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7.07
정전기 물렀거라! 세계 시장 방전시키는 우리 기술
㈜선재하이테크

㈜선재하이테크 이동훈 대표는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6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Soft X-ray를 이용한 정전기 제거장치 개발〉이라는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고 2년 후 제품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또 2년 후 창업해 일본과 미국이 독점하던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선재하이테크는 20년이 지난 지금 업계를 선도하는 골리앗으로 서 있다.

막대 모양의 Soft X-ray ionizer와 차세대 Soft X-ray ionizer1_ 막대 모양의 Soft X-ray ionizer
2_ 청정지역 공정에 적합한 차세대 Soft X-ray ionizer. 작고 슬림한 크기로 협소한 공간에도 설치하기 쉽다.

정전기는 물체에 정지해 있는 전기를 말한다. 옷을 벗을 때나 악수를 할 때 등 일상생활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발생해 깜짝 놀라거나 불쾌감을 유발하는데, 정전기가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원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해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에서 두 물체를 문지르면 두 물체 표면에 있는 나노 크기의 돌출부가 구부러지면서 정전기가 발생한다고 발표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 정전기가 산업분야로 넘어가면 그 존재감이 달라진다. 전류는 낮아도 전압이 상대적으로 높아 산업 전반에 걸쳐 품질부터 생산수율, 크게는 기업 매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병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중요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정전기 제어 기술은 오랜 기간 일본과 미국 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선재하이테크(대표 이동훈)는 국내 최초로 기술개발과 제품화에 성공해 이 같은 독점시장에 균열을 낸 주인공이다. 1996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Soft X-ray’를 이용한 정전기 제거장치를 기반으로 2000년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년을 한결같게 정전기 제어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현재 등록 특허 및 출원,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등 정전기 관련 지식재산권만 150개가 넘는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했으며, 2018년에는 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고 지난해에는 디스플레이 분야 소재·부품·장비 기술 강소기업 100에도 이름을 올렸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전기 관련 풀 라인업 생산
정전기를 제거하는 기술은 이온 발생 방식에 따라 ‘코로나 방전’과 ‘Soft X-ray 방전’으로 나눈다. 코로나 방전은 뾰족한 침에 1만V 이상의 고전압을 걸어 침 끝에 발생한 이온을 정전기를 띤 물체로 이동시켜 정전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Soft X-ray 방전은 Soft X-ray를 이용해 공기 중에 이온을 발생시키고, 이 이온을 대전체에 조사해 정전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전자가 세계 정전기 제거 기술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원리라면, 후자는 세계에서 일부 기업만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장벽이 높은 기술이다. 코로나 방전은 오존이 발생하고 침 끝단에 이물질이 생성되며 성능 유지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현재는 Soft X-ray 방전이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여러 산업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주목할 것은 선재하이테크가 이 두 가지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전기 관련 풀 라인업을 갖춘 기업이라는 점이다. 막대 모양이나 블로워, 노즐, 건 등 고객사에서 필요한 어떤 모양으로든 정전기 제거 장치를 생산할 수 있고, 이밖에 정전기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센서 및 소프트웨어 기술도 보유했다. 이 중 선재하이테크의 주요 효자 제품은 Soft X-ray ionizer다.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해 일본 기업에서 독점 공급하던 시장에 유일한 경쟁사로 등장했으며, 현재는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제품 가격을 일본 기업보다 50% 이하로 낮춰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제조 및 반도체 산업에서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데 제 몫을 톡톡히 했음은 물론이다.

