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향기를 디자인하다
㈜허브테라피

동양에 한방의학이 있다면 서양에는 아로마테라피가 있다. 아로마테라피는 ‘아로마(aroma, 향기)’와 ‘테라피(therapy, 치유)’가 결합된 단어로, 향기로 심신의 건강을 치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향기는 숙면을 유도하고 또 어떤 향기는 두통을 가라앉히는 치유효과가 있다. 향기의 치유효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 ㈜허브테라피는 향기의 다양한 효과를 비누, 캔들, 화장품 등에 담았다.

안지정 대표70여 개가 넘는 향기를 직접 개발한 전문 아로마테라피스트 안지정 대표

아로마테라피스트의 자연성분연구소
아임네이처의 기초 3종 세트 ㈜허브테라피의 자체 브랜드 ‘아임네이처’의 기초 3종 세트 ㈜허브테라피의 안지정 대표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 자격증을 가진 전문 향기치료사다. 그가 아로마테라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약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탈모로 고민하던 안 대표는 어떤 병원에서도 이렇다 할 처방을 해주지 않아 답답하던 차에 주변 지인들로부터 천연재료로 직접 약을 만들어 쓰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 그 방식을 수소문해 약재시장 등을 찾아 만들어 써보니 점차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아토피가 심했던 아이를 위해 치료효과가 있는 크림도 직접 만들었는데, 아이가 차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고민이 비단 자신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향기 나는 식물, 즉 천연 아로마가 궁금해진 안 대표는 본격적으로 아로마테라피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전문 자격증 시험에 도전했다. 아로마테라피는 서양의 대체의학이기 때문에 자격증을 따려면 원서로 공부해야 했다. 잠을 줄여가며 1년간 열심히 공부해 2004년 아로마테라피스트 국제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공방을 열어 사람들과 함께 아로마향을 만들어보면서 향기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안 대표의 DIY(do it yourself) 아로마 처방 클래스는 금세 입소문이 퍼졌고, 곧이어 인근 문화센터와 초중고등학교에서 수업 의뢰가 들어왔다.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10년부터다. 좋은 재료를 손쉽게 구입하고, 선호하는 향에 대한 레시피를 제공해주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쇼핑몰 ‘허브테라피’를 만들게 됐다.
“허브테라피는 쇼핑몰 이전에 자연성분연구소예요. 피부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엄마의 마음으로 안전한 성분만을 고집했습니다. 자극성이 있거나 유해한 성분은 빼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사용합니다.”
안 대표는 적합한 원료는 물론이고 안전한 성분을 확인하여 처방에 관한 모든 성분을 공개했다. 이렇듯 투명한 운영 시스템 때문인지 뷰티 업계에서 OEM/ODM 제작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티몬이나 위메프 등 소셜 커머스에서도 납품 의뢰가 들어오면서 2014년부터는 자연스럽게 제조로까지 사업 영역이 확대됐다.

독자 브랜드 ‘아임네이처’를 만들다
2017년이 되자 OEM/ODM으로 만든 제품이 올리브영, 롭스 등 B&H(뷰티&헬스) 스토어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고, 미국 월마트에 간접수출까지 하게 됐다. 이렇게 되니 안 대표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왕 제조할 거면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라고.
허브테라피는 2018년 법인을 설립하여 브랜드 제작에 나섰다. 제조 기반은 갖췄기 때문에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게 우선이었다. 안 대표는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인 자연성분으로 향과 효능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제품은 지양했다. 그동안 많은 소비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핸드메이드 처방 제품을 만들던 허브테라피만의 강점을 최대한 녹여냈다.
처음 개발한 제품은 스킨토너, 에센스, 바이탈 크림 등 기초 3종 세트였다. 정제수 대신 23가지 꽃 추출물을 사용했고, 잡티 제거에 좋은 8가지 붉은 꽃 추출물, 수분 공급에 탁월한 6가지 히알루론산 성분을 넣어 허브테라피만의 브랜드 ‘아임네이처(I’m Nature)’를 탄생시켰다. 또 목련꽃 추출물이 59% 함유된 기능성 톤업 크림과 피부 진정 및 소염작용에 탁월한 칼라민(calamine) 성분이 함유돼 민감한 피부에 적합한 ‘닥터C 클렌저’를 출시했다.
이외에도 100% 식물성 오일을 사용한 버블 클렌징 바와 제주 화산재와 가시여지잎, 마테잎, 유향나무수지 추출물로 노폐물 제거는 물론 피부 진정과 모공 축소에 도움을 주는 ‘블랙스톤 클렌징 바’를 라인업했다. 특히 허브테라피의 비누 제품은 응고제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재료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허브테라피에서 생산한 완제품은 자체 유통망인 바른팩토리(bareunfactory.com)에서 판매하고 있다.

