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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여드름도 알레르기도 곤충에게 맡겨
BIO _ 특집 약 되는 곤충

 

지난해 3월 초, 한 방송사는 아침 뉴스에서 코프리신의 효능과 코프리신을 함유한 화장품을 소개했다. 그러자 해당 화장품회사 쇼핑몰에 방문자가 폭주하면서 서버가 일시 다운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코프리신은 애기뿔소똥구리에서 분리한 43개의 아미노산을 이용해 개발한 항생물질 성분. 이처럼 곤충은 화장품은 물론이고 기능성 의약품 제조와 신약개발, 음식물쓰레기와 분뇨 처리 기술까지 그 영향력을 확산시키면서 향후 바이오 분야의 혁명을 이끌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곤충 화장품·의약품 인기몰이
곤충을 활용한 실질적인 상품화는 현재 화장품 분야에서의 활약이 가장 눈에 띈다. 애기뿔소똥구리에서 분리한 코프리신 물질을 신제품에 접목시켜 화제가 되고 있는 화장품업체 E사의 경우, 곤충자원 활용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남성용 에센셜 토닉과 아쿠아 마스크 리페어 크림 3종이 그 첫 작품이다. 코프리신이 인체에 유해한 구강균, 피부포도상균, 여드름 원인균에 강한 항균 및 항염 작용을 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높아지자, 업체는 제품 종수를 늘려 최근에는 곤충화장품 수가 무려 12종이나 된다. 업체 측은 민감한 피부를 위한 진정작용과 피부면역을 높여줄 수 있는 제품을 연구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 원료 생산을 하는 M사는 일찌감치 10여 년 전부터 한때 화젯거리가 된 동충하초에서 추출한 균사체를 배양해 만든 원료로 화장품 제조에 도전했다가 마케팅에서 실패를 경험했던 업체. 하지만 최근 들어 완제품에서 손을 떼고 원료 공급에만 주력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연구와 테스트를 통해 아토피, 비듬, 지루성피부염, 미백, 주름개선 등의 효과를 인정받은 터이기에 국내 화장품업계에 원료가 판매되고 있는 것. 이 업체는 최근에 글로벌 화장품 원료 공급 전문업체로부터 주목받는 업체로 떠올랐다.
의약품 분야에서도 곤충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누에고치를 이용한 고막 재생을 촉진하는 물질 ‘실크패치’가 개발된 데 이어, 2014년에는 임플란트 시술 시에 잇몸뼈 형성을 촉진하기 위한 치과용 차폐막이 개발되면서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곤충 소재 의약품 관련 출원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2005~2009년에는 매년 10건 안팎으로 미미했으나 2010년 이후 매년 20~30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갈색거저리 추출물’을 이용한 치매 예방과 치료용 조성물, ‘꽃매미 추출물’을 이용한 항알레르기 조성물, 항비만 효과를 갖는 ‘장수풍뎅이 추출물’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곤충은 지구상에 서식하는 약 100만 종의 동물 중에서 4분의 3 이상을 차지한다. 공룡보다 먼저 지구상에 출현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 여러 가지 유용한 물질을 가지고 있는데다,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합성 신약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생물체로부터 분리되는 천연물을 이용하므로 안전성 면에서도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신약개발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개척할 필요가 있는 미지의 분야가 바로 곤충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의약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곤충의 종류도 늘어나고 있다. 약재로 사용돼온 벌침과 누에 외에 최근에는 갈색거저리, 동애등에, 꽃매미, 장수풍뎅이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도 곤충이 척척 해결, 대량생산 가시화
곤충은 환경분야에서도 환영받고 있는 비즈니스 아이템. 환경정화 곤충으로 현재 일부 업체들이 사육 중인 동애등에가 그 대표적인 벌레다. 동애등에는 파리의 일종으로, 굼벵이 형태의 유충은 음식물 분해 능력이 우수하며, 파리 형태의 성충이 되면 수분만 섭취하므로 사람이 사는 거주지에 침입해도 거의 해롭지 않다.
