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7.07
리얼이 아니어도 괜찮아
낫아워스

비건이라고 하면 흔히 채식주의자를 떠올리는데, 비건을 아우르는 범위는 그보다 넓다. 비거니즘은 동물보호주의의 일종으로, 동물과 연관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동물실험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동물을 구경거리로 여기는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에도 가지 않는 등 적극적인 행동으로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있는 낫아워스의 박진영, 신하나 대표를 만났다.

박진영, 신하나 대표

우리의 것이 아닌 그들의 생명
비거니즘에 동의해 동물성 제품의 섭취나 사용을 피하는 사람을 ‘비건’이라고 한다. 10년째 비건을 실천하고 있는 낫아워스의 박진영 대표는 어려서부터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적 시골에서 자라 주변에서 돼지나 닭, 심지어 기르던 개를 잡아서 먹는 모습을 직접 본 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박 대표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을 바에는 먹지 않는 쪽을 택했다. 박 대표와 전 직장 동료였던 신하나 대표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있다. 2017년 초 어느 날 마장동 정육식당에서 회사 동료들과 거하게 회식을 하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고기 비린내가 코끝을 찔렀다. 아니, 찌른 정도가 아니라 역했다. 이후 우연히 같은 시기에 일을 쉬고 있던 두 사람이 만나 ‘비거니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채식주의에 관심을 갖는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육류를 끊기는 힘들어요. 하지만 옷이나 화장품 등 동물성 소재로 만든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한 가지씩 줄여나가는 건 할 수 있겠다는 신하나 씨의 말에 각성이 되더라고요.”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박 대표는 디자인 회사에 근무하면서 더 좋은 가죽 소재를 구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막상 옷, 가방, 신발 등 몸에 늘 착용하고 다니는 소비재 중에서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이에 두 사람은 ‘소재가 없으면 우리가 한번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으로 뜻을 합쳤다. 각자 100만 원씩 모아 프로젝트성으로 ‘폴리에스터로 인조 모피 코트’를 만들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올렸다. 그런데 예상 밖의 화제를 모으며 완판됐고 1,700만 원이라는 자금이 모였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아예 회사를 차렸다. 비건 패션 전문 브랜드 낫아워스(Not Ours), 동물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직관적으로 지은 이름이지만 비건 브랜드의 의미를 선명하게 담았다.
낫아워스에서 만드는 모든 제품은 모피, 가죽, 실크, 모, 깃털, 솜털, 소뿔, 자개 등 동물성 소재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이 회사의 첫 제품은 폴리에스터 100%의 페이크 퍼 아우터였다. 히트 상품 중 하나인 ‘욱스맨 면티’의 경우 유기농 코튼 원단으로 표백을 하지 않은 목화솜을 그대로 사용했다. 오가닉 코튼은 3년간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농지에서 유기농으로 재배, 생산된 면화를 말한다. 또 페이크 퍼처럼 페이크 레더도 100% 폴리에스터로 만든 제품이지만 진짜 가죽보다 오히려 질이 좋다.

애니멀 프리에 이어 PVC 프리로까지
최근 패션 업계에서는 지속가능한 ‘비건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브랜드들이 동물 가죽이나 털을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2018년부터 털(fur)을 포기했고, 몽클레르는 식물 원료 기반의 패브릭과 액세서리로 제작한 ‘탄소 중립 바이오 다운 재킷’을 선보였다. 비건 패션을 선도하는 낫아워스는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패션소재 사용은 기본이고, PVC(Polyvinyl chloride, 폴리염화비닐) 소재도 사용하지 않는다. PVC는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화학물질을 통해 다이옥신이 발생하고, 태워도 공기 중으로 방출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스웻셔츠 샘플에 사용된 프린트 잉크 성분이 플라스티솔(Plastisol)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플라스티솔은 의류 프린트에 흔히 사용되는 염료지만 그 성분이 액체화된 PVC였던 것. 이에 제작했던 셔츠를 전량 폐기하고, 생산된 제품은 모두 수성 고무 성분으로 바꿨다. 이처럼 낫아워스는 동물성 소재만 안 쓰는 것이 아니라 지구 환경을 지키는 친환경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제품을 담는 더스트백이나 포장지 하나까지도 생분해성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재고로 버려지는 옷을 줄이기 위해 대량생산 방식을 버리고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만 주문생산하는 프리오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와 펀딩 플랫폼 등에 주문이 온 만큼만 제작하는데, 요즘은 낫아워스를 기억하고 재구매하는 사람들이 꽤 늘어났다.
값싼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대량생산도 아니어서 많은 수익을 내는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제품을 제작하면서 불필요한 재고를 최소화하는 지속가능 패션을 지향한다. 두 대표는 하나의 제품이 세상에 나와서 폐기되기까지 전 과정과 관련된 모든 것들에 최대한 관심을 갖는 브랜드를 만들어나가자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에브리데이 백, 리얼 페이크 레더 지갑, 리얼 이페크 레더 크로스백왼쪽부터 ‘나의 매일을 담는 가방’이라는 콘셉트로 만든 에브리데이 백, 낫아워스의 제품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리얼 페이크 레더 지갑 3종, 리얼 이페크 레더 첫 번째 시리즈로 만든 크로스백

