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7.07
넌 주량에 취하니? 난 취향에 취한다!
벨루가브루어리㈜

주류 유통이라고 하면 조직폭력배들의 소위 ‘세력다툼’이 번뜩 떠오르는 건, 한국 영화에 의한 학습효과일까? 현실 속의 주류 유통은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판매면허제도나 리베이트가 법으로 금지되는 등 유통질서가 확립되는 추세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 금지나 폐쇄적인 유통 구조 탓에 플랫폼화는 엄두도 못냈다. 벨루가브루어리㈜는 다양한 종류의 주류 도매상들을 잇는 B2B 종합 주류 유통 플랫폼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주류 유통 시장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김상민 대표와 김현종 이사주류 유통 플랫폼 개발을 이끈 김상민 대표(왼쪽)와 김현종 이사(오른쪽)

주류 유통의 판을 바꾸다
벨루가브루어리㈜의 김상민 대표가 처음부터 주류 유통 플랫폼을 만들려고 창업을 했던 것은 아니다. 술자리에서 술의 종류를 불문하고 일단 많이 마셔야 이기는 분위기, 술자리가 곧 밤의 문화로 인식되는 한국의 술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 무엇보다 거대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없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맥주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맛과 종류가 셀 수도 없이 많은데, 한국에서는 맛도 비슷하고 종류도 한정적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김 대표는 맥주도 커피처럼 소비자들이 취향에 맞게 맛을 고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현실화해 2017년 1월 벨루가브루어리를 창업, 국내 최초로 수제맥주 정기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벨루가브루어리 공동창업자이기도 한 김현종 이사는 창업 과정에서 공부할 게 많았다고 한다.
“아이템을 정하고 대표이사와 함께 열심히 시장조사를 했어요. 한국의 주류산업은 특이하게도 제조에서부터 수입, 도매, 소매까지 국가 면허를 받아야 하고, 판매 규제도 엄격해 넘어야 할 산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이 길을 선택한 이상, 돌다리를 두드려가며 건넌다는 생각으로 모든 법 규제를 공부하고 또 공부했습니다.”
때마침 음식과 함께라면 주류 배달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풀리면서 수제맥주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양한 수제맥주를 집에서 편하게 배송받아 맛볼 수 있어 이용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지만, 정부의 규제는 또다시 오락가락했다. 스타트업 창업의 장벽이 높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절감한 김 대표는 규제에 번번이 가로막히느니 과감히 사업을 전환하는 쪽을 선택했다.
“맥주 정기배송 서비스를 하면서 수제맥주를 수입하는 공급사, 도매업을 하는 사장님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유통 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원하는 주류를 사고 싶어도 어디서 파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사장님들의 고충을 들을 수 있었고요.”
김 대표는 이거다 싶었다. 기존의 주류 발주 과정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정보 비대칭이 심해 업계 종사자들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다. 이를 정형화해 발주 프로세스를 간편화하고 상점이 더 다양한 주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주류 유통 플랫폼을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게다가 김 이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이라 딱 맞아떨어졌다.

정보 비대칭 해결해주는 주류 유통 플랫폼
벨루가브루어리는 지난해 8월 국내 최초의 주류 유통 플랫폼 ‘벨루가 비즈니스(이하 벨루가)’를 론칭했다. 벨루가는 다양한 주류 상품을 취급하고자 하는 상점과 이들 상품을 직접 양조하거나 수입하는 공급사, 그리고 소매상과 공급사 사이의 물류 및 유통을 담당하는 도매상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신개념 B2B 주류 유통 채널로서,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질서를 그대로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로 옮긴 게 특징이다.
이 플랫폼은 주요 고객인 공급사, 도매상, 소매상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유통구조다. 공급사의 경우 취급하는 상품을 플랫폼에 등록해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기존제품의 카탈로그를 만들 필요 없이 카톡과 SNS로 온라인 카탈로그를 만들 수도 있다. 도매상은 발주 내역과 거래처 관리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그동안 주류 유통 시장에서 종종 발생하던 발주 누락과 배송사고 문제를 해결했다. 게다가 휴대폰만 있으면 견적서를 발행하고 공유하는 데 3분이면 충분하며, 해당 상품을 취급하는 공급사를 검색해 직접 연락할 수도 있다. 소매상의 경우는 요즘 핫한 신상품 동향을 빠르게 입수할 수 있고, 점포 특성에 맞는 상품을 검색해 원하는 만큼 발주할 수도 있다.
“변화를 원하는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니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이용자들이 스스로 찾아오더라고요.”
김 이사는 벨루가를 오픈한 지 6개월 만에 월 조회 수 20만 뷰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현재 벨루가에서 유통하는 주류는 수제맥주와 와인, 위스키, 전통주 등이다. 아직은 수제맥주가 80% 이상이지만 다른 주종으로도 취급 상품을 점점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기획과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플랫폼을 고도화해나갈 예정이다.

