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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다시 떠나기 위해 잠시 멈췄을 뿐
여행 종사자들의 희망과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었던 여행이, 이렇게 발이 묶인 적이 있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이 몰고 온 파장은 잔인하고 깊으며 현재진행형이다.

확대보기이명선 대표

이명선 DnA Edu 뉴질랜드유학원 대표

유학 중인 학생들을 위해서 버팁니다

저희는 뉴질랜드 현지에 법인을 두고 유학뿐만 아니라 해마다 100명을 웃도는 학생을 현지 어학 캠프에 보냈는데요. 지난해 1월 이후로는 학생을 단 한 명도 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현지법인은 정상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현지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이 있는데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문을 닫을 수는 없죠. 현지에서 지원 업무는 계속 진행하고, 국내에서 학생을 신규로 유학 보내는 업무는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유학원은 특별고용지원 업종 대상에서 제외되고, 중개업이라 정부 지원이 없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현재는 저 혼자 최대한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버티는 중입니다.
집단면역이 이루어지면 유학 시장은 다시 활기를 되찾겠지만, 아무래도 타국으로 학생들을 보내는 일이라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내년 초에는 다시 정상화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확대보기최지환 대표

최지환 두리하루 대표

소규모 로컬 여행 가능성을
발견한 시기

지난해 3월부터 경남 하동을 기반으로 소규모 로컬 여행의 가능성을 타진했는데요. 서너 명씩만 하는 소규모 여행이라 예약 고객이 꾸준히 있었습니다.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많았는데, 친구나 가족 단위로 두세 명씩만 모집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올해 2월까지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그것이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닙니다. 지역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힐링하는 로컬 여행의 가능성만 확인했을 뿐,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거든요.
현재는 다른 이유로 잠시 휴업하면서 재정비하는 중입니다. 숙소 등 공간을 확보하고 이를 거점으로 여행객을 모집해 하동만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상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로서 로컬 여행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난 후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확대보기이재용 부장

이재용 익투스여행 부장

조경기능사에 도전,
새로운 인생 준비 중

현재 휴직 중입니다. 저희 회사는 기독교 성지순례 여행을 주로 하는, 대표를 포함해 전체 직원이 3명인 작은 여행사입니다. 성지순례 여행 수요는 꾸준히 있어 이스라엘 등 현지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잠시 중단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오랫동안 떠나지 못한 적은 처음입니다. 사실 메르스 사태 때에도 두세 달 이후에는 여행이 재개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죠. 그런데 지난해 3월 이스라엘 공항이 막힌 뒤로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으며, 단 한 건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저는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으며 휴직 중인데, 그동안 내일배움카드로 조경기능사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5개월 과정이라 6월 말에 수료합니다. 평생을 여행업에 종사했던 터라 다른 일에 도전한다는 것이 낯설고 두렵지만, 조경분야가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다시 여행 일을 하고 싶긴 한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조경기능사 실기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조경관리 분야에 새로 도전해볼 계획입니다.

확대보기양진욱 부장

양진욱 전(前) 종려나무여행 해외영업부 부장

갑작스러운 퇴직,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지난해 12월 1일을 기점으로 12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했습니다. 처음에는 몇 달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버텼는데,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결국은 퇴직 절차를 밟았습니다.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으며 더 길게 유급휴직할 수도 있었으나 매출도 없이 임대료며 운영비 등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으니 어쩔 수 없죠. 저뿐만 아니라 전 직원이 퇴사하고 현재 대표 홀로 남아 회사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다녔던 팀에어월드는 성지순례 전문의 작은 여행사입니다. 입사 초에 3명으로 시작했는데 이스라엘, 이집트 등을 중심으로 맞춤형 상품을 개발해 모두투어랜드사(협력사)로 자리매김하면서 직원이 10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성장했죠.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불가항력의 상황이라곤 해도 오랜 기간 몸담은 곳이라 이렇게 퇴사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현재 저는 실업급여를 받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퇴사할 당시 언제라도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면 다시 모이자고 이야기했는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평생을 해오던 일이라 다시 업계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확대보기정수미 대표

