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올곧게 한 우물 팠더니 모두가 내 편이더라
대산지오텍㈜ 이종량 대표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돈과 명예만 따르지도 않는다. 가치 있는 일과 삶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직장생활 24년 동안 다진 기술과 신뢰만으로, 그야말로 맨주먹으로 창업해 독일과 일본 수출까지 일군 이종량 대표. 그는 단 10년 만에 ‘전문기업’, ‘수출프론티어기업’이라는 든든한 명함을 만들어냈다. 그가 추구하는 대산지오텍㈜의 미래는 직원이 행복하고 사회환원에도 손을 내미는 ‘기업의 가치’를 경영하는 기업이라고 말한다.

이종량 대표

성실과 신뢰가 가장 큰 담보였다
“이것저것 다 끌어모아도 가진 돈은 7,000만 원뿐이었어요. 치킨가게 차릴 돈도 안 되는데 어떻게 반도체 사업을 벌이겠어요. 차라리 영업을 하는 게 낫겠다 싶었죠. 그런데 제가 복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공장도 기계도 무상으로 제공할 테니 일단 사업을 시작해보라고 하더군요.”
2010년 1월 이종량 대표에게는 행운이 찾아들었다. 창업을 고심하던 그 무렵 공작기계 영업을 하면 1년에 두 대 정도는 팔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정도면 가족들과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겠다 싶었다. 이런 그의 속사정을 소문으로 들은 관련 업계 대표 중 한 사람이 조건 없이 창업 발판을 깔아주겠다고 나섰다. 보증금도 임대료도 장비도 다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한 우물만 파면서 남다른 성실성으로 실력을 쌓아온 한 전문가에 대한 특별한 신뢰이자 선물이었지만, 이 대표는 운이 따랐다고 믿었다.
대산지오텍㈜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레이저 장비 및 부품 제조 전문기업이다. 장비 관련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세상살이 테크닉(?)에는 그렇지 못했던 이 대표로서는 조건 없는 선심도 부담 되는 일이었다. 6개월만 임대료 없이 사용한다는 조건을 걸고 후배 엔지니어 두 명과 함께 사업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예상외의 실적으로 나타났다. 첫해에 42억5,000만 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이 대표가 설계, 소재, 가공, 후처리, 조립 등 장비 및 부품 제조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는 엔지니어링 전문가이긴 하지만, 작은 임대공장에서 10개월 만에 직원들과 만들어낸 매출로서는 귀를 의심할 만한 일이다.
“5면 가공기 한 대로 일부 부품 제조도 했지만, 그때만 해도 자체 생산 매출보다는 타 기업 생산현장을 찾아다니며 엔지니어링 컨설팅으로 올린 매출 비중이 컸어요. 제가 가진 노하우와 노력이 버무려져 얻은 성과이지만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었기에 기분은 좋았어요. 많은 분들이 저를 믿어준 덕분입니다.”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우정밀에서 14년간 다양한 개발업무에 참여해 능력을 인정받은 그였다. 퇴사 2년 전 반도체장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가공 및 표면처리에 집중했던 그는, 그즈음 매너리즘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다그치고 있던 중이었다.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나만의 역량을 펼쳐보자’라는 다짐과 함께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오산으로 올라와 자동차부품 제조기업에 입사했다. 대표에게 디스플레이 장비와 부품개발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계획대로 모든 게 이루어졌다. 입사 당시 한 해 5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10년 후에는 연 1,300억 원으로 확대됐다. 그의 능력이 전적으로 발휘된 덕이었고, 그 또한 과장으로 입사해 공장장을 거쳐 전무이사가 돼 있었다. 하지만 그가 추구했던 것은 돈이나 직책보다는 엔지니어로서 느끼는 일의 가치와 후회 없는 미래였다.
“부하직원들에게는 도전과 미래를 제시하며 이끌어왔는데, 대표는 저와 생각이 달랐어요. 디스플레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다른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것을 보면서 크게 실망했죠. 방법이 없었어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제가 그만두는 수밖에는….”
그가 걸어온 이 같은 시간들은 그로 하여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엔지니어링 기술 노하우를 축적하게 해주었고, 성실성과 신뢰를 보증할 만한 전문가라는 것을 업계에 각인시켰다. 마침 업계에서는 그가 독립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먼저 손짓을 했다.

대산지오텍 본사 사옥대산지오텍㈜은 창업 이후 고속 성장 흐름을 타고 2011년에 이어 2019년 또 한 번 본사 사옥 및 공장을 확장 이전했다.

