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1.17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불편한 당신을 위해 고민합니다
㈜블루레오

당연시되고 있는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것. 스타트업의 존재이유이자 창업가라면 누구나 열망하는 덕목일 것이다. 그러나 그 덕목을 갖추는 행운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남다른 통찰력으로, 누군가는 빛나는 아이디어로 드물게 그 경지에 이른다. 혼자서는 양치질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을 위해 전동칫솔을 개발한 ㈜블루레오 이승민 대표는 순전히 ‘관심’과 ‘공감’으로 그 지점에 도달했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았더라면, 대상에 감정이입을 하지 않았더라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제품이다. 이 제품에는 복지관 봉사활동 과정에서 겪은 이 대표의 경험이 오롯이 담겨 있다. 양칫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육체적·정신적 불편이 그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 당연하지 않은데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직접 제품을 개발했다.

박종민 전략기획팀장, 이우재 전무, 이승민 대표

양칫물 흡입기능을 가진 전동칫솔 ‘G100’이 출시된 지 1년 만인 지난 7월, 블루레오는 일반인을 위한 전동칫솔 ‘S100’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공개해 목표액의 1,900%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진동 세기를 10단계로 조절하는 제품의 세심함이 많은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장애인의 불편함을 개선하겠다는 일념으로 3년간 개발한 모터 제어기술이 ‘S100’에도 고스란히 담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이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 원하는 것과 구현하는 것 사이에는 드넓은 강이 흐른다. 많은 창업가가 그 강폭과 물살을 견디지 못해 백기를 들고 마는데, 블루레오는 그 강을 건너 새로운 탐험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중증장애인은 물론이고 누군가 양치를 대신 해줘야 하는 아이, 어르신, 반려동물로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3년간 블루레오의 행보는 스타트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승민 대표, 박종민 전략기획팀장, 이우재 전무이승민 대표 / 박종민 전략기획팀장 / 이우재 전무

관심과 공감, 그리고 도전

장애인을 위한 전동칫솔은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이런 제품이 기존에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의외다.
이승민 대표 뇌성마비 장애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오랜 기간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셨다. 어머니를 간호하며 학창시절을 보내다 보니 내게 간병은 낯설지 않은 단어였고, 그런 경험이 자연스럽게 대학시절 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 당시 시설에서 거동이 힘든 분들을 도왔는데, 식사를 하거나 이동을 돕는 장애인 보조기기는 상당수 갖춰져 있었다. 그런데 유독 양치질을 돕는 방법은 없었다. 양치질을 시키다 보면 양칫물이 봉사자의 손을 타고 흘러내리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기침을 하다가 양칫물을 삼키는 경우도 다반사다. 양치질은 양쪽 모두에게 커다란 육체적 고통을 안겨준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없었다. 그래서 직접 아이디어를 스케치해서 2010년 양칫물 흡입기능이 있는 전동칫솔에 대해 정식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작년에 제품이 출시됐으니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승민 2011년 1월 31일 자로 특허가 등록됐다. 당시 대학생이기도 했고, 어머니 병간호도 해야 해서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2014년 상반기에 다시 해당 복지관으로 봉사활동을 갔다가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4년이나 흘렀는데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그사이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지만, 장애인들의 불편한 일상은 그대로였다. 아무도 안 한다면 나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박종민 전략기획팀장 이승민 대표와는 대학동기이자 10년 지기 친구다. 해외 유학시절에도 이 대표가 각종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저 좋은 일을 하고 있나보다 생각했다. 나는 나대로 대학을 졸업하고 철강회사에 입사했다. 그런데 직접 부딪혀보니 상당히 보수적인 집단이었고, 결국 흥미를 잃게 됐다. 당시 이 대표가 팀 빌딩을 할 때였는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뜻을 함께하게 됐다.
이승민 창업을 하고 제품 개발에 직접 부딪혀보니 사람만 모여 있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엔젤투자를 받기 위해 뛰어다니다가 이우재 전무님을 만나게 됐다.
이우재 전무 장애인 보조공학기기를 취급하는 회사에 다닐 때였다. 제품 판매를 위한 사업제휴 업무를 담당했는데, 젊은 친구의 아이디어가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의료기기나 장애인 보조기기는 제품을 일반 대중이 인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사업화까지 적어도 3~5년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갈 길이 멀어 보였는데도 합류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우재 제조 경험이 없는 것 같아 이것저것 조언해주다가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컨설팅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승민 대표가 첫 고객인 셈이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던 것이 두 번으로, 네 번으로 점점 늘어나다가 어느새 내가 이 자리에 와 있더라(웃음). 사회생활을 20년 하다 보니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나는 걸 보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 정체되는 걸 싫어한다. 블루레오의 1년 후, 2년 후가 궁금해져서 합류하게 됐다.
이승민 금방 넘어오신 건 아니다(웃음). 내가 귀찮게 쫓아다녔다. 당시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드웨어 제품이라는 것이 공격적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절감하던 시기였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가 무한대로 생겨나는 느낌이랄까. 제품 출시가 자꾸 늦춰지면서 연륜과 경험을 가진 멤버가 절실히 필요했다.

