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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경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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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탑 엄한희 대표

한탑 엄한희 대표의 별명은 마징가 제트다. 물러섬이 없어서 붙여진 별명이다. 생산품목인 반도체 및 LCD 장비 제조용 정밀가공 부품과 측정장비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18년 175억 원, 2019년 187억 원, 2020년 346억 원이라는 눈부신 성장과 함께 올해는 매출 6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 벼랑 끝에서 조직을 완전 리셋해 얻어낸 결과물들이라 더욱 가치 있다.

확대보기엄한희

확대보기정밀가공 부품과 측정장비 생산품목인 반도체 및 LCD 장비 제조용 정밀가공 부품과 측정장비. 불량률을 줄이고 공작 정밀도를 철저히 관리해 절삭가공 기술력이 뛰어나다. 엄한희 대표는 작년에 겹경사로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거래처 확대, 신규 공장 매입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사세를 확장한 결과, 작년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2배가량 뛰어올랐다. 절삭가공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불량률을 줄이고 공작 정밀도를 철저히 관리한 덕분이다. 지역의 소외계층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어 힘들어하는 이웃들에게 지원금을 전달하는 따듯한 손길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표창장(학생취업 및 산학협력 기여), 세메스(삼성 1차 협력사) 우수협력사상, 오산시 시민봉사상, 7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엄 대표가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은 다른 데 있다. 85명의 직원이 자기 위치에서 철저히 자신의 업무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2020년 346억 원이라는 높은 매출 성과와 이익률을 창출할 수 있었다. 최근 3년간 직원의 이직률도 제로에 가깝다.
많은 기업인이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지만, 이러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애초에 주인이 아닌 직원들이 주인처럼 주체적으로 일하고 스스로 만족도가 높은 기업을 만드는 것은 교과서에만 나오는 일일까? 엄 대표의 지난 경영활동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때 이른 성공, 그리고 위기

엄 대표는 단위농협 행원이었다. 뜨거운 피가 흐르는 탓인지 매일 똑같은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는 3개월 만에 사직서를 내고 수원으로 올라왔다. 다행히 친구의 소개로 자동차부품 회사 납품사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시작한 일은 대충 해내지 못하는 추진력과 승부사 기질 덕분이었을까? 그는 11년을 근무하고 이사로 퇴사했다. IMF를 막 지난 1999년, 부도 난 공장에서 썩고 있는 기계장비들을 보는 게 안타까웠다. 6년간의 공장장 경력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1999년 9월 한탑정밀(한탑의 전신)을 설립했다.
“착각이었죠. 기술자 출신이 아니라서 기계를 잘 몰랐어요. 처음 2년 동안은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집에는 생활비도 제대로 못 주고요. 다행히 IMF를 지나면서 국내 부품산업에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큰돈을 벌기 시작했어요. 그게 화근이었죠. 오만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 거예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사세 확장에 몰두하다 보니 내부 조직이 망가진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내부 조직을 단속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조직이 삐거덕거리기 시작한 게 2005년부터였는데 그의 몸도 마음도 함께 무너지고 있었다.

