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12.04
신선식품 해외 배송으로 신선한 충격
㈜에스랩아시아

당일 수확한 채소와 과일을 다음날 아침에 내 집 문 앞에서 만나는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수산시장에서 갓 잡은 횟감까지 신선한 상태 그대로 배달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은 물류의 천국이 됐다. 하지만 한국의 신선식품이 해외로 배송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운송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변수들 때문에 대기업에서조차 신선식품 수출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에스랩아시아 이수아 대표가 해냈다.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물류 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을 만났다.

그리니박스

콜드체인 물류에 관심을 갖다
창업을 해서 첫 아이템에 성공을 거둘 확률이 얼마나 될까? ㈜에스랩아시아 이수아 대표는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졸업 후 4년간의 직장생활은 이 대표의 창업 의지를 더 확고히 했다. 그의 첫 창업은 한국과 일본의 웹툰 콘텐츠 교류 사업이었다. 일본에서 대학 생활을 했던 이 대표는 평소 좋아하던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경험이 없다 보니 콘텐츠를 개발하고 서비스 플랫폼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사업의 방향성을 바꿔야 하는 시점에 ‘유학 생활을 하면서 한국의 좋은 상품을 해외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 이 대표. 그는 역직구 이커머스 서비스로 사업 아이템을 변경하며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한류와 K-뷰티 붐으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동남아 현지 수요에 맞춰 화장품을 비롯한 한국의 소비재를 역직구해서 보내주는 물류 서비스를 시작했다.
“동남아시아는 자금, 인력, 자원이 섞여 있는 경제공동체의 특성이 있더군요. 그래서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두고 동시에 사업을 진행했어요.”
이 대표는 현지 택배회사와 업무 협의를 통해 한국의 창고, 통관, 항공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남아 구매자에게 배송을 진행하는 이커머스 사업을 하면서 동남아 역직구 물류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했다. 그런데 역직구 물류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화장품의 경우 동남아의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제품에 변형이 생겼다. 화장품의 제형에 따라 내용물이 말라버리거나 오일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가며 도착한 상품을 잘 보관할 수 있는 냉동창고를 확보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2016년부터는 식품 배송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식품 배송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콜드체인 물류에 관심이 생겼다. 콜드체인이란 생산지에서 최종 소비지까지 저온을 유지하며 신선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배송할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을 말한다. 기존의 배송 시스템은 스티로폼 상자에 보냉제를 넣는 방식인데, 지속시간이 6시간 정도라 국경을 넘어야 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물류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에 이 대표는 스티로폼 상자를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어디에도 없는 콜드체인 물류 상자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신선식품 담은 그리니박스냉장차량 없이도 동남아시아까지 신선식품을 배송할 수 있는 그리니박스

신선식품 배송에 혁신 일으킨 ‘그리니박스’
막연히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한 개발이 쉬울 리 없었다. 이 대표는 박스의 소재를 무엇으로 할지, 박스 내 온도 유지는 또 어떻게 할지 고민하며 이와 관련된 논문을 찾아 읽고 또 읽고, 연구기관 등에 문의를 해가며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결국 1년 여의 노력 끝에 1세대 그리니박스(Greenie Box) 개발에 성공했다.
플라스틱 상자의 내부에 특수원단으로 단열을 해서 외부의 열기를 막고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법인데, 특수원단 덕분에 적은 양의 얼음팩으로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24시간 동안 일정 온도를 지속시킬 수 있다. 지속시간이 6시간인 스티로폼 상자보다 효과가 4배 이상 좋을 뿐 아니라,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재사용이 가능해 환경친화적이다.
1세대 그리니박스 개발 이후 소재와 기능을 보완해 지금의 3세대 그리니박스가 탄생했다. 에스랩아시아의 그리니박스는 딸기와 깻잎 등 배송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과일, 채소는 물론이고 활전복, 바지락, 꼬막, 백합 등 극신선식품 배송까지 가능한 수준이다. 단순히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넘어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물류 시스템도 구축했다. 박스에 부착된 추적장치를 통해 날씨에 따른 온도, 습도의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수십만 건의 운송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 중인 이 시스템은 회사 내부에서 제품의 도착지와 출발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최우선의 운송 방법을 찾아준다.
“배송해야 하는 제품마다 온도, 습도 등 조건이 다 다릅니다. 같은 채소라고 해도 오이와 깻잎은 천지차이죠. 그 조건을 맞추기 위해 테스트한 건수만 해도 몇만 건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연구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이 대표는 신선식품의 종류에 맞는 배송조건 데이터를 계속해서 수집하고 있다. 그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의 상태, 포장, 경로를 최적화하고, 국가별 크로스보더 콜드체인의 효율성을 높인 물류 시스템으로 계속해서 고도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향후에는 AI 기술로 최적의 운송 방법을 찾아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그리니박스 개발의 주역들콜드체인 물류의 핵심인 그리니박스 개발의 주역들

