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1.17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돌진하되 전문가가 되라
영일엔지니어링㈜ 이창은 대표

이창은 대표는 26년 경력의 제조기업 CEO다. 경리와 회계업무 경력만 믿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초창기 가시밭길을 걷는 아픔이 있었지만 이제는 전기, CAD, 컴퓨터 부품, 세무 등 기업운영에 필요한 전 분야의 실전지식을 속속들이 꿰차고 있는 만능 CEO가 됐다. 자동차 부품 제조용 자동화설비 개발 및 제조기업인 영일엔지니어링㈜을 글로벌강소기업으로 만들었고, 소프트웨어 기반의 자동화설비 기술을 축적해놓아 앞으로 비전도 밝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구지회 부회장이기도 한 이 대표는 후배 CEO들에게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사업으로 돌진하되 먼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라고.

이창은 대표

Management Point 1
CEO는 아픈 만큼 강해진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했던가? 이 대표는 일찌감치 ‘사업이 이런 거구나’라고 실감했고, 그것이 CEO로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창업에 대한 도전은 젊음의 특권이지만 감당해야 할 아픔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단다.
“둘째 아이 임신한 것도 모르고 일하던 시절이었죠. 만삭이었는데 부도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몇천만 원이었지만 당시 우리에게는 큰돈이었습니다. 부도 소리에 양수가 터져서 병원으로 실려 갔고, 이튿날 둘째 딸이 태어났어요. 아마도 그 일은 평생 못 잊을 겁니다.”
창업 전에는 평범한 3년 차 주부였다. 각자대표인 남편 최태원 ㈜영일랩스 대표는 프로그램 엔지니어 출신의 경력자였다. 남편이 전 직장을 퇴사한 후 부부는 직원도 없이 단둘이서 기계작동용 전기 컨트롤박스를 주력 아이템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최 대표는 기계 관리 업무를 총괄했고, 이 대표는 결혼 전 경리 기획업무를 담당했던 10년 경력만 믿고 사업 전체를 꾸려나갔다. 그때는 말이 회사 대표였을 뿐 경리를 담당하면서 주문도 받고 설계도를 보면서 직접 조립까지 거들었다.
처음 겪은 거래처 부도는 자금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도 소중한 아기를 잃을 뻔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제야 사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부부의 밥줄인 사업을 포기할 순 없었다. 출산하고 난 이튿날에도 다시 회사에 나가 견적서 작업을 했다. 그 후로 직원을 한두 명씩 늘리면서 사업을 이어갔지만, 예기치 못한 큰 위기는 또다시 찾아왔다. 이번엔 IMF였다. 당시 회사는 전 직원 7명인 소기업이었다.
“거래하던 대기업이 부도가 났어요. 부도를 맞던 날 집에 들어갔는데 쌀독에 쌀이 없다는 것을 알았죠. 그때 또 하나를 배웠어요. 사장인 나도 월급을 챙겨야 한다는 것을요.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고, 돈이 벌리는 대로 무조건 회사에만 쏟아부었던 겁니다. 경영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어요. 또 이런저런 어려운 고비를 넘기다 보니 저도 나름 강해졌어요. 뚝심이 생기더군요.”
이 대표는 직원들과 임금 20% 삭감에 합의하고 변신을 시도했다. 기계 전문인력을 보충해 전장제품인 시동모터의 부품생산 설비시스템 제작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했다. 마침 다국적기업인 프랑스의 발레오(VALEO)와 손을 잡게 됐고, 이것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계기가 됐다. 1999년 6월 영일엔지니어링은 발레오의 협력사로 등록하면서 세계화에 눈을 뜨게 됐다. 이듬해부터 프랑스와 브라질로 수출을 시작했고, 2001년엔 백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발레오는 이 회사가 현재 중국, 슬로바키아, 러시아, 미국, 폴란드, 포르투갈 등 10여 개국 해외시장에서 매출의 70%를 달성할 수 있는 물꼬를 터준 셈이다.

영일엔지니어링㈜ 분야별 베테랑 전문인력자동화설비 개발에는 설계와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확보가 필수다. 영일엔지니어링㈜ 현장에는 분야별 베테랑 전문인력이 포진돼 있다.

