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10.27
다 욕심 때문에 그래요
㈜클린아이디어 조성호 대표

조성호 대표는 약속을 잘 지킨다. 사채업자로부터 하루에 100통씩 걸려오는 독촉전화를 꼬박꼬박 받았고, 4억 원에 달하는 빚과 이자도 모두 갚았다. 재기를 하고 임차공장을 마련한 날, 직원들에게 2년 후 자가 공장으로 이사를 가겠노라 선언했다. 그 약속도 어김없이 지켜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조 대표는 한 번도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와 마주 앉아 1시간만 대화를 나눠본다면, 그가 가진 초긍정의 에너지가 천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가 자신의 허물과 과오를 정면으로 마주 본 이의 내면에만 새겨지는 성찰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알게 된다.

조성호 대표

초음파세척기로 초고속 성장, 그 뒤에는
경기도 일산 외곽의 한적하고 조그만 공단 안에 초음파세척기를 생산하는 ㈜클린아이디어(대표 조성호)의 공장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생산품목의 덩치도 큰 데다 100억 원을 목전에 두고 있는 매출 규모로 봤을때 생산시설이 다소 협소하다고 생각할 때쯤, 조성호 대표가 “공장을 확장해야 하는데 부지를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공장 주변의 땅과 건물들을 차례로 훑었다. 말은 걱정이라고 하면서도 얼굴 표정에서는 감출 수 없는 뿌듯함이 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의 임차공장에서 이곳 일산으로 자가 공장을 마련해 옮긴 것이 2018년 6월 15일. 그 사이 매출 규모가 늘어 생산시설 확대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2016년 법인으로 전환하고 매년 두 배 가까운 성장을 해온 클린아이디어는 초음파세척기 시장의 선두주자다. 반도체 세정 등 주로 산업용으로 사용되던 초음파세척기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조 대표가 상업용 시장에 도전한 것이 2014년. 초기에는 판매·유통만 하다가 엔지니어와 공장장을 영입해 1년간 준비한 끝에 2016년에 인천 임차공장에서 제조를 시작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일시적으로 상업용과 가정용 초음파세척기 붐이 불었지만, 초기 시장에 공급된 제품의 성능 문제로 인해 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제품을 유통하면서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조 대표는 차별화된 기술만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상업용 초음파세척기는 산업용 기술을 그대로 가져다 쓰다 보니 소음이 크고 세척이 잘 안 되는 문제를 갖고 있었어요. 부품을 조립해 납품하는 수준이었죠. 핵심은 진동자와 발진기인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외주업체를 찾아 다행히 기술개발에 성공했고 특허도 취득했어요. 기존 제품과 성능 면에서 워낙 차이가 나다 보니 매출이 매년 급상승했죠.”
여세를 몰아 조 대표는 내년에는 건조기일체형 초음파세척기 출시를 목표로 양산시스템 구축에 한창이다. 시장의 니즈를 꿰뚫어본 아이템 선택, 과감한 R&D 투자, 적절한 후속제품 개발 타이밍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제조업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라왔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보면, 이렇게 잘나가는 회사의 대표가 무슨 위기를 겪었을까 의심마저 든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 공장을 둘러싸고 스펙터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랍고 훈훈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사장병엔 약도 없더라…
공장 이야기를 하려면 일단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판매·유통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조 대표가 창업을 한 것은 2004년이다. 회사가 분리되는 바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창업을 하게 된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광고회사를 차렸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광고와 마케팅을 하고, 괜찮은 제품을 소싱해서 판매도 했었다. 제법 잘나가던 회사가 무너지기 시작한 건,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대행하는 후배의 회사를 인수하고 나서였다. 그때가 2008년이다.
인수를 하고 나서 회사를 정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6개월. 조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한순간에 무너졌다. 당시 회사 직원들이 인수하려는 회사의 소문이 좋지 않다며 만류했지만, 그런 말들이 그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직원이 60명이나 되는 꽤 큰 규모의 회사여서 인수를 하면 회사 덩치를 단번에 키울 수 있을 거라는 욕심이 그의 눈과 귀를 막았다. 잘 모르는 분야였지만, B2C 사업에 B2B까지 얹으면 시너지가 날 것이란 기대로 조 대표는 앞뒤 재지 않고 밀어붙였다.
하지만 인수를 하고 보니 회사는 껍데기만 남은 상태였다. 부채가 상당했고, 60명이나 되는 직원들의 임금도 밀려 있는 상태였다. 기업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기존 고객사들을 방문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해당 분야에 인맥도 없는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몰아쳐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조 대표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기업 광고는 전혀 모르는 분야였는데 너무 무모했어요. 물에 빠지고 있었는데 저만 몰랐던 거죠. 주변에서 말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욕심 때문이었죠. 조그만 회사의 사장으로 불리다가 대표라고 불리니 기분이 좋았어요. 인수를 결정할 때 기존 직원들과 충분히 의논했어야 했는데, 저 혼자 결정한 것도 패인이었고요. 사장병에 걸렸던 거죠.”
상황이 나빠지니 기존 직원들이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고, 결국은 조 대표 혼자 남았다. 어렵게 마련한 집 두 채를 팔았는데 그것으로도 모자랐다. 부모님 집까지 경매로 넘어갔고, 함께 사업을 한 형과 동생도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집안 전체가 흔들렸다. 어떻게든 회사를 정리하려면 밀린 인건비 정산이 필요했고, 결국 그는 사채를 1억 원이나 끌어 쓰는 악수를 두었다.

