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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전성시대
6차산업의 성공 방정식
농업회사법인 하미앙

지리산 자락에서 자란 산머루를 가공하고, 자연환경을 관광 콘텐츠화하는 농업회사법인 하미앙. 얼핏 외국어 같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무릎을 탁 하고 치게 된다. 함양(Hamyang)의 영어 표기를 부드럽게 발음해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하미앙은 해발 500m 고원에 조성된 이국적인 풍광의 테마농원으로, 다양한 체험을 융합해 6차산업의 성공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확대보기농업회사법인 하미앙

확대보기한반도의 약도에서 하미앙 위치 불로장생의 꿈, 항노화 산업의 메카
2021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천년의 산삼, 생명 연장의 꿈’이란 주제로 2021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가 오는 9월 10일부터 10월 10일까지 31일간 국제행사로 펼쳐진다. 상림공원과 대봉산휴양밸리 일원에서 전시연출, 산업전시, 학술회의, 공연 이벤트, 체험행사 등 5개 부문 20개 테마, 70개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관람객의 야외 분산을 유도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준수해 온·오프라인으로 치러질 예정이며, 하미앙의 제품도 만날 수 있다.
expo-wg.com, 055-964-3382

힐링과 활력, 즐거움을 함양하다

백두대간 중심인 지리산과 덕유산의 넓은 품속에 자리한 경상남도 함양. 해발 1,000m가 넘는 30여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함양은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유학자를 배출한 선비의 고장으로,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상림(上林)을 필두로 유구한 역사와 함께해온 문화유산도 즐비하다. 대전-통영 고속도로, 광주-대구 고속도로의 중간 지점이자 2024년 개통을 앞둔 함양-울산 고속도로까지 3개의 고속도로가 교차해 가는 길 또한 한층 가깝고 편리해졌다. 서울에서 3시간, 대전과 대구, 광주에서는 불과 1시간 남짓이면 닿기 때문에 함양은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진정한 휴식을 선사하는 웰니스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여행을 더욱 뜻깊고 의미 있게 즐기고 싶다면 청정 농특산물과 먹거리 체험을 빼놓을 수 없다. 산 좋고 물 좋은 고장에서 자란 덕분에 맛과 향, 거기에 당도까지 뛰어나 입이 즐겁고 몸에도 이롭다. 매년 경상남도와 함양군은 항노화산업을 육성하는 방안 중 하나로 건강에 좋은 제품만을 엄선해 국제적인 엑스포를 통해 널리 알리고 있는데, 청정자연에서 자란 산머루를 숙성해 만든 하미앙(대표 이상민)의 와인 세트는 일찌감치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공식 인정 상품으로 선정됐다. 대한암예방학회에서 발표한 ‘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 54가지’에도 속하는 산머루는 지난 2002년 미국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 칼슘 등 유용 성분이 풍부하다.
“지리산 자락 기후의 특성으로 일교차가 크고 토질에 게르마늄 성분이 풍부해서 더 달고 맛있는 산머루가 재배됩니다. 이곳에서 자란 산머루는 당도가 포도보다 월등히 높고 맛도 진하기 때문에, 그러한 장점을 살려 탄닌 성분이 풍부한 레드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오크에 장기숙성해 깊고 그윽한 향이 살아 있는 제품으로 차별화해나가고 있으며, 현재 10년 숙성한 머루와인을 비롯해 20여 종의 산머루 가공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확대보기와인 숙성고

실패한 이유와 성공의 이유는 같다

2003년부터 와인 산업에 뛰어든 이상인 대표는 외국인들도 부르기 쉽게 농업회사법인 이름을 ‘하미앙’이라 지었다. 마치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보르도(Bordeaux)가 단순한 포도 재배지가 아닌 고급 휴양지로 세계인에게 각인된 것처럼, 이제 하미앙은 함양의 지리산 자락에서 최상급 머루와인을 즐기며 쉬어가는 힐링 여행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의 하미앙이 만들어지기까지 20년간 무수한 좌절과 도전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심 끝에 아내와 함께 고향인 함양으로 돌아온 이 대표. 일반적인 관행농사를 지으며 실패의 쓴맛을 본 그는 경쟁력 있는 과수를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어릴 적 지리산 자락을 누비며 따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산머루를 다시 맛보았는데, 그야말로 신이 내린 선물과 같았다. 1995년 본격적으로 산머루 농사를 지으며 인생의 2모작에 돌입한 그는 생산량을 차츰차츰 늘려가며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건강원에서 머루즙을 내려 지인들에게 판매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산머루에 인생을 걸어야겠다고 결심하고 1998년 자그맣게 가공공장을 설립했습니다. 창업 당시 IMF 시기라 가족과 주변에서 모두 만류했지만 자신 있었습니다. ‘지리산 산머루즙’이라는 브랜드로 유통을 하면서 고속도로 농산물판매장을 시작으로 하나로마트와 백화점에도 납품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용직을 고용해 혼자 영업을 다녔는데, 시장 반응이 좋아지면서 규모가 점점 커졌다. 일일이 쫓아다닐 수 없어 중간 유통업자들에게 제품을 내어주었다. 그런데 판매대금을 늦게 주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부도를 내고 잠적하는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났다. 그래도 판매가 꾸준히 일어났기에 이 대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정직원을 고용하고, 기계를 늘리고, 급기야 자재를 비축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장도 확장했다. 그러나 낮은 마진율과 유통구조의 문제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확대보기이상민 대표산머루 와이너리를 조성해 6차산업의 모범사례를 보여준 이상민 대표