Management Point 2
인내가 쓴 만큼 얻은 것도 많다
데스밸리를 넘어 수출 중소기업 법인으로 성장한 영일엔지니어링은 2010년 이후 부품소재전문기업으로 인정받고 천만불 수출탑도 달성하면서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6년간 성장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왔다. 강점인 전기기술 노하우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기계 장비에 잘 융합시켰기에 가능했다. 물론 성장과 도약의 과정에서 인내심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부품 생산을 위한 자동화설비에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수입니다. 이 때문에 2005년엔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영일랩스를 자회사로 설립해서 경쟁력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무렵 대기업에서 자동차 핸들을 돌리는 데 소모되는 힘을 줄여주는 장치인 파워 스티어링 국산화에 따른 테스트시스템 개발을 주문받았는데, 이게 자금난으로 이어졌어요.”
3년에 걸쳐 R&D에 집중했다. 40여억 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투자했다. 하지만 개발을 완료하고도 대기업의 생산방향에 변수가 생겨 수주를 받지 못했다. 그러니 자금난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사업의 지속성 여부에 대한 위기감이 절정에 달할 즈음 그간 참고 버텨온 개발의 결실이 나타났다. 2009년부터 세계 3대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인 포드의 부품회사인 TRW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거래를 시작했고, 이는 지금까지 10여 년간 꾸준한 성장을 유지해온 핵심동력이 됐다.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 대표에게 인내심이 필요했던 또 하나의 요인이 있었다면 다름 아닌 인재관리다. 부품 생산 자동화설비 개발에는 설계와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확보가 필수다. 주력제품인 자동차 조향장치 조립설비를 비롯해 제동장치, 발전기, 컴프레서 조립설비 능력이 뛰어난 회사인 만큼 경력 많은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설계기계 조립 등 분야별로 베테랑 전문가들이 포진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위해 신입직원을 채용해 인재로 키우려는 노력을 무던히 기울여왔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배워서 경력을 쌓으면 미련 없이 이직하는 젊은 직원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에 가슴 아파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직원들에게 엄마 같고 누나 같은 입장에서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합니다. 회사 마당에 솥단지 걸어놓고 음식도 직접 해줬고 개개인의 애로점을 알게 되면 일일이 들어주고 다독이고 그랬어요. 그렇게 애정을 기울였는데도 기술만 배워서 훌쩍 떠나는 직원들을 볼 때면 서운함도 생기더군요.”
그는 지방 소재 중소기업으로서 인재 이탈을 막는 것이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다만 회사의 기술력이 강해지고 경쟁력이 커질수록 이직률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등 떠밀어도 나가기 싫다는 소리가 나오는 회사로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방법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영일엔지니어링 기계장비자동차 부품 제조용 자동화설비 개발 및 제조기업인 영일엔지니어링은 강점인 전기기술 노하우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기계장비에 잘 융합시켜 경쟁력을 높였다.

Management Point 3
늦깎이 공부 덕에 젊은 세대와 눈높이 맞추다
서른 살 이후 지난 26년간 이 대표가 회사 경영 외에 추구한 것은 단 한 가지다. 바로 공부였다. 일 못지않게 배움에도 악착같이 파고들면서 집중했다. 누군가에게는 CEO로서 뒤늦은 공부가 학위 취득이나 인맥 쌓기의 수단일 수도 있겠지만 그에겐 아니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상 불가능했어요.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죠. 2002년이었어요. 수출이 시작되고 나니 못 한 공부에 대한 한도 풀고 사업에 보탬이 되는 전공 공부를 하기로 했죠. 놀면 뭐 합니까. 장독이라도 깨야죠. 주말을 이용해 대학 과정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영진전문대 사이버1기로 입학해 산업시스템을 전공하고, 이어서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늦깎이 대학생의 열정은 영남대학교 경영학 석사 과정으로 이어졌고, 〈여성 기업가 정신 특성에 관한 연구〉 논문을 썼다. 그 무렵 취미생활로 사진을 즐기려고 했지만 바쁜 가운데서도 배움의 즐거움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디지털융합비즈니스 박사 과정을 마치고,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고찰〉 논문을 작성 중이다.
회사를 이끌면서 공부하랴, 성장 중인 남매를 챙기랴 그야말로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게 아쉬울 정도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10년 넘게 학교를 다니는 동안 단지 시간이 부족했을 뿐 공부가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다는 이 대표. 그는 배움의 즐거움도 컸지만 바로 경영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도 많았다고 한다. 일례로 최근의 트렌드인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접근과 이해도 남보다 빨랐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덤으로 주어진 것이 있었다. 젊은 세대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생활문화와 사고에 익숙해진 것이다.
“예전에 남자 직원이 갑자기 다음 날 월차를 사용하겠다고 했어요. 이유는 자신이 아기를 돌봐야 한다는 거였죠.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직장 위주로 남성 육아휴직도 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보편적인 사례가 아니었어요. 더욱이 중소기업은 인력 여유가 없으니 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제가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젊은이들과 웃고 대화하며 그들과의 세대 차이를 좁히고 있던 시기였으니 그 직원의 입장이 이해가 되더군요. 두말 않고 승낙했죠.”
요즘 사회는 물론이고 기업에서도 세대 간의 갈등이 화두다. 부하와 상사 간의 세대 격차가 소통과 이해의 부재로 이어지기도 한다. 공부하면서 만난 젊은이들과 20대 자녀들을 통해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만큼 사내에서 직원들과의 대화는 쌍방향 소통법을 구사한다. 게다가 오랫동안 리더십을 발휘해온 CEO이기에 이 대표에게선 소심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일처리 방식도 대화법도 시원시원하다.