한국 식재료 더 많이 알리고파
에스랩아시아는 자체 개발한 크로스보더 콜드체인 물류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활전복, 바지락, 동죽 등 한국산 조개류를 싱가포르로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싱가포르 간 극신선식품 배송은 처음있는 일이라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에스랩아시아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 회사의 가능성은 단순히 콜드체인 물류상자를 개발한 데에서 머물지 않는다. 해외 배송의 경우, 신선도 유지뿐만 아니라 수출입 과정에서 생기는 복잡한 통관 절차도 잘 알아야 한다. 역직구 이커머스가 주요 사업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정통한 에스랩아시아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 300여 종의 통관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국가별로 현지 법인을 세워 물류의 모든 과정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쟁력을 무기로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동남아시아 국가에 30개가 넘는 물류 파트너사를 확보했다. 또 한국-동남아시아 간 크로스보더 콜드체인 배송 건수도 지금까지 4만 건이 넘었다.
최근 에스랩아시아는 ‘신선식품 배송에 있어 통관 과정의 리스크와 신선도 유지 문제를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해결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프리시리즈A로 TBT, 어니스트벤처스, 위벤처스로부터 총 20억 원을 투자받았다.
이미 동남아에서는 K-푸드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이 대표는 앞으로 콜드체인 물류 시장은 훨씬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농가에서 생산하는 더 많은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비롯해 해산물과 전통음식까지도 해외에 배송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금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홍콩 4개국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를 넘어 중동과 미국 시장으로의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신선식품 배송을 위해 개발한 그리니박스는 당초 콜드체인 물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었는데, 최근 제품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판매, 대여 등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품 업그레이드를 위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수아 대표의 스타트업 레벨업 가이드

이수아 대표 한국산 전복이나 바지락을 살아 있는 상태로 동남아시아까지 보낼 수 있는 콜드체인 물류 시스템을 플랫폼화해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에스랩아시아 이수아 대표 ▷▶ 연구하는 기업이 되자
좋은 솔루션에 대한 고민

이 대표가 회사 이름에 ‘랩(Lab)’을 붙인 이유는 연구하는 기업을 모토로 하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어도 언제까지나 새로운 제품이 아니다. 끊임없이 진화해야 더 좋은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다. 콜드체인 물류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송지에 물건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입자의 입장과 수출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제품을 손상 없이 배송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 대표는 연구개발을 통해 그 고민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을 즐겼다. 지금은 10㎏이 기본인 그리니박스의 후속 제품을 개발 중이다. 수출용 팔레트 크기나 화물차에 실을 수 있는 크기의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 시장의 다각화
위기를 기회로

㈜에스랩아시아는 동남아 시장을 겨냥해 창업한 K-스타트업이다. 2014년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먼저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했고, 5년간 동남아 현지에서 주로 사업을 했다. 이후 그리니박스 개발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2년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정부의 지원이나 투자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에서 그리니박스 개발을 앞당길 수 있었고, 신선식품 배송에도 성공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 수출이 완전히 막혀버린 상황에서 이 대표는 한국 내 콜드체인 물류에도 눈을 돌렸다. 물론 여전히 동남아 시장이 중점이지만, 한국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최진희 기자 사진 박명래 기자

[2020-06-03]조회수 : 1,635
  • 목록으로
  • 프린트

유용한 정보가 되었습니까? [평균5점/1명 ]

500자 제한 의견달기
이름 비밀번호
내용
인증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 될수 있습니다.
우)52851 경상남도 진주시 동진로430 (충무공동) | 잡지구독문의 T.055-751-9128 F.055-751-9129
Copyright ⓒ KOSM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