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코로나19, 보호무역 완화할 외생적 충격 될까?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대외전략위원장

‘공동의 적’이 생기면 언제나 내부는 결속하게 마련이다. 보호무역이 중국과 미국 양자가 패권을 다투는 ‘지구촌 내부의 분열’이라면, 코로나19는 지구촌을 위협하는 ‘공동의 적’이 된다. 이때 부활할 수 있는 것이 ‘다자주의(多者主義)’다. 힘을 합쳐 코로나19에 싸우자는 기류가 형성되면, 미·중 패권경쟁이 완화되고 전 세계적인 협력의 기운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그간 무력화됐던 WTO와 G20의 기능이 다시 작동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완화될 수 있다. ‘설마 감염병이 세계적인 무역 구도를 바꿀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경제는 심리이기도 하다. 실물에 아무런 이슈가 없어도 주가가 폭락하는 일이 이러한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두 명이 한창 주먹다짐을 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말리지 않으면 그들도 싸움을 멈출 수 없다. 멈추려는 순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누군가 말려준다면 자연스럽게 화해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미·중 패권경쟁과 보호무역주의를 멈추는 ‘외생적 충격’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지극한 본능에 기인한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대외전략위원장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 의하면 자유무역주의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보호무역주의가 발생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이제까지 중국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상당한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지지율을 올리려는 트럼프의 정치적 의도가 있으며, 더 나아가 중국과 미국 모두 자국의 단기적인 이익만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당장은 자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끝없이 높은 곳으로 향하려는 인간들의 이기적인 욕망도 가세되어 있습니다. 한 국가 안에서도 잘사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 간의 차이가 점차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려고 하죠. 이는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잘사는 나라는 더 잘살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금의 패권경쟁, 보호무역주의는 이러한 이기심과 욕망의 발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과연 중국이 패권을 쥘 수 있을까요? 게다가 국제적인 패권이라는 것이 꼭 경제에 의해서만 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 역시 돈만 많다고 존경받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부분은 꼭 경제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세계의 패권을 쥔다는 것은 국제적인 규범을 만든다는 의미이고, 다른 나라들이 그 규범을 따라야 합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이른바 ‘소프트 파워’라고 불리는 문화적인 역량도 반드시 필요하겠죠. 그런 점에서 과연 중국이 새로운 규범과 질서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 다른 나라들이 그것을 따르게 할 신뢰를 줄 수 있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솔직히 의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나름대로의 자신감은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역량이라든지 내부 잠재력, 인구 등의 면에서 최악의 경우 문을 걸어 잠가도 견딜 수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겠죠. 다만 기술적인 패권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고, 그런 점에서 지난해 미국과 1차 합의를 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 합의가 깨질 위험은 언제든지 있습니다.

그간 세계는 참혹한 전쟁을 거치면서 제국주의 시대를 살아왔고, 그에 대한 반성으로 이제는 인류애, 평화, 자유화, 세계화의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보호무역주의, 패권 등은 역사의 흐름에도 반동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대체 지금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이기적인 동물로 보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런 이기적인 인간들이 모여 사회를 만들고, 그 사회가 국가라는 조직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보호무역주의는 언제든 다시 강화될 수 있습니다. 사라졌다고 보일수도 있지만 어떤 특정 지도자의 성향, 당시 국민들의 상황이 맞아떨어지면 반복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세계를 휩쓸 수 있습니다.

