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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국
중고와 사랑에 빠진 영국

영국 중고 거래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이베이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중고물품 거래량이 매년 4배씩 성장하고 있으며, 미국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이끄는 중고 시장

중고 거래는 불황형 소비현상으로 여겨진다. 브렉시트에 이어 지난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영국 경제가 오랜 기간 부침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국 중고 거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경기침체와 가계소득 감소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소비와 순환 경제에 큰 관심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자의 주축으로 성장한 것이 시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한다.
영국의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고 거래는 더 이상 ‘남이 쓰던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가 아니다. 지출을 줄이고 환경을 위하는 현명한 소비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중고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기존 세대와 달라진 것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오래된 것도 소중히 여기는 영국인의 보편적인 가치관에 지속가능성,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요구가 뒤섞여 새로운 소비 형태가 탄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변화를 모색 중이다. 대표적으로 이케아는 사용하지 않는 가구를 매입한 뒤 새 제품의 절반 가격 이하로 되파는 바이백(buy-back)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며, H&M 계열의 패션 브랜드 코스(COS) 역시 비슷한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영국의 양대 럭셔리 백화점 중 한 곳인 셀프리지도 지속가능성 캠페인의 일환으로 리셀 프로그램 ‘리셀프리지(Resellfridges)’를 시작했다. 기업의 자체적인 중고 거래 운영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충성도 관리 차원에서 효과가 입증된 바 있어, 앞으로 중고 거래가 사업분야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확대보기셀프리지의 리셀프리지 프로그램지난해 9월 영국의 양대 럭셔리 백화점 중 한 곳인 셀프리지는 지속가능성 캠페인의 일환으로 리셀 프로그램 ‘리셀프리지’를 시작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대확산은 영국의 중고 거래 시장에 두 가지 큰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는 ‘소비 실용주의’의 확대다. 영국의 대표적인 중고 거래 오픈마켓 이베이는 자체보고서를 통해 2020년 1월과 7월 사이에 1,200만 건의 중고물품 거래가 성사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8년도 같은 기간보다 12배 급증한 수치다. 줄어든 가계소득을 안쓰는 물건을 팔아 만회하려는 영국인이 늘어난 결과로 해석되지만, 일각에서는 국가봉쇄령 조치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영국인들이 생필품과 그렇지 않은 물건을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많은 영국인들이 ‘정말로 나에게 필요한 물건인가?’를 스스로에게 되묻게 됐다는 것이다. 중고거래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과 관계없이 이러한 소비트렌드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중고 의류 및 액세서리 부문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두 차례에 걸친 국가봉쇄조치는 중고 의류의 활동 무대를 오프라인 상점이 아닌 온라인으로 옮겨가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의류 재활용함에 들어가거나 자선단체에 기부됐을 옷들이 이베이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작인가? 스쳐갈 유행인가?

중고 거래 플랫폼 형태는 크게 오픈마켓, 직매입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지역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넥스트도어(Nextdoor)’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SNS와 달리 거주지 증명이 필요하고, 실명으로만 가입이 가능하며, 동네 주민으로만 이뤄진 온라인 공간이다. 미국에서 이룬 성공을 발판 삼아 지난 2016년 유럽에서는 두 번째로 영국에 서비스를 론칭했다.

확대보기넥스트도어 모바일 화면지역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넥스트도어’

이 서비스는 작년 3월 영국 봉쇄령 당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헬프맵(Help Map) 서비스에서 일약 국민 앱으로 발돋움했다. 이 앱의 핵심 서비스가 중고 거래는 아니지만, 기존 플랫폼의 과도한 거래 수수료와 사기 거래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넥스트도어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이미 지역광고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한 만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온라인 중고 거래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다.
서비스명 ‘Karrot’으로 지난 2019년 영국 중고 시장에 도전장을 낸 당근마켓도 꾸준히 성장하는 지역 기반 앱 가운데 하나다. 아기자기하고 사용자친화적인 인터페이스, 중고 거래에 특화된 기능을 앞세워 맨체스터를 비롯해 버밍엄, 리즈, 셰필드 등 지방 주요 거점의 사용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고 거래 증가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과 오랫동안 지속될 거대한 소비 물결이라는 의견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소매 업계는 치열한 눈치 싸움 중이다. 새로운 일상을 되찾고 경기가 회복되면 순환경제, 지속가능성에 대한 영국 소비자의 요구가 수그러들까? 중고 시장의 열기 또한 빠르게 식을까? 영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겐 어느 때보다 통찰이 필요한 때이다.

김진혁 영국 현지 리포터

김진혁 리포터는 영국에서 브랜딩 석사과정 졸업 후 영국 내 IT기업에서 비즈니스 분석가로 재직 중이다.

조회수 : 1,529기사작성일 :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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