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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넌 기르니? 난 먹는다! 곤충식품 전성시대
FOOD _ 곤충 먹는 시대

 

영화 「설국열차」에서 꼬리칸 사람들의 유일한 먹을거리였던 단백질블록. 수천 마리의 바퀴벌레를 통째로 갈아 만든 단백질블록은 그때만 해도 영화적 상상이 만든 먹을거리로만 여겼을 터. 지난 3월, 농촌진흥청은 갈색거저리 유충과 쌍별귀뚜라미를 일반 식품원료로 인정했다. 이 둘이 식품공전에 등록돼 모든 식품의 제조, 가공, 조리에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에서 식품으로 먹을 수 있는 곤충은 기존의 메뚜기, 누에, 번데기에서 갈색거저리, 쌍별귀뚜라미, 여기에 한시적 식품으로 등록된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등 모두 7종으로 늘었다. 미래의 식량자원으로 부상한 곤충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친환경 사육에 영양가치 높은 미래 먹을거리
곤충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단연 주목받는 분야는 식용분야다. 2013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식량 위기 상황에서 가축의 대안이 곤충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곤충식품산업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인류의 식량난과 환경파괴를 해결해줄 대안으로 곤충을 꼽은 것. 해외는 일찍부터 곤충을 단백질 함유가 높고 칼로리가 낮은 기능성식품으로 인정했다. FAO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촌의 20억 명이 이미 1,900여 종의 곤충을 먹고 있다.
곤충이 미래 식량자원으로 거론된 데에는 곤충이 갖고 있는 여러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우선 곤충은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하다. 육류단백질 대비 2배 이상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가령, 같은 중량(100g)으로 비교하면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각각 20.8g, 18.5g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 반면, 벼메뚜기 70.4g, 귀뚜라미 62.0g, 갈색거저리는 50.3g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더욱이 육류 단백질원에는 없는 식이섬유와 필수아미노산, 비필수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현존하는 단백질원 중 영양학적으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10~40%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하고 비타민, 무기질 함유량 또한 높다. 이처럼 고단백·저칼로리 기능성 식품으로 활용도가 높아, 칼로리는 높고 영양밀도가 낮은 현대인의 식단을 개선하는 데 유용하다는 것이다.
곤충이 일반 가축보다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가축이 사료 8㎏을 먹어야 1㎏의 고기 식품을 만들 수 있는 반면, 곤충은 사료 2㎏으로 같은 양의 식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 소비량 또한 소나 돼지가 1㎏당 각각 5,988ℓ와 15,415ℓ를 사용하는 반면, 곤충은 1,770~3,725ℓ로 적다. 뿐만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가축 사육보다 3배가량 적다. 사회·경제적으로 접근해도 마찬가지다. 500㎏짜리 소 한 마리를 사육하는 데 평균 120만 원 이상의 사육비가 드는 반면, 같은 양의 식용곤충은 20만 원대의 지출로도 사육이 가능하다. 이처럼 곤충은 적은 비용으로 대량 사육이 용이하므로, 식량 위기가 현실화되기 전에 지구상의 최대 개체수인 곤충을 식품으로 연구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구 온난화 때문에 불과 14년 뒤인 2030년부터 본격적인 식량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소 벤처업체들 의미 있는 성과 잇달아, 거부감 없애는 게 관건
전 세계 곤충산업의 급격한 성장에 국내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10년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을 시작으로 갈색거저리,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애벌레, 귀뚜라미를 한시적 식품으로 승인하고, 이 중 갈색거저리와 쌍별귀뚜라미를 올해 3월에 식품공전에 등록했다. 국내 곤충식품시장 발전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또한 3년 전부터 해마다 곤충요리경연대회를 열어 곤충요리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3월에 식용곤충을 이용한 특수의료용 식품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갈색거저리 유충을 이용해서 음식물 섭취나 소화 흡수가 어려운 환자를 위한 ‘고소애 푸딩’을 개발한 것이다.
곤충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시장 변화에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의 호응도 적극적이다. 곤충식품 가공업체인 이더블㈜, 국내 유일의 곤충식품 레스토랑인 빠삐용의키친 등이 선도기업으로 등장해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더블은 서울과 부산에 각각 매장을 두고 월 2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빠삐용의키친은 이미 몇 달 후까지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제대로 입소문을 탔다. 특히 빠삐용의키친의 경우, 식용곤충의 건조 및 분말화, 제면 특허 등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굴지의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지금은 중소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곤충식품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대기업들의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식용곤충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지방자치단체도 곤충사육을 위한 영농조합법인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는 지난해 한국외식과학고등학교와 식용곤충 요리개발보급 업무 협약을 맺고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곤충식품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곤충식품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곤충산업이 3,000억 원 규모인 가운데 식용곤충 부문은 60억 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곤충식품산업 성장의 핵심 키워드가 ‘곤충을 먹는 것에 대한 혐오감, 거부감을 어떻게 없애느냐’ 하는 데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식용곤충식 연구의 초점이 소비자의 거부감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에 맞춰져 있는 것이나, 이더블과 빠삐용의키친에서 곤충을 분말화, 액상화해 먹을거리를 개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곤충식품산업 관계자들은 곤충식에 대한 편견을 없앤다면 곤충식품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곤충을 혐오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미래 식량자원으로서 활용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그 갈림길에 서 있다.