㈜충북곤충자원연구소는 곤충 애벌레를 이용한 음식물쓰레기 처리 및 사료 제조업체이다, 동애등에를 이용해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성장한 동애등에 유충을 건조시켜 가축의 사료로 활용하는 것. 동애등에는 애벌레의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하루 300㎏ 정도의 음식물쓰레기를, 산란이 활발해지는 여름에는 700㎏까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한다. 환경문제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음식물쓰레기의 현 실태를 감안할 때 향후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동애등에의 장점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돼지의 경우 여름철 고온에 의해 새끼돼지의 폐사율이 높은 편인데, 매몰 시에 지하수가 오염되어 소각처리하고 있으나 연료비 부담이 많아 친환경적·경제적인 방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환경정화 곤충으로 알려진 동애등에 유충을 활용해 폐사가축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동애등에는 65㎏ 정도의 폐사한 돼지 한 마리를 95% 이상 완전 분해하는 데 8일이 소요되어 분해 능력이 하루 5㎏으로, 실제 처리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알려진 신약개발, 화장품, 음식물쓰레기와 폐사가축 분해·처리 등, 바이오 분야에서의 곤충의 영향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미래의 희망을 내다볼 수 있는 지금의 단계까지 도달한 것은 전적으로 농촌진흥청의 역할이 컸다. 곤충을 활용하여 제품화시킨 바이오 분야 기업들의 경우, 정부연구개발 우수과제에 선정된 농촌진흥청의 기술을 이전받았거나 알게 모르게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정보와 기술에 대한 도움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곤충이 제 역할을 다 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다름 아닌 정부의 정책에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환경분야의 비즈니스화를 위해 곤충사육과 연구개발을 하고 있는 업체들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현실적으로 활성화가 필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장 초기 또는 진입 단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정책을 펼치고 홍보하는 정부 부처에서는 곤충산업의 필요성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사업화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업화 단계에서는 본격적인 수요와 공급 시장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편한 현안들을 풀 수 있는 주체는 연구개발자나 사업장의 경영자도, 또 제품구매자인 국민도 아니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부정책이야말로 환경분야 곤충산업이 미래성장산업으로 가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이자 바람이다.

 화장품 원료 개발기업 _ ㈜마이코플러스
동충하초 화장품 원료로 글로벌시장 겨냥

비즈니스는 앞서 간다고만 해서 성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공과는 반대일 수도 있다. 아픔 없이 크는 나무 없듯이, 시행착오 없이 성공하는 기업도 없기 때문이다.
창업 14년이 돼서야 이제 희망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마이코플러스가 꼭 그런 케이스다. 어언 20여 년째 동충하초에 빠져 그 연구개발에만 몰두해온 이학박사 출신의 윤철식 대표가 이끄는 ㈜마이코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사업타당성 기미가 보이면서 올 들어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대박은 아닐지라도 뭔가 큰일을 터트릴 것으로 기대되는 업체다. 동충하초의 균사체에서 확보한 원료가 화장품 제조업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엔 죽은 곤충의 몸에 기생하지만 여름이 되면 버섯으로 변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동충하초’는 엄격히 따지면 곤충은 아니다. 하지만 척추가 없는 곤충의 알, 유충, 번데기, 성충 등의 시체에 침입해 그 속에 기생하면서 숙주가 되는 곤충의 영양분을 파먹고 자란다. 곤충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개체인 만큼 곤충 비즈니스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이런 동충하초는 중국 진시황제와 양귀비가 애용했다고 전해질 만큼 항암효과, 면역증강, 노화방지에 효과가 커서 인삼·녹용과 함께 3대 한방약재로 통한다.