리얼 가죽이 더 고급스럽다는 건 편견
비건은 2030세대의 주요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박 대표는 창업 이후 3년을 돌이켜보면 비건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낫아워스는 비건만을 대상으로 물건을 만들지는 않는다. ‘비건이니까, 조금 비싸도 우리 제품을 사주겠지’가 아니라 ‘제품의 품질이 좋으니까, 페이크 제품도 예쁘고 고급스러우니까’ 사고 싶은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쪽으로 접근했다.
박 대표는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의류,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페이크 레더 가방과 지갑을 디자인했고, 신 대표는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 ‘욱스맨’과 ‘비건파워’ 등의 웹툰풍 그래픽을 브랜드에 녹였다. 재밌는 것은, ‘욱스맨’의 욱스는 프랑스어로 ‘곰’을 뜻하는데 스펠링이 ‘OURS’다. 낫아워스의 캐릭터가 무심한 표정의 곰인 것도 이 때문이다. 낫아워스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와 함께 곰, 즉 동물의 가죽이나 털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언어유희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똑똑해졌다. 맘에 드는 브랜드가 좋은 취지를 갖고 있다면 이에 공감하며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귀여운 캐릭터에 질리지 않는 디자인, 가볍고 튼튼한 좋은 소재로 만든 제품을 내놓으니 아우터와 티셔츠에 이어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페이크 레더 지갑 등 내놓는 상품마다 인기를 끌며 완판 행진을 이어나갔다.
사실 낫아워스는 친환경보다는 동물 보호 쪽에 관심이 더 많다. 양털을 얻는 과정만 보더라도 사람들은 양의 털을 그냥 깎는다고만 생각하는데, 사실 양은 털갈이하는 동물도 아니다. 품질 좋은 양털을 얻기 위해 어린 양의 피부와 살점을 마취도 없이 도려내는 뮬징(mulesing)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어린 양은 꼬리가 잘리고 피부가 손상돼 죽어간다.
“따뜻한 옷을 만들기 위해 동물들을 이렇게 야만적으로 착취하느니, 차라리 조금 추우면 어떠냐”고 말하는 두 대표는 평소 동물 복지를 위해 판매액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클레어스와 함께 동물 착취에 대한 기부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한편 올 1월 1일부터 글로벌 환경 네트워크인 ‘1% for the Planet’의 공식 멤버가 됐다. 1% for the Planet은 환경에 대한 현명한 기부를 촉진하기 위해 파타고니아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와 블루 리본 플라이스 창립자인 크레이그 매튜스가 설립한 비영리 조직으로, 가입 멤버는 매년 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낫아워스는 1% for the Planet에 ‘The earth is not ours’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스타트업 레벨업 가이드

▷▶ 이왕이면 즐겁게
누구나 비건 파티

낫아워스는 회사를 소개하고 비건 문화를 알리자는 취지로 2017년부터 ‘누구나 비건 파티’를 개최했다. 1, 2회는 상수동의 핫플레이스 ‘제비다방’에서 개최했다. 파티에 음식이 빠지면 섭섭하니 비건 패션뿐 아니라 비건 요리도 맛볼 수 있고 공연도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비건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지난 2019년에 열린 제3회 행사에서는 낫아워스 사무실이 있는 마포구 잔다리로 ‘어쩌다 가게’에서 비건 푸드와 비건 제품을 판매하는 마켓 형식으로 진행됐다. 비건 문화를 알리는 취지에서 시작한 파티가 3년 동안 많이 커졌다. 비건 패션 아이템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다양성을 더할 수 있는 비건문화를 알리고 나누기 위해 파티를 지속적으로 기획할 예정이다.

▷▶ 앞서서 가치를 지켜내는 것
비거니즘에 끝은 없다

낫아워스의 두 대표는 처음부터 큰 성장을 기대하고 시작하진 않았다.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해 프리오더로 생산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작게라도 오랫동안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패션 업계도 애니멀 프리가 하나의 트렌드이긴 하지만, PVC 프리까지 실천하며 동물성 소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낫아워스가 유일하다. 이 부분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두 대표는 매일 구글링을 통해 동물성 재료가 아닌 새로운 소재와 부속품이 있는지 찾아보고, 그런 소재가 있다면 혹시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지 백방으로 수소문한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고 늘 앞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두 사람은 오늘도 자신들의 가치를 지키며 오래 살아남자고 다짐한다.

최진희 기자 사진 박명래 기자

[2020-03-04]조회수 : 1,641
  • 목록으로
  • 프린트

유용한 정보가 되었습니까? [평균5점/4명 ]

500자 제한 의견달기
이름 비밀번호
내용
인증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수 있습니다.
우)52851 경상남도 진주시 동진로430 (충무공동) | 잡지구독문의 T.055-751-9128 F.055-751-9129
Copyright ⓒ KOSM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