양칫물 흡입기능이 있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전동칫솔 G100과 일반인을 위한 전동칫솔 S100 제품1_ 양칫물 흡입기능이 있는 전동칫솔 ‘G100’. 스스로 양치를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의 불편을 해소한 제품이다.
2_ 일반인을 위한 전동칫솔 ‘S100’을 와디즈를 통해 선보여 목표액의 1,900%를 달성했다. 진동을 10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출처 : 블루레오 제공)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구강관리 솔루션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다.
이승민 핸디타입 전동 흡입칫솔 ‘G100’을 공식 론칭한 것이 지난해 8월 26일이다. 개발에만 3년 이상이 걸렸다. 양칫물 흡입기능이 핵심이다. 칫솔에 난 작은 구멍들을 통해 양칫물을 빨아들여 석션 튜브에 모을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박종민 3년간 제품 콘셉트와 디자인이 여러 차례 변경됐다. 우리도 다이슨처럼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 모터를 전동칫솔에 넣고 싶었다. 문제는 전동칫솔에 넣으려면 저전압, 저소음, 저발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터를 컨트롤하는 저변기술을 확보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이승민 치과에서는 치과의사가 치료를 하는 사이 치위생사가 전담으로 붙어서 석션을 한다. 하지만 복지관에서는 이것을 복지사 혼자 해결해야 한다. 불편함 없이 양칫물을 흡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우재 개발하고 나서도 수명 예측 테스트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사용하다보면 이 제품이 언제든 고장이 날 텐데, 어떻게 고장이 날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직접 확인하고 예측해서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현장에서의 반응은 어떤가?
박종민 처음에 복지관 등에 제품을 들고 가면 신기하게 쳐다본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일단 써보고 말해주겠다는 식이다. 그런데 두 번째 찾아가면 표정이 달라져 있다. 제품을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는지 묻는다.
이승민 복지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지금의 G100 제품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지관에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다양한 피드백을 줬다.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제품에 반영하면서 기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제품을 혼자 개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종의 공동 개발이다.

일반인용 전동칫솔 ‘S100’이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에서 목표를 1,900% 초과 달성했다.
이승민 G100 모델에 집중해 기술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팀이 커졌고, 규모의 성장과 함께 제품 라인업의 증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작년 10월부터 개발을 시작해 지난 7월 말 와디즈를 통해 선보였다.
이우재 극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G100만으로는 브랜드를 알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가 가장 크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제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회사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우리가 직접 개발하기보다 중국 제조사의 제품을 가져와 우리가 보유한 모터 제어기술을 접목하는 쪽을 택했다. OEM과 ODM의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승민 S100은 전동칫솔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줄 수 있는 제품이다. 기존 제품의 경우 전동칫솔을 처음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강력한 진동에 거부감을 가지기도 한다. 잇몸이 아프고 피가 나서 결국 전동칫솔 사용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S100은 각자의 잇몸 상태에 맞게 진동을 10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우재 작년 가을에 홍콩전자전에 참가해 우리의 제품 콘셉트에 맞는 기업을 찾았다. 기존 전동칫솔의 경우 온·오프와 진동 세기 조절을 한 버튼으로 조작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중국 파트너사의 제품은 버튼이 2개였다. 더욱이 고령자층까지도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는 알림창도 있었다. 그 덕분에 금형 비용을 비롯해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펀딩 후 S100을 받아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승민 반응이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연락이 온다면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니겠나(웃음). 추석을 앞두고 임직원 선물용으로 대량 구매를 위한 연락을 해오는 곳들은 있다.
박종민 지인들이 펀딩을 통해 구매했는데 다들 반응이 좋다. 전동칫솔을 처음 사용해본 지인이 거부감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줬다. S100을 구매한 후 온 가족이 전동칫솔을 쓰게 됐다고 하더라.