정수미 라파투어 대표

팬데믹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어,
사업 확장 계기로

지난해 2월 120명을 인솔해 요르단 국경을 넘어갈 때 국경이 봉쇄됐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남은 일정을 최소화하고 120명의 개별 항공권을 구해 모두 무사히 귀국했죠. 이후에 환불 등 정신없이 일을 마무리했어요. 그게 마지막이었죠. 지금까지 그나마 정부 지원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난 2월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말린 우슬초를 수입해 국내에서 차로 가공해 판매하고, 우슬초와 버진 올리브로 만든 비누 총판을 맡았어요. 또 무선 송수신기, 통역기 판매를 시작했는데, 여행사뿐만 아니라 박물관, 미술관, 라이딩을 즐기는 분들에게도 반응이 좋습니다. 저희 여행사의 본질은 성지순례이지만 이번 같은 상황은 언제든 다른 형태로 다시 올 수 있다고 판단해 사업 확장을 시작한 거죠. 그래서 이번 팬데믹이 제게는 아주 힘든 시기로만 남지 않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시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업계는 큰 변화를 겪을 것입니다. 저가여행이 줄어들고 질적으로 향상된 여행이 많아질 것이며, 짧은 기간에 여러 곳을 관광하듯이 다니기보다 한 지역에 머물며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여행이 중심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는 앞으로 연령대별 상품도 시도해볼 계획입니다. 여행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선물입니다. 이 선물을 다시 품에 안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확대보기김기룡 과장

김기룡 에스엠아이트래블 과장

고용유지 지원금 받고
내일배움카드 활용

저희 회사는 해외로 비즈니스 출장을 떠나는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했는데, 지난해 설연휴 이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 출장 고객이 대부분이라 그야말로 발이 묶인 거죠. 처음엔 6개월 정도 지나면 정상화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가 심각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휴직하며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대 지원 한계가 있어 기존 월급에는 미치지 못하니 어렵죠.
언제든 여행 업계로 돌아가고 싶지만 휴직기간이 길어지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인테리어 필름 시공 기술을 배웠습니다. 직업을 바꾸겠다는 생각보다는 막연하게 넋 놓고 있기보다 뭐라도 배워보자 싶었죠.
백신 접종이 한창이고 집단면역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아무래도 올해 안으로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확대보기천재엽 과장

천재엽 인터파크투어 서유럽팀 과장

5월부터 주3일 출근,
함께 여행할 날을 기다리며

여행 업계에 몸담은 지 12년 차인데 이번 같은 상황은 처음 겪습니다. 주변의 소규모 여행사 소식을 들어보면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퇴직한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 회사는 여행 외에 다른 부문 계열사들이 있어 퇴직이나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힘든 시기를 전 직원이 함께 이겨내고 있습니다.
물론 내부에서 변화는 있었습니다. 여행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다른 부문으로 파견 가거나 부서를 이동하는 형태로 사내의 새로운 직무로 옮기기도 해서 여행 자체를 담당하는 인원은 줄어들었습니다. 저도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으며 6개월 정도 휴직했다가 지난 5월부터 다시 출근했습니다. 집단면역이 이루어지고 여행을 재개하면 곧바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새로운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홈쇼핑 등을 통해 여행상품 예약도 미리 받고 있습니다. 하늘길이 열리면 언제라도 여행을 떠나겠다고 예약한 고객 수요가 1,000건을 넘어서는 것을 보면 여행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죠.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추진이 구체화되고 있어, 하늘길이 열리게 되면 여행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아직 전일 출근은 아니고 주3일 출근하는 단축 근무 형태라 급여도 그에 따라 일시적으로 줄어든 상태입니다. 그래도 다시 출근한다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집단면역이 이루어져 어디든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확대보기줄리아 멜로 대표

줄리아 멜로 더술컴퍼니 대표

온라인 콘텐츠로 숨통,
오프라인 체험도 포기할 수 없어

2016년부터 외국인에게 한국 전통주를 알리는 교육과 양조장 투어, 전통주 만들기 체험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오프라인 기반의 어떤 것도 못했어요. 수출을 준비 중이던 누룩 제조 키트 사업도 보류했고요. 이후 온라인으로 터를 옮겨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했는데, 다행히 국내 기업들의 요청이 많아 조금이나마 숨통을 텄습니다. 이후에는 다양한 온라인 클래스 콘텐츠 제작에 집중했어요. 지난해 10월에 더술컴퍼니 홈페이지에 막걸리 브루잉 온라인 영어 강좌를 오픈했는데 호응이 좋았어요. 한국 전통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영문으로 정리한 더술커넥션 사이트도 개설했고요.
그전에도 온라인으로 확장할 계획은 있었지만 시간에 쫓겨서 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어쩌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제게는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준 셈이죠. 그래도 오프라인에서 직접 부대끼며 전통주를 만들고 양조장을 투어하는 프로그램을 다시 열고 싶어요. 그럴 수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이은정 | 사진 박명래·인터뷰이 제공

조회수 : 641기사작성일 : 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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