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9.21
황학동 주방거리가 온라인으로 쏙~
㈜놈놈놈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인근 중앙시장 뒤쪽으로 황학동 주방거리가 이어진다. 30여 년 전 중고 고물상 등이 밀집해 있던 이곳에서 포장마차를 제작하는 곳이 하나둘 생기면서 포장마차에 필요한 그릇가게들이 늘기 시작했다. 이후 이 일대에서는 업소용 싱크, 작업대, 냉장·냉동고 등은 물론 각종 그릇들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2003년에는 중구청으로부터 황학동 주방가구거리로 지정되면서 황학동은 요식 업계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하지만 20여 년이 흐른 지금 시대가 변했고, 또 변해야 할 때다. ‘황학동 온라인’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황온맨들황학동 주방거리를 누비며 황학동 온라인을 알리고 대신 발품을 파는 황온맨들

황학동 주방가구거리

여전히 변하지 않은 시장
㈜놈놈놈의 이경진 대표가 창업전선에 뛰어든 것은 6년 전이다. 외식사업에 관심이 많아 회사를 다니던 시절, 그는 식품계열 회사의 브랜드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했다. 창업을 염두에 두고 한 선택이었다. 퇴사 후 그는 ‘한입 크기의 스테이크’ 아이템으로 푸드트럭도 운영해봤고, 해독주스를 만드는 식품제조 스타트업, 재능 공유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을 경험했다.
이 대표가 황학동을 알게 된 것은 식품제조 스타트업을 창업했을 때다. 당시 지역의 특수성에 흥미를 느꼈었는데, 한동안 잊고 지냈다. 3년 전쯤 다시 와서 본 황학동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대부분의 서비스 업종이 온·오프라인으로 연결된 O2O 시장이 형성됐는데 황학동 주방거리만은 여전했다.
“요식업 창업이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업소용 주방기기의 메카인 ‘황학동’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값싸고 좋은 집기를 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와 발품을 팔죠. 그런데 이런 시간을 단축시켜줄 정보를 공유해주는 곳은 전혀 없더라고요. 바로 이거다 싶었어요.”
이 대표는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을 주목했다. 창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폐업하는 사례가 많은 요즘, 새로 구입한 주방기기를 헐값에 팔아야 하는 쓰린 속을 경험해본 그였다. 창업이든 폐업이든 결심하는 순간부터 할 일은 산더미고 시간은 빠듯하다. 창업의 경우 점포를 계약하는 순간부터 월세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인테리어와 기기 설치는 최단기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일할 사람도 뽑아야 하고 메뉴도 구체화해야 한다. 초기창업자에겐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폐업도 마찬가지다. 큰돈 들여 한 인테리어를 이전 상태로 원상복귀해야 하고, 세무 관련 업무도 부담이다. 주방기기를 세팅하거나 처분하는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식업에 발을 들여 창업했다가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는 업종을 바꿔 또다시 요식업을 한다. 이때 또다시 주방기기를 사려면 판 가격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들여 재구매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대표는 이 지점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동시에 사업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황학동 온라인’은 그렇게 시작됐다.

황학동 온라인 앱 동영상 설명‘황학동 온라인’에서는 요식업 창업 시 필요한 집기를 발품 팔지 않고도 견적 낼 수 있다. 원하는 주방기기의 정보를 동영상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줘 초기 창업자들에게 반응이 좋다.

발품의 시대에서 손품의 시대로
‘황학동 온라인’은 요식업 창업 시 주방기기를 구매할 때 발품을 팔아 견적을 받아보는 과정을 온라인으로 해결해주는 플랫폼이다. 황학동 거리에서 발품을 파는 대신 손품을 팔아 온라인과 모바일상에서 견적을 내준다고 보면 된다. 주방기기 구매에 어려움을 느끼는 창업자들이 온라인으로 필요한 품목과 규격을 요청하면 판매상으로부터 견적서를 대신 받아 구매자들에게 품목별 비교 견적서를 제공한다. 기기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 고르기가 어렵다면 업종별 카테고리를 이용하면 훨씬 간편하다. 한식, 일식, 중식, 치킨, 피자, 횟집, 카페, 빵집 등 업종별 필수 집기 견적을 받을 수 있고, 업장의 크기에 따라 알맞은 기기를 추천받을 수도 있다.
황학동 온라인에서는 주방기기 견적뿐 아니라 폐업정리 견적, POS 시스템, 인터넷, 전화 견적, 간판제작 견적 등 요식업 창업 및 폐업 시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수 있도록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황학동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창업을 준비하는 자영업자들이지만, 파트너사는 황학동 주방기기 판매상들이다. 대부분 한자리에서 20~30년 집기를 판매해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연령대가 높고 온라인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다. 온라인 판매도 어려운 판국에, 물품을 올리면 필요한 고객이 장바구니에 넣어 견적서를 내고 최종 구매의사를 밝히면서 판매로 이루어지는 방식을 이해시키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판매상을 직접 방문해 설명하고 물품을 직접 카메라로 찍어 대신 올려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어요. 오는 손님 위주로 장사를 하는 게 익숙했던 사장님들이 손님이 오지 않아도 팔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이제는 적극적으로 문의를 주세요.”
서비스를 론칭한 지 약 1년 반이 지난 현재(2020년 6월 기준) 황학동 온라인의 신규 고객은 한 달 기준 1만 건, 전국 연간 외식업 창업 건수 약 20만 건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신규 창업 시장이 위축됐지만 강제적으로 온라인화가 앞당겨지면서 직접 눈으로 보고 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도 온라인으로 들어오고 있다.