확대보기엄한희 대표

주인의식은 독려와 설득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2005년부터 위기의식을 느꼈어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겠다고 판단하고 지금의 공장용지를 알아보고 2007년에 입주를 했는데,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공황장애가 왔어요. 직원들이 부축해야 겨우 2층에 올라갈 정도로 힘들었어요. 외형은 확장됐지만 내부가 곪기 시작했던 거예요. 직원 30명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마침 금융위기로 대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하면서 직격탄을 맞았죠.”
핵심 인재인 엔지니어들과 관리자들이 손을 놓고 있었다. 그저 일하는 흉내만 낼 뿐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저녁마다 혼자서 종이상자 위에 새우깡 한 봉지에 소주 몇 병을 들이키며 홀짝거리는 일이 전부였다. ‘한탑은 망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었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생산현장에 직접 내려와 안전화를 신고 업무지시를 직접 했어요. ‘원칙과 기본’이라는 표어도 곳곳에 써서 붙이고요. 어차피 망할 거면 놔둬서 서서히 망하든가, 뭔가 해보고 망하든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한 달에 한 번 하던 조회도 매일 아침마다 했어요. 그랬더니 그나마 있던 현장 엔지니어들이 한 명 빼고 모두 나가더라고요. 직원을 잡는 대신 새로 뽑았어요. 채용할 때 우리와 맞출 수 있는 사람인지, 양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인지, 인성만 봤어요.”
살아남기 위해선 사고와 가치관을 100% 전환해야 했다. 벼랑 끝에서 간신히 부채를 해결하고 혁신을 단행했다. 엄 대표는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고통은 보약과 같다”는 교훈을 얻었다. 많은 사람이 잠깐의 작은 고통을 피하거나 도망가는데, 고통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한 계단 뛰어오르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 그 무렵이었다.
“그 당시 남아 있던 1년 차 직원이 지금은 팀장으로 일해요. 지금은 저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고요. 10년 전에 제가 했던 말을 모두 지켰거든요. 인생은 사다리 타기가 아닐까요? 한 계단 올라가면 좀 더 보이고, 또 한 계단을 올라가면 좀 더 넓게, 많이 보이고.”
경기도 평택에 사업장을 이전한 선택도 옳았다. 당시 자금사정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다른 후보지와 비교해 인력 유치가 수월하고 지가 상승도 높았다. 1,100평이었던 부지가 4,300평이 될 만큼 커졌다.

확대보기한탑의 공장 내부 전경한탑의 공장 내부 전경.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완벽한 정리 정돈을 습관화했다.

확대보기한탑의 임직원들

뿌리가 튼튼한 회사

엄 대표는 전시회에 참여했다가 우연히 일본 장비업체 캐논아넬바(Canon Anelva) 구매과장을 소개받았다. 캐논아넬바는 캐논이 지난 2005년 아넬바를 흡수해 설립한 기업이다. 구매과장이 “한번 들르라”는 말을 한 것만 믿고 일본행 비행기를 타는 배짱과 무모함이 한탑의 역사를 바꿨다.
“검증이 안 된 우리 회사에 일을 주진 않더군요. 대신 어떻게 혁신하는지 가르쳐줬어요. 사장은 항상 먼저 출근하고, 출근하자마자 청소하라고요.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한 사진을 자기한테 찍어 보내라고 해서 그대로 따랐습니다. 저에겐 경영 멘토 같은 분이죠. 지금은 우리 회사 일본 영업담당 고문으로 일하십니다.”
그는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목표를 세웠다. 품질도 개선되고 신규 영업도 강화될 것이라고 설득하며 솔선수범했다. 다행히 인간적인 신뢰가 쌓이고, LCD 노광기를 납품할 기회를 얻으면서 2014년에 제3자 기업을 통한 일반 거래가 성사되었다. 그리고 2017년에는 협력 업체로 등록돼 직거래를 시작했다.
까다로운 품질을 요구하는 캐논아넬바와의 거래는 다른 일본 기업과 거래처를 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캐논아넬바와의 거래를 통한 올해 매출금액은 100억 원가량 될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작년에 개척한 미국 시장도 올해부터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어 3년 안에 수출액은 400억~500억 원가량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저는 우리 직원들을 만나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다른 기업 직원들의 생산성이 30~40%라면 우리 직원들은 80% 이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게 가능한 것은 합리적인 보상체계도 한몫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잉여금의 10%는 무조건 직원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작년에 성과급을 350~400% 지급했던 엄 대표는 올해 500% 정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익이 난 부분에 대해서는 직원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해야 하고, 직원들의 몫은 침범해선 안 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주문하면서 보상이 없으면 누가 일을 하겠어요? 회사가 돈을 못 버는데 직원들이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진 않아요. 하지만 잘 버는데 안 주면 기분이 나쁘겠죠. 충분한 보상이 뒤따르면 직원들도 주인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나눠야 해요. 사장은 더 많은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고요. 그래야 밑바닥까지 튼튼한 회사가 될 수가 있다고 믿어요.”

