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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일과 일상의 재발견
뉴 노멀 시대의 키워드

올 한 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앞에 한낱 무기력한 존재가 되지 않은 사람은 단언컨대 없었을 것이다. 리스크 없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고, 세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전망과 예측만이 난무했다. 미국 노동부장관을 역임한 저명한 칼럼니스트 로버트 라이시 교수가 저술한 한 칼럼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4개의 새로운 계급이 탄생했다”고 언급했다. 화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원격근무자(The Remote)가 제1계급, 의사와 간호사, 경찰, 배달원 등으로 이루어진 필수근무자(The Essentials)가 제2계급, 대량해고를 당한 노동자나 오프라인 매장 또는 매장에서 일하다 무급휴가를 당해 소득이 없어진 사람들(The Unpaid)이 제3계급이다. 제4계급은 망각된 사람들(The Forgotten)로 노숙자나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는 미국 사회를 예로 든 것이지만,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팬데믹이라는 대혼란을 겪으며 사람들은 현실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현실을 재정비하는 수순을 거치게 된다.
뉴 노멀 시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기준과 표준을 의미하는 이 말은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자세와 전략이라고도 읽을 수 있다. 뉴 노멀 시대에 슬기롭게 적응하기 위한 7가지 키워드를 정리했다.

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뉴 노멀 시대의 디지털 전환은 원래 변해가고 있는 것들에 가속도를 붙인 것뿐이라고. 그 가속도는 실로 대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Satya Narayana Nadella)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걸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단 2개월 만에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디지털 전환 속도를 12배, 즉 1,200%나 단축시킨 것으로, “향후 10년간 모든 기업의 성패는 디지털 전환 속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산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AI, 빅데이터, IoT는 물론이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앞세워 소비자와 소통하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과 LG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이 빠른 속도로 이뤄진다. 이들은 IT 서비스 계열사를 통해 클라우드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중견기업도 최근 디지털 전환을 위해 스타트업과 손을 맞잡았다. 디지털 혁신 기술을 보유한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해 중견기업의 기술 수요와 이어주는 ‘중견기업-스타트업 퓨처스 프로그램’ 등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용 부담이나 인프라 한계 등으로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느린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는 ‘K-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 및 스마트 공장을 통한 스마트 제조 혁신 등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홈루덴스족
HOME LUDENS

집순이, 집돌이의 영역이던 집콕 생활이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됐다.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고 ‘돌밥돌밥’, 즉 돌아서면 밥을 하고 또 돌아서면 밥을 해야 하는 엄마들의 고충이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사태가 길어지자 사람들은 집에서의 생활을 즐기는 쪽을 택했다. 바야흐로 홈코노미 전성시대다. 홈코노미는 ‘home’과 ‘economy’의 합성어로, 집에서 각종 경제활동을 즐기는 것을 뜻한다. 자동차나 부동산까지도 온라인 쇼핑 속으로 들어왔다. 무엇보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까지 유입된 것은 고무적이다. 또 홈뷰티와 홈트레이닝을 위한 개인용 미용기구나 운동기구가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고 있고, 홈시네마부터 홈카페까지 집에서 즐기는 영역이 점차 확대되며, 집은 주거공간에서 이제는 여가생활과 취미생활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야말로 집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홈루덴스족도 등장했다. 자신의 주거공간 안에서 모든 것들을 즐기는 홈루덴스족은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파생된 단어로, 홈(home)과 루덴스(Ludens)를 합친 말이다. 최근 트렌드모니터의 2020년 홈루덴스 및 홈인테리어 니즈 관련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3%가 “나는 홈루덴스족에 해당한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로 집에 머물기 전부터 증가 추세를 보였던 홈루덴스족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접촉을 꺼리는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근로의 뉴 노멀
TELEWORK

산업화 이래 정착되어온 출퇴근제가 재택근무와 자율출근, 순환근무 등 다양한 근로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근로의 뉴 노멀을 맞이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재택근무 방침을 가장 일찍 도입한 트위터를 시작으로 IT 업계의 주축을 이루는 GAFAM(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 기업이 유연근무제 정착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근로자의 ‘재택근무할 권리’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상대적으로 IT 전환에 뒤처진 일본도 후생노동성의 방침에 따라 NTT도코모, 시세이도 같은 대기업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텔레워크’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출퇴근이 기본이었던 과거와 달리, 다수 기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생긴 자율 출퇴근제를 정착시켜 주 40시간 근로시간만 맞추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조정해나가고 있다. 지난 7월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근로 형태 및 노동환경 전망’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4개사 중 3개사(75%)가 유연근무제를 새로 도입하거나 확대했다고 답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중 51.1%는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유연근무 방식을 지속·확대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원격·재택근무 도입을 지원하는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에 신청한 중소기업 수가 11월 4일 현재 4만여 개를 돌파하며 유연근무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매장 공간 축소
SMART ORDER

