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2.08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침체된 지하상가에 활력 불어넣는 청년 창업가들
특집_서울 종로 4가 ‘생산혁신기지’



글 임숙경 전문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가게 구경 도심 속의 작은 생산기지
낡고 침침한 종로 4가 지하상가가 젊은 창업가들의 열정으로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한때 이곳은 금은방과 맞춤양복 등 혼수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비던 ‘잘나가는’ 상권이었다. 그러나 다른 지하상가와 달리 지하철역과 떨어져 있는데다 불황까지 겹쳐 예전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오가는 사람의 발길조차 뜸하다. 하루 유동인구가 100명도 채 안 될 때도 많다. 그러다보니 시류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상인들은 하나둘 이곳을 떠났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공실로 남아 있던 지하상가 점포에 젊은 창업가들이 입주하면서 상가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하상가를 관리해온 서울시설공단은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이하 청년허브)와 손잡고 지하상가 살리기에 나섰다. 빈 공간을 청년 창업가들에게 제공해 침체된 지하상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들에게는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자는 취지에서다.
비어 있던 점포 17곳 가운데 14곳이 청년 창업가들로 채워졌다. 경쟁을 뚫고 선정된 14개 팀은 지난 11월 입주를 시작했다. 생활한복, 수공예품, 가죽공방, 잡화점, 양말인형, 빈티지 시계, 패브릭 디자인 등 품목도 다양하다. 폐자재로 일상용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쌈지농부도 참여했다. 분야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이야기를 담은 물건을 만들어 고객에게 그것이 지닌 가치를 전하겠다’는 비슷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

장사 철칙 1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빚어낸 수제품
이곳의 젊은 창업가들은 모두 직접 생산에 참여한다. 이른바 도심 속의 작은 제조기지다. 각각의 매장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만드는 공방이자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 공간이다. 외주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제품을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자기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볼 수 있다.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한복집에서 6년간 일한 최선희 씨는 자신만의 한복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안고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고가 소재를 사용하는 기존 한복과 달리 일상적인 원단을 사용해 편하게 입을 수 있고 세탁기로 빨 수 있는 한복을 만들고 있다. 한복 원단 자투리 천을 이용해 귀걸이 등의 소품도 만들어 파는데 인기가 좋다. 얼마 전에는 한복 재료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워크숍도 열었다.
가죽공예점인 영스공방에서는 수천만 원대를 호가하는 명품 가방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제품을 만든다. 가방과 명함지갑 등을 모두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제작한다. 단가를 절감해 질 좋은 가방을 저렴한 가격에 제작해 판매하는 육영근 씨는 “기성품과 달리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제품을 갖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주로 찾는다. 고객과 일대일로 만나 제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고, 결과에 대한 반응을 고객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라고 전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그저 물건과 돈만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공유하고 감성을 나누자는 것이다.

장사 철칙 2 버려지고 사라지는 것들의 재발견
원재료는 물론 제작과 판매를 모두 한곳에서 해결하기에 종로 4가라는 위치는 나쁘지 않다. 인접한 광장시장에서 재활용 자투리 원단과 각종 소재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얼리 액세서리와 목가구를 제작해 판매하는 청년장이는 광장시장 등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과 중고 의류를 재활용해 새로운 패션 소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이곳에 가면 이효리의 레깅스로 만든 카드 케이스, 버려진 소파 원단으로 만든 노트북 케이스 등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청년장이의 박지선 씨는 주얼리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자신만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마리스텔라’를 들고 야심차게 이곳에 매장을 열었다. 박씨는 “중고제품을 활용한 제품이라고 하면 꺼려하는 고객들이 아직도 많다. 새 제품 못지않게 예쁜 제품을 만들어 재활용 제품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개선해나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생각이 비슷한 청년들이 모여 있다 보니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제작도구나 장비를 나눠 쓰기도 한다. 한복에 가죽 장식을 접목하는 협업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종로 4가 생산혁신기지는 아직 시작 단계다. 시범운영 기간을 마친 청년허브는 입점 점주들과 정식 계약을 맺는 한편, 아직 빈 공간으로 남아 있는 점포에 입점할 열정 넘치는 청년 창업가들을 모집하고 있다.
청년허브는 젊은 창업가들의 자립을 위해 다양한 홍보 수단을 모색 중이다. 그 일환으로 5월에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참여형 제작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를 지속하게 하는 생산과 소비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내 새로운 문화의 명소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2014-04-03]조회수 :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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