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CEO 경영 이야기
100년 미래를 내다본다
항공기 엔진부품 국산화 1호 기업 ㈜부경 김찬모 대표

 

각종 첨단기술이 융합·복합된 항공산업은 미래형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항공기 부품 수는 자동차의 10배인 20만 개가 넘으며, 핵심기술은 자동차의 15배인 650여 개에 달한다. 어느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므로 품질규정이 까다롭기 그지없다. 요구되는 인증 수준 또한 높아 다른 산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고 좁다. 항공산업의 특성상 100년 안전과 신뢰를 담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도 없다. ㈜부경의 김찬모 대표는 ‘사람과 기술의 조화’를 모토로 끊임없이 미래가치를 창출해온 인물. 우리나라 중소기업 최초로 항공기 엔진부품 국산화에 성공하고, 꾸준한 기술개발을 추구한 부경은 현재 보잉, 롤스로이스, 에어버스 등 세계적인 민간항공기 엔진에 장착되는 부품을 만들고 있다.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시킨 라이트 형제처럼 창조적인 마인드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뚝심 있는 개발, 날개를 달다
​인간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 손오공의 근두운, 페르시아의 양탄자, 마법사의 빗자루, 이카루스의 꿈…. 이런 인간의 욕망이 실현된 것이 오늘날의 항공기다. 모두 알다시피 인류 최초의 비행기를 만든 것은 라이트 형제다. 1903년 ‘플라이어’를 하늘에 띄운 것은 겨우 3m, 시간은 12초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항공기를 타고 지구 반대편으로 아무런 불편 없이 날아간다. 너무나 익숙한 현실이 되어 항공기가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라이트 형제가 허허벌판에서 무모하고 엉뚱한 실험을 줄기차게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항공우주산업은 존재하지 못했을 터. 항공기의 작은 부품 하나도 개발과정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도전과 열정이 빚어낸 값진 산물인 것이다.
㈜부경의 성공 스토리도 이와 같다. 김찬모 대표는 1985년 설립 이래 항공산업 분야에 주력해왔고, 1996년 중소기업으로서는 국내 생산이 불가능했던 항공기 엔진부품 연구개발에 과감히 뛰어들어 5년 만인 2001년 중소기업 최초로 항공기 엔진부품 국산화를 성공시켰다. 현재는 보잉, 롤스로이스, 에어버스 등 세계적인 민간항공기 엔진에 장착되는 부품 약 330여 개를 생산 중이다. 항공기의 심장에 해당하는 엔진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중요 부품들로, 부품 사이에 공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밀폐시키는 실(seal)과 터빈의 움직임을 고정시켜주는 터빈 스테이터(turbine stator), 케이스 등이 있다.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까다로운 품질 규정을 통과해야 함은 물론이고, 일반 기계 가공과는 차원이 다른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항공기 엔진부품은 니켈합금, 티타늄합금 등을 원재료로 하기 때문에 절삭은 물론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빨리 만들어서 납품하고자 하면 변형이 쉽게 와서 쓸 수가 없습니다. 옛 어르신들 말씀처럼 바쁠수록 돌아가야 되더군요. 천천히 매뉴얼대로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흑자를 낼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최첨단 가공설비와 측정설비, 그리고 고급 기술인력 확보가 필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품질개선을 위해 사내 기업부설연구소 운영 등 연구개발에 끊임없이 투자했으며, 지그틀을 이용한 검수장치 및 기구로 특허 2건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부경은 항공기 엔진부품 소재인 특수합금강에 대한 정밀절삭 가공기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기존 거래처와 더불어 일본, 미국, 유럽 등으로의 진출도 타진중이다.
“최적의 가공 조건을 구축하기 위해 지금도 계속해서 집중하고 있습니다. 3차원 측정기를 통해 100%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불량률 0%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 결실을 맺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그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74년, 병역특례 1기로 당시 국제전광사에 입사해 ㈜한화 창원공장에서 1990년까지 근무했다. 사직서를 내고 이런저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실패의 쓴맛을 본 그는 갈피를 잃고 휘청거렸다.
“어릴 때부터 빵장사, 책장사 등 안 해본 것이 없습니다. 국제전광사를 나와서 부산 국제시장을 돌며 이런저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딱 죽고 싶을 때, 창업주인 서동현 대표님 전화를 받았습니다. 국제전광사 재직 시절에 제 상사였는데, 일단 만나자고 하시더니 뜻밖에도 부경의 회사 인감과 공장 열쇠를 넘겨주셨습니다.”
