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7.07
소재산업 제조 스마트의 혁신 모델
태경산업㈜ 예미공장

누군가 시도하지 않은 도전은 위험부담이 따르더라도 분명 신선한 도전이다. 태경산업㈜은 동종 업계 모델 케이스가 없는 상황에서 스마트공장 도입을 통해 국내 소재산업 혁신의 모범사례를 만들었다. MES 도입으로 원자재 투입부터 완제품 검사에 이르기까지 통계적 품질관리 체계의 기반을 마련했다. 관리자는 물론이고 생산현장의 직원들 모두 생산 정보를 PC나 모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작업일지가 없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생산현장’으로 변신했다.

도입 시스템
제조실행 시스템 / 생산관리 시스템
사업기간
2018년 5월 15일 ~ 2018년 11월 14일(6개월)
구축비용
1억 원 (자부담 5,000만 원)

태경산업㈜ 페이퍼리스 생산현장

시스템 화면전기로에서 집계된 HMI 데이터는 게더링 서버를 거쳐 MES 서버로 전달된다. 매시간마다 실시하던 현장 검침과 조정실 담당자의 번거로운 체크 작업이 사라졌다.

합금철 생산공장의 혁신 도전
태경산업㈜(대표 김해련)은 합금철, 중질탄산칼슘 등 산업용 기초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제조기업이다. 본사는 서울에 있지만 업종 특성상 공장은 괴산, 광양, 온산, 단양, 정선 등 전국에 분산돼 있다. 이 중 강원도 정선군에 자리한 예미공장은 망간계 합금철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합금은 두 종류 이상의 원소가 섞여 이루어진 금속으로 철 성분도 있어 합금철이라 불리며, 철강 생산 시 산소, 유황 등의 불순물을 걸러내 철을 질기고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철강 생산과정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될 원료다.
합금철 소재는 해외에서 수입되는 망간광석 소재가 차량으로 입고되어 샘플 검사를 마친 후 전기로 공정을 통해 열탕, 냉각, 분쇄, 품질검사 등의 과정을 거쳐 탄생하며, 철강 생산업체에 공급된다. 예미공장에서 생산된 합금철 소재의 경우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 철강 생산기업으로 공급되고,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은 15%를 차지한다. 제품 납기, 품질 등에서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제조사들은 스마트공장 추진으로 생산관리를 통한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합금철 제조 공정은 기업이 혁신을 추구하려 해도 공정의 특성상 쉽지 않은 분야다. 고온의 전기로에서 끓여 만드는 화학반응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온도, 양 등을 정확한 수치로 계량화하기가 어려운 데다, 주요 공정은 오랫동안 현장 작업자들의 경험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철강 기초소재 업계에서는 스마트공장을 추진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2년 전, 태경산업 예미공장은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MES(제조실행 시스템) 도입이었다.

예미공장 합금철 생산 라인예미공장에서 생산하는 합금철은 철강 생산 시 산소, 유황 등의 불순물을 걸러내고 철을 질기고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철강 생산의 필수 원료다.

