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09.17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아름다움의 재정의
㈜뷰티긱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제품으로 구현하는 이들을 만날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이익과 순위에 매몰되기 쉬운 비즈니스 세계에서 타협이란 너무도 당연한 덕목이어서,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고지식함이 오히려 실패의 단서처럼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뷰티긱스의 멤버들

‘비건 스킨케어’를 표방하고 뷰티 시장에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뷰티긱스의 멤버들은 타협할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만든 비건 화장품 ‘멜릭서(melixir)’는 자신들과 꼭 닮아 있다. 이하나 대표는 단지 예뻐지기 위한 이유만으로 소중한 자연과 동물을 해치지 않으려고,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해 동물실험 없이 제품을 만든다. 요즘 뷰티 기업이라면 너나없이 군침을 흘리는 중국시장도 동물실험 없이는 들어갈 수 없으니, 애초에 관심의 대상도 아니란다. 비즈니스를 통해 환경운동을 해보고 싶다는 최민지 사업개발팀장은 멜릭서의 철학과 상반되는 채널을 통해서는 제품을 팔지 않을 생각임을 분명히 했다. 고은빈 디자인팀장의 고집과 결기도 만만치 않다. 화려한 포장재와 색을 포기하고 누런 재생지를 유니크한 화장품 포장재로 변신시킨 자신의 결과물이 뿌듯하고 만족스럽단다.
진지한 고민과 철학을 제품에 고집스럽게 담아내면서도 이들은 예상보다 더 영민했고, 예상 외로 발랄했다. 당장 고객을 늘리기보다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챈 이들은 ‘원데이 클래스’ 강좌를 통해 비건 화장품 알리기에 나서는가 하면, 영상 콘텐츠를 홍보의 수단으로 이용할 줄도 안다. 덕분에 미국 땅을 한 번도 밟지 않고 아마존에 제품을 론칭해 충성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젊기 때문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에너지도 넘친다. 회사에서는 물론이고 사석에서도 틈만 나면 자신들이 변화시킬 세상에 대해 질리지도 않고 얘기한다. 그 에너지로 ‘뷰티산업을 재정의’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섣불리 실패의 단서를 찾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면, 한번쯤 창업의 가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재정의’해봐야 할 수도 있겠다. 정해진 답을 듣기 위해 던진 몇 개의 질문이 어리석게 느껴진 기자가 그랬듯이 말이다.

고은빈 디자인팀장, 최민지 사업개발팀장, 이하나 대표고은빈 디자인팀장 / 최민지 사업개발팀장 / 이하나 대표

뷰티산업에 지속가능성을 더하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뷰티 브랜드는 제법 있지만, 비건 화장품은 생소하다.
이하나 대표 ‘멜릭서’ 외에 국내에 비건 화장품 브랜드가 없으니 당연한 얘기다. 비건 화장품의 자격을 얻으려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면 안 되고, 동물실험을 해서도 안 된다. 멜릭서는 100% 비건 제품으로, 미국 FDA에 등록되어 있고, 세계적인 비영리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았다.

쉽지 않은 조건일 텐데, 비건 화장품으로 방향을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하나 화장품 유통사인 미미박스에서 4년간 일했다.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 사업부를 셋업했고, 중국 사업부도 1년 반 정도 키웠다. 유통회사를 다니면서 굉장히 많은 뷰티 브랜드를 접했고, 피부와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자연 속에 있는 내 모습이었다. 사람이 자연과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런 철학을 제품에 담고 싶었다.

뷰티 브랜드가 넘쳐난다. 자신감은 있었나?
이하나 사실 비건 화장품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없었기 때문에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가치소비가 확산되고 있고 앞으로 우리나라도 그 흐름을 따라갈 것이란 확신은 있었다. 선구자적 입장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해 사회적인 가치를 담은 뷰티 브랜드를 가장 먼저 만들고 싶었다.

같은 철학을 갖고 있지 않다면 함께 일하기 힘들 것 같다.
최민지 사업개발팀장 평소에 비즈니스를 통해 환경운동을 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꿈을 실현하고 싶어 작년 8월에 회사를 그만뒀는데, 퇴사한 다음날 학교 동아리방에서 하나님과 차 한 잔을 하게 됐다. (기자가 놀란 표정을 짓자) 이하나 대표를 하나님이라고 부른다(웃음). ‘비건’이라는 키워드가 좋았다. 내 자신이 비건이기도 해서 망설임 없이 합류했다.
고은빈 디자인팀장 비건은 아니지만 평소 환경 이슈나 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았다. 디자이너로서 멜릭서가 가진 톤 앤 매너가 좋았고, 추구하는 철학도 마음에 들었다. 나의 철학과 상반된 곳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았다.