2010년 대학생 신분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이후에도 IP 경영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이승민 고등학교 시절부터 발명동아리 활동을 했다. 학창시절의 모든 생활을 발명동아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당시부터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사업계획서밖에 없을 때에도 특허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각종 공모전을 휩쓸었다. 창업 후 벤처투자사(VC)에서 수억대의 투자를 받게 된 것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중인 세 사람블루레오는 스스로 구강관리를 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구강관리 솔루션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면서 어르신, 아이들, 반려동물 등으로 시장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불편이 당연시되지 않도록
아이들, 어르신, 반려동물 시장으로 성큼성큼

제품 라인업을 갖추었다면 이제 남은 것은 영업일 텐데.
이승민 해외 전시회를 많이 나간다. 전시회에서 발굴한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형식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재단이나 사단법인 등 공적 영역에서 보조금을 통해 구입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얼마 전 G100이 ‘2019 롯데복지재단 장애아동 청소년 보조기기 지원사업’의 대상 제품으로 선정됐다.
이우재 전국의 보조기기센터를 방문해보니 아직 우리 제품의 존재를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 제품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작년 말 마케팅팀을 꾸렸다.
이승민 기본부터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올해 초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활성화했다. 블로그, SNS 등을 통해 홍보하려고 한다. 9월부터는 영문 버전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우재 BI와 CI를 통합한 것도 큰 변화다. 중소기업으로서 BI와 CI를 함께 홍보하는 것이 어렵다는 걸 절감했다. 그래서 올해 1사분기에 BI를 버리고 CI인 ‘블루레오’를 BI화시키자는 쪽으로 결정했다.
박종민 8월부터 라디오 CM 광고도 시작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의 방송광고지원사업에 선정돼 저렴한 비용으로 라디오 광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쯤 되니 해외시장 진출 계획도 궁금하다.
이승민 상반기 해외 전시회에 참여한 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올해 2월에 일본의 대형 의료기기 유통사와 총판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현지 요구에 맞게 제품을 개선한 후 연내에 론칭할 계획이다. 미국 내 유통사와도 딜러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유럽 시장에는 샘플을 보내고 있는 단계다. 유럽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올 하반기에 독일 전시회에 참여할 계획이다.

G100, S100 후속 제품도 기대된다.
이우재 흡입기능에 세정수 분사기능을 추가한 ‘G200’을 준비 중이다. 연하기능이 남아 있어 양칫물을 머금을 수 있는 분들을 위한 제품이다. 또 기존 G100의 성능과 디자인을 월등히 개선한 ‘G150’을 연말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 제품은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인디고고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승민 처음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만 해도 중증장애인만을 대상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이들만이 우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와 반려동물, 고령자도 스스로 양치질을 할 수 없어 부모나 보호자가 대신 해준다.
박종민 그런 차원에서 올해 말 새로운 제품이 출시된다. 해당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현장의 소리를 듣고 있다. 어떤 제품인지는 공개할 수 없지만, 기존에 없던 획기적인 제품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사회적인 가치와 비즈니스를 양립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어떻게 균형을 맞춰갈 생각인가?
이승민 하루하루가 서바이벌이다. 스타트업으로서 속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과 방향성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도 선보였지만, 블루레오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구강관리를 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이라는 데 있다. 그런 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 어르신, 아이, 반려동물 등으로 시장을 넓혀나가고 싶다. 그런 과정에서 특정 인원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고 능동적으로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창업 후 많은 것이 변했다. 오히려 변하지 않은 것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그런 변화 속에서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임숙경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2019-10-07]조회수 :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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