조성호 대표

사채업자의 마음 돌린 진심의 힘
회사를 정리한 후 조 대표는 아는 선배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정말 열심히 일했고 돈도 제법 벌었지만, 빚을 갚을 길이 보이지 않았다. 매달 돈을 갚아나가는데도 고리의 이자가 붙으니 1억 원이었던 사채 빚이 어느새 4억 원까지 불어났다. 사채업자는 하루에 100통씩 전화로 독촉을 했다. 도저히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한 조 대표는 결단을 내렸다.
“이러다 자살하겠더라고요. 당시 아이가 셋이었어요. 그래서 결국 담판을 짓기로 했죠. 사채업자를 만나기로 한 날, 아내에게 2시간 후에 연락이 안 되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해두고 집을 나왔어요.”
두렵지만 결연한 마음으로 사채업자를 찾아간 그는 실제로 구타를 당하기도 했지만, 결국 사채업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더 이상 이자를 불리지 않고, 빌린 원금과 그때까지의 이자를 계산한 4억 원을 분납하기로 한 것.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끝까지 갚을 테니 믿어달라고 설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한 달에 250만 원씩 갚아나가며 결국 2015년 말에 조 대표는 빚에서 자유로워졌다.
“사채업자분이 하루에 100통씩 전화하는 걸 다 받은 채무자는 저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웃음) 보통은 전화를 피하는데, 꼬박꼬박 전화를 받는 걸 보니 돈을 갚겠다 싶었나봐요. 실제로 돈을 다 받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더군요. 빚을 다 갚은 날, 사채업자분이 펑펑 우셨어요.”
빚을 갚기 위해 영업전선에서 뛰면서 초음파세척기라는 아이템을 만난 조 대표는 클린아이디어를 창업했고, 인천에 임차공장을 마련해 제조업을 본격 시작했다.
반전은 그 이후다. 지금의 일산 공장을 시세보다 3억 원이나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다리를 놔준 사람이 바로 사채업자였다. 자금이 부족해 애태우던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었던 것. 조 대표는 이자로 냈던 3억 원을 고스란히 돌려받은 기분이었다.
“악다구니를 하며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싸운 상대였는데, 지금은 친구처럼 지냅니다. 이 일을 계기로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어떤 사람과 어떤 인연으로 만날지 모르니 까불지 말아야겠더라고요.”
욕심과 오만 때문에 인생의 바닥을 경험했던 조 대표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와 닿는 말이다.

나는 달린다! 무조건 된다는 믿음으로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얻은 것인 만큼, 조 대표에게 지금의 회사와 직원은 너무도 소중하다. R&D에 투자해서 얻은 특허기술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소음을 대폭 줄이고 세척 성능을 높인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작년에 R&D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는 바람에 창업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조 대표는 걱정하지 않는다. 늘 기술을 우위에 두고 성장을 해온 만큼 올해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2016년 임차공장에 둥지를 튼 날, 직원들에게 2년 후 임차기간이 만료되는 날 반드시 자가 공장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지켜낸 그다.
초음파세척기를 가전제품 시장에 선보이기 위한 준비도 착착 진행 중이다. 가정용 제품의 AS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격 IoT 기술을 곧 선보일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초음파세척기 분야에서 최고 기업이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런 초긍정 마인드는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실패의 수렁에 빠졌을때부터 그는 늘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직원을 다 정리하고 빈 사무실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있을 때에도 파이팅을 외쳤어요. 시간이 되면 빚 독촉 전화가 올 테지만, 그래도 어쨌든 일 할 준비는 해야 했으니까요. 지금도 항상 아침 출근길에 혼자 차에 앉아 파이팅을 외칩니다.”
40대의 나이에 실패와 재기를 하는 과정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조 대표는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원고를 쓰고 있다. 40대 이상의 늦깎이 창업자들을 위한 재기 프로그램이 별로 없는 것을 항상 안타깝게 생각해왔던 그는 중년의 스타트업 창업자를 위한 책을 내볼 요량이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좌절하고 있을 CEO들에게 자신의 경험이 담긴 조언도 잊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저에겐 당시 그것이 영업이었고, 그래서 자존심 다 내려놓고 뛰어들었습니다. 덕분에 초음파세척기라는 아이템을 만났죠.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자신 있었습니다. 저처럼 힘이 생길 때까지 우선은 소나기를 피하면서 충전한 다음, 다시 도전하세요. 그러다 보면 길이 보이고,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새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겁니다”.

임숙경 기자 사진 김윤해 기자

[2020-06-03]조회수 :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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