시련은 도전을, 끈기는 성공을 부른다

소자본의 로컬 기업이 단순 제조·유통을 해서 성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결론 내린 이 대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농업 국가를 견학하며 나름의 해답을 얻었다. 유럽풍의 산머루 테마관광농원을 구상한 그는 기존의 가공공장을 정리하고, 현재의 자리에 와이너리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즙으로 만들었을 때보다 와인이 유통기한이 더 길고 부가가치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머루로 와인을 만들어 판매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어떻게 가공하고 어떤 온도에서 얼마만큼 숙성해서 얼마나 비축할지 가늠이 안 됐다. 이 대표는 마흔 중반의 나이에 2002년 경북과학대학교 첨단발효학과에 입학해 좋은 맛과 향을 내기 위한 발효기술을 터득하는 한편, 해외 유명 와인 공장에 30여 차례나 견학을 다녀왔다. 산머루 와인을 3년간 연구하고 노력한 끝에 드디어 2005년 첫선을 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돈을 들여 광고할 형편이 못 됐다. 행사가 열린다는 소문만 들리면 여기저기 찾아가 담당자에게 시음을 권하고 제품을 홍보했다.
2007년 ‘코리아 세계와인대회’에서 당당히 동상을 차지하며 그간의 노고를 고스란히 보상받았다.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의 유명한 소믈리에들이 미국, 이탈리아, 칠레 등 400여 개 유명 브랜드 와인과 비교해 맛과 향, 색상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린 것. 청와대 건배주로 사용되고 국무총리실 귀빈 선물로 사용되면서 하미앙 제품을 찾는 곳이 점점 많아졌다.
올해는 농립축산식품부 공모 사업인 ‘2021년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며 대내외적으로 역량을 다시금 입증받았다. 그러나 단순히 와인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약 3만3,000㎡(1만 평) 규모로 조성된 하미앙 와인밸리는 거대한 테마파크에 가깝다. 시설 대부분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어 누구나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지하 숙성실에는 대형 와인탱크 20여 개가 있는데, 탱크 하나당 1만5,000병을 채울 수 있는 와인이 담겨 있다. 조금 떨어진 와인동굴 안에는 대형 오크통 100개와 와인 약 3만 병이 각자의 자리에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익어가는 중이다. 와인동굴을 지나면 유럽풍의 건물들이 나오는데, 와인을 곁들인 돈가스와 피자 같은 일품요리와 식음료를 맛볼 수 있다.

확대보기하미앙 외부 전경

확대보기하미앙 내부

성공은 나눌수록 커진다

“사업전환으로 6차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방문객이 늘고, 직판하는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자립화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6차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성공할 수 있기에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히 인프라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많은 방문객이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수제맥주를 개발해 현재 일부 제품은 시판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산머루맥주와 산삼맥주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예약을 하면 머루를 이용한 천연비누나 천연화장품, 쿠키 만들기 등 20여 가지 체험도 가능하다. 매년 와인 페스티발과 산상음악회, 미술전시회와 팜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해왔는데, 작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상태.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야외에 파라솔과 의자가 넉넉히 갖춰져 있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준다.
하미앙 와인밸리의 정원은 지난해 경상남도 민간정원 제9호로 등재되었는데, 자작나무와 벚나무, 단풍나무와 맥문동 등 70종이 넘는 꽃과 나무가 있어 계절마다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특히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산머루가 익어가는 이맘때는 여느 유럽 마을 못지 않은 이국적인 풍광이 절정에 달한다. 정원 상단부에 자리한 하늘계단과 풍차는 젊은 층 사이에서 SNS를 타고 인생사진 명소로 소문이 났다.
“기업은 반드시 수익사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와 환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내의 50여 개 농가와 계약재배하고 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수매해 제품으로 가공할 예정입니다. 6차산업은 결코 혼자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연계해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통해 협업하며 커나가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올해도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하미앙의 이 대표. 힘들수록 기본에 더 충실하면서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확대보기수제맥주브루어리를 만들어 수제맥주를 개발하고, 현재 일부 제품은 시판 중이다.

이계선 | 사진 김성헌

조회수 : 77기사작성일 :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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