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2.11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실패를 고뇌할 시간 따위는 없다
실패를 자산화한 기업인 · ㈜씨아이그룹 노태경 대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서울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씨아이그룹 노태경 대표를 만났다. 재창업을 포함해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강연을 하기 위해 나섰다. 바쁜 와중에도 일부러 짬을 내어 일주일에 한 번은 강연에 나선다는 노 대표는 이곳에서 오늘도 자신의 이야기와 노하우를 쏟아냈다.

장사와 사업은 달라도 너무 달라
대학 시절 넉넉지 않은 형편에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노태경 대표는 무작정 장사를 시작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지하철 노점에서 제일 처음 팔아본 제품이 캐릭터 소파였다. 중국산 제품을 저렴하게 들여와 팔면서 많을 때는 시간당 50만 원 정도를 벌었다. 돈이 벌리면서 장사에 재미가 붙은 노 대표는 스물일곱 살까지 군대 시절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장사를 했다. 강남역에서 양말 노점을 할 때는 매장이 30군데로 늘어났고 돈도 제법 모았다. 장사에 소질이 있었지만 노 대표에게는 창업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래서 장사를 하면서 꾸준히 창업 아이템을 구상했고, 마침 IPTV 광고 사업에 눈을 뜨게 됐다. 노 대표는 장사를 하며 모아둔 3억4,000만 원을 자금으로 해서 2013년 창업에 뛰어들었다. 마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할 기회가 생겨 창업 과정은 순탄하게 진행됐다.
“IPTV를 시청하면서 리모컨의 녹색 버튼을 누르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광고 아시죠? 그게 바로 당시 제가 했던 사업이었어요.”
노 대표는 창업 이후 KT와 계약을 맺는 등 2년 만에 신논현역사거리 건물 2개 층을 다 사용할 정도로 사업이 번창했다. 그러나 잘못되려고 하니 그 또한 한순간이었다.
“사업은 장사와는 다르더군요. 회사에 투자를 하겠다며 다가온 검은손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투자전문가를 사칭한 소위 조폭에게 눈앞에서 코를 베이고 말았죠.”
막상 돌아보니 실패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음을 노 대표는 깨달았다.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준비는 턱없이 부족했고, 사회에 나와 해본 장사와 사업은 역시 달랐다. 뚜렷한 철학도 있어야 했고, 조직을 이끌 리더십도 필요했다. 더 끌고 가다가는 손해가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한 노 대표는 사업을 접는 쪽을 택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의 일이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그에게 남은 것은 7억8,000만 원의 빚이었지만, 수업료치고는 싸게 들었다 생각하며 긍정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노태경 대표 첫 사업의 뼈아픈 실패를 거울 삼다
첫 사업이 실패로 끝났지만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모아둔 돈에 부모님의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집까지 담보로 하여 시작했던 사업이었기에 책임이 더 무거웠다. 노 대표는 스물아홉에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건강기능식품부터 자판기 영업까지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며 8개월여 만에 월수입 5,000만 원을 찍고 수익이 발생하는 족족 빚을 갚아나갔다.
부채를 부지런히 갚은 덕분에 빠르게 신용을 회복할 수 있었던 노 대표는 2015년 1월 ㈜씨아이그룹을 설립하며 재창업에 나섰다. 시작은 웹에이전시 온디자인을 신설하여 파트너사 100곳을 달성한 후 광고대행사 자회사(현 ㈜정글엠앤씨)로 분리하는 한편, 초음파 식기세척기 사업부(현 ㈜클린아이디어)를 신설하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첫 사업의 실패에서 배운 것이 ‘하나에 올인하지 않는 것’과 ‘섣불리 투자를 받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해 번 만큼 시설을 구축하면서 불필요한 투자는 받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이후 2016년 친환경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마고앤로렌’을 인수한 노 대표는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명품의 대중화 전략을 통해 틈새시장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재창업 2년 만에 직원 수 70명 규모 회사로 성장시켰고, 자회사 개념의 사업부서는 점점 늘어나 ㈜씨아이비즈 등 총 9개 자회사를 설립했다.
“마고앤로렌을 인수해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쇼핑몰과 온라인 유통채널, 오프라인 직영매장을 운영하면서 매출액도 크게 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재도약 지원사업’의 도움도 받았고요.”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으로 중진공과는 인연이 깊은 노 대표는 연매출액 20억 원을 넘긴 시점에서 여신금융이 필요하기도 했고, 원자재 구매 자금도 필요해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재창업자금을 지원받았다. 사업이 확장되는 시기에 적정한 신규 자금이 공급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론칭에 성공함으로써 매출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91.53% 증가, 영업이익률도 8.65%로 업종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다.

위기가 없는 사람이 더 위기다
노 대표는 재도약 지원사업을 통해 자금 지원뿐 아니라 지속적인 멘토링과 기업의 경영 상태 및 애로 사항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재창업 5년 차의 길을 안정적으로 걸어가고 있는 지금은 예비 창업자를 위한 멘토를 자처하고 나섰다. 매주 서울청년창업사관학교를 찾아 강의를 하는 것도 받은 것을 돌려주기 위함이다.
노 대표는 창업이나 재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말이 너무나도 많다고 한다. 먼저 20대 젊은 친구들에게는 취업 이전에 창업을 해보길 권하고 싶다고. 그 이유는 지금이 ‘단군 이래 창업하기 가장 좋은 때’이기 때문이다. 지원제도도 다양해졌고, 초기 지원제도보다 창업 리스크를 많이 줄이는 쪽으로 프로그램이 진화했다는 것. 그는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실패를 온몸으로 부딪쳐 견디고 나면 그 경험이 가치가 되기 때문이란다.
“사실 ‘위기가 없는 사람이 더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창업 컨설팅보다 재창업 컨설팅을 할 때 성공률이 높습니다. 그들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노 대표는 무엇이든 팔 수 있는 영업 능력을 갖추라고 당부했다. 자금, 인력, 연구개발 모두 중요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창업 아이템의 유사 제품을 영업하다 보면 그 아이템이 현시점에 맞는지 틀리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노 대표에게 멘토링도 중요한 일이 됐지만, 본업으로 돌아가 올해는 여러 개로 나뉘어 있는 자회사들을 선택과 집중하여 프리미엄 가구 및 인테리어 전문 씨아이그룹과 LED조명 전문 씨아이비즈 중심의 사업으로 개편하는 한편, 2년 넘게 준비한 스마트 축산 관련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진희 전문기자 사진 박명래 객원사진기자

[2019-11-05]조회수 :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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