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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환경 디자인에서 인명구조장비 제조로 피보팅
감환경디자인

지속 성장은 끊임없는 혁신에서 출발한다. 감환경디자인은 30년 넘게 한길을 걸은 도시환경 디자인 분야에서 벗어나 인명구조장비 제조로 사업의 축을 옮기며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으나 망설임 없이 도전한 결과는 시나브로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확대보기감환경디자인의 인명구조장비

행정안전부에서 발행한 《재난연감》에 따르면 2019년에만 4,068건의 수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들로 1,345명의 인명피해가 났으며, 이 중 475명이 사망했다. 기존 구명 튜브의 투척 거리가 최대 7m에 불과하고 정확한 방향 조준이 어려워 사실상 구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뉴스가 해마다 반복되는 가운데, 최근 이 같은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떠오른 제품이 있다. 고정식 인명구조 로켓 발사기 ‘라이프가드(Life Guard)-100’.
이 제품은 익수자를 발견하는 즉시 발사대에 구명 발사체를 끼우고 익수자 방향으로 거리와 각도를 조준한 후 발사 버튼을 누르기만 된다. 발사체는 최대 60m 날아가고, 물에 닿는 즉시 구조 튜브로 변신한다. 익수자가 7~8m 이내 거리에 있다면 구명 발사체를 직접 던져도 무방하다. 로켓 발사기 사용을 위해 문 열림 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119 긴급출동에 자동으로 신고되므로 수난사고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 제품은 2018년 감환경디자인(대표 김재록)에서 출시하자마자 제대로 주목받았다. 놀라운 것은 이 제품을 선보이기 전까지 감환경디자인이 광고물, 조형물 등을 주력으로 도시환경 디자인 분야에서 승승장구해온 전문기업이라는 점이다. 30년 넘게 영위해온 도시환경 디자인 분야에서 벗어나 인명구조장비 제조로 사업의 축을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확대보기서상득 부사장도시환경 디자인에서 벗어나 인명구조 로켓 발사기 제조로 피보팅을 주도한 서상득 부사장

IMF 위기에 맞서 민간시장에서 공공시장으로

감환경디자인의 시작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종합광고라는 작은 개인회사로 출발한 이곳은 10년 뒤 법인으로 변경하면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1990년대 초부터 내부에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3D 그래픽을 선보였으며, 무엇보다 디자인 인력에 과감히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 디자인 전문인력을 대거 채용한 데 이어 꾸준한 교육으로 역량 강화에 앞장섰던 것. 남다른 디자인에 기술력까지 갖춘 감환경디자인은 건설회사 모델하우스 사인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법인으로 전환할 당시에는 직원이 40명 규모로 늘고 매출도 100억 원을 웃돌 정도로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은 IMF 때였다. 내로라하는 건설회사들이 하루아침에 쓰러지면서 그 중심에 있던 감환경디자인 역시 막대한 손해를 입고 매출이 60% 이상 급감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 같은 위기에 맞서 감환경디자인은 첫 번째 피보팅을 진행하게 된다. 건설회사 중심의 민간시장에서 관공서 중심의 공공시장으로 사업의 축을 옮긴 것. 그즈음 관광과 문화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딱딱한 도시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공공시설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는 지자체가 늘기 시작했다. CI, BI를 리뉴얼하는 것부터 획일적이고 요란한 간판 대신 도시적이고 개성 넘치는 간판으로 재정비하거나 도시의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일련의 흐름은 새로운 기회나 다름없었다.
이 같은 트렌드를 캐치한 감환경디자인은 공공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디자인연구소를 개소하고 디자인 인력도 더 늘렸다. 2000년 한국 국제광고물및기자재전 대통령상, 2001년 대구시우수광고물 제작 대구시장 표창, 한국사인디자인전 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을 정도로 도시환경 디자인 분야에서 인정받았다. 남다른 디자인에 섬세함, 그리고 정확한 납기까지 가능한 감환경디자인은 경상북도 영덕군 삼사해상공원 해맞이 조형물 사업을 시작으로 공공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확대보기인명구조 로켓 확대보기구명 튜브인명구조 로켓은 물에 닿는 순간 2~3초 내에 팽창해 구명 튜브로 변신한다. 로켓 발사기의 유효 사거리가 최대 60m에 달한다.