제약이 많기 때문에 제품 개발은 물론이고 시장 개척도 쉽진 않을 텐데.
이하나 중국시장을 포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가깝기도 하고, 규모 면에서도 엄청난 메가 시장이다.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면 중국 식약청의 CFDA 위생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동물실험이 필수다. 그래서 쿨하게 포기했다.
최민지 중국에서 비건 화장품을 내세운 제품이 팔리고 있다면 그건 가짜다. 우리는 안전성이 검증된 원료만을 사용한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대신 우리가 직접 실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샘플을 발송해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작년 4월에 창업하고 넉 달 만인 8월에 1.0 버전 제품이 나왔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이하나 한국의 고도화된 화장품 OEM 시장 덕분이다. 기술로는 전 세계 최고다. 다른 나라였다면 아마 1년 넘게 걸렸을지 모른다. OEM 기업과 기본적인 제품 콘셉트에서부터 성분, 제조와 관련된 부분을 끊임없이 논의하고, 샘플을 받아 여러 차례 수정을 해나갔다.
최민지 작은 회사인 데다 수량이 많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우리를 반기지 않았다. 비건 화장품에 대한 인식도 없는 상태였다. 처방도 까다롭고 복잡하니 우리를 꺼리는 게 당연하다. 대다수의 OEM 기업이 우리를 거절했다. 다행히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가치와 철학에 공감해주는 파트너사들이 차츰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건 화장품 멜릭서와 포장제품1_ 식물성 성분만을 사용하며,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 ‘멜릭서’. 식물성 스쿠알란으로 만든 오일(파란색 병)은 미국 아마존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2_ 포장만 봐도 멜릭서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알 수 있다.

가치와 철학을 지키며 성장하는 법

식물성 스쿠알란 오일이 첫 제품인데, 스쿠알란은 동물성 성분 아닌가?
이하나 원래 스쿠알란은 심해 상어의 간유에서 추출하는 천연유지다. 피부 보호 능력이 뛰어난 성분인데, 우리는 비슷한 효능을 사탕수수에서 찾았다. 프랑스 에코서트에서 인증받은 100% 식물성 스쿠알란으로 만들었다. 파라벤과 같은 화학방부제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최민지 동물실험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은지, 식물성 성분만 가지고도 효능을 낼 수 있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내가 바로 그 증거다. 원래 피부가 나빴던 건 아니지만, 멜릭서를 쓰고 나서 더 좋아졌다. 스쿠알란 오일 한 병을 다 쓰고 나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포장도 눈에 띈다. 디자이너로서 포기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았을 것 같다.
고은빈 우리는 갈색 박스를 고집한다. 친환경 소재의 포장재다. 일반 화장품 포장재의 경우 라미네이팅 코팅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배출할 수밖에 없다. 가볍고 저렴한 플라스틱 대신 유리병을 사용하고, 포장 완충재로 비닐 대신 옥수수 전분 소재를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민지 (완충재를 입으로 가져가며) 실제로 먹을 수도 있다.
이하나 강렬한 색깔과 화려한 소재를 쓰는 것이 반드시 예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멜릭서 1.0 버전에는 컬러가 들어가 있었다. 물론 예뻤지만, 브랜드 철학을 담기 위해 미니멀하게 가기로 결정했다. 요즘 주변 친구들을 보면 과대포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포장을 좋아한다.
고은빈 화장품 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포장재다. 박스 자체가 브랜드 철학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화려한 1.0 버전보다 오히려 2.0 버전이 더 유니크하고 팬시하게 느껴진다.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 중이다. 고객 반응은 어떤가?
이하나 1월부터 한국 아마존 팀과 협업해 셀러로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작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우선은 온라인에 집중하는 유통 방식을 선택했다. 미국은 비건 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다. 단적인 예로 2년 전만 해도 세포라 매장에 비건 섹션이 없었지만, 지금은 클린뷰티, 비건뷰티가 하나의 키워드가 됐다.
최민지 아마존은 미국에서 가장 큰 뷰티 이커머스다. 이틀 안에 미국 전역에 제품이 배송된다. 현지 배송과 CS는 아마존이 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브랜드 철학과 제조, 마케팅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하나 스쿠알란 오일 재구매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오일인데도 가볍고 촉촉하다는 평들이 많다. 미국 아마존에서는 가격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걸 알게 됐다. 스쿠알란 오일을 38달러에 선보였는데, 높은 가격대더라. 후속 제품인 비타민 세럼은 20달러대로 판매할 계획이다.
고은빈 디자인에 관심을 갖는 해외 고객도 많다. 이렇게 생긴 제품은 처음 본다며 다들 신기해한다.

