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10.27
말로만 혁신 말고 실행력을 높여라
새한 정순일 대표

혁신을 부르짖지 않는 CEO가 있을까? 다만 결과는 제각각이다. 같은 테마일지라도 ‘어떻게 했느냐’에 달려 있다. 19세에 고졸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3년간 한 회사에서 일하며 그룹 계열사 전문경영인까지 올랐던 정순일 대표. 현직에서 은퇴한 그는 2009년 다시 CEO의 자리에 섰다. 연 매출 47억 원이던 쓰러져가는 회사를 10년 만에 417억 원으로 성장시켰다. 공장 가동을 멈추면 하루 매출 3,000만∼4,000만 원이 날아가던 시절에도 전 직원을 이끌고 혁신사관학교에 입교했을 만큼 그의 방법은 남달랐다. 지금 중소기업 성공 벤치마킹 모델을 찾는 CEO라면 당장 그에게 달려가도 좋다.

정순일 대표

소비자 입장에서 만들었다

“우리가 처음으로 선보인 ‘사라스크류’는 두 번 손이 갈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제품입니다. 가구에 나사못을 박을 때는 먼저 보링 작업을 한 후 스크류를 체결하는 식이었지만, 우리가 만든 제품은 스크류 머리부분 아래 360° 회전하면서 파고들 수 있는 칼날 기능을 부여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공정 하나가 줄어드는 일이었죠.”
과거에 ‘새한’ 하면 비디오와 오디오가 먼저 떠오르는 회사였다. 그러니 “거기서 왜 스크류가 나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새한이 있기까지는 스크류가 효자였고, 여전히 스크류가 사업의 중심축을 이끌어가고 있다. 새한의 주력사업은 주방가구용 스크류, 전자개폐기, 사출로. 이 중에서도 스크류는 지금까지 10여 년간 회사 성장을 주도해온 제품이다. 가구시장에서 400여 개의 유통망을 확보하고 6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 한샘과 퍼시스는 스크류 전량을, 리바트는 50%를 새한 제품으로 사용한다. 사라스크류 생산량만 월 5,000만 개에 달한다. 정 대표가 늘 스크류 자랑을 입에 달고 다닐 만도 하다.
2009년 정순일 대표가 새한을 인수하면서 대표이사로 취임한데는 숨은 사연이 있다. 새한은 본래 1970년대부터 30여 년간 비디오·오디오 테이프의 대명사로 불리던 새한그룹의 계열사 새한전자였다. 새한그룹은 급격한 시대 변화로 인한 사업 침체와 그룹 차원의 혁신 추구 부재 등의 이유로 2009년 막을 내렸고, 사출과 조립을 담당했던 새한전자 역시 길을 못 찾고 있었다. 잔류해 있던 직원들은 이미 퇴사한 정 대표를 찾아왔다.
“새한을 다시 살리는 유일한 길은 33년간 그룹의 역사와 함께해온 정 대표를 모셔오는 길뿐”이라고 사정했다.
“새한그룹에 제 인생의 90%가 스며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함께 일했던 직원들을 보면서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시 한 번 내가 일으켜보자’는 결심을 했죠.”
일단 살아남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비디오·오디오 제품 조립 시에 작은 스크류가 사용된 것을 떠올렸다. 금융권에서는 연 9%로도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 중고설비 두 대를 구입해 스크류 제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기술 인력들의 노력으로 당시 국내 시장에 없던 사라스크류가 탄생했다.
아무리 획기적인 제품일지라도 영업이 안 되면 무용지물이다. 주방가구를 제작하는 대기업들로부터 인정받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정 대표를 비롯해 간부들과 영업부 직원들이 일일이 전국의 거래처를 발로 찾아다녔다. 일명 ‘벌떼영업’을 벌였고, 그런 가운데 사라스크류의 장점을 인정받으면서 시장이 확대됐다. 이제는 주방가구 업계에서 ‘스크류’ 하면 ‘새한’으로 통한다.