요식업 창업의 황혼에서 새벽까지
이경진 대표 요식업 창업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이를 해결한 플랫폼 ‘황학동 온라인’으로 전통시장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이경진 대표 황학동 온라인을 통해 파트너사가 온라인 영업 채널을 확보하고 오프라인에서보다 높은 영업 효율을 올릴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목표는 창업자를 시작부터 끝까지 돕는 것이다. 따라서 주방기기 견적은 물론 중고품을 구입하더라도 AS 걱정이 없는 3개월 안심 AS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 초기 창업자들에게는 주방 배치 무료 컨설팅과 도면작업 등 보다 실질적인 서비스를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무엇보다 창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효율성 증대, 기회비용의 절감과 원가절감면에서 보다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입소문이 나서 ‘황학동 온라인’을 키워드로 치고 찾아오는 분들이 제법 생겼어요. 책임감도 더 생기고, 창업자들에게 어떤 서비스가 더 좋을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이 대표가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생각해낸 것이 제품 가이드 영상 서비스다. 예를 들어, 황학동 온라인 서비스로 들어가 필요한 품목을 클릭하면 제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구매 시 주의사항과 어떤 특성이 있는지 등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견적을 받기 전에 사진만 보는 것보다 동영상을 참고하면 구매 품목에 대한 이해에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창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창업과 관련된 다양한 플랫폼 회사들과의 협업이나 비씨카드와의 협업 또한 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비즈니스 확대 전략이다. 최근 비씨카드로 창업기기를 구매할 경우 구매액의 최고 5%까지 추가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예상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상가·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 ‘네모’와의 협업을 통해, 상가 매물을 검색할 경우 고려사항에서 ‘주방기기’를 선택하고 체크하면 황학동 온라인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상가를 임대하면서 주방공간 구상까지 한번에 할 수 있도록 연계한 것이다. 해산물 온라인 직거래 사이트 ‘해물사관학교’, 근태관리 서비스인 ‘시프트’ 등과도 의미 있는 협업을 통해 창업자에게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황학동 온라인’에 들어가면 창업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다 있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열과 성을 다할 계획이다.

이경진 대표의 스타트업 레벨업 가이드

▷▶ 포기는 없다
모든 것은 경험일 뿐

스타트업 대표가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다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그 과정을 이기지 못해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몇 가지 아이템에서 고배를 마시고 마침내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있다. 아직 성공이라는 말은 이르지만 이경진 대표는 후자 쪽이다. ‘황학동 온라인’ 이전에 다양한 아이템의 스타트업 창업을 경험했다. 꽤 잘됐던 아이템도 있었고, 비슷한 아이템이 먼저 출시돼 개발 과정에서 멈춘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피버팅(pivoting) 과정이고,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놈놈놈’이라는 이름은 황학동 온라인 이전에 재능 공유 플랫폼 기업을 창업했을 때의 사명을 그대로 쓰고 있다. 왜 바꾸지 않느냐는 질문도 받긴 하는데,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이름이고, 이전 아이템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더라도 거기에 매몰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 액셀러레이터의 조언에 귀기울여라
다음 스텝으로 가는 징검다리

황학동 온라인은 요식업 창업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이를 해결한 플랫폼으로, 지난 2018년 매쉬업엔젤스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았다. 매쉬업엔젤스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서 투자는 물론 멘토링 교육,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공개 피칭 이벤트나 데모데이 등을 통해 스타트업이 다음 스텝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 뿐만 아니라 당면과제가 많은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앞만 보고 달릴 때가 많은데,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준다거나 이대로 더 가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최진희 기자 사진 박명래 기자

[2020-08-05]조회수 :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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