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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전성시대
변화와 혁신의 길라잡이, 원천기술에 답이 있다
아진엑스텍

‘최초’라는 단어만큼 화려한 수식어는 많지 않다. 특히 기술기업에 있어서 그 타이틀은 선망의 대상이다. 대구 성서스마트그린산단에 자리한 아진엑스텍은 토종 기술력으로 국내 모션 컨트롤 업계를 선도해온 강소기업. 공정 자동화의 핵심 요소인 모션 제어 칩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코넥스 상장 1호 기업 중 최초로 코스닥 이전 상장을 했다. 영광의 타이틀을 양손에 거머쥔 아진엑스텍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확대보기김창호 대표

산업화가 활발했던 시절, 대구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1970년대는 섬유와 의류도매업 비중이 전국의 30% 이상을 차지했을 정도로 섬유산업의 메카였다. 기계금속, 전기전자 등 전후방을 잇는 전통 제조업도 황금기를 맞았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 산업이 재편되고, 주력이었던 섬유업마저 침체의 길로 들어서면서 대구는 점차 활력을 잃어갔다.
신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했던 대구에 최근 로봇을 필두로 스마트한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7월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한 것. 아진엑스텍을 비롯한 지역 혁신기업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 18개 기업과 기관이 특구사업자로, 현대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 LG전자 등이 협력사업자로 각각 참여하고 있다. 실증과 함께 국내외 표준 제안이 이뤄지는 만큼 구체적인 밑그림이 완성되면 그 파급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확대보기한반도의 약도에서 대구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 위치 혁신을 만들어가는
대구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

협동로봇은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제 223조 ‘운전 중 위험방지 원칙’에 따라 펜스와 같은 안전장비를 갖춘 상태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하지만 특구로 지정되면서 아진엑스텍이 위치한 성서스마트그린산단 일부 등 14개소 8.3㎢ 내에서 실증 테스트가 가능해졌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대구시,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대경로봇기업진흥협회와 4자간 업무협약을 맺고 로봇산업 분야 전후방 유망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한다.

무모한 도전이 아닌 무한한 가능성

“대구에는 국내 유일의 로봇산업 진흥기관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있고, 2017년 로봇산업클러스터가 조성돼 관련 기업이 집적화되어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 생산 국내 1위 업체인 현대로보틱스가 이전한 데 이어 글로벌 기업인 ABB, 야스카와, 쿠카 등의 생산공장 또는 연구소, 교육센터 등을 유치하면서 대구는 명실상부한 로봇 분야 비수도권 1위로 성장했습니다.”
인프라 구축과 기업 유치, 인력 양성으로 도시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하는 아진엑스텍의 김창호 대표. 경북대학교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영남대학교와 계명대학교 등지에서 메카트로닉스를 전공한 우수한 인재가 해마다 배출되고 있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로봇 산업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20여 개에 불과하던 대구지역 로봇 기업 수는 2019년 200개를 돌파하며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형자산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 기술기업 대부분이 수도권에 편중된 안타까운 현실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4차 산업혁명과 패러다임의 변화로 기술 간의 융합과 이를 뒷받침하는 산업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지속발전을 위한 협력체계가 필요한 법. 일찌감치 이런 생각을 한 김 대표는 2010년 대경로봇기업진흥협회 설립을 추진하고, 2018년에는 글로벌 로봇 클러스터(GRC)출범에 힘을 모았다. 두 협회의 회장을 겸직 중인 그는 로봇 포럼 개최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국제적인 기술 교류와 비즈니스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런 중책을 맡게 된 것은 아진엑스텍을 이끌며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모션 제어 칩은 일본,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오직 7개 기업만이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희소성 있는 원천기술이다.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업계를 선도하며 성장했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레퍼런스가 없는 지방 중소기업이라는 편견 때문에 정부지원사업에서 탈락한 것도 부지기수였다.
“모션 제어 칩은 산업자동화의 핵심 부품입니다. 개발하려면 기계와 전자, 컴퓨터공학, 여기에 알고리즘과 수학까지 관여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국산화를 못하면 우리나라는 영원히 기술 종속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죠. 하지만 그 덕분에 무한한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확대보기프로토타입이동식 협동로봇 활성화를 위한 프로토타입