코로나 셧다운으로 직격탄을 맞은 업계가 한두 곳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외식 업계를 들 수 있다. 기존에는 넓고 감각적인 인테리어 매장이 대세였지만, 업종별 핵심 기능만 남겨 경영 효율을 높이는 공간으로 재설계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예컨대 드라이브스루나 배달이 가능한 업종이라면 그 이외의 기능은 과감히 버리는 방식이다.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매장의 크기는 더 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최근 3~5년 내에 미국 전역에 수백 개의 소형 매장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또 패스트푸드 전문점 타코벨은 기존 매장의 절반 크기의 매장을 200개 정도 연다는 계획이다. 외식 업계에서는 공간을 축소하고 그 자리를 기술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한 레스토랑 컨설턴트에 따르면, 식당의 비대면화는 맛만으로 승부를 볼 수 없다며 드라이브스루, 스마트 오더, 픽업, 배달 등 기술과 인프라가 갖춰진 곳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외식업 경영 실태만 보더라도 사업장의 임차 비중이 약 80%를 차지한다. 월세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매장 크기만 줄여도 고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새롭게 창업을 하거나 이전을 계획하는 외식 업계 종사자는 매장 크기 축소와 배달 전문 매장을 고려하고 있다. BBQ는 최근 8~12평 규모의 비대면 배달전문 소형 매장 ‘BSK(BBQ Smart Kitchen)’를 빠르게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배달을 노린 전략으로, BSK의 경우 소규모로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 대신 임대료가 저렴한 골목에 자리한다.

비대면 경제
UNTACT

뉴 노멀 시대의 가장 큰 차별점은 비대면 경제의 등장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하는 모든 접점에서 ‘사람’이 사라졌다. 경제활동도 사람과 만나지 않는 비대면 경제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형 디지털 뉴딜 정책만 보더라도 5G, 로봇,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등 대면 접촉을 줄일 수 있는 기술에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비대면 경제가 갑자기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경제가 서서히 증가했다. 쇼핑, 금융, 교육, 의료, 콘텐츠 등 여러 분야의 비대면 서비스는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코로나19 사태로 편리함에 안전이 결합되면서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비대면 경제는 기존 영역의 파괴와 혁신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시너지를 내는 공연분야도 비대면 공연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BTS의 오프라인 공연 3회 동안 15만 명이 관람하면서 216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반면, 올해 1회의 온라인 공연은 전 세계 107개국 75만6,000여 명이 시청해 29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정부는 대세로 자리매김한 비대면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비대면 경제 표준화 전략’을 수립했다. 내용을 보면, 비대면 경제의 핵심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표준 50종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하고 실증인증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이며, 이를 위해 2025년까지 37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국가기술표준원은 밝혔다.

브이노믹스
V-NOMICS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올해도 어김없이 2021년 10대 트렌드 키워드를 내놓았다. 그중 뉴 노멀 시대를 관통할 핵심 키워드로 ‘브이노믹스(V-nomics)’라는 신조어가 눈에 띈다. 이 말은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뜻이다. V자 형태를 보면 급격한 하락과 상승이 연결된 모습으로, 브이노믹스는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개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과 만났지만, 역사를 되짚어보면 팬데믹 상황은 늘 미래를 앞당겨왔다.
바이러스(virus)의 V에서 출발한 브이노믹스에 대해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 하나, 경기 반등, 즉 V자 회복이 가능한가? 둘, 언택트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셋, 코로나 사태로 소비자의 가치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넷, 브이노믹스 세대를 헤쳐가기 위해 어떤 비전이 필요한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 경기 회복은 업종별로 V, U, W, S, 역 V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또 언택트 트렌드에 대해서는 대면과 비대면의 조화를 찾아나갈 것이다. 가령, 교육분야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보완하는 블랜디드 러닝(blended learning)과 온라인을 통한 선행학습 이후 오프라인 강의를 듣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이 대세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이후 가치 변화와 비전에 대해 정확한 예측은 할 수 없겠지만, 국내 주요 기업들은 2021년을 계획하며 브이노믹스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전략을 세울 것이다. 한국은 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경제를 성장시켜왔기 때문이다.

리질리언스
RESILIENCE

경제전문가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 최근 저술한 《포스트 코로나 2021년 경제전망》에서는 2021년 꼭 알아야 할 경영 트렌드로 리질리언스(resilience)라는 키워드를 꼽았다. 회복탄력성이라고 번역되는 리질리언스라는 말은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는 수준을 넘어 위기 이전보다 더 강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리질리언스 전략을 성공으로 이끈 대표적인 사례는 월마트다. 2020년 3월, 4월에 월마트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온라인 전환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이너스 폭은 더 커졌다. 하지만 월마트는 온라인 쇼핑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인력을 적극적으로 확보했고, 온라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주차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픽업 서비스 및 온라인 주문 시 직배송이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을 2,500개로 늘렸다. 그 결과 월마트는 2020년 2분기 매출액 약 1,40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상승을 기록했다. 놀라운 것은 온라인 매출이 전년대비 97% 성장했다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업들은 저마다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법을 찾는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닥치면 경영자들은 본능적으로 움츠리게 되지만, 현실을 직시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위기를 탄력적으로 회복해나가야 한다. 현 시점에서 중소기업의 리질리언스 전략으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재무, 시장 등 부문별로 기업 상황을 점검하고 경제 정상화 시기에 맞춰 실행 가능한 최적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최진희 기자

조회수 : 414기사작성일 :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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