360° 회전하면서 파고들 수 있는 칼날 기능을 지닌 ‘사라스크류’ / 전사적인 Q-WAR ZERO운동(불량개선운동)1·2_ 360° 회전하면서 파고들 수 있는 칼날 기능을 지닌 ‘사라스크류’로 주방가구 시장을 공략한 새한은 ‘스크류 세트화’도 성공, 현재 유통시장 60%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3_ 전사적인 Q-WAR ZERO운동(불량개선운동)을 통해 LS일렉트릭 전체 협력사 역량 평가에서 2년 연속 1등 기업이 됐다.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정 대표가 회사를 인수할 당시 직원 수는 20여 명이었고, 그해 매출은 47억 원이었다. 정확히 10년이 흐른 2019년 직원 수는 200명, 매출은 417억 원으로 성장했다. 지속성장의 초석은 바로 혁신이었다.
2010년 4월, 정 대표는 버스를 대절해 전 직원을 태웠다. 1박 2일 일정으로 ‘아산혁신사관학교’로 향했다. 중소 제조기업이 평일에 공장 문을 닫고 전 직원 연수를 간다는 것은 무리수가 따르는 일이다. 당시 공장 가동을 하루 멈추면 3,000만∼4,000만 원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이를 감행했다. 멀리 보고 높이 올라가려면 전 직원이 함께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물론이고 다른 실패한 기업들의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우리는 어떻게 변화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해 사례를 공유하고 토론을 했다. 그리고 현장의 최고참 직원을 혁신대장으로 임명했다. 대표가 일일이 따라다니며 애원하듯 혁신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서로에게 불편한 일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 후 회사는 자발적으로 혁신 컨설팅을 받기 시작했다. 3정5S를 시작으로, 1분당 100개를 생산하면 200개로 늘리는 ‘2배가 운동’을 벌였다. 월 4회 전문 컨설턴트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개선과 혁신에 집중했다. 이와 함께 직원 건강을 위한 금연운동, 업무 개선과 신규 아이템 발굴을 위한 제안활동, 전문가 초청 자체 학습과 고졸 사원들의 대학 진학을 돕는 일학습병행제, 기술자격증제도 등의 다양한 혁신활동을 추진해왔다.
제안활동에서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달의 제안상’, ‘연말 제안왕’ 시상제도로 운영되는 이 활동은 평소 공정 개선과 안전 관련 제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4년 전에 한 직원이 낸 ‘플라스틱 서랍장’ 건은 놀라운 결과를 도출했다. 스크류 납품 거래처에 기존의 나무로 된 서랍장에 비해 가볍고 합리적인 가격의 플라스틱 소재를 제안했고, 이는 실제 제품으로 실현됐다. 사출성형 장비와 기술을 지닌 회사로서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매출을 증대시키는 성과를 얻게 됐다.

직원 건강을 기업의 생명으로 삼았다

정순일 대표 사실 새한의 혁신활동은 금연운동이 가장 먼저였다. 2009년 기업 인수 후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정 대표는 혁신활동에 대해 한참 고민을 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작은 테마일지라도 전 임직원이 동참해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는 게 관건이었다. 마침 몇몇 직원이 금연을 거론했고, 그는 ‘바로 이거다!’라고 무릎을 쳤다.
“2010년 1월 2일 시무식 때 금연운동을 선언했습니다. 당일 금연 서약을 한 직원들에게는 50만 원씩 현금을 지급하면서 전 직원이 금연에 성공할 때는 상여금 100%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했죠.”
금연운동을 내걸었던 것은 두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에게는 금연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건강 관리임을 그 누구보다도 실감한 일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병원에서 3년간의 혈액암 투병생활을 하면서 폐암 환자들을 눈으로 지켜봤다. 자신 또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지고 암 완치 판정을 받은 상황이니, 직원들로 하여금 금연으로 건강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조건이든 제시하고 싶었다. 동시에 사내 전 임직원의 동참 분위기를 만들어 혁신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흡연자는 당시 40여 명의 전 직원 중 70%에 달했다. 정 대표는 금연운동 선언과 약속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먼저 사내에 휴게실을 만들고 동호회 활동을 권유했다. 이어서 인간적으로 호소하는 방법을 썼다.
“직원들의 부모님과 배우자들에게 제가 일일이 편지를 썼습니다. 금연을 시작한 우리 직원들을 응원하고 도와달라고 했죠. 금연이란 게 자기 의지만으로 힘듭니다. 더욱이 사내에서는 금연하고, 퇴근 후에 다시 흡연하면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더불어 아주 강한 처방전도 만들었다.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실시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이마저도 문제가 있어 결국엔 손쉽게 흡연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검사기를 도입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귀찮아서라도 금연 한다’는 각오를 다진 이들이 있는가 하면, ‘사표를 쓰는 게 빠르지, 나는 못하겠다’며 제발로 회사를 걸어나간 이들도 몇 명 나타났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결국 1년 후 이 프로젝트는 성공을 거두었다. 직원들 건강을 챙기면서 ‘함께 하면 된다’는 혁신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생산성도 향상됐다. 금연운동 이전에는 근무시간에도 흡연을 위해 작업 현장을 비우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금연과 함께 업무 집중력이 높아진 것.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일이 됐지만, 무엇보다도 정 대표의 가슴을 훈훈하게 한 것은 직원 가족들의 반응이었다.
“몇몇 배우자분들이 넥타이, 손수건 같은 선물과 함께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저는 직원의 건강이야말로 당사자와 가족의 행복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기업의 생명력이라고 봅니다.”