준비된 기술력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우연찮게 창업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빨리 성장하겠다는 과욕은 없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사업을 순조롭게 이끌어갈 수 있는 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창업한 지 1년도 채 안 된 2010년 12월이었다. 본격적으로 자사 제품 개발과 제조에 주력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창업 당시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금융권에서 자가공장을 건축할 수 있는 부지 구입 대출에 대한 제안을 먼저 해왔고, 신생 벤처의 괄목할 만한 실적은 경기도 지원자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안겨줬다.
문제는 기계설비였다. 2011년 8월 경기도 화성시로 공장을 확장 이전했지만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제조 장비인 챔버, 주물/용접프레임, 서브스트레이트, 산업용 부품 등을 본격적으로 생산하려면 자체 생산설비를 구축해야만 했다. 이때 이 대표가 지난 10년간의 회사 성장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포터즈였다고 자랑하는 지원군이 등장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26억6,000만 원에 달하는 기계설비 자금을 지원해줬습니다. 55호기와 38호기 5면 가공기를 설치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대형 기계구조물 수주를 통해 사업규모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매출은 창업 이후 줄곧 상승 곡선을 탔다. 창업 3~4년 사이에 흔히 겪는 데스밸리도 무정차 통과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창업 4년 차에는 기술연구소를 설립했고, 생산기술의 체계화와 기술 노하우의 정립 그리고 신규 기술개발을 통한 회사의 기술력 축적으로 공정개선용 지그, 서브스트레이트 제조 방법, 평탄도 작업을 위한 고정 지그 등을 특허 등록할 수 있었다. 특히 알루미늄합금 양극산화피막 개선 기술은 해외 시장을 여는데 효자가 됐다. 물론 기회가 다가올 때마다 놓치지 않고 적극 대응하여 성장의 사다리로 활용한 CEO로서의 그의 능력도 남달랐다.
“2015년 하반기였어요. 글로벌 레이저 장비 기업 1차 협력사로 미국에 본사를 둔 독일의 한 회사가 국내 기업을 찾고 있었어요. 이미 추천받은 기업에 실사를 나왔는데, 주변에서 우리 회사도 추천을 했던가봐요. 공장 현장 실사 후 경쟁 입찰의 기회를 부여하더군요. 그 후 품질과 납기대응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우리 회사 손을 들어줬죠.”
이를 계기로 현재까지 독일 현지에 3곳의 서플라이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력사 물량의 50%를 대산지오텍이 담당하고 있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독일 기업의 품질 호평은 수출시장 개척으로 이어졌다.
대산지오텍은 2017년 경기도 수출기업인의 날 행사에서 ‘수출 프론티어 기업’으로 지정받은 데 이어 2019년에는 일본 기업에 태양광장비 모듈내장 부품도 수출했다. 매출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6년 100억 원이었던 매출은 2018년에 2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창업 8년 만에 쏘아올린 실적으로는 놀라울 정도다.

이종량 대표이종량 대표는 창업 이전 직장인 시절에 기술력과 업계의 신뢰를 쌓아놓은 것이 회사 성장의 가장 큰 자산이 됐다고 말한다.

