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2.11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정직한 실패 뒤 찾은 퍼스트 펭귄의 길
실패를 자산화한 기업인 · 씰링크㈜ 이희장 대표

5년 전 자본금 500만 원으로 시작한 재창업기업 씰링크㈜는 SK하이닉스, 파나소닉의 협력사로 등극하며 최근 주목받고 있다. 무윤활 방식의 회전축 밀폐장치, 메카니컬 씰(seal) 유닛, 로터리 유니온 등 석유화학, 반도체, 철강, 중장비 산업 등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부품·소재를 생산하면서 반도체 분야의 대체재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비단 중소벤처기업부의 ‘2018 혁신적 실패사례 공모전’ 장관상을 수상해서가 아니다. 이희장 대표의 실패담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성공담 못지않게 배우고 따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실패의 시작과 끝, 씰 유닛 개발
‘2020년까지 밀폐장치 분야에서 ICT제품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한다’, ‘2023년까지 대한민국에서 자랑스러운 히든챔피언이 된다’, ‘2023년까지 전 세계 누출 폭발사고를 10분의 1로 줄여 생명 존중에 기여한다.’ 씰링크㈜의 비전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희장 대표의 이야기가 먼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규제로 씰링크의 비약적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왔던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회전축 밀폐장치를 무윤활유 방식으로 대체하는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대표는 말했다.
“우리는 기존 자석 방식이 아니라, 우리만의 기술로 무윤활 방식으로 발상의 전환을 이뤘습니다. 그 덕분에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대체재로 일본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이 분야 세계 10조 원 시장에 일본, 미국, 독일, 영국 기업에 이어 5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죠.”
무윤활 방식의 회전축 밀폐장치는 기존 제품의 문제점인 윤활유가 화학물질과 반응하여 폭발하는 사고를 방지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윤활유 공급장치(액추에이터)에 필요했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유지·관리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약 15~30% 원가절감이 가능해졌고, 수명은 기존 약 6개월에서 1년으로 2배가량 늘었습니다. 파나소닉에 납품하는 제품의 경우 기존 방식 밀폐장치의 수명이 100만 번이라면 우리 제품은 125만 번으로 수명을 확인받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씰링크의 성장에는 실패가 밑거름이 됐다. 1997년 창업했던 ㈜신원기계부품의 도산이 결국 씰링크 창업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신원기계부품은 견실한 선박기계 부품을 비롯한 씰(seal) 분야 부품의 수입유통사였다. 연매출액 3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하고 최고 매출액은 50억 원까지도 찍었다.

이희장 대표

반성과 자아성찰, 그리고 기회
14년 동안 건재했던 기업이 내리막길에 들어선 건 이 대표가 경영보다 연구개발에 올인하면서부터. 씰 유닛 분야 제조업을 시작해보겠다며 박사 과정에 등록한 이 대표가 연구개발에만 매진하는 사이, 회사는 자금 관리에 구멍이 생겼고 결국 지난 2010년에 도산했다.
“실패가 남이 아닌 내 탓이라고 깨닫게 된 것은 회사가 도산하고 4년이 지난 뒤였어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재도전 힐링캠프에 한 달 동안 참여해 실패의 이유를 계속 곱씹어보니, 그제야 회사 관리와 경영은 직원이 아니라 CEO인 내 탓이라고 깨달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재도전 힐링캠프에서 시작된 반성과 자아성찰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 2013년 한 해 동안 6곳에 이르는 창업아카데미를 찾아다니며 백지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생산성본부, 벤처기업협회, 창업선도대학 등 무료 창업아카데미를 찾아다니면서 파산으로 그동안 잊고 있던 창업 아이템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었다.
그사이, 직권폐업과정에서 죄인 취급을 수도 없이 받았다. 백지에서 다시 경영을 배워야겠다는 결심이 선 이유도 그 때문. 130시간은 들어야 이수가 되는 창업아카데미 6곳을 어느 곳 하나 빼놓지 않고 성실하게 이수한 뒤에야 이 대표는 카드론으로 자본금 500만 원을 마련하며 재창업에 도전했다.
이전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자본금이었지만 이 대표는 자본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의 힘이 솟았다. 더욱이 재창업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계기가 된 것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재창업자금 1억 원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무윤활 방식 회전축 밀폐장치 양산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이 장애에 부딪힐 때마다 마중물 삼아 고비를 넘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만들고 로드맵을 촘촘히 그리면서, 돈이 없어도 실패를 극복하고 재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장 큰 소득으로 얻었다.

실패에서 배운 퍼스트 펭귄이 되는 법
이 대표에게 실패를 극복하는 대안을 찾는 과정은 자신을 진정한 CEO로 변화시키는 과정이기도 했다. 특히 최선을 다해 폐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는 실패 뒤에 숨지 않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정공법이 결국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그만의 원칙도 찾아냈다.
“지금도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회사를 정리하면서 파산면책보다 회생에 방점을 찍었던 일입니다. 재도전하려면 무엇보다 회생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내가 진 빚은 무조건 갚아야 한다고 판단한 거죠. 그런 원칙이 있었기에 파산을 선고받은 뒤에도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아서 갚고, 회사 자금에 절대로 손대지 않고 창업 후 2년 만에 제 봉급을 털어가며 남은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떳떳해질 수 있는 실패야말로 실패를 극복하는 최선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이 대표는 확신한다. 그래서일까, 이 대표는 실패를 지원할 때 이자의 부담이 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더 많은 기업가가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며 정부와 재도전지원기관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실패한 기업가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절대로 실패 뒤에 숨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떳떳해져야 재도전에 성공할 수 있다고요. 또 항상 긍정적이어야 한다고도 강조합니다. 그래야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퍼스트 펭귄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퍼스트 펭귄이 그렇잖아요. 바닷물에 아무도 안 뛰어들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바다에 몸을 던지듯이 아무도 안 뛰어드는 시장에 뛰어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가가 되는 길이 어쩌면 실패에서 시작될 수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부터 무윤활 방식 회전축 밀폐장치의 표준화를 이뤄낸 퍼스트 펭귄이 되어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박은주 전문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2019-11-05]조회수 :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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