 기자가 살짝 맛본 도시농업은 이색적인 재미가 쏠쏠했다. 이론 강의도 재미있고, 현장실습은 생산적이란 말 그대로였다. 실제로 이날 들은 ‘24절기 강의’는 인문학 강의보다 재미있고, 의외의 지점에 자리한 도시텃밭은 코앞이 아파트촌이라는 현실을 잊게 했다. 무엇보다 다시 한 번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얼마나 신비롭고 과학적인지 깨달음을 줬다. 이날 강사로 나선 《24절기와 농부의 달력》 저자이며 (사)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보급소 소장이자 안산 바람들이 시민농장의 안철환 대표가 가르쳐준 24절기의 과학성에 감탄했다. 그 심오한 우주만물의 원리는 기자의 짧은 지식으로 설명 불가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안 대표의 저서를 참고하시라.
그 대신 24절기를 기억하는 방법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만큼은 소개한다. 즉, 태음력과 태양력을 모두 고려해 만들어진 24절기는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 추분과 낮이 가장 길어지는 하지, 밤이 가장 긴 동지를 기본으로 농부의 달력을 만들 수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동그란 원을 그리고 4등분하자. 여기에 계절의 분기점이 되는 기(基) 절기를 4방향에 표시하자. 위쪽에 하지, 아래쪽에 동지, 왼쪽에 춘분, 오른쪽에 추분을 표시한다. 이를 다시 사선으로 4등분하여 계절이 일어서는 입(立) 절기를 구분한다.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을 배치시키는 것이다. 다음은 계절의 교차점인 교(交) 절기를 배치한다. 입춘 다음에 우수·경칩, 입하 다음에 소만·망종, 입추 다음에 처서·백로, 입동 다음에 소설·대설을 차례로 넣으면 된다. 이와 함께 다시 계절의 절정 극(極) 절기인 청명·곡우, 소서·대서, 한로·상강, 소한·대한을 배치한다. 이 가운데 농사 절기는 춘분·청명, 곡우, 하지, 처서, 한로·상강이다.
“어라, 배울 땐 알겠는데 막상 해보니 헷갈리네.” 바로 그때, 이것만 기억하라고 안 대표가 귀띔해준다. 계절의 변화를 뜻하는 기(基) 절기인 동지, 하지, 춘분, 추분이다. 다시 말해, 춘분은 한 해의 농사 계획을 짜고 작년에 수확해둔 종자를 선별해야 하는 시기임을 잊지 말란다. 반면에 추분은 가을이라 해도 한낮은 아직 뜨거운 한여름이 남아서, 이때가 바로 텃밭농사의 하이라이트란다. 즉, 춘분은 봄 파종을, 추분은 가을 수확을 준비하고 김장에 쓰일 무와 배추를 파종하기 적당한 시기라는 것만큼은 잊지 말라는 주문이다.
듣다 보니 초보 텃밭 체험자인 기자는 또다시 헷갈렸다. 그러니까 이맘때 뭘 심어야 적기냐는 되돌이표 질문이다. 이는 곧 이어진 텃밭 현장체험에서 실기교육을 통해 풀렸다. 지난 주 작업과 이번 주 파종작업을 하는 이유를 알고 보니 이해가 됐다. 그러니까 5인 1조를 이룬 초보 도시농부들이 지난 4월 5일에 1년 중 날이 가장 맑다는 ‘청명(淸明)’을 기해 올해 텃밭농사를 시작한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농가에서 청명을 기하여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하고 이 무렵에 논밭 둑을 손질하는 가래질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이치를 따른 것이란다. 즉, 한 주 전에 이랑을 만들고 감자와 토마토를 심은 작업은 철저하게 24절기 농부의 달력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모종 심는 회원들과 강동구 파믹스센터 토종씨앗박물관1·2_ 청명을 지난 즈음인 4~5월 초에 상추나 땅콩 모종을 텃밭에 심는다.
3_ 강동구 파믹스센터에서는 씨앗 대출 및 반납, 채종법 등에 관한 상담을 진행하며 토종씨앗박물관도 운영한다.

Let's enjoy! 이랑 만들어, 씨 뿌리고 모종 심자!
그런데 잠깐! 이랑이 뭐더라? 이것부터 알고 가자. 이랑이란 물빠짐을 좋게 하기 위해 고랑을 파고 두둑을 만드는 작업을 뜻한다. 따라서 씨앗이나 모종을 심기 위해서 이랑 만들기는 필수다. 특히 고추와 같이 건조한 곳에서 잘 자라는 작물은 이랑을 높게 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작물은 이랑을 낮게 해야 한다. 또한 이랑을 만들 때 상추, 쑥갓, 아욱 등 잎채소는 평평한 이랑이 좋고, 고추, 토마토 등 열매채소와 감자, 고구마 등 뿌리줄기채소는 골 이랑을 만들면 작업하기 편리하단다.
그렇다면 두 번째 파종일인 이날은 왜 땅콩과 상추를 택했을까? 그 이유는 4~5월 초가 이 작물들의 파종의 적기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설명은 이날 현장실습을 맡은 강동구의 도시농업과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도시농부 공동체 ‘도시농담’ 남시정 대표가 들려줬다. 남 대표의 시연에 따르면, 이미 이랑을 만들어둔 상태여서 비교적 파종은 간단했다.
우선 땅콩 모종이나 땅콩 씨앗 크기의 2~3배 정도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옆으로 물을 충분히 부어 흡수시킨다. 이어 땅콩 2알이나 땅콩 모종을 심은 후 2~3배 많은 흙을 덮어 마무리하고, 토질에 맞게 다시 한 번 물을 충분히 주는 것으로 끝났다. 다음은 상추 씨앗 뿌리기. 그런데 상추 씨앗은 너무 작고 가벼워 그냥 뿌리면 바람에 날리므로 모래와 골고루 섞어서 뿌리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이날은 씨앗 대신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상추 모종 심기를 택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파종했다. 우선 상추 모종의 1~2배 깊이로 구덩이를 파고, 여기에 물을 충분히 부어 가득 채운다. 다음으로 상추 모종을 V자로 거꾸로 받쳐 살살 빼낸다. 물이 스며든 것을 확인한 후 모종을 가운데로 세워 묻는다. 이때 모종의 흙은 주변의 것만 살짝 끌어 모아 덮고, 꾹꾹 누르지 않고 마무리해야 자생력이 커진단다. 특히 물이 잘 스며들게 하려면 모종이 살짝 안쪽으로 들어가게 묻는 게 요령이다.
2시간 강의는 이렇게 봄 절기에 맞는 파종 연습으로 끝났다. 그런데 아직 눈앞에 펼쳐진 텃밭은 휑하다. 변덕스런 봄 날씨도, 뭐 먹을 게 없나 기웃거리는 도시의 새도 걱정이다. 물가에 어린 자식 내놓은 부모 심정이 이런 걸까? 그때 보조 강사님이 한마디 하신다. “걱정 마세요! 금방 안나옵니다. 기다리면 될 놈은 나오고, 안 된 놈은 다시 심으면 됩니다”라고.
불현듯 인생 농사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래, 불혹을 넘어 지천명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나도 알겠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농사짓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실패해보는 게 낫더라나, 뭐라나?’

이랑만들기 설명듣는 회원들과 현장농부학교 텃밭 실기교육 모습1_ 씨앗이나 모종을 심기 위해서는 이랑을 만드는 게 필수다.
2_ 현장농부학교 텃밭 실기교육은 도시농부 공동체 ‘도시농담’ 남시정 대표가 맡았다.

박은주 전문기자 사진 박명래 객원사진기자

[2019-04-30]조회수 : 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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