확대보기XR 글라스 시제품아진엑스텍이 개발 중인 스마트팩토리용 XR 글라스 시제품

확대보기본사 제품 전시장대구 성서스마트그린산단에 자리한 본사 제품 전시장

기회는 위기와 같이 온다

때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당시 30대 중반의 나이로 외국계 보험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공학박사인 동생이 찾아와 창업을 제안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으로 국내 주력산업이 재편되고 있을 때였다. 자동화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모션 컨트롤 시장이 커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정작 핵심 부품인 모션 제어 칩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형국이었다.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형제가 합심해 밤낮없이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1997년 반도체 장비용 모션 제어 칩 CAMC-5M 개발에 성공했고, 이로 인해 국산화의 물꼬가 트였다. 아진엑스텍은 벤처기업 선정을 시작으로 기술경쟁력 우수기업 지정, 국산신기술(KT)마크를 획득하는 영예를 안았다. 각종 수상이 빗발치며 뜨거운 찬사가 이어졌다. 직원들을 모두 기술개발에 투입시킨 김 대표는 혼자 승합차를 운전해 전국으로 영업을 다녔다. 그러나 세간의 주목을 크게 받은 것과는 달리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기술력이 있으면 좋은 반응을 얻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그야말로 순진했던 거죠. 장비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무엇보다 안정성이 최우선이기에 이미 입증된 외산 제품을 쓰려고 했습니다. 모션 제어 칩에 문제가 생겨 제조라인이 멈추기라도 하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손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백번 이해하지만 그때는 참 야속했습니다.”
설상가상 아진엑스텍이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일본의 기업들은 기존보다 납품가를 절반 가까이 낮췄다. 구두창이 닳아 없어질 만큼 돌아다녔지만 김 대표가 얻을 수 있는 수확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그간 외국 기업들이 담합해 국내 기업에만 비싼 값에 팔던 관행을 그나마 바로잡고,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에 일조했다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기회는 위기와 함께 찾아왔다. 좀처럼 열리지 않았던 시장은 아이러니하게도 IMF 사태를 변곡점으로 180도 뒤바뀌었다. 부족한 자금 때문에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앞날이 깜깜하던 차에 국내 굴지의 업체에서 먼저 아진엑스텍을 찾았다. 원가절감과 신기술 개발이 절실했던 것이다. 김 대표는 핵심 엔지니어를 투입해 장비 개발 단계에서부터 솔루션을 밀착 지원하며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높은 신뢰를 얻어냈다.
“모션 제어기를 구동시키려면 라이브러리 툴을 다뤄야 하는데, 결국은 전문가의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외국의 솔루션을 도입하면 비용도 문제지만 개발기간을 확답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 반대입니다. 적시에 엔지니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기능 변경 및 고객사 요청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요. 기간 단축은 물론이고 통합관리를 통해 생산성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확대보기여가시설

‘Together Forever’라는 슬로건처럼 직원 교육 및 복지에 많은 투자를 한다.

확대보기운동시설

남다른 기술력으로 또 다른 길을 개척한다

김 대표는 사용자 기반의 각종 제어보드 및 시스템 제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하드웨어를 최적화시켜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개발해 공급함으로써 다양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가격과 성능 면에서 우위를 선점한 이후부터는 차근차근 입지를 넓혀나갔다. 2007년 범용 모션 제어 칩 개발에 이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바일, 자동차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다양한 자동화 장비의 제어기를 국산화했다.
늘어난 이익은 철저히 미래를 위한 재투자에 쓰였다. 김 대표는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책정해 성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또한 전체 구성원의 40%를 연구인력으로 채용하여 기술격차를 벌리는 한편, 정부과제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했다. 직원들의 교육과 복지에도 남다른 신경을 썼다. ‘Together Forever’라는 슬로건처럼 장기근속자가 늘어나고 기업 경쟁력이 쌓여갔다.
현재 아진엑스텍은 국내 모션 제어 시장에서 700여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으며, 누적 고객사는 약 1,000곳에 이른다. 그러는 사이 ‘최초’라는 수식어도 늘었다. 아진엑스텍은 2013년 코넥스 상장 1호 기업이 되었고, 2014년에는 최초로 코스닥 이전 상장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기주식 39만 여주를 소각하는 한편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션 제어 기술은 필수입니다. 그런 만큼 범용성과 개방성을 기반으로 보다 많은 분야에서 기술 융합을 꾀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동식 협동로봇 실증사업에 착수한 데 이어 올해는 오픈팩토리 플랫폼을 준비 중입니다. 이와 더불어 스마트팩토리 생산라인에 적용할 확장현실(XR) 글라스 국산화 개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 모 두에서 원천기술을 축적한 기업이 세계적으로 드물기에 아진엑스텍과 협업을 희망하는 국내외 기업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국진로봇기술유한공사와 스마트헬스, 홈트레이닝 시장을 겨냥해 2019년 MOU를 맺고 합자회사를 설립했으며,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해 호치민공과대학(HCMUT) 출신으로 구성된 VAS(Vietnam Advanced Solution)의 지분을 확보해 공동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모바일 로봇에 필수적인 AIO(All In One Actuator)모듈을 맥슨모터코리아와 공동개발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 세계 시장 제패라는 아진엑스텍의 포부가 현실이 되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계선 | 사진 박명래

조회수 : 266기사작성일 :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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