블랙스톤 클렌징 바허브테라피의 인기 제품인 블랙스톤 클렌징 바는 블랙헤드와 모공 관리 고민을 해결해주는 강력한 세안비누다.

버블캡슐 클렌징 바버블캡슐 클렌징 바는 히알루론산, 세라마이드 성분이 피부에 수분보호막을 형성해 세안 후에도 당기지 않고 촉촉하게 유지해준다.

시장개척단 참여,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 확대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제조업까지 운영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안 대표는 실무에만 잔뼈가 굵었지 경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 답답해하던 차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을 알게 됐다. 2018년 초 중진공 경기지역본부와의 인연으로 지금의 공장과 사무실을 기존 사업장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임대할 수 있게 됐다.
더 큰 수확은 직접 수출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허브테라피는 지난 2019년 안산시와 중진공 경기지역본부가 주최한 시장개척단에 참가했다. 당시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에 시장개척단으로 처음 참가한 안 대표는 수출이 바로 이뤄지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품을 홍보하기보다 회사 창업 스토리와 향기치유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 등을 스토리텔링했다. 그런데 이것이 바이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카자흐스탄의 한 바이어와 수출 계약을 하게 됐다. 한국 화장품을 유통하는 회사였는데, 이 회사와는 지금까지도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허브테라피는 아로마테라피연구소에서 제조업으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체 브랜드 보유 기업이자 수출 기업으로 변모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9년에는 매출도 전년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회사 규모가 성장하여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안 대표가 꼭 챙기는 것이 있다. 안산지역 초중고등학교와 각종 기관에서 아로마테라피와 체험 강좌를 진행하는 것이다. 특히 중고등학교는 직업 관련 교과가 있어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서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이 직업을 알리는 데 보람을 느낀다는 안 대표. 그는 학생들 중에서 가끔 향기에 관심이 있고 향기에 예민한 감각을 가진 친구를 발견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친구들과는 수업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하며 소통을 이어간다고.
안 대표는 수많은 향을 만들어봤지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억에 남는 향’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아로마테라피는 서양의 허브가 기반이지만, 그는 가장 한국적인 향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푸드테라피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향기로 마음을 다스리고, 먹어서 기분 좋아지는 푸드테라피스트가 되어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그의 꿈을 응원한다.

물류창고의 천연 향의 원료들허브테라피의 물류창고에는 천연 향의 원료들로 가득 차 있다.

안지정 대표의 스타트업 레벨업 가이드

▷▶ 혼자가 아니다
정부지원사업에 눈을 뜨다
중진공을 알게 되면서부터 회사가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이전에는 사업은 혼자 하는 줄만 알았다. 2018년 초 법인을 설립하면서 중진공을 알게 됐고, 자금을 지원받아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이때부터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사업과 정책자금에 눈을 뜨게 됐고, 시장개척단을 통해 직접 수출을 하게 됐다. 또한 지난해 4월 중진공과 베트남 1위 국영방송이 공동 개최한 ‘베트남 수출 비즈니스 상담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현재 베트남 및 중국 수출도 준비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바뀌는 인사제도나 다양한 법률 정보 등 경영자가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을 중진공에서 제공해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정부의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컨설팅에도 꾸준히 참여할 계획이다.

▷▶ 초심을 잃지 말자
원료에 대한 고집

아로마테라피스트로서 처음 쇼핑몰을 열었을 때, 좋은 원료를 최우선으로 했다. 업계에서 인정을 받게된 것도 최고의 재료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장미향의 경우 테라피용 장미는 불가리아산이 치유효과나 향이 가장 좋으므로, 비싸도 불가리아산을 수입했다. 그리고 자격증 취득 이후에도 꾸준히 공부해 향기에 가장 중요한 수확 시기, 테라피에 중요한 부위 등을 일일이 따져가며 원료 수급을 했다. 천연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기 때문에 쓰면 안 되는 것들을 더 중시했다. 꽃에 독성이 있으면 제외해야 하고, 또 어떤 식물은 꽃만 써야 하는 등등 잘 선별해서 향기를 만들어야 감성까지 치유할 수 있다. 재료를 납품받을 때도 먼저 샘플을 받아 추출물의 비율까지 꼼꼼히 테스트하고 나서 거래를 하는 등 원료에 대한 고집스러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최진희 기자 사진 박명래 기자

[2020-04-06]조회수 :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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