국내 최초의 B2B 주류 유통 플랫폼 / 카페 7in의 다양한 맥주들1_ 벨루가 비즈니스는 주요 고객인 공급사, 도매상, 소매상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B2B 주류 유통 플랫폼이다.
2·3_ 벨루가브루어리㈜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 7in에서는 이 회사에서 유통하는 다양한 맥주들을 판매하고 있다.

주류산업의 새로운 표준이 목표
주류 유통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서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주류 수입 과정에서 물류창고를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익사업을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맥주를 수입할 때 공간이 남더라도 한 컨테이너에 한 회사 상품만 싣고 들어왔다면, 벨루가브루어리는 하나의 컨테이너에 여러 회사의 상품을 모아서 운송을 하고, 들여온 후에는 공유 창고를 운영해 유통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맥주의 경우 유통기한이 1년인데, 선박 이동과 통관 절차를 거쳐 소매점에 입고되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이런 유통 구조 때문에 상품을 대량으로 들여오면 재고가 많이 남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사에서는 예상 수요만큼만 발주해 재고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물류비용 절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절감되는 비용이 바로 벨루가브루어리의 수익으로 남는 것이다.
김 대표는 국내의 모든 주류 판매처에서 발주와 거래 관리가 가능한 것은 물론, 물류비용 절감을 통해 전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통합 주류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더 나아가 주류산업에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 벨루가브루어리가 주류산업의 새로운 스탠더드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해외의 경우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체코 등에서 현재 주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일반 소비자들에게 주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고 있지만, 최근 주류 온라인 판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일이 있었다. 지난 3월 ‘스마트오더를 통한 주류 판매’가 허용된 것이다. 주류업계에도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와 같은 O2O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벨루가브루어리로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국세청에서 스마트오더 방식의 주류 판매를 놓고 관계부처와 주류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에 우리 회사도 초청됐습니다. 업계의 주요 사안이 있을 때 국세청에서 벨루가를 찾는 것도 그렇고, 바뀌는 서비스나 제도에 대해서 고객들이 먼저 문의를 해주니 벨루가브루어리가 주류 유통판매의 선두주자로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더라고요.”
주류 유통 시장도 대세는 디지털이다. 아직은 좀 시간이 필요하지만, 본격적으로 디지털 시대가 됐을 때 준비된 기업 벨루가브루어리가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김현종 이사의 스타트업 레벨업 가이드

▷▶ 끝까지 간다
망할 때까지 해보자는 오기

수제맥주 정기배송 서비스 사업을 접고 주류 유통 플랫폼을 론칭하기 전, 회사의 재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을 때가 있었다. 그냥 다 접어버릴까도 생각했다. 어차피 접어도 백수가 될 텐데, 전 직원 8명이 눈 딱 감고 100일만 버텨보기로 했다. 그리고 결국 벨루가 비즈니스 론칭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벤처스의 도움이 컸다. 정부지원사업은 보수적인 편이라 아이템이 주류라는 사실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듯했다. 그런데 카카오벤처스에서는 실체가 없고 머릿속에 구상만 있을때부터 벨루가를 지지해줬다. 주류시장을 구성하는 주요 업계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전혀 새로운 유통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믿어준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

▷▶ 기업에는 철학이 있어야
자아실현이 가능한 회사

자신의 인생 경영을 잘하는 사람이 회사 경영도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 벨루가브루어리㈜를 만들어가면서 인생을 많이 배웠다. 평소의 모습과 다른 자신을 발견하면서 반성도 많이 했고, 개인의 이익보다 회사를 먼저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면서 회사의 구성원들과 ‘좋은 회사란 어떤 회사인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결론은 자아실현의 욕구를 채워주는 회사다. 매슬로(Maslow)의 5단계 욕구이론에서 착안한 것인데,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가 다 채워져야 자아실현이 된다는 이론이다. 구성원의 급여와 복지를 책임졌을 때 하위 욕구가 채워지고, 맡은 일을 잘했을 때 인정받음으로써 상위 욕구가 채워져 결국은 자아실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진희 기자 사진 박명래 기자

[2020-05-07]조회수 : 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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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eqxjaSKYNC [작성일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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