윤 대표의 경우 동충하초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다년간 연구개발을 해왔고, 해외에 나가서 직접 다양한 균주를 수집했을 정도다. 국내의 경우 1990년대 중반 2종의 동충하초가 식약처로부터 식품으로 인정받으면서 건강식품 유통업계에 붐이 일었지만, 제품가격과 효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지 못하면서 시장은 소리 없이 침체됐다.​
동충하초에만 몰두하면서 관련 지식이 풍부했던 윤 대표는 2002년 7월, 동충하초에서 추출된 원료를 이용한 화장품 완제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전 연구와 테스트를 통해 효과를 자신했던 아토피, 비듬, 지루성피부염, 미백, 주름개선 등의 제품을 출시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마진율이 높아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국내외 시장에 도전했지만 마케팅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뒤늦게 찾은 비상구는 화장품 원료 공급. 자신의 주특기인 연구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이 빠른 길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직접 수집한 균주 중 일부를 이용해 발효탱크 내에서 균사체를 키우고 이를 화장품 원료로 만들어 제조사에 공급하는 쪽을 택했다. 물론 원료공급은 화장품 제조사들과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대리점에게 맡겼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모발용품 제조 전문업체를 비롯해 향후 마케팅에 파급효과를 가져다줄 화장품 대기업인 A사에도 원료를 납품하게 됐다. 게다가 올해는 글로벌 업체로 유명한 유럽의 C사로부터 원료공급 제안을 받아놓은 상황이다.
윤 대표는 “균사체 배양을 통해 확보된 원료는 단일성분이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므로 원료 공급 사업성이 뛰어나다”며, “화장품 원료 외에도 건강기능성 식품이나 사료첨가제 원료로도 확대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 초기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했던 만큼 해외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곤충바이오 연구기업 _ ㈜충북곤충과학연구소
음식물쓰레기 처리 일꾼 ‘동애등에’ 생산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동에 자리한 ㈜충북곤충과학연구소(대표 박기환)는 지난 2013년부터 동애등에를 사육한다. 2010년부터 다양한 곤충을 사육하면서 곤충체험학습장을 운영해오던 이 업체는 농업진흥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대량사육 초읽기에 들어가 현재는 소량이나마 동애등에를 음식물쓰레기 처리 일꾼으로 활용하면서 부산물로 가축 사료와 농작물에 필요한 퇴비까지 생산한다.
일명 ‘BSF’로 불리는 동애등에는 환경문제의 불명예스러운 대명사로 오르내리는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곤충으로 인정받고 있다. 번식력이 왕성하여 짝짓기한 동애등에 암컷은 한번에 평균 800~1,000개의 알을 낳고, 이 중 90% 이상이 부화한다. 성충은 음식물쓰레기 1.8~2.7㎏을 분해한다. 친환경 분해작용의 대명사로 알려진 지렁이보다 10~15배 정도 빠른 속도다. 이뿐 아니라 동애등에는 여느 곤충들이 해내지 못하는 특별한 일을 한다. 음식물 흡수 시에 자체적으로 염분처리가 가능한 유일한 곤충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학계와 곤충사육업계가 동애등에에 주목하는 이유다.
충북곤충과학연구소는 최근 2년에 걸쳐 자체 개발한 자동화 사육시설에서 동애등에를 사육 중이다. 성충이 알을 낳고 3~4일 후면 유충인 애벌레가 되는데, 이 애벌레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한다. 애벌레는 15일 정도 몸이 터질 듯이 오로지 먹어대면서 배설물을 쏟아낸다. 이어서 번데기로 변하면 이들을 건조시킨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배설물들은 농작물에 활용될 퇴비제품이 되고, 번데기 자체는 닭, 돼지 등의 가축 사료로 거듭난다. 한마디로 동애등에 사육은 1석 3조의 효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현재 이곳 사육장에서 동애등에는 관내 사회적기업의 이동밥차에서 수거되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면서 퇴비와 사료까지 생산해낸다. 번데기 사료는 축산농가는 물론이고 양식장에서도 구입해 갈 만큼 호응이 높아지고 있으며, 퇴비 또한 농가들이 그 효과를 인정하여 생산되는 대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의 경우 음식물쓰레기 처리는 수익사업이 아니다. 현행 법규상으로는 곤충사육장에 음식물쓰레기를 반입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연구 차원의 시험사육이기 때문에 일부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충북곤충과학연구소는 최근 3년간 동애등에 대량 사육에 적합한 환경 및 사육방법을 연구하고 시설 자동화 설비를 개발하느라 5억여 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했다. 지금은 돈이 되는 비즈니스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더 나아가 2017년에는 인근 지역에 지금의 사육시설 10배에 달하는 대량 사육시설을 확보하여 관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벤처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구체화시켜 나가고 있다.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손철희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1,876기사작성일 :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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