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12.04
無用之用 커피박의 재발견
알프래드

국제커피협회(ICO)에 따르면, 전 세계 하루 커피 소비량은 22억 잔이 넘는다고 한다. 커피 추출 시 필요한 원두는 1% 남짓. 나머지는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원두 찌꺼기(커피박)는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t에 육박한다. 그런데 쓰레기로 치부되던 커피박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업사이클링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건조해 탈취제나 퇴비, 미용재료로 활용하는 사례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커피박을 이용한 반려묘 배변 모래’라는 신박한 아이템을 개발한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원두 찌꺼기(커피박)

무용지물 커피박을 쓰임새 있게

알프래드 권순우 대표의 명함을 건네받았다. 그런데 이름보다도 더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無用之用. 쓸모없는 것의 쓰임을 고민하다.”
권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취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늘 창업을 고민했고,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을 땐 사회적기업이나 업사이클링에는 관심이 없었다. 첫 창업은 스마트 명함 개발 회사였고, 두 번째는 어묵 국물 티백을 만드는 회사였다. 어물 국물 티백은 개발 당시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고, 접해본 사람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모두 사업화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경험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생각한 권 대표는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는 스타트업에 취업을 결심했다. 실무 경험을 위해 들어갔던 식품회사에서 그는 그람컴퍼니(지금의 알프래드)의 비전과 가치를 잡을 수 있었다. 2018년 그는 회사를 대표해 필리핀에서 개최된 스타트업 캠퍼스 SDG 캠프에 참가했는데, 이 캠프는 아시아 공동의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아시아 스타트업 대상 글로벌 부트캠프(bootcamp)였다. 권 대표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스타트업도 기아, 난민, 환경 등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데 크게 공감하게 됐다.
그리고 당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대량폐기물 커피박이었다. 권 대표는 커피박을 업사이클링해 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스타트업 그람컴퍼니를 설립했다.
“2019년 7월 그람컴퍼니를 설립할 무렵, 매년 대량으로 쏟아져나오는 커피박을 자원화하는 사업이 싹을 틔우고 있었어요. 그런데 대부분이 퇴비나 탈취제 등으로 재활용되거나, 일부 화장품 원료나 친환경 연료로 개발되는 정도였죠. 저는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소비재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인테리어용 블록을 개발하려고 했다. 그런데 잘 뭉쳐지지 않는 커피박의 특성상 블록으로 만들려면 화학적 재료가 들어가야 하고, 그걸 피해 친환경으로 만들려면 많은 공정을 거쳐야 해서 일단은 접었다. 스타트업으로서 공정이 많은 제품 개발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어묵 국물 티백을 개발하면서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커피박의 사용처를 고민하던 권 대표는 자신을 포함해 주변에 고양이 집사들이 꽤 많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로 반려묘 시장은 해마다 20%씩 성장하고 있어 탈취 기능이 있는 커피박을 고양이 배변 모래로 개발하면 충분히 쓰임새 있는 제품이 될 것이라 확신했고, 곧바로 개발에 들어갔다.

탈취력 좋은 고양이 배변 모래 ‘블랙샌드’