 곤충식품 가공기업 _ 이더블㈜
곤충 먹는 ‘경험’ 재밌고 신선하게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이더블㈜(대표 류시두). 언뜻 카페인 듯 보여도 엄연히 식품가공업체다. 그것도 국내 최초로 곤충과자를 상품화해 판매한 곳. 처음부터 카페로 문을 연 게 아니고, 곤충과자를 만드는 곳을 직접 방문하고 싶다는 소비자들이 많아 제조장 한쪽을 카페로 꾸몄다.
현재 이더블은 곤충으로 에너지바, 쿠키, 견과류 등 10여 종에 달하는 먹을거리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제품은 대부분 유기농 밀가루와 설탕을 사용하고, 식품첨가물은 일절 넣지 않은 대신 견과류와 한약재를 더한 건강식이다. 곤충 함량 또한 5~10%에 달한다. 에너지바인 ‘한방메뚜기바’는 쫀득한 식감에 맛이 고소하고, ‘녹차누에버터링’은 쌉싸래한 녹차 맛이 일품이라는 평이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갈색거저리 유충을 쿠키 한가운데에 떡하니 박아놓은 ‘몬스터오트밀쿠키’와 ‘스마일초코쿠키’다. 촉촉하고 달콤한 맛에, 갈색거저리 유충을 베어 먹으면 아삭한 식감이 인상적이라고 제대로 입소문을 탔다. 이더블은 곤충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혐오감을 줄이기 위해 곤충을 분말화해 제품을 만든다. 다만, 몬스터오트밀쿠키나 스마일초코쿠키에 갈색거저리 유충을 그대로 올린 것은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곤충을 먹는다는 것은 맛보다는 ‘경험’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곤충식품을 먹었을 때 거부감이 아니라 재밌고 신선한 경험을 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이런 경험이야말로 앞으로 곤충식품시장을 넓힐 수 있는 핵심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코딩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관심이 많았던 류시두 대표는 대학 재학 당시에 IT분야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른 사업을 고민하고 있을 무렵, 해외에서 식용곤충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망설임 없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엔 FAO보고서를 보면서 곤충식품시장의 가능성을 봤어요. 블루오션인 만큼 개척할 수 있는 틈이 있겠구나 싶었죠. 국내에 곤충식품 전문가가 따로 없는 만큼 그 선두에 서야겠다는 포부를 갖게 됐어요.”
그 길로 식용곤충 관련 사이트를 개설하고 곤충쿠키를 만들어 시장 반응을 살폈다는 그는 소비자들의 호응에 또 한 번 놀랐다. 2013년 이더블을 창업한 그는 이듬해 법인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으로 곤충식품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우선 식자재인 곤충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곤충농장을 발굴하고, 유수한 셰프를 영입해 곤충식품 레시피 개발에 적극 나섰다. 이후 제조장을 갖추고 쿠키, 에너지바, 견과류 등의 먹을거리를 생산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마케팅을 폈다.
이더블의 가장 큰 경쟁력은 뭐니 뭐니 해도 현재까지 ‘상품화한 곤충식품을 가장 많이 판매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곤충에 대한 소비자들의 질문부터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 등을 살피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련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것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더블은 현재 식용곤충을 활용한 다이어트 에너지바 제조 등 관련 특허 4가지를 출원 중이다.
창업한 지 2년여. 류 대표는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곤충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또한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매출이 월 20%씩 꾸준히 성장했어요. 곤충식품산업의 비전은 당장의 규모보다는 성장률에 달려 있다고 봐요. 갈색거저리 유충과 쌍별귀뚜라미가 올 3월에 식품공전에 올랐으니 이제부터는 더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
류 대표는 현재 간식 위주의 제품에서 앞으로는 주식으로 먹을 수 있는 곤충식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운동하는 사람을 위한 고단백파우더, 당뇨나 고혈압 환자를 위한 대용식 등 건강식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먹을거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올 여름에는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곤충음료를 출시, 곤충식품시장을 제대로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다지고 있다.

