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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파고들어 일상을 뒤흔들다
취미의 일상화

확대보기꽃다발과 꽃가위

영화 보고 책 읽고, 소소해도 행복하다
일자리제공기업 벼룩시장구인구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73.3%)이 평소 즐기는 취미활동이 있다. 남성(51%)보다 여성(70.7%)이, 기혼자(71.6%)보다 미혼자(74.6%)가 더 많다. 이쯤되면 옵션이 아닌 기본사양이다.
그렇다면 직장인이 가장 많이 즐기는 취미활동은 무엇일까?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 조사 결과(복수응답)에 따르면, 영화 감상이 50.5%로 1위에 올랐다. 음악 감상(36.4%), TV 시청(31.4%), 책 읽기(30.6%), 게임(26.2%) 등이 그 뒤를 따르며 상위권을 차지했다. 평소 일상에서 흔하게 하는 활동이 대부분이다.
직장인은 이 같은 취미활동을 평일에 주로 즐겼다. 오픈서베이에서 발표한 ‘취미생활·자기계발 트렌드 리포트 2019’ 자료에 따르면, 평일 오후에 취미활동에 주로 참여한다는 응답이 44.8%, 평일 오전에 참여한다는 응답이 42.0%로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주말 오후(32.8%), 주말 오전(24.5%) 등이 그 다음 순이었다(복수 응답).
취미활동에 들이는 1회 평균시간도 응답자의 46.0%가 1시간~2시간 미만, 30.3%가 1시간 미만으로 시간 투자를 했다. 2시간~3시간 미만은 12.5%, 3시간 이상은 11.3%에 그쳤다. 이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은 정도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온라인 취미 클래스가 급부상하는 가운데, 직장인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취미활동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취미생활에 참여할 때 정기적으로 온·프라인에 번갈아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31.3%, 오프라인으로만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25.1%로 1, 2위를 기록했다. 이상은 현재 직장인 대다수가 취미활동을 즐기는 방식이라도 해도 무방하다.
직장인이 취미활동을 영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벼룩시장구인구직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일상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서(43.5%),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33.0%),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9.5%),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서(6.3%), 대인관계를 넓히기 위해서(1.9%)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취미활동이 일상의 만족도와 스트레스 해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의 방증이다.

확대보기줄자와 실, 가위

주52시간 근무에 인식변화 맞물려 취미활동 증가
최근 취미활동을 즐기는 직장인이 시나브로 늘어난 이유를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우선,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실질적인 노동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8년 7월부터 9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에 돌입했고,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올해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가 1년간 유예한 상태다.
그럼에도 올해 1월,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3곳(32.8%)에서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고,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도 29.9%에 달했다. 2018년 300인 이상 사업장 시행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노동시간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생긴 여가를 취미 및 여가·여행 등으로 보내겠다는 응답이 53.7%를 차지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는 응답(58.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실제로 광고기업 이노션월드와이드에서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60%가 ‘여가와 휴식, 취미활동에 변화가 생겼다’고 응답했다. 그중 ‘자신을 위한 새로움, 취미 등을 찾아서 즐길 시간이 더 생겼다’는 응답이 69.0%로 가장 높았다. 주중 퇴근 시간인 오후 6시부터 문화센터 수강생이 늘어 출근(1교시)에 이은 ‘주중(퇴근 후) 2교시’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으며, 원데이 클래스에 대한 언급량 또한 2018년 7만6,000여 건에서 지난해 9만여 건으로 대폭 늘었다.
다음으로 여가와 취미활동에 대한 인식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자신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으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8%가 ‘나만의 진정한 취미활동을 갖고 싶어’했으며, 82.3%가 ‘내가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을 찾기 위해 노력할 의향’이 있었다. 취미활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는 설문 결과도 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19년을 돌아보며 ‘올해 나를 빛낸 일’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2명(18.6%)이 ‘취미/특기를 만든 일’을 꼽았다. 연애(15.1%), 자격증 취득(14.8%), 해외여행(14.1%), 그 힘들다는 체중감량(13.9%)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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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해소에, 새로운 직업·창업 가능성까지
취미활동은 업무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취미활동을 영위하는 이유로 일상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 벼룩시장 구인구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9%가 ‘취미생활이 직장생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잘 모르겠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답한 직장인은 각각 5.4%, 4.8%에 그쳤다. 성과나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 자체를 즐기며 행복을 느낀다면 이것이 곧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엔 취미활동이 개인의 행복이나 힐링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직업이나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실제로 창업시장에서 ‘취미를 발전시킨 창업’을 의미하는 하비프러너(hobby-preneur)가 글로벌 트렌드로 등장했다. 취미와 직업(occupation)을 결합한 호큐페이션(hoccupation)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소비 트렌드가 브랜드 못지않게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바뀐 것과 연관돼 있다. 우리 술에 빠져 전국 양조장을 다닌 후 전통술 제조기업 ‘백곰막걸리와 양조장’을 창업한 이승훈·유이진 공동대표, 화장품을 좋아해 남성 최초로 뷰티 블로거로 활동하다 ‘㈜코스토리’를 창업해 연매출 1,000억 원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김한균 전 대표가 대표 사례다. 또 취미 큐레이팅 서비스 기업 ‘㈜하비박스’나 온라인 취미 동영상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 오프라인 취미 플랫폼 ‘솜씨당’, 액티비티 활동서비스 ‘프립’ 등 취미 자체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킨 기업도 점점 규모를 키우고 있다.
다시 강조하자면, 취미는 옵션이 아니라 기본사양으로 일상을 파고들었다. 과정 자체에 빠져들다 보면 스트레스는 멀찍이 날아가고 어느새 행복감이 내려앉는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내딛으면 새로운 직업이나 창업 등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토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취미활동은 일상에 기분 좋은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이은정 기자

조회수 : 2,721기사작성일 : 202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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