블랙샌드 와디즈에서 목표액 대비 1,649%의 펀딩을 달성한 블랙샌드 기존의 고양이 배변 모래는 벤토나이트와 두부 모래가 가장 많이 쓰인다. 벤토나이트는 고양이가 좋아하지만 입자가 너무 작아 먼지 날림과 사막화 현상이 심해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 두부 모래는 두부 찌꺼기로 만들어 친환경적이지만 고양이의 선호도가 낮고, 부패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권 대표는 이 모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커피박 배변 모래에 접목, 지난 10월에 야심차게 신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먼지 날림을 다 잡지 못했고, 카페인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지 못했던 것.
문제를 인식한 권 대표는 해결에 나섰다. 커피박이 날리지 않도록 해초추출물을 사용해 응고력를 높였고, 적당한 크기로 성형하는 한편, 카페인을 제거하는 미생물을 찾아 카페인 검출을 0%로 낮췄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 미생물 발효 과정에서 악취가 생긴것이다. 악취를 잡기 위해 권 대표는 다수의 서적과 논문을 찾아보고 바이오 전문가를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천연고분자 38가지를 리스트업해 일일이 테스트해본 결과, 알긴산나트륨으로 악취를 잡는 데 성공했다. 2~3주에 걸친 발효와 탈취 공법으로 특허도 획득했다.
이렇게 3개월의 개발 과정을 더 거친 후에 올해 초 고양이 배변 모래 ‘블랙샌드’가 탄생했다. 발효 과정을 통해 카페인을 제거하고 고양이들이 선호하는 모래와 유사한 형태로 제작된 블랙샌드는 후각이 예민한 고양이들에게 반응이 좋았고, 이는 곧 반려인들의 만족으로 이어졌다.
“카페인은 제로지만 은은한 커피 향이 배어나와 좋다는 반응이 있어요. 특히 블랙샌드는 고양이의 배변에 흡착해 그 부분만 깔끔하게 변기에 넣고 처리할 수 있어서 소비자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권 대표는 소비자의 반응을 좀 더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 블랙샌드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선보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3월 14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 펀딩에서 목표 금액이었던 100만 원을 1,649%나 초과 달성한 1,649만6,000원에 펀딩을 마쳤다.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만족하기보다 사용자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용기를 얻기도 하고, 쓴소리는 바로바로 품질 향상에 적용하고 있다는 권 대표. 그는 최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으로부터 블랙샌드의 탈취력이 99.5%라는 성적서를 받았다.

블랙샌드를 사용하는 고양이 / 블랙샌드고양이도 싫어하는 고양이 화장실 냄새를 효과적으로 없앤 블랙샌드

국내외 유통채널 확보에 전력

00 커피박을 업사이클링해 반려묘와 반려인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는 권순우 대표 알프래드는 최근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던 공장을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배곧신도시로 이전했다. 환기시설을 갖춘 생산라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재 발효, 성형, 건조, 환기 시설이 완비된 제조라인에서 하루 300㎏의 블랙샌드를 생산하고 있으며, 향후 하루 생산량 1t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한편, 블랙샌드는 ‘알프래드 캣 버틀러(Alfred cat butler)’라는 브랜드로 출시했다. 고양이 집사의 이미지를 강화한 것이다. 권 대표는 개인사업자로 창업한 그람컴퍼니를 지난 7월 알프래드로 법인 전환했다. 이제 1년 차의 신생 기업이다 보니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고 판단,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 위해 사명을 브랜드명으로 변경했다.
올해는 크라우드펀딩의 성과를 온라인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반려동물 1위 쇼핑몰인 ‘펫프렌즈’를 비롯해 ‘아이디어스(idus)’, ‘이베이’ 등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블랙샌드 판매에 매진하고 있으며, 동영상 광고를 만들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 홍보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알프래드 캣 버틀러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해외 시장도 공략할 것이라는 야심 찬 계획도 세웠다. 권 대표는 미국의 경우 고양이 배변 모래 시장만 3조 원 규모여서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그는 블랙샌드를 통해 경제적 가치가 충족되면 회사를 창업하면서 내세웠던 사회적인 가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제품을 생산하며 사용한 커피박은 4.4t이에요. 이것으로 우리는 1,260㎏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었어요.”
권 대표는 커피박뿐 아니라 버려지는 꽃대를 재활용하는 방법 등, 불필요하게 버려져 환경오염과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폐기물을 재가공해 소비자에게 맞는 새로운 제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권순우 대표의 스타트업 레벨업 가이드

▷▶ 빠른 판단과 실행
문제 해결은 추진력 있게

스타트업에겐 일상처럼 매일 문제가 생겨난다. 심하면 하루에도 서너 번 위기가 찾아온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은 뭐든 실행해보고 빠르게 판단하는 추진력이 아닐까?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빨리 접고, 다시 해보고, 모르면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문제도 해결하고 회사도 발전할 수 있는 길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또한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 사수를 찾아라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

열정과 투지는 넘치지만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 대표들에게는 아쉽게도 사수가 없다. 대부분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이때 사소한 팁이라도 주는 액셀러레이터가 있으면 멘탈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 회사의 경우 스타트업 육성 모임인 알렉스넷의 현실적인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또 창업진흥원의 예비창업 패키지가 끝나고 올해 운 좋게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합격해 정부지원금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예비창업 패키지나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지원자금뿐 아니라 회사 경영에 필요한 멘토링을 받을 수 있어 스타트업에게 큰 힘이 된다.

최진희 기자, 사진 박명래 기자

[2020-10-07]조회수 :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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