엄한희 대표의 삶과 경영

솔선수범하지 않은 리더는 가치 없어
회사라는 틀 안에서 구성원을 한 방향으로 가게 해야
중간 중간에 아픔과 고통이 쌓여야 진정한 성장
일보단 사람을 키우는 데 노력해야

확대보기엄한희 대표

올해 한탑의 미션이 ‘강소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강소기업은 어떤 것인가요?
혁신하는 회사입니다. 혁신의 주제가 꼭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청소도 혁신의 주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손님이 온다고 하면 빛이 날 정도로 청소하지만 오후가 되면 쓰레기장이 되는 회사가 많거든요. 정리 정돈, 청소를 제대로 하고 지속하는 회사가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올해 혁신의 주제가 3정(정품, 정량, 정위치) 5S(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예요. 작게는 서랍도, 크게는 마음 자세도 정리해야 하죠. 이런 요소들을 더 꼼꼼하게 다듬고 만들어가는 게 강소기업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혁신을 위해서 리더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개인의 영역은 인정해주되, 공동의 영역에서는 함께 만들어보자고 설득하는 거죠. 아침부터 저녁까지 빗자루를 들고 여기저기 쓸고 다닐 때가 있었어요. 직원들이 이것을 보면 혁신이 된다고 생각해요. 솔선수범하지 않은 리더는 가치가 없어요.

삶의 원칙을 말씀해주신다면요.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인데, ‘상하동욕자승(上下洞欲者勝 :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같은 마음을 가지면 반드시 승리한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 좌우명이기도 하고, 생활의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제가 많이 아팠을 때 다양한 책을 보면서 결정했어요.
삶의 가치는 고통과 아픔을 통해서 성숙한다고 봐요.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이런 성장은 모래성 같은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고 성장하면 고통이 왔을 때 쉽게 무너져요. 중간 중간에 아픔과 고통이 쌓여야 버텨요. 이런 성장은 돌덩이 같아서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그리고 사업을 하는 사람은 돈이 무섭다는 것도 알아야 해요.

돈이 무섭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돈’이란 어떤 것입니까?
돈이란 자본주의 체제에서 힘이지만, 돈을 앞에다 놓으면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해요. 돈은 사람을 오만하게 만들거나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 있죠. 저는 단 한 번도 돈에 집착해서 일하진 않았어요. 일에 대한 방향을 잡아갔을 뿐이에요. 돈을 바라보고 하는 것은 장사라고 생각해요. 장사는 순간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지만, 사업은 투자에 대한 이득을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업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요. 그래서 끈질겨야 해요. 목표를 잡으면 옆을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집중해야죠. 중간에 이랬다저랬다 하면 안 돼요.

인생을 살면서 흔들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애초에 목표나 방향이 잘못될 수도 있고, 아집 때문에 조언을 무시했다가 낭패를 겪기도 하고요. 시대 흐름이나 상황도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하는데, 대표님은 어떤 기준으로 목표를 잡으시나요?
제가 최근 이룬 혁신과 성과는 모두 6년 만에 이룬 거예요. 이전에 4년은 혁신을 위한 밑바탕이었죠. 특정 부서는 원하는 만큼 혁신이 되지 않아 전체를 갈아엎을 만큼 끈질기게 시도했죠. 지금은 모두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으로서는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회사라는 틀 안에서는 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그에 따른 결과고요. 20~30명 되는 부서장이나 핵심 인재 중에 엇박자를 내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이 FM대로 해요. 그러면 나머지 구성원들도 자연스럽게 따라 합니다.
저도 깨지고 직원도 깨지면서 힘들게 혁신했던 직원이 있는데, 지금은 그 친구가 엄청난 가치를 만들어주고 있어요. 이제는 제가 왜 그렇게 했는지 모두 이해합니다. 저는 사실만을 이야기하려고 해요. 다소 거친 직설화법을 쓰지만 제 마음을 보여주죠. 일을 키우는 데 노력하기보단 사람을 키우는 데 주안점을 두려고 노력합니다.

확대보기근무복에 부착한 미션 ‘품질형멱 세계일등’엄한희 대표는 혁신을 내재화하기 위해 미션이 생길 때마다 그 내용을 근무복에 부착했다.

최윤경 | 사진 박명래

조회수 : 617기사작성일 :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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