지금의 보호무역주의는 대부분의 국가, 특히 미국이나 중국 등 당사자들에게도 결국 손해로 작용하지 않습니까?
사실 자유무역을 했을 때 GDP도 올라가고 경제성장도 잘 이뤄진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패권경쟁을 하고 상대를 불신한다면 결국 ‘더 낮은 균형’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가 합의를 하면 ‘더 높은 균형’으로 올라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착각 때문에 이러한 게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게임을 반복하면 ‘아, 이제는 서로 협력하는 것이 더 잘사는 길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옵니다. 그러면 다시 자유무역주의로 회귀합니다.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라는 게임을 반복하다 보면 ‘이게 오히려 나에게 손해구나’라는 것을 각자 깨닫고 자유무역주의로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그 시점이 언제인지 명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급작스럽게 다가올 자유무역주의 회귀에 대해 준비할 필요는 분명 있습니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 동시에 또한 합리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합리성이 극대화된 곳이 바로 ‘시장’이다. 인간은 시장에서 효용을 극대화하고 이는 국가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것도 결국 그 본질은 이러한 시장의 합리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보호무역주의는 곧 이 ‘합리적인 시장’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아주 장시간 그 비합리성을 유지할 힘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억지로 유지되는 비합리성에 느닷없는 ‘외생적 충격’이 가해졌다. 바로 코로나19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감염병이 세계 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가 패권경쟁과 보호무역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중요한 사실은 이제까지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다자체계가 거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는 미국과 중국으로 나뉘어 양국 가운데 선택을 강요받았습니다. 그래서 공동으로 합의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다자체계인 WTO와 G20이 거의 무력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조심스럽게 다자체계가 가동되는 신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공동으로 대응하면 지금 코로나19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아직 적극적인 국제적 공조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지난 2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후에 채택된 공동선언 발표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자율을 낮췄고, 우리도 낮췄습니다. 조만간 일본도 금리를 인하하거나 양적 완화에 동참할 것으로 봅니다. 이는 중앙은행 간에 일정한 조율이 시작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보자면 코로나19로 인해 패권주의, 보호무역주의가 해제된다기보다는 ‘이제껏 기능하지 못했던 다자체계의 부활’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보호무역주의에서 자유무역주의로의 회귀가 조금은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그리고 이런 최악의 상황이 오히려 다자협력체의 부활을 더 빨리 이끌지 않을까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공포심을 갖게 되면 그것이 소비에만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이대로 전 세계가 문을 걸어 잠그게 되면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결국 사람이 이동해야 생산도 활발하게 이뤄집니다. 만약 세계 각국이 문을 걸어 잠그면 인력과 물자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전 세계에 걸쳐 있는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작동이 위협받게 됩니다. 이것이 작동하지 않으면 각각의 국가가 개별적으로 상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결국 GVC가 회복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을 통해 코로나19를 잡아야 하고, 모두 공멸하는 순간을 막기 위해서 세계는 협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해봅니다. 또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국제 공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다자협력체의 새로운 활동을 기대해봅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한국을 배우자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그 안에서 한국은 조금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한국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GVC는 제품 설계에서부터 시작해 부품과 원재료의 조달,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각 국가와 지역에 형성되어 있는 ‘글로벌 분업 체계’이다. “코로나19가 GVC에 영향을 미쳐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곽 위원장의 말은 매우 흥미로웠다. 물론 경제학자의 입장에서야 그리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은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 ‘불경기’만 떠오르기 때문이다. 생산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곧 기업이 심대한 타격을 입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호무역주의가 일단은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우리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해야 할 일과 정부에서 지원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더 나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새로운 수출 대상국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신상품을 개발하고 수출국 다변화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다변화가 쉽지 않습니다. 대기업의 협력사로 정해진 제품만 생산하기도 바쁜 상황인 데다, 대기업과의 수직적인 구조 속에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전 세계 서플라이 체인에 교란이 발생한 상황에선 더 힘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기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판로 확보라는 또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수입에 의존하던 부품 및 소재를 국산화하고, 중소기업이 새로운 서플라이 체인에 들어가거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나 대기업이 지원한다면, 다시 안정을 찾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입니다. 물론 이런 활동에 대기업이 참여할 유인이 없으므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을 전제로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보상체계 마련도 필요합니다.
한편, 제품의 품질이나 성능이 충분함에도 시장조사를 할 시간과 역량이 부족해 새로운 서플라이 체인 참여에 힘들어하는 중소기업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신규로 참여할 서플라이 체인을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별도의 중소기업 공급망 참여지원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지나치게 자신의 수직적인 구조 안에 가두려 하지 말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자생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자신의 활로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게 된다면 대기업과의 관계도 더 발전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는 결국 중소기업 발전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대외전략위원장

어떤 면에서 봤을 때 코로나19는 중소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또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라는 것이 앞으로 인류 역사상 사라질 리도 없고, 언제든 부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언제든 다시 닥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해야만 한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그 위기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운명이 바뀐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에서 우리나라가 아세안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면 보호무역주의의 새로운 탈출구를 만들고, 이 부분에서 기업들이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는 아세안의 리더가 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없습니다. 다만, 2017년 11월에 ‘더불어 잘 사는 사람 중심의 평화공동체’라는 비전을 제시했었습니다. 또한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이라는 개념을 고려할 때, 아세안은 우리나라를 아세안의 ‘리더’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세안 회원국은 동아시아 지역 협력에 자신들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지 다른 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아세안+1(한국)’, ‘아세안+3(미국, 중국, 한국)’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세안 시장이 중국이나 미국시장을 대체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보완적인 관계입니다. 이제까지 가까이 있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상호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해 서로 협력을 강화하고, 서로의 강점을 보완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나서서 아세안과 상생의 관계를 제대로 형성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아세안 현지에서 더 수월하게 활동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현지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고, 보호무역주의의 새로운 탈출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이 피어난다’는 말은 그저 세상을 밝게 하기 위한 다독임만은 아니다. 구조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다. 뻔히 눈앞에 보이는 공멸을 두고 가만히 있을 사람들은 별로 없다. 무엇인가 노력을 하게 되고, 또 다른 발상을 모색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동안 유지됐던 루틴이 깨지고 패러다임이 변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과거와는 다른 판이 펼쳐지고, 그것을 우리는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다. 코로나19가 비록 지금은 암흑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답’을 찾아왔다. 아마도 그 ‘답’이 곧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이남훈 기자 사진 김성헌 기자

[2020-04-07]조회수 : 1,392
  • 목록으로
  • 프린트

유용한 정보가 되었습니까? [평균0점/0명 ]

500자 제한 의견달기
이름 비밀번호
내용
인증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수 있습니다.
우)52851 경상남도 진주시 동진로430 (충무공동) | 잡지구독문의 T.055-751-9128 F.055-751-9129
Copyright ⓒ KOSM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