경험축적 안 되는 수기 방식에 대한 고민
예미공장에 MES를 구축한 이유를 알려면 먼저 2018년 5월 이전의 생산현장 운영 시스템을 훑어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의 철강 소재생산 과정은 원자재인 망간광석이 차량으로 입고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물류차량은 자동계량 시스템 통과가 필수다. 이때 무게 중량이 측정되는데, 기사가 하차해 사전에 발급된 카드를 계량기에 접촉시키거나 미리 대기하고 있던 또 다른 인력이 카드를 받아 접촉시켜야 한다. 이에 따른 시간과 인력 사용이 불가피했다.
야적장에 하차된 망간광석은 샘플 테스트를 거친 후 각각의 포터로 이동해 혼합되고, 그 다음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전기로 공정에 투입된다. 이때부터 ‘열탕’이 만들어진 후 냉각과정으로 넘어갈 때까지 조정실 담당자는 매시간 체크해야 할것이 있다. 온도, 투입량, 생산량, 전기사용료 등을 검침하여 이를 일지에 기록하는 것이다.
전기로 공정을 거쳐 나온 열탕은 냉각 후 다시 고체화되어 분쇄된 후 품질검사를 거친 후 출하된다. 단, 열탕이 나올 때 현장 작업자는 품질검사용으로 별도의 샘플을 추출해놓아야 하고, 실험실 담당자는 출근과 동시에 고체화된 소재를 분쇄해 성분 품질검사를 해야 한다. 이 또한 일일이 수기에 의존했다.
이처럼 일일이 손이 가는 일련의 공정에 대한 결과는 각 담당자들의 일지로 남고, 생산 안전관리 담당자는 아침마다 현장을 돌며 작업자들의 일지를 수거해 엑셀로 결재 서류를 만든다. 공장 책임자 결재를 거친 서류는 다시 서울 본사로 전달되는 방식이었다.
모든 게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 그대로였다. 공장의 설비 가동률, 공정 품질관리를 엑셀로 하다 보니 데이터 축적은 되지 않았고, 현장의 작업자들은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공장 내 전기로, 물류반, 원료반, 공무반, 전기반 등 5개 부서 간의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았다. 구두로 인수인계를 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했다. 생산 손실이 생기거나 설비관리의 허점이 있더라도 문제의 원인과 보완책을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수기를 통한 일지에 의존하면서 현장 근무자들의 번거로움과 시간 낭비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실험실 담당자들의 품질검사수기로 작성되던 작업일지가 사라지면서 페이퍼리스 생산 현장이 실현됐다. 실험실 담당자들의 품질검사 결과도 곧장 MES 서버로 연결된다.

모든 데이터를 수집·공유하는 시스템 구축
2018년 5월 스마트제조혁신단의 지원을 받아 총사업비 1억 원을 들여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당시 경영진 입장에서는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합금철 같은 산업용 기초소재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도전인데다, 업계 특성상 시스템보다는 경력과 경험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스마트공장 구축의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벤치마킹을 할 곳도 없었다. 투자대비 효과에 대한 고민 못지않게 ‘과연 이게 가능할까’ 하는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품질관리, 원가관리 등을 스마트하게 하지 않으면 생존의 한계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던 상황이었고, 마침 정부에서 스마트공장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니 도입 시기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예미공장의 스마트공장 시스템은 여느 기업들의 MES와는 달랐다. 일반적으로 부품이나 단품을 생산하는 현장들이 실시간 수량 및 불량률 파악 등에 주력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것과는 달리, 예미공장은 생산실적 정보 집계 방식을 자동화하고 실시간 공장운영 현황을 분석하는 데 주안을 두었다.
생산현장의 시스템 변화는 그것을 활용하는 현장 인력들의 호응과 활용이 뒤따라야 한다. 현장 인력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회사 측은 직원들에게 “스마트공장을 도입한다”는 어렵고 복잡한 설명 대신 “여러분이 가장 번거롭게 여기는 현장 검침과 일지 작성 업무를 없애드리겠다”는 설명으로 혁신 시스템 도입을 알렸다고 한다. 쉬운 말로 “CCTV만 보고 검침하고, 마우스만 클릭하면 자동으로 일지가 작성되는 시스템이다”라고 인식시켰더니 직원들의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는 것.
시스템 구축은 원자재 입고 과정부터 바꿔놓았다. 입고 시 물류차량이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방식으로 자동계량 시스템 위치를 통과할 때, 유선으로 연결된 CCTV가 차량 내 기사가 소지한 카드를 인식해 중량 자동 측정이 이루어진다. 입고된 원자재가 전기로에 들어가면 전기로에서 집계된 HMI 데이터와 품질·설비·생산·실적관리 파트의 데이터가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가 수집되는 게더링(gathering) 서버를 거쳐 MES 서버로 전달된다. 또한 1시간마다 현장 검침이 필요했던 전기로 곳곳에 CCTV를 설치해 모니터로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화면 인터페이스를 기존 엑셀 폼인 수기 양식과 동일하게 구성해 작업자들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했다. 또 실험실 담당자들의 품질검사 결과도 곧장 MES 서버로 연결시켰다.
MES 서버에 집결된 생산관리 및 실적관리 수치는 MES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PC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MES 서버를 통해 강원도 정선의 예미공장 현황을 서울 본사에서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숫자로 보니 아하!
스마트공장 도입 효과


