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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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 기술독립 선언
일본 뛰어넘은 한국 中企 제품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분노하고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한편으로 우리 중소기업에게는 호재로 작용하는 면도 있다. 그간 일본 기술을 대체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외면당했던 중소기업으로서는 대기업 납품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간 기술력이 있어도 정부의 지원이 없어 상용화하지 못했던 기업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지원이 대폭 늘었기 때문에 이제 본격적으로 상용화와 함께 성장세를 꾀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일본이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를 돈독히 해주고 있고 자금에서 열악했던 중소기업들의 장기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 위기를 기회로
지난 7월 초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하자, 국내에서는 ‘일본이 한국의 급소를 찔렀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이러한 평가의 배경에는 우리의 미래 경제가 일본에 의해서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불안감과 두려움은 조금씩 자신감으로 뒤바뀌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일본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력과 제품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와 국민들이 똘똘 뭉쳐 ‘위기는 기회다’를 외치면서 오히려 이런 상황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묵묵하게 ‘기술독립’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감사함마저 생겨나고 있다. 특히 그들의 사연을 들을 때마다 왜 정부가 그동안 이들을 지원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원망도 나오곤 한다.

일본 제품보다 두 배 빠른 초고속 가공기 코론㈜
코론㈜의 초정밀 고속 가공기 코론㈜에서 개발한 초정밀 고속 가공기. 일본 제품에 비해 작업속도가 두 배 빠른 것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출처 : 코론 홈페이지) 충남 천안에 위치한 초정밀 고속 가공기 생산 기업인 코론㈜(대표 김진일)은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대체 제품을 찾는 한국 기업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 5억 원에 이르던 초고속 가공기를 3억 원대로 낮춰 가격경쟁력까지 갖췄으니 탈(脫)일본을 원하는 기업들이 서둘러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스토리는 한결같은 기술독립을 위한 열정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코론이 개발한 초정밀 고속 가공기는 독일 제품이 국내 시장의 40%, 일본 제품이 6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일본에서 수출을 하지 않을 경우 매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분야다. 하지만 꾸준한 기술개발 덕분에 코론은 일본 제품의 우위에 있는 제품개발을 마쳤다.
코론의 제품은 장시간 소재를 가공해도 한 치의 오차도 없으며, 금형소재를 깎으면서도 전혀 진동을 느낄 수 없도록 제작됐다. 특히 표면도 매우 깔끔하게 잘린다. 또한 기기의 작업속도 역시 일본 제품의 두 배에 이른다. 따라서 일본 제품을 대체하기엔 최적의 국산 제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사실 코론은 독일 회사와 15년간 파트너 회사로서 거래를 해왔다. 하지만 자체 기술력을 키운다는 이야기를 듣자 독일 회사는 코론을 경쟁사로 판단하고 거래를 끊어버렸다. 그 결과 200억 원에 육박하던 매출이 100억 원 이하로 떨어져버렸다. 하지만 코론의 기술력에 감탄한 독일 회사는 오히려 회사 전체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코론은 이 제안을 거절하고 기술독립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오늘에 이르렀다.

