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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초(秒)능력자들이여! 숏폼하라
숏폼 비즈니스 사례

모바일 미디어를 중심으로 숏폼 콘텐츠 시장이 뜨겁다. 시간을 또 다른 경험을 사는 것으로 활용하는 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새로운 브랜드 전쟁이 시작됐다. 숏하고 숏한 그 비즈니스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짧지만 강렬하게
초압축 드라마

장장 100회를 훌쩍 넘기는 일일드라마. 시청률이 잘 나온다 싶으면 120회 이상 질질 끈다.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이 눈을 부릅뜨고 끝나는 엔딩 클리셰. 그러나 정작 다음 회를 보면 별일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온 국민이 다 알 판이다. 이러한 한국 드라마판에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그룹 칠십이초(대표 성지환)는 초압축 드라마를 선보이며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TV 채널인 72초TV가 선보인 초압축 드라마는 단 72초, 1분 12초짜리 드라마다. 72초 내외에 기승전결이 다 있고, 한 번쯤 겪었을 법한 흔한 일상의 이야기를 짧고 임팩트 있게 전달해 나도 모르게 몰입이 된다는 게 구독자들의 평가다. 72초TV는 현재 19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방송영상 제작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초압축 드라마’를 새로운 장르로 부상시켰다.
초압축 드라마가 첫선을 보인 지 5년여의 시간이 흐른 2020년은 숏폼 드라마 전성시대다.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 Multi Channel Network) 기업들은 물론이고 메이저 기획사 등에서도 숏폼 웹드라마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에 설립된 모바일방송국 와이낫미디어(콕TV, 대표 이민석)도 숏폼 콘텐츠의 매력을 일찌감치 직감하고 숏폼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이민석 대표는 예능 및 다큐멘터리 PD 출신으로, 2012년부터 방송과 애플리케이션을 접목한 크로스미디어 방송 포맷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2013년 게임과 방송을 접목한 JTBC의 〈백만장자 엘리베이터 퀴즈〉를 제작, 마케팅을 하던 중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 플랫폼이 대세임을 알게 됐다. 이 대표는 서둘러 소셜 마케팅 기법과 콘텐츠 제작 능력을 터득했고, 창업을 결심했다. 당시는 스낵형 숏폼 콘텐츠가 대세였지만, 이 대표는 몰입감을 주고 구독 및 리텐션(보유 고객을 떠나지 않게 하는 기법)을 강화할 수 있는 숏폼 드라마 시리즈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확대보기전지적 짝사랑 시점
국내 최초 1억 뷰를 달성한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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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낫미디어는 시작부터 강렬했다. 설립한 해에 제작한 〈전지적 짝사랑 시점〉은 웹드라마로서 국내 최초 1억 뷰를 달성하며 웹드라마 붐을 일으켰다. 이후 웹툰과 에세이로도 출간하며 그 인기를 이어나갔다. 그 후 제작한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은 남녀의 사랑과 우정 사이의 관계를 지하철역에 빗대어 그린 신선한 내용으로, 10대와 20대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누적 8,000만 뷰를 돌파한 이 웹드라마 시리즈는 숏클립 플랫폼 ‘yoo(有视频, 요우스핀)’에 최초로 판매되기도 했다. ‘yoo’는 중국 내 숏클립 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텐센트에서 5분 이내의 다양한 숏폼 영상만을 방영하는 전문 동영상 플랫폼이다. 또 2019년 웹드라마 조회 수 1위를 기록한 최고 히트 작품인 〈일진에게 찍혔을 때〉의 시즌1 1화는 조회 수 1,052만 회로 역대 웹드라마를 통틀어 최고의 뷰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웹시트콤 〈오피스워치〉는 네이버TV 우수 웹드라마에 선정, 인도네시아 윙스그룹의 제작지원 아래 인도네시아 현지 버전으로 리메이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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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웹드라마 조회 수 1위를 기록한 최고 히트 작품
〈일진에게 찍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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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 회사는 중국 텐센트TV의 인기 드라마 〈치아문단순적소미호〉를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하는 〈아름다웠던 우리에게〉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미드폼 장편 시리즈(20분, 24부작)인 이 드라마는 카카오M의 신규 플랫폼 론칭 작품이다.

