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2
히트제품을 통해 본 2019 경제 핫 키워드
2019 소비 트렌드

히트제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트렌드, 그리고 당대 소비자의 심리가 절묘하게 들어맞아야 한다. 이러한 찰떡궁합은 폭발적인 확산의 힘을 가지고 있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히트제품을 만들게 된다. 그런데 거꾸로 바라보면, 히트제품을 통해서 당대의 트렌드는 물론이고 기업의 경영 흐름을 역추적할 수 있다. 2019년 한 해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히트제품이 탄생했고 어떤 트렌드가 지배했을까?

2019 소비 트렌드

과거로부터 찾아온 새로움 뉴트로
뉴트로(New-tro)는 ‘새로운’이라는 의미의 ‘New’와 ‘회상하다’라는 의미의 ‘Retrospect’가 결합해 탄생한 용어다. 뉴트로는 ‘젊은 세대가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를 바라보는 새로움이나 신선함’을 의미한다. 지난해 뉴트로 최대의 히트작 중 하나는 상수동과 망원동 등의 거리이다. 7080세대의 풍미가 한껏 풍기는 각종 상점, 상점의 이름, 내부 인테리어, 음악이 이러한 뉴트로 트렌드의 수혜자다.
패션 쪽이라면 단연 브랜드가 중심이다. 기성세대에게는 매우 익숙하지만 새로운 세대에는 익숙하지 않은 휠라와 프로스펙스가 대표적이다. 프로스펙스는 ‘F’를 뉘어서 만든 과거의 로고를 다시 쓰고 있다. 2017년부터 조금씩 뉴트로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그 가능성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프로스펙스는 올해 1,500억 원의 매출을 거뒀으며, 내년에는 1,7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휠라 역시 한때는 ‘아재 브랜드’였으나 지금은 1020세대의 핫템으로 부상했다. 특히 어글리슈즈 ‘디스럽터2’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 족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휠라코리아는 2015년 8,000억 원을 조금 넘어섰던 매출이 2018년 2조9,000억 원을 넘어섰고, 2020년에는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뉴트로 열풍이 아니면 가히 생각할 수 없는 ‘매출 역주행’이다. 하지만 뉴트로 열풍이라고 해서 무조건 ‘복고풍’이 소비자들에게 먹히리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것’이지만 ‘현대적 감각’이 동시에 겹쳐질 때 뉴트로의 영향력이 발휘된다.

가치소비의 중심에 선 페미니즘·공정
가치소비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대와는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가치’라는 것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자신의 소비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결한다. 물론 이 가치는 종류가 매우 많다. 환경, 평등한 사내문화, 약자에 대한 보호 등도 있지만, 가장 중심에 서는 가치는 단연 페미니즘과 공정성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13년 페미니즘 도서는 8,000권 정도 팔렸지만, 2018년에는 7만 권에 육박했다. 이러한 현상은 영화 시장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지난 10월 말에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은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11월 말 현재 35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페미니즘 영화’라는 평을 받는 영화가 이렇게 흥행에 성공한 전례는 없다.
이와 동시에 공정을 필두로 한 소비도 만만치 않은 기세다. 이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서 드러나고 있다. 주로 20대들이 주도한 불매운동은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다. 가치를 소비의 중심에 두는 이러한 트렌드는 단순히 2~3년간의 트렌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20대가 30대가 되어도 일정하게 소비성향이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적 결핍을 채우는 과정 나심비
크게 유행했던 ‘가성비’라는 말은 ‘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나심비는 만족도가 뚜렷하게 느껴지는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마음’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가성비와 나심비는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현상이다. 나심비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내가 만족한다면’ 소비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심비에 관한 한 매우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한경비즈니스가 1,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2019 상반기 히트 상품’을 선정한 결과가 있다. 일반 가전분야에서 히트제품 1위는 무풍 에어컨이었다. 그런데 이 제품은 일반 에어컨보다 비싸기 때문에 이를 구매할 수 있는 30대 이상의 청년들이 선호할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로 무풍 에어컨을 선택한 전체 응답자의 61.5%는 바로 20대였다. 무풍 에어컨 자체가 기존에 없는 혁신적인 제품이긴 하지만, 20대가 선호하는 제품이라는 사실은 전형적인 ‘나심비 소비’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카드사의 소비구매 패턴 분석에 따르면 최근 들어 게이밍 헤드셋, 비디오 게임기, DSLR 카메라 등 개인의 취향과 관련된 제품의 구매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이러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는 ‘심리적 결핍’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어릴 때부터 핵가족으로 살아왔고, 이제는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세대들. 이들은 물질적인 풍요는 느꼈겠지만 심리적인 풍요는 느끼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러한 결핍을 결국 소비로 연결한다는 분석이다.

감정마저 버거운 사람을 위한 감정대리
감정대리의 매우 직접적인 사례는 바로 이모티콘이다. 초창기 이모티콘은 그저 ‘재미있고 귀엽다’는 수준에서 머물렀지만, 이제는 사용자의 감정을 대리해서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매체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가 처음 이모티콘 스토어를 열었던 2012년만 해도 누적 구매자 수는 280만 명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8년에는 2,000만 명을 돌파했다. 7년 연속 매출과 수익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감정대리로서의 이모티콘이 얼마나 히트한 제품인지를 잘 보여준다.
관찰 예능 프로그램도 감정대리의 영역에 속한다. 현재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중에 절반 이상이 이러한 관찰 예능에 포함된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MBC 〈나 혼자 산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미운 우리 새끼〉 등이다. 특히 〈나 혼자 산다〉는 금요일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관찰 예능의 인기 비결에는 바로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이 느끼는 세밀한 감정, 눈물, 웃음, 시기, 질투와 분노를 통해서 그 감정에 공감하고, 그것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조차 마음대로 표출할 수 없는 팍팍한 현실에서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감정은 시청자들에게 청량감을 안겨준다.
감정대리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연관이 깊다. 생각보다는 여전히 공고한 선후배 문화, 갑과 을에서 발생하는 서열문화, 성별과 세대 차이로 인한 혐오 등 합리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구조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감정대리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 의사소통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감정을 대리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이남훈 전문기자

[2019-12-06]조회수 : 1,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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