국내에서는 어떤가?
최민지 자체 인터넷쇼핑몰과 네이버 스토어팜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물론 더 많은 채널을 통해 제품을 유통시킬 수 있겠지만, 우리의 가격 정책과 브랜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는 채널을 통해 고객을 만나고 싶다. 우리가 원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고객들의 이야기를 제품에 반영하고 싶은데, 우리와 맞지 않는 채널로 가는 순간 무너지게 될 수도 있다.
이하나 수수료를 절약해 더 좋은 원료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재투자하는 쪽을 선택했다.

뷰티긱스의 멤버들비건 화장품을 통해 뷰티산업을 재정의하겠다고 나선 뷰티긱스의 멤버들. 올해는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한 땀 한 땀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즐거움

많이 팔고 싶은 욕심도 있을 텐데.
이하나 그것에 대해서는 늘 고객이 답을 준다. 우리의 충성고객이 2,000명 정도 된다. 그들은 우리의 브랜드 철학이 좋아서 멜릭서를 산다. 제품의 팬이기도 하지만 브랜드의 팬이다. 다른 데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고의 경험을 고객에게 선물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빠르게 성장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
최민지 이틀간 하루에 10명씩 고객에게 직접 전화해서 제품과 쇼핑몰에 대한 느낌 등을 물어본 적이 있다. 우리의 고객들은 기꺼이 20~30분씩 시간을 내준다. 그중 한 고객이 해준 말이 아직도 마음속에 묵직하게 남아 있다. 멜릭서를 믿으니 자신이 나서서 제품을 홍보해주겠다며 오히려 우리를 위로해줬다. 댓글이 당장 안 달린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하라며 격려를 해주더라. 정말 많은 힘이 됐다.
이하나 빠르게 성장하는 게…(울먹).

고객의 말이 정말 감동적이다. 하나님에게 잠시 시간을 줘야 할 것 같다. 궁금했던 ‘원데이 클래스’ 얘기로 넘어가자.
최민지 우리의 영혼을 갈아 넣어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다(일동 웃음). 해외 고객들을 만나서 제품을 알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던 차에, 에어비앤비의 트립(현지인이 진행하는 체험활동)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해외 여행객들은 한국의 뷰티 체험에 관심이 많다. 여행의 피로를 풀면서 멜릭서를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비건 배쓰밤 원데이 클래스’를 기획했다. 작년 12월부터 일주일에 4~5회 열고 있다. 트립 상단에 계속 노출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인플루언서나 유튜버들을 초대했는데, 그들이 올린 영상의 누적 조회 수가 8만을 넘어섰다. 영어를 뛰어넘는 새로운 글로벌 언어가 ‘영상’이 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영상 하나가 우리를 글로벌 시장으로 이끄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재료를 사고, 공간을 구하고, 직접 청소를 해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을 계속 하고 싶다. 고객의 경험에 집중해서 한 땀 한 땀 시장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고은빈 디자이너로서 고객을 만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크리에이터의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스타트업에선 더 크다. 디자이너가 왜 영업까지 해야 하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고객을 만나본 디자이너와 안 만나본 디자이너의 결과물은 다르다.
최민지 작은 업무에서부터 큰일에 이르기까지 전천후로 뛰어다니다 보니 아이디어 시작 단계부터 결과까지 모두 경험해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즐겁다. 하루하루 꿈을 위해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멜릭서를 하나 팔면 세상은 조금 변화할 것이다. 그 과정을 즐기며 남은 20대를 불태우고 싶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과연 영혼을 갈아 넣은 게 맞는 것 같다(웃음). 이제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이하나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아름다움이 뭔지 재정의하고 싶다. 단순히 획일화된 외모가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는 다양성을 담은 얼굴들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싶다. 그것을 문화 코드로 만들고, 거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을 멜릭서의 커뮤니티로 끌어들여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를 전파하고 싶다. 빠르게 성장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지난 1년간 느꼈다. 하지만 어려운 일보다는 재밌는 일이 훨씬 더 많았다. 성취감도 크다. 매일매일 이들과 이야기하고 합을 맞추는 과정에서 새로운 결과물을 내고 있다. 그 자체가 내겐 감동이다.

임숙경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2019-04-01]조회수 : 581
  • 목록으로
  • 프린트

유용한 정보가 되었습니까? [평균5점/5명 ]

1 민동빈 [작성일 2019-04-10]
중국화장품법도 잘 모르면서 동물실험이필수다 :그건 가짜다라니요...내말 아니면 다 아니다라는 흑백논리네요. 멜릭서 검색해보니 전성분에 PEG 있는데 <PEG 안썼다.>라고 해서 한번 이슈가 있던걸로 아는데 같은 맥락 같습니다.
500자 제한 의견달기
이름 비밀번호
내용
인증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수 있습니다.
우)52851 경상남도 진주시 동진로430 (충무공동) | 잡지구독문의 T.055-751-9128 F.055-751-9129
Copyright ⓒ KOSM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