뜻하지 않은 기업 인수였다. 자신감이 떨어진 그는 인수를 고사했지만, “내가 아는 김찬모는 뭐든 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만 되풀이될 뿐이었다. 그렇게 1993년 부경을 무상으로 넘겨받은 김 대표는 자신을 믿어준 그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서야만 했다. 새벽 5시 반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1시가 되도록 현장에서 일하며 죽을 각오로 매달렸다. 그렇게 단순 임가공을 하던 그에게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다.
“1995년 삼성에 ‘신바람 경영’이 불었습니다. 당시 거래처인 삼성테크윈 역시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통한 기술이전화 사업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기업간담회 자리에서 ‘중소기업도 모기업과 같은 첨단산업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고, 이후 구매조건부 과제 등을 통해 항공기 관련 기술을 6년 동안 개발했습니다. 난삭재 금속에 대한 여러 가지 노하우를 보유하고 안정화하면서 성장 동력이 마련되었지요.”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IMF 이후 달러 급등과 원자재 변상 등으로 부채가 나날이 늘어나며 자금난에 시달리게 됐다. 불량률을 인정해주지 않는 항공산업의 특성상 작은 결함 하나도 고스란히 리스크가 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큰 폭의 환차손까지 입은 것. 결국 어렵게 결심하고 사업을 접겠다고 공표하자, 도리어 주변에서 김 대표를 만류했다. 그간 쏟아온 정성과 보유 기술이 아까워서라도 사업을 이어가라며 먼저 대출을 알선해주고, 여기저기서 힘을 보탰다. 그렇게 고비를 넘긴 결과, 기업 인수 당시 직원 13명에 매출액 2억 5,000만 원이 채 안 되던 회사는 현재 직원 55명에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항공산업의 특성상 100년 신뢰와 안전을 인정받아야 하는 까닭에 미래 성장 가능성이 더 높은 기업으로 기대를 모르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기업 규모가 여덟 배 이상 성장하면서 종교처럼 단단한 믿음이 생겨났습니다. ‘신은 존재한다. 꼭 나타난다. 당신이 포기하지 않을 때’라는. 그리고 ‘사람이 재산’이라는. 가깝게는 직원, 더 나아가서는 청년기업가와 인재양성 등에 관심을 갖고 늘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나눔은 선택이 아닌 의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맞은편 벽면에 즐비하게 붙어 있는 직원들의 사진과 명단,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송년 워크숍 때 각자의 각오와 회사에 바라는 점을 적어둔 것으로, 김 대표가 수시로 실천사항을 체크한다고 했다. 지난 연말에는 장기근속 사원에게 1,000만 원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하는가 하면, 젊고 유능한 직원들에게 학업을 권장하고 우수기능자가 되도록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렇게 소통이 이루어지고 신뢰가 쌓이다보니 생산성 향상, 불량률 개선 등 눈에 띄는 성과가 이루어지고 건강한 기업문화가 정착했단다.
“특성화고 졸업생, 한부모가정과 조손가정 등 지역 내의 취약계층을 우선 채용하고 있습니다. 직원들 면접을 볼 때도 자기소개서는 언제나 자필로 적게 합니다. 글씨에서 인성이 묻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으면 가정방문도 불사합니다.”
공업고등학교 출신으로 남다른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가로 성공한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 대표는 이외에도 모교에 효행장학회를 설립해 연간 1,000만 원씩 20년간 후원을 실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창원기계공고와 자매결연을 맺고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하는 학생들의 훈련비로 매년 500만 원씩 10년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문화예술계에도 연간 5,000만 원이 넘는 지원금을 내고 있으며, 뜻을 같이하는 중소기업 CEO 7인과 함께 ‘일지회’를 조직해 사회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나눔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 인수받았을 때 있던 부경의 치공구 회사는 20년간 함께한 직원들 8명 앞으로 이전해주었습니다. 지금의 주식회사 부경도 언젠가 좋은 전문경영인을 만나면 조건 없이 회사를 맡길 생각입니다. 창업주처럼 말이지요. 기업을 경영해오면서 ‘Give & Take’가 아닌 ‘Give & Give’를 배웠습니다.”
김 대표는 그간 자신이 쌓아온 경영 노하우와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 어디든 달려간다. 특별강연 외에도 청년창업 지원, 엔젤투자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청년창업가들의 든든한 멘토로 살아가는 게 앞으로의 꿈이자 목표다. 그는 환갑을 넘은 나이에 대학교 졸업장을 딸 만큼 매사에 호기심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다.
“제 경험으로 봤을 때 ‘하면 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자기 분야에 대한 꿈과 열정으로 승부하면 저보다 훨씬 더 나은 미래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뚝심으로 다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그를 보며 새삼 라이트 형제가 떠올랐다. 뚜렷한 목표, 그리고 도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이 있을 때 비로소 길이 열리고 기술 진보가 시작되는 법이다.