선재하이테크 작업공정, 기술 강소기업 100 선정, 선재하이테크 엔지니어들1_ ㈜선재하이테크는 코로나 방전과 Soft X-ray 방전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전기 관련 풀 라인업을 갖추었다.
2_ 선재하이테크는 디스플레이 분야 소재·부품·장비 기술 강소기업 100으로 선정됐다.
3_ 기술 강소기업을 지향해온 선재하이테크는 전체 직원의 약 25%를 엔지니어로 구성했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반도체 산업 발전의 숨은 공신
현재 정전기 관련 산업의 규모는 추산하기가 쉽지 않다. 정전기 관련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산업이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시장은 1,000억 원, 기업은 그보다 10배 정도 큰 1조 원 규모로 추정한다.
국내에서 정전기 제거장치 시장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반도체, 액정디스플레이(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과 같이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산업분야에서 정전기는 회로 간 절연막을 파괴해 불량품을 양산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정전기가 대전하기 쉬운 고절연 물질을 다량으로 다루므로 먼지 등 이물질이 흡착되면 수율이 떨어지고 패턴이 파괴되며, 인쇄 불량 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부상한 아몰레드(AMOLED)는 전류 구동방식을 채택, 전압 구동 방식인 액정디스플레이와 비교해 정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류 구동 방식은 박막이 정전기에 의해 손상될 경우 실제 불량 크기 및 정도보다 더 확대돼 보이기 때문이다.
액정의 절연 특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둔감했던 도전성 오염원도 아몰레드에서는 불량 한도 이상으로 표시된다. 특히 최근에는 패널 크기가 대형화되면서 오염 불량이 늘어난 동시에 정전용량 증가에 따른 정전기 문제에 더 민감해졌다. 반도체 분야도 마찬가지다. 반도체가 집적화됨에 따라 정전기를 더 미세한 전압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관련 산업에서 정전기 관리가 품질 경영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선재하이테크는 삼성, LG, SK 계열사를 포함해 글로벌 디스플레이·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뒀다. 실제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휴대전화나 모니터, TV 등을 만드는 주요 생산공정 곳곳에 선재하이테크의 기술이 적용됐다. 이에 전략기획실 이병준 전무는 “우리나라 디스플레이·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데 당사가 단단히 한몫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창립 20주년, 기술독립을 향하여 다시 출발선에
오늘날 선재하이테크를 반석 위에 올린 이동훈 대표는 부경대 공과대학 안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시기에 Soft X-ray를 이용한 정전기 제거장치를 개발하고도 파트너를 찾지 못해 직접 창업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디스플레이·반도체 제조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공정에 필요한 정전기 제거 기술과 제품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안타까워 우리 기술로 우리 제품을 생산해보겠다고 생각했던 것.
그럼에도 초창기에는 국내에서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생산수율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정전기 제거장치를 무명의 신생기업에 맡기려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심한 끝에 중국, 대만, 일본 등 해외에서 기술 세미나를 개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는 우회전략을 구사했고, 이것을 계기로 역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더불어 삼성과 LG 등에 정전기 관련 무료 교육을 진행하고 꾸준히 기술자문을 하며 정전기 제어 전문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전체 직원의 25% 남짓을 엔지니어로 구성할 정도로 평소 제조기업이 아니라 기술기업임을 강조하며 특허경영, 기술경영에 앞장서온 선재하이테크는 정전기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표면처리, X-ray, 이물세정 등 새로운 사업분야로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이 표면처리기다. 대상에 친수성을 부여해 인쇄, 코팅, 도장, 접착공정 등의 전처리에 이용하는 제품이다. 기존에도 코로나, 플라스마, UV 등을 이용한 표면처리기가 나와 있으나 기존 방식으로는 표면처리를 할 수 없는 재질이 적지 않았다. 선재하이테크는 이 같은 단점을 해소해 전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표면처리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사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갓을 쓸 수 있는 약관의 나이죠. 갓을 쓴다는 것은 어른으로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뜻을 펼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0년 전에는 미국과 일본 기업이 시장을 독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당사가 세계 정전기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부터가 진정한 기술독립을 위한 출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병준 전무가 전하는

㈜선재하이테크를 기술 강소기업으로 이끈 비결

이병준 전무 아이디어 공모 대회
선재하이테크는 5년 전부터 해마다 연초에 자체적으로 아이디어 공모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분야에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채택된 아이디어는 개발은 물론 시제품 제작까지 전 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이후 결과에 따라 기업 제품으로 출시하고 포상 또한 정확히 한다. 기업에서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어 좋고, 직원들에게는 개발에 대한 의욕을 높이고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된다. 이밖에 분기별로 개선제안제도를 시행해 채택한 제도에 대해서는 포상한다.

감성 코칭
선재하이테크는 직무 교육 외에 외부에서 코칭 전문가를 초빙해 감성 코칭 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한다. 심리상담을 겸하는 이 교육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는 데 효과 만점이다. 기술개발 또한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특허경영
기술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축적한 기술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이다. 선재하이테크는 새로운 제품개발에 따른 선행기술을 조사하고 초기 개발 콘셉트에 대한 특허를 사전에 출원하는 등, 특허를 통해 사전 기술을 보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특허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으므로 특허 전담부서를 두고 단계적으로 관리하며 침해 대응 전략도 실행 중이다.

이은정 기자 사진 손철희 기자

[2020-03-05]조회수 : 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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