 곤충 외식기업 _ 빠삐용의키친
국내 최초·유일의 곤충 레스토랑

서울 약수역 근처. 17㎡도 채 되지 않는 아담한 공간에 4인용 테이블이 달랑 하나. 사전예약제임에도 비는 시간이 거의 없다. 4월까지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태다. 메뉴는 파스타, 콘스프 등 요리 5가지, 당근머핀 등 디저트 13가지. 이 중 ‘라이스고로케-씨푸드토마토파스타-마카롱’, ‘콘스프-풍기크림파스타-마카롱’으로 구성한 코스가 인기다. 이곳이 바로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식용곤충 전문 레스토랑, 빠삐용의키친(대표 김용욱)이다.
빠삐용의키친은 한국식용곤충연구소 산하 지식협동조합에서 만들었다. 연구소 소장으로 2012년부터 식용곤충식 개발에 앞장섰던 김용욱 대표가 곤충요리를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는 바람으로 개소한 것. 때문에 레스토랑이라기보다 곤충음식 쇼룸이나 연구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곤충음식 판매에 열중하기보다 메뉴에 어떤 곤충을 사용했는지, 그 곤충이 어떤 맛이 나고 어떤 영양학적 가치가 있는지 등의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확산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빠삐용의키친은 곤충마다 제각각인 고유한 맛과 영양을 살릴 수 있는 음식 개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가령, 갈색거저리 유충은 100g 중 30g 정도가 유지성분이라 고소하므로 견과류와 함께 사용해 풍미를 높이거나, 분말로 만들어 크림파스타에 넣는다. 누에는 열을 가하지 않고 그냥 먹으면 뒷맛이 쌉싸래한 반면, 조리해 열을 가하면 담백한 맛이 나므로 제과제빵에 주로 사용한다. 이렇게 개발한 음식이 한식과 양식 등 총 100여 가지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식용곤충의 건조 및 분말화, 곤충을 이용한 식품용 반죽 제조방법 등에 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곤충을 액상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빠삐용의키친이 유일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한국식용곤충연구소를 통해 연구개발 베이스를 갖췄다는 것이 저희의 큰 경쟁력입니다. 앞으로 곤충식품시장이 활성화되면 경쟁업체들이 등장하겠지만,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요. 기존 음식에 곤충 몇 마리를 넣는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음식의 20~25% 정도 곤충을 넣습니다.”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곤충을 음식 위에 뿌리는 토핑으로 사용하거나, 만두 등에 곤충을 원형 그대로 넣거나 해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안겼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이 같은 실수는 곤충의 분말화, 액상화 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곤충의 원형이 식품에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곤충음식 대중화에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에서다.
보기 좋고 맛있고 건강까지 생각한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니 손님이 몰리는 건 당연지사. 빠삐용의키친은 원테이블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월 700만 원 정도 매출을 올린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매월 4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 고객층도 다양하고, 방문 목적 또한 가지가지다. 탐구토론대회나 학교 과제 때문에 방문하거나, 건강식을 찾아 일부러 걸음하기도 한다. 때로는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연구를 목적으로 찾기도 한다. 이 같은 반응에 김 대표는 “곤충식품시장의 활성화, 곤충식품의 대중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반색했다.
빠삐용의키친은 2호점인 남한산성점 외에 5월에 동대문역사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커피숍이나 카페 등에 숍인숍 형태로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또, 올 상반기에는 복분자를 함유한 ‘곤충에너지바’를 출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간편식인 에너지바가 빠삐용의키친과 함께 곤충음식 대중화의 첨병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식용곤충식 상용화와 기아식 개발이 제 꿈이자 포부죠. 지금도 미미하나마 곤충쿠키로 탄자니아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어요. 앞으로 곤충식으로 지구촌의 기아문제 해결에 앞장설겁니다. 빠삐용의키친은 제 꿈의 출발점입니다.”

이은정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2,946기사작성일 :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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