영일엔지니어링 기계장비수출강소기업인 영일엔지니어링은 중국, 슬로바키아, 러시아, 미국, 폴란드, 포르투갈 등 10여 개국에서 매출의 70%를 일구고 있다.

Management Point 4
전천후 만능 CEO에겐 장애물이 없다
이 대표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구지회 부회장이다. 지역 내 기업인들과의 만남은 정보교류 외에도 같은 입장에 처한 동반자로서 서로를 응원해주는 등 큰 힘이 된다고 한다. 그가 모임이나 세미나에서 후배 기업인들에게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중소기업 CEO는 자사제품의 최고 전문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력의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은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다지기 전까지는 늘 전문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AD를 모르면서 설계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관리할 수 없으며, 갑자기 결원사태가 빚어지면 즉시 대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초창기엔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는 생산 장비 시스템 구축 기업이기 때문에 거래처 쉬는 날이나 휴가기간에 가서 설치하고 테스트도 해야 합니다. 초기에는 직접 현장에 나가 저도 같이 일을 도왔어요. 기본적으로 도면을 볼 줄 알아야 하잖아요. 방법은 하나였어요. 제가 직접 배우는 쪽을 택했죠.”
이 대표는 가장 먼저 전문학원을 찾아가 CAD를 배웠다. 설계를 알아야 기계를 알고, 재고파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전기기능사 결원 시 즉각 대응하기 위해 전기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언젠가 한번은 연구소 설계 작업용 컴퓨터가 문제를 일으켰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당시 컴퓨터 한 대를 직접 해체해 다시 조립해보면서 주요 부품과 그것들의 기능을 손으로 익혔다. 마치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듯 무엇이든 필요하면 직접 배우고 익혔다. 그러다 보니 회사 내 전반적인 실무지식을 손안에 쥐게 됐다. 직원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곧장 그에게 답을 얻어간다. 그래서 붙여진 닉네임이 ‘만능 CEO’다.
“사실 대표가 너무 많이 알면 직원들이 불편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대기업이 아니잖아요. 위급할 때는 사장이 직접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제가 잘 안다고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하진 않아요. 다만 두루두루 알고 있기에 문제 발생 시에는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이 대표는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된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해가는 것이 지금의 목표라고 말한다.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시대에는 회사의 강점인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화 기술이 그 키워드나 다름없는 만큼 향후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이미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다사읍에 자리한 영일엔지니어링은 올해 매출 400억 원을 내다보는 글로벌강소기업이다. 이쯤 되면 CEO로서 주말에 취미생활이라도 즐겨볼 여유가 있으련만, 이 대표는 여전히 배움에 열정적이다. 세무학원을 2년째 다니고 있다. 이순(耳順) 가까워진 나이인데도 낮과 밤 그리고 주말이 따로 없이 회사와 외부 배움터를 오가는 장년 여성 CEO의 오늘은 성공기업을 꿈꾸는 중소벤처기업 후배 CEO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단점도 장점으로 바꾸는
이창은 대표의 경영 테크닉


이창은 대표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
일 저지르기를 잘하는 남편과 함께 사업을 이끌면서 뒷수습은 온전히 이 대표의 몫이었다. 오죽하면 이 대표가 가장 잘하는 것은 ‘회사 일 설거지’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매사에 꼼꼼히 따져본 후 일을 시작하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 비즈니스에서는 과감하게 일을 벌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불안한 요인이나 무리수에 대한 심사숙고가 매우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새로운 선택과 결정에서 신중함을 기하는 성향은 장점이 될 때가 적지 않다.

퇴근을 늦게 한다
이 대표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 출근 후 외부에 나가 해야 하는 활동이 많다 보니 낮 시간에 챙기지 못한 내부 업무를 저녁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서 처리하곤 한다. 연구개발 업무가 많고 장비 테스트를 하느라 종종 야근을 하는 인력들도 있다. 그들로서는 대표가 사내에 있다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갑자기 기자재가 필요하거나 실무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곧장 달려가 수습해준다. 직원들로부터 위기대응에 큰 힘이 된다고 들었다.

재고파악이 완벽하다
직원들은 무엇이든 일에 필요한 재료나 도구가 당장 눈에 안 보이면 재고가 없다고 판단하고 새로 구입하려고 한다. 여성 CEO이다 보니 사소한 물품 하나일지라도 준비력이 남다르다. 직원들도 파악하지 못한 장비 부품이나 사무집기 비품의 재고량까지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들에게는 ‘꼼짝 마라’(?) 상황이 되지만, 따지고 보면 비용절감, 시간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박명래 객원사진기자

[2019-10-07]조회수 :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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