기술·인력·장비 장점 300% 활용한다

현재 새한의 사업 분야는 크게 두 부분으로 스크류, 부자재, 싱크대 사출품으로 구성된 가구부자재와 전자개폐기, 샤프트 조립, 프레스, 사출로 가능한 전력기기다. 정 대표가 인수할 당시 스크류 단품 위주였던 생산 아이템이 10여 종으로 늘어난 것은 누가 봐도 이례적이다. 더 나아가 올 들어서는 의료기기 분야에도 진출했다.
“사람들을 보면 자기가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 숨은 잠재력까지 끄집어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죠.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회사는 전자에 해당하는 거죠. 스크류를 통해 부자재 조립으로 아이템을 다각화시키고, 본래 가지고 있는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서 신사업에도 진출한 겁니다. 그리고 혁신활동으로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냈고요.”

정순일 대표와 직원혁신 추구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새한은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스마트공장 2단계까지 구축했다.

회사가 갖고 있는 기술·인력·장비, 이 세 가지의 장점과 역량을 극대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크류 기술력은 개폐기 조립에 이어 도금까지 확산됐고, 거래처와의 신뢰가 쌓이면서 모듈 공정까지 끌어오면서 스크류 세트화를 일궈냈다. 더 나아가 혁신 아이디어로 기존의 사출장비를 활용한 싱크대 사출품도 생산하기에 이르렀고, 다른 기업과는 생산방식과 검사방식을 달리하여 샤프트 조립 부문에서 불량 제로화를 거두면서 신규 거래처를 확보했다.
특히 사출은 올 들어 홈런을 날렸다. 다름 아닌 진단키트다. 코로나19로 인해 진단키트 시장이 커지자, 보유하고 있는 금형기술과 사출장비를 무기로 발 빠르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클린룸을 구축하고 핵심 기술인 진공상태 유지를 실현하면서 현재 월 300만 개를 생산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로 힘든 가운데 새한은 상반기 매출이 전년대비 10% 성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추구해온 혁신의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 회사 생산현장을 보면 역시 혁신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한은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무려 12억여 원을 투자해 스마트공장 2단계까지 구축해놓았다. 생산현황, 불량률, 장비별 인력가동 현황 등이 한눈에 나타나며, 바코드 도입으로 제품 이력 추적도 가능하다.
정 대표는 자신감 있게 전한다. 지금 새한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부품 사업과 의료기기 아이템 확대, 그리고 스크류 수출시장 확대를 통해 2023년 매출 1,000억 원 달성과 2024년 IPO를 목표로 전력질주하고 있는 중이라고. 사라져갈 뻔했던 기업을 일으켜 새로운 역사를 쓰면서 과거 새한그룹의 로고를 지금의 새한에도 그대로 이어가는 정 대표. 그를 만나면 누구든지 한 가지는 제대로 배울 수 있을것 같다. 그것은 바로 두 글자, ‘혁신’이다.

정순일 대표가
2030 CEO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새한 수첩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CEO는 자기 사업을 1분 안에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항상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발아래는 현미경으로, 먼 곳은 망원경으로 보듯이 회사의 최대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장점은 최대한 살리되 단점은 혁신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규정과 규칙대로 만든다는 기본에 충실한 자세가 필수다. 고객 만족이 실현되면 고객은 자발적으로 우리 제품을 찾게 된다.

미래 변화에 미리 대응하라
CEO는 앞을 내다보는 안목을 스스로 키우고 어떻게 해야 3년 후,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광고를 많이 할수록 제품이 잘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고객은 자신이 만족하는 상품과 공급자를 스스로 선택한다. 고객은 가성비를 우선 조건으로 삼는다. 가격과 품질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생산, 물류, 영업 등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전사적인 혁신이 멈추지 않고 진행될 때 가능해진다.

결정은 신속하되 정확하게 하라
CEO는 업무에 있어서 경중을 분리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단, 자신은 정확하다고 할지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결정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평소 여러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 나름대로 자기 판단력을 기르는 훈련이 돼 있을 때 잘못된 결정으로 실패를 자처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박창수 기자, 사진 김윤해 기자

[2020-09-03]조회수 :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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