김찬모 대표와 청년창업에 대해 이야기하다
청년창업을 돕는 ‘선배 기업인 멘토단’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재능기부 차원에서 4년 전부터 활동하고 있다. 창업 초기의 자금조달, 유관기관 매칭, 기술개발 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여러 문제에 대해 멘토링을 진행한다. 청년창업가는 어린 나무와 같다. 성공적인 창업이 이뤄지고, 자주적이고 자립적으로 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실패 사례가 많아서 그런지 두려움도 크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취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취업난이나 청년실업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굳이 간판 따러 대학에 가는 시대는 끝났다. 몽상가처럼 방에 틀어박혀 막연히 성공을 꿈꾸기보다는 핵심가치를 가진 실질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실제로 창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어떻게 이겨냈는가?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처음부터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오기도 생겼고, 열정을 가지고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한 결과 지금에 이르렀다.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밟아나가려면 승부욕도 필요하다. 무조건 이긴다는 정신, 그것이 지금까지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현재 우리의 실정은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국내에서 창업하는 기업 수가 매년 늘고 있지만, 생존율은 OECD 가운데 최하위다. 60% 가까이 3년 안에 문을 닫는다. 창업은 쉽지만, 부가가치가 낮은 ‘생계형 창업’ 비중이 높은 반면 신기술, 신공법 등의 기회를 잡아 사업화하는 ‘기회형 창업’은 상대적으로 적다. 기업이 자금조달이나 시장변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창업 후 3~7년 사이의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청년기업가를 대상으로 엔젤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투자성공률은 어떤가?
3억 이상 기부했다. 돌려받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청년창업가들에게 조건 없는 성장 사다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나눔의 일환으로 실천했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곳이 몇 군데 있어 기쁘다. 플라즈마 응용기술을 통해 녹조·적조 제거장치를 개발한 회사인데, 친환경기술로 인정받아 최근 중국 수출 등을 성공시켜 기대가 된다. 앞으로 청년기업가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크라우드 펀딩도 계획중이다. 창업가 네트워킹, 전문가소싱 등 다양한 제도 지원에 힘쓸 생각이다.

선배 기업인으로서 청년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한다면?
‘고객은 왕’이라는 말은 옛 말이다. 이제 ‘고객은 천재’다. 유사한 목적을 가지고 탄생하는 스타트업 회사를 많이 보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성공하지 못한다. 또, 자체 기술력이 없으면 생존이 힘들다. 청년창업은 마치 연어의 삶과 같다. 200개 중에 하나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자신이 원하는 게 있으면 중소기업진흥공단처럼 유관기관을 찾아 적극적으로 정보를 묻고, 상담하고, 교육받는 것도 중요하다.

이계선 객원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1,722기사작성일 : 2016-04-01
기사 만족도 평가
별 개수를 클릭하여 기사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이 기사의 별점
평균 5점 / 2
  • 매우 불만족
  • 불만족
  • 보통
  • 만족
  • 매우 만족
별 5개 / 매우 만족

의견글 작성
  • (삭제 시 필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메뉴 열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