설비 가동률 2.1%
공정 불량률 50%
재공재고 33.3%
납기 준수율
5.8%

검침과 작업일지 없는 생산현장으로 변신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달라진 예미공장의 변화는 무엇보다도 수기로 작성되던 작업일지가 사라지면서 페이퍼리스(paperless) 생산현장으로 변신했다는 것. 구축 당시 회사 측이 현장 직원들에게 약속한 그대로다. 모든 수치가 자동으로 수집되고 합산되어 MES 서버로 전달되고, 현장 근무자와 관리자도 PC나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현장의 장비 가동 상태를 알 수 있다. 또 공장 담당자가 매일같이 하루 전의 현장데이터를 수집, 분석한 후 보고서를 만들어 본사에 보내는 일도 이젠 불필요한 일이 됐다. 검침과 작업일지가 없는 생산현장 실현으로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월 단위로 라인별, 설비별 가동률과 고장원인 등에 대한 시스템 관리도 가능해졌다.
예미공장의 스마트공장 도입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성과는 생산현장에 수평적 조직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MES시스템 구축 시 공정 간, 작업자 간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 사내게시판을 만들었다. 과거에는 중요한 이벤트나 전달사항을 반장에게만 전달했기 때문에 모든 작업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적잖게 시간이 걸리거나 잘못 전달되기도 하고, 누락되는 일도 발생했다. 이제는 사내게시판을 통해 누구나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 정보공유를 통한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런가 하면, 앞으로는 익명으로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더욱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스마트공장 도입 과정에서 실무를 이끌었던 박원철 생산팀장은 “수기로 작성해서 보고 형식을 취했던 예전에는 모든 생산품질 데이터가 한번 확인하고 방치되는 무용지물이었지만, 스마트공장이 구축된 이후로는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며, “이 데이터들이 계속 축적된다면 빅데이터로 활용되어 최적의 조업 조건을 찾아낼 수 있고 불량 원인 분석을 통한 재발 방지 등 다양한 활용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MES시스템 도입 효과는 설비가동률 증가, 납기 준수율 향상은 물론이고 체계적인 설비관리로 장비당 약 4.4시간 추가작업이 가능해졌다. 공정 불량률도 50% 감소했다.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고 있는 예미공장에선 앞으로 남은 일은 갈수록 축적되는 빅데이터의 활용이라는 입장이다. 향후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추진할 경우, 빅데이터를 활용한 품질 향상과 원가 절감에 주안점을 두어 기업 경영에 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얻겠다는 계획이다.

MES 홈페이지MES 서버에 집결된 생산관리 및 실적관리 수치는 MES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PC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알 수 있고, 서울 본사에서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스마트공장 추진 핫 어드바이스

“최적화된 프로젝트를 먼저 제안하세요”
정준호 생산팀 사원

정준호 사원 MES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직원 중 한 사람입니다. 저는 생산현장의 안전관리 담당자로서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하면 작업 현장을 돌며 각 부서의 일지를 수거하여 일지 내용을 엑셀로 옮긴 후 결재용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오전의 절반을 이 업무에 활용하다 보니 매우 비효율적이었죠.
스마트공장이 구축되면서 일지 내용 취합과 보고서 작성 업무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10분이면 기존에 하던 업무를 끝냅니다. 이렇게해서 얻게 된 시간은 안전관리 담당자로서 데이터상의 특이사항을 파악한 후 현장 점검을 하는 데 쏟고 있습니다. 생산현장의 실무자로서 업무효율성을 체감하고 있으니 우리 공장의 MES 구축은 성공적인 게 맞는 거죠.
스마트공장 구축 시 참여한 실무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잘한 점이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봅니다. 시스템 개발사는 우리 회사의 공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알아서 최적화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한계가 따릅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엑셀과 도표로 만들고, 그림을 그려서 그들에게 먼저 제안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입맛에 딱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공장을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먼저 자사 공장의 문제점이나 애로점을 제대로 인식한 후 개발사에게 원하는 방향과 조건을 세세하게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게 과연 가능할까?’라고 고민만 하지 말고 준비를 철저히 하여 일단 시도를 하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봅니다. 가능성에 대한 걱정을 하기보다는 과감한 도전이 중요합니다.

박창수 기자 사진 박명래 기자

[2020-05-07]조회수 : 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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