도시환경 넘어 인명구조장비를 디자인하다

2000년대 이후 대구·경북지역은 물론 서울·경기권을 넘어 전국으로 보폭을 넓히며 공공디자인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던 감환경디자인은 2018년 인명구조장비를 출시하며 제조로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하게 된다. 이 같은 도전에 대해 서상득 부사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도시환경 디자인 분야에서 공공시장은 안정적이긴 하되 성장의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시설물 사업이 정해져 있으니 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최대 매출이 20억~27억 원을 넘지 못하더라고요. 더욱이 업계 경쟁이 치열하고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빠르게 변하는 광고 트렌드를 고려할 때 사업을 지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인명구조장비 제조는 서 부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고향이 영덕인 그는 해마다 바닷가나 하천, 호수에서 반복해 일어나는 수난사고를 눈여겨봤고, 기존 인명구조장비를 개선하거나 혁신한다면 얼마든지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그렇다고 무턱대고 시작하지는 않았다. 서 부사장은 미래 먹거리에 관한 선택인 만큼 철저한 시장조사와 수요조사부터 진행했다. 행정안전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호수(저수지), 하천, 해안, 계곡 등 전국에 약 1만 개의 수난사고 인명구조장비함이 설치돼 있다.
“기존에 설치된 인명구조장비함은 별도의 기준이 없어 관리가 미흡하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유사시에 쓰려고 하면 자물쇠로 잠겨 있거나 텅 비어 있기 일쑤고, 막상 구명 튜브를 던져서 익수자를 구하려고 해도 먼 거리에 있는 익수자에게 정확하게 던지기가 쉽지 않죠. 방파제라면 테트라포드를 지나 익수자까지의 거리가 30m를 훌쩍 넘고요. 신속성이나 정확성, 실효성이 모두 떨어집니다. 이런 점을 개선하는 데 방점을 찍고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시장과 수요를 확인한 서 부사장은 그 즉시 국책과제를 신청해 2016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 산학연 협력 과제로 기술개발을 시작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처음에는 휴대용 총기형 제품으로 개발했으나 시제품 시연에서 도난과 파손의 우려가 있고, 실제로 사용할 때 익수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불거져 이를 대대적으로 보완했다. 그렇게 2년간 10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것이 고정식 인명구조 로켓 발사기 ‘라이프가드-100’이다.
라이프가드-100은 익수자에 대한 조준 정확도가 약 97%에 달하고, 구조 로켓이 물에 닿는 순간 최대 3초 이내에 가스가 자동으로 공급되면서 구명 튜브로 바뀐다.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도 구명기구 장착과 발사 등, 단 두 번의 조작으로 1분 이내에 구명 튜브를 전달할 수 있다. 기술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최대 40회 연속 발사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기존의 인명구조장비함에 구명 튜브가 2~4개 비치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또 지면에 고정해 설치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포신의 회전 각도를 제한해 익수자 구조에만 사용하고 다른 곳에 발사되지 않는다. IoT 기술을 접목해 관제센터 등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 제품만의 강점이다.

확대보기라이프가드-100라이프가드-100은 조달청 혁신 시제품으로 선정된 이후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으로부터 꾸준히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산불 진화 등에 응용, 혁신성으로 승부할 것

라이프가드-100은 2019년 조달청 기술혁신 시제품에 선정된 이후 그해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 특허청장상, 이듬해 혁신조달경진대회 동상을 받았다. 단순 설치물에 그쳤던 인명구조장비함을 기계화하고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구조상의 실효성과 관리, 유지 보수의 효율성을 높였다고 평가받았다.
서 부사장은 라이프가드-100을 만든 기반 기술로 다양한 응용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현재 산불 진화에 사용할 수 있는 로켓 발사기 개발을 진행 중이다. 원거리 산불 진화에 소방헬기 외에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1㎞ 이상 날아가는 로켓 발사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경찰청과 함께 이른바 날아가는 포승줄로 불리는 ‘포승줄 제압장치(볼라 랩, Bola wrap)’ 개발에 착수했다. 강력범죄와 경찰관에 대한 피습이 늘고 있어 새로운 제압형 장비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총기류나 전기충격기는 사용 매뉴얼이 엄격해 현장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였다. 서 부사장은 포승줄을 발사해 순식간에 대상자를 묶어 제압하는 방식의 장치를 이용하면 기존의 전기충격기(테이저건)와 달리 고통이 적고, 원거리에서 대상자를 상처 없이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감환경디자인의 지난해 매출은 8억 원 남짓. 도시환경 디자인 분야 사업을 접고 라이프가드-100 개발과 마케팅에만 주력했기 때문이다. 대신에 올해 매출 목표는 21억 원으로 잡았다. 조달청 혁신 시제품으로 선정된 이후 대구시, 경상남도, 안동시, 영양군,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구매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자신했다.
달라지는 비즈니스 환경을 빠르게 파악하고 과감하게 피보팅에 나선 감환경디자인.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명구조장비 시장에 새로 진출한 감환경디자인의 도전은 이제부터다.

확대보기감환경디자인의 인명구조장비

감환경디자인의 스위칭 버튼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과감하게 사업 전환을 시도했다.
• 기존의 도시환경 디자인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시장에서 필요한 제품과 수요를 발굴했다.
• 2년 동안 10억 원을 들일 정도로 제품개발을 완료할 때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 정확한 조준, 원거리 투척, 실시간 모니터링 등 기존 인명구조장비함의 문제점을 제대로 개선했다.
• 도시환경 디자인과 인명구조장비 제조 분야는 전혀 다르지만, 공공시장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에 쌓은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했다.

이은정 | 사진 손철희

조회수 : 350기사작성일 :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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