최소 인력으로 최대 내실 기한다
빠른 성장과 함께 생산 물량과 설비가 늘어난 대산지오텍은 2019년 지금의 화성시 정남산업단지로 또다시 확장 이전을 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은 타 업계에 비해 성장과 하락의 변화가 크고 빈번하다. 글로벌 시장의 이 같은 흐름으로 인해 지난해 매출은 창업 이후 처음으로 하락해 140억 원에 그쳤다. 업종에 따라서 고용인력 대비 매출 성장의 함수관계는 제각각이겠지만, 직원 수 43명의 제조 중소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또한 눈에 띄는 실적이다. 누가 봐도 이 회사의 경쟁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내실 경영을 추구하는 이 대표의 철학이 숨어 있다.
“직원 수가 곧 기업의 경쟁력은 아닙니다. 독일에는 직원 수 50명도 안 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마케팅을 펼치며 존재감을 자랑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습니다. 기업이 성장을 거듭하며 고용 인력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죠. 하지만 기업경영에서 불필요한 거품이 많은 것도 결코 희망적인 면모는 아니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는 인력 운영에서의 멀티플레이어화된 소수 인력을 강력하게 지향하는 CEO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일반 직원으로, 또 임원으로 일해본 풍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심리를 그 누구보다도 잘 꿰뚫고 있다. 일과 회사에 대한 직원들 각자의 마인드가 확고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야근을 한다고 해서 회사의 매출이 더 올라가지도 않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일에 대한 직원들의 생각과 회사에 대한 신뢰가 생산성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공부에 관심 없는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한들 소용없거든요. 직원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는 하지 않습니다. 자발적으로 알아서 고민하고 추진하게 하는 편입니다.”
일에 대한 책임감은 직원 스스로에게 부여하되 보상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대산지오텍은 창업 이후 매년 연말에 단 한 번도 성과공유제를 이행하지 않은 적이 없다. 매출이 크게 하락한 지난해에도 연봉 외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그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인재 확보에 따른 고민도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력을 가진 비전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은데도 구인 공고를 하면 대졸 취업 준비생들이 쳐다보지 않는 현실에 대해 그는 뼈 있는 한마디를 던진다.
“기존의 중소기업들이 직원에 대한 대우를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도 있지만, 이제는 복지나 비전, 연봉에서 좋은 강소기업들이 많이 있다는 것도 젊은이들이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단지 기업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들의 미래 비전과 국가의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업무중인 직원들멀티플레이어화된 소수 인력으로 구성된 조직력을 강조하는 이 대표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일을 고민하고 추진하도록 유도한다.

5면 가공기5면 가공기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제조장비를 생산하는 데 필수 장비다.

기업의 가치는 구성원이 함께 만드는 자산이자 문화다이 대표가 추구하는 대산지오텍의 미래는 한마디로 ‘가치 있는 기업’이다. 굳이 대기업과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특화된 아이템과 기술력을 지닌 회사로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탄탄한 회사,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과 더불어 함께하는 조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여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 CEO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일 빨리 끝나면 빨리 퇴근해도 되는 일터가 좋지 않나요?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직장으로 만들 겁니다.”
‘회사는 대표의 것이 아니고 전 직원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는 철칙을 세워놓고 있는 그는 이제부터 기술보다는 경영에 더 집중하는 CEO의 길을 걸을 작정이라고 밝힌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주도하에 기술력이 이어져왔지만, 조직이 커져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들어와 기초가 탄탄한 회사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발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엔 R&D 인력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가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선 직원들이 행복한 경쟁력 있는 회사에 한 가지 더 잊지 말고 실천해야 할 일이 있단다. 다름아닌 기업의 사회 환원이다. 이미 회사 차원에서 산학협력 인력 장학금 지원과 해외 후진국 학교 설립에 힘을 보태왔고, 앞으로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회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늘의 대산지오텍이 있기까지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컸던 만큼 기업도 선순환 구조의 사회환원에 적극 참여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업계 전문가다. 반도체 경기의 하향 곡선이 진행되는 현 시점에서 볼 때 내년까지는 내수도 수출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아직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는 국산화가 안 된 정밀부품이 부지기수인 만큼 대산지오텍의 기술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장비와 부품 또한 많다고 자신하는 이 대표. 그는 ‘미래 기술에 투자하고 사회 환원을 실천하는 대기업이 부럽지 않은 가치 있는 기업’이 바로 자신이 써야 할 대산지오텍의 희망 노트라고 말한다.

이종량 대표가
2030 CEO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종량 대표 기업가정신을 가져라
단순히 돈만 벌려고 사업에 뛰어든다면 장수기업으로 가기 어렵다. 기업을 개인 소유가 아니라 전 직원 공유 개념으로 인식하고 기업인으로서의 가치관을 확실하게 정립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기업가정신이 만들어지고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해나갈 수 있다.

분위기에 흔들리지 마라
“귀가 얇으면 덫에 걸리기 쉽다”는 말이 있다. 자사의 전문분야가 아닌데도 주변 사람들의 얘기나 유행을 따르며 문어발식 사업을 펼치게 되면 결과가 좋을 리 없다. CEO는 나만의 기준을 확고하게 갖고 사업을 펼쳐나가야 한다. 장인정신이 강한 기업들이 성공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지향하라
사업 아이템은 많지만 성공은 쉽지 않다. 남보다 조금 잘한다고 생각해서 뛰어드는 것은 착각이고 자만이다. 아주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하여 그야말로 미치도록 파고드는 노력이 필수다. 제조업 비즈니스에서는 창업자가 프로 이상의 마에스트로(maestro)가 돼야 한다.

박창수 기자 사진 김윤해 기자

[2020-08-05]조회수 :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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