찰나의 웃음사냥
숏폼 예능

소비층이 디지털 채널에 더 익숙해지고 새로운 시도를 더 많이 해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지 예능도 숏폼 콘텐츠에 대한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장성규의 리얼 공장 체험기 〈워크맨〉, 정창욱 셰프와 면 요리의 세계를 탐구하는 〈면식범〉은 10~15분짜리 숏폼 예능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콘텐츠다.

확대보기이츠서울
야외 버라이어티 웹 예능
〈이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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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유튜브 채널인 대나무숲TV를 운영하는 밤부네트워크(대표 정다빈, 송윤근)는 2018년 설립된 숏폼 콘텐츠계의 후발주자다. 드라마와 예능 등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광고 마케팅 비즈니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야외 버라이어티 웹 예능 〈이츠서울〉이라는 숏폼 콘텐츠를 선보였다. 12분 내외 16부작으로 구성된 〈이츠서울〉은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투어하며 자연스럽게 우버이츠(uberEats)와 제휴한 음식점들을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협력사인 우버이츠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며 ‘브랜드 웹 예능’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이외에도 대만 최초의 시청률 1위 K-뷰티 정보 프로그램인 〈부탁해요 여신님〉의 특별편인 1분 뷰티 웹드라마 10부작을 제작하는 등 신개념 브랜드 콘텐츠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확대보기어서오세요, 마녀상점
밤부네트워크의 출세작인
〈어서오세요, 마녀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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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총 16개의 웹 콘텐츠 시리즈, 167개의 에피소드, 디지털 광고 40여 편을 제작한 밤부네트워크의 이름을 알린 콘텐츠는 웹드라마다. 〈어서오세요, 마녀상점〉은 3분 내외 12편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2편의 파일럿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본편이 제작됐다. 그런데 이를 통해 10개 이상의 브랜드와 제휴되는가 하면, 웹드라마 굿즈가 12개국에 판매되는 성과를 올렸다. 국내 웹드라마 제작사로서 10위권 안으로 치고 올라오며 성장하고 있는 밤부네트워크의 정다빈 대표는 웹드라마가 태동하던 시기에 레거시 미디어(지상파 중심의 전통 미디어)의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미디어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젊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짧은 웹드라마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드라마 제작에 앞서 시나리오를 구상하던 중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하는 공모전에 시나리오를 냈는데 운 좋게 수상하게 됐다. 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학교의 지원을 받아 웹드라마로 제작해 네이버TV에 배급하는 기회를 얻었을 뿐 아니라, 아마존 재팬에까지 수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경험에 힘입어 본격 제작자로 나서게 됐다.
현재는 9월 크랭크인을 목표로 웹드라마 〈달달한 그놈〉의 제작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시나리오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제작지원사업에도 선정이 된 이 콘텐츠는 배우 오디션 모집 영상만으로 16만 뷰를 넘기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확대보기밤부네트워크의 숏폼 콘텐츠 제작 현장밤부네트워크의 숏폼 콘텐츠 제작 현장

짧은 책 깊은 글
숏폼 출판

시(詩)라는 짧고 간결한 문학도 있지만 소설, 수필, 잡지, 단행본 등 ‘읽는’ 매체는 영상에 비해 숏폼과는 왠지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숏폼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민음사의 쏜살문고는 200쪽을 넘기지 않고 미니 백에 들어가는 크기로 제작되어 문고판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인문잡지 《한편》을 창간, 일주일만에 초판 3,000부가 모두 동났다. 코난북스와 위고, 제철소 등의 소규모 출판사가 함께 출간한 아무튼 시리즈도 개인적 취향을 다룬 젊은 저자의 짧은 에세이 모음이다.
숏폼 출판을 표방해 창업을 한 사례도 있다. 문학 스타트업 스튜디오봄봄(대표 이선용)이 그 대표적인 예다. 웹소설, 초단편, 오디오북 등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스튜디오봄봄은 2017년 10월 초단편소설 플랫폼 판다플립(pandaflip) 서비스를 시작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2,000자 안에 담아내는 것이 이곳의 미션이다. 판다플립은 서비스 오픈 당시 성석제, 김연수, 최은영 등 유명 작가들이 2,000자 내외의 짧은 소설을 기고해 주목받았다. 현재 교보문고 ebook, 오디오북 베스트를 보면 최은영의 〈귀퉁이에 앉다〉, 전경린의 〈파출부〉, 최정화의 〈세 사람의 거짓말쟁이〉, 성석제의 〈아이슬란드의 포크〉 등 스튜디오봄봄의 초단편 오디오북이 순위를 도배하고 있다.