독일 경쟁사가 탐내는 반도체 도금액 ㈜엠에스씨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삼성전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회사가 있다. 바로 반도체 도금액을 생산하는 ㈜엠에스씨(대표 김동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이 회사에서 개발하는 도금액은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인 도금 과정에서 사용하는 원료이다. 이 회사는 2017년 국무총리 표창장, 올해 5월에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모범중소기업인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제까지 삼성전자는 도금액을 미국, 일본 기업으로부터 수입해왔다. 특히 일본 회사는 전 세계 반도체 도금액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는데, 일본으로부터 수출 규제가 예상되자 삼성전자는 엠에스씨의 제품을 테스트하자고 연락해왔던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청신호가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엠에스씨는 이미 과거에 독일 회사로부터 500억 원의 인수 제안을 받은 바 있다. 그만큼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회사의 대표는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고 한다. 향후 테스트와 계속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제품 점유율 73%에 도전하는 감속기 기업 ㈜에스비비테크
㈜에스비비테크의 로봇용 하모니 감속기 ㈜에스비비테크가 개발한 로봇용 하모니 감속기(출처 : 에스비비테크 홈페이지)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있는 정밀제어용 감속기 전문기업 ㈜에스비비테크(대표 류재완, 이부락)는 정밀 제어에 필요한 감속기와 베어링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매출액은 92억 원 정도로 매우 소규모 기업이다. 이 기업이 언론의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지난 8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주력 품목인 로봇용 하모니 감속기는 일본 제품이 73%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에스비비테크는 순수 국산기술로 이 제품을 개발해냈다.
감속기의 핵심 부품인 베어링은 전략물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에스비비테크는 그간 자금 등의 문제로 실증 테스트를 거치지 못했고, 소규모 시제품만 판매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일본 수출 규제와 맞물려 최근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납품 수량이 크게 늘어나게 되고, 수출이 진행된다면 향후 일본 제품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을 했던 기업인 만큼, 국내 정부기관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납품 압둔 2차전지 리드탭 필름 베스트에너지㈜
쇼와덴코, 오카모토 등 5개의 기업이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리드탭 필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도 있다. 리드탭이란 2차전지의 양극과 음극판을 외부와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배터리의 충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해액 노출을 방지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혁신적으로 높여주는 소재이다.
베스트에너지㈜(대표 안광선)는 이 제품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하면서 압도적인 일본 시장 점유율을 추격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대기업들도 이 제품을 전량 해외에서 수입해왔다. 하지만 이 회사의 제품은 일본 제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인장 강도도 일본 제품의 수준인 데 반해 가격은 일본 제품의 70% 수준이다. 현재 대기업의 성능 테스트를 통과했으며, 단가와 공급조건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중이다.

위기 극복의 해법 ‘대·중소기업 상생’에서 찾자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제품과 기술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일본 제품을 거의 따라잡았고, 일부 기업들은 이번 수출 규제 품목에 오른 3개 제품의 대체재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일명 ‘포토레지스트’라고 불리는 불화아르곤(ArF)은 현재 국내 중소기업인 ㈜동진쎄미켐(대표 이부섭)이 이미 2013년에 개발을 끝내고 삼성전자에 공급을 해왔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의 기술력에 밀리면서 그동안 시장점유율이 매우 미미했는데, 제품에 대한 투자와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 향후 일본 제품을 대체하는 유력한 대항마로 손꼽히고 있다.
또 수출 규제 품목 3가지 외에 화이트 리스트 배제에 따른 기타 제품에 대한 대체기술 찾기도 한창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소형 OLED 생산에 필수적인 섀도마스크다. 이 제품은 미세한 구멍이 뚫린 철판으로서 유기물이 특정 위치에 고정되도록 돕는다. 현재 일본 기업의 제품이 100%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웨이브일렉트로닉스(대표 박천석)가 제품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양산은 불확실한 상태이다. 하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테스트 결과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우리 국민에게 중소기업은 열악하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나약한 기업으로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생각지 못하게 일본의 경제 침략으로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중소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제까지 해왔던 그들의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과 해외 기업들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사례 등은 바로 우리 중소기업인들이 ‘애국자’였음을 밝혀 보여주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계 내부에서는 “그나마 대기업에서 일본 경제 침략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국내 중소기업에서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제까지 수년간 해왔던 ‘대·중소기업 상생’은 지금이 최적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수없는 규제와 단속에도 잘 되지 않던 상생이 드디어 대등한 입장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일본의 경제 침략이 우리에게 뜻하지 않게 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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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본 수출 규제 피해 기업을 위한 지원 나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각종 피해 기업 구제와 부품 국산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제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번 기회에 탈일본을 넘어 기술독립을 위한 계기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향후 이러한 각종 지원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들의 이러한 다양한 지원책은 기술독립에 박차를 가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5,580억 원의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무역규제 극복 지원에 1,000억 원을 비롯해 일자리 창출, 시설투자 등이 주요 대상이다. 특히 소재, 부품, 장비 강소기업 100개사에 대규모 자원이 투입되어 그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관련 기업에 대해서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를 ‘사회 재난에 준하는 사고’로 판단해 근로기준법에 따른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한다. 일반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일에 12시간 초과 근무는 노동자가 동의를 한다고 해도 인정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집중 근로가 필요한 시점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규제를 풀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핵심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술에 신성장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일본 제품을 대체하며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반도체 소재에 대해서는 일정한 관세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최대 40%의 관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제도이다.

이남훈 전문기자

[2019-09-03]조회수 :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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