확대보기초단편소설 플랫폼 판다플립
▲ 초단편소설 플랫폼 판다플립은 3분 내에 읽을 수 있어 스낵 컬처에 익숙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문단 작가를 비롯해 방송 작가, 장르소설 작가 중 필력 있는 작가를 섭외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이 작가님의 다른 도서 보기’ 등을 통해 신인작가 발굴 및 구간 도서의 재발견 가능성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독서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는 현대인이 많지 않다. 이동 중이거나 짬이 날 때 트위터, 댓글 등 짧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탐독하는데, 그중에서도 짧은 분량 안에 나름의 완결성을 가진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호응을 얻는다. 온라인 콘텐츠 역시 모바일에서 서너 번의 스크롤로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을 선호하고, 그 이상의 분량은 잘 읽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때문에 “숏폼 출판이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었다”고 스튜디오봄봄의 이은주 편집자는 설명한다. 트렌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스튜디오봄봄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문학적·대중적으로 꽃피울 수 있도록 초단편 시리즈를 기획했다.
“사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짧은 글에 녹인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고, 작가들에게는 큰 도전이죠. 물론 분량 조절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짧게 쓰기 위해 이야기를 줄일 것인가 또는 문장을 간결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숏폼이기에 어려운 점도 있지만 대체로 이런 시도와 논의 과정을 기꺼이 즐겨요. 짧게 편집하는 게 우리의 임무이기 때문이죠.”

확대보기언유주얼 창간호
스튜디오봄봄의 숏폼 매거진
《언유주얼》 창간호
확대보기언유주얼 창간호 QR코드

한편 콘텐츠의 다변화, 플랫폼의 다양화를 계획 중인 스튜디오봄봄은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주요 독자로 하는 문화 무크지 《언유주얼(an usual)》을 발행했다. 이 잡지에 수록된 시, 소설, 에세이 역시 한 편당 2,000자를 넘지 않는다. 현재 9호 〈응 치킨〉까지 나와 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재밌다. 한 가지 주제를 짤막한 원고로 엮은 기획이 신기하다는 반응도 있고, 매거진을 처음으로 끝까지 정독했다는 반응도 있다.
요즘 독자들은 두껍고, 비싸고, 골치 아픈 이야기는 찾지 않는다. 짧은 형식이라도 밀도 있는 콘텐츠로 접근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출판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숏폼 제작자에게 묻고 싶은 것들

확대보기와이낫미디어 이민석 대표 / 밤부네트워크 정다빈 대표와이낫미디어 이민석 대표 / 밤부네트워크 정다빈 대표

숏폼 콘텐츠가 왜 대세인가?
초반 10초, 20초 안에 승부를 볼 수 있어 짜릿하다. 재미만 추구하지 않고, 그 속에 주제와 핵심 정보도 담을 수 있다. 광고나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 전통 미디어) 등에 접목, 콘텐츠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숏폼의 매력이다.

구독자의 반응은?
몰입도가 높아 구독자의 충성도가 매우 높다. 인기 작품의 경우 13~18세 청소년층은 거의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팬덤이 구축되어 있으며, 18~24세의 젊은 층 역시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또한 숏폼 콘텐츠에 대한 구독자의 반응은 매우 직관적이다. 호불호가 명확하고,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 그때그때 개선점 등을 피드백해주기도 한다.

숏폼 콘텐츠의 한계와 해결 방안은?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명확한 수익 모델이 부재하다는 게 한계라면 한계다. 그래서 시장에 없는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해서 개발하고 증명해내야 한다. 중국,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 글로벌 수요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를 넘어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도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한계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최진희 기자
자료 협조 와이낫미디어, 밤부네트워크, 스튜디오봄봄



조회수 : 1,486기사작성일 : 202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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