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1912.11
2019년 한눈에 보는 중소기업 지원사업 안내도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면 무엇이 좋을까
D2C 시대, 베스트셀러 되기

바야흐로 D2C 시대다. 유통 공룡 아마존의 진격이 어느 때보다 가시화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D2C가 부상하고 있다. D2C (Direct To Consumer, DTC·소비자 직접 판매)란 유통 단계를 제거하고 생산자가 직접(Direct) 온라인몰 등에서 소비자(to Consumer)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D2C는 1차적으로는 유통혁명이지만 결국엔 생산혁명이다.

유통패싱 D2C, 대세 될까
D2C는 왜 생겼을까? 가장 큰 이유는 비용절감 때문이다. 불필요한 유통마진을 줄여 경쟁기업보다 가격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고, 이익도 높일 수 있다. 최근엔 역으로 초저가 경쟁이 D2C 비즈니스를 불붙이는 촉매 역할을 했다.
소통창구로서 이점도 한몫한다. 소비자와 접점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D2C가 소비자의 구매패턴과 데이터를 곧바로 확보할 수 있다 보니 판매회사 입장에서 브랜드 관리에 유용한 측면이 많다. 예컨대 유통망 전체를 아우를 수 있어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고객과의 접점 경험과 판매 전술을 직접 익힐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게 없다. 더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무엇보다 소비자 친화적인 제품이 생산될 확률이 커진다. e커머스(electronic commerce)의 성장도 D2C를 부채질하는 데 순풍 역할을 했다. 매장의 역할이 점차 판매장소에서 전시장으로 축소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마존과 와디즈 웹사이트 화면D2C를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e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왼쪽)과 국내 대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오른쪽)

쇼핑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e커머스 플랫폼 선두주자인 아마존은 D2C를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 시 가장 애를 태웠던 포장 및 배송 작업과 언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주고, 14~30일 걸리던 배송기간도 1~2일로 단축시켜준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 덕분이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아마존을 주목하는 것 역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쉽고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아마존의 판매량 중 50% 이상은 중소기업 제품이다. 판매량 Top 3에는 스타트업 제품도 속해 있다. 과거라면 불가능했을 성과다. 아마존은 2015년에 한국지사를 설립한 후 물류, 결제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아마존글로벌셀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e커머스 플랫폼이다. 알리바바 계열 온라인쇼핑몰 티몰은 지난 5월 열린 2019 알리바바 코리아데이에서 “한국은 지난해 티몰의 5대 상품 수입국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K뷰티, K패션을 중심으로 해외직구를 즐기는 젊은 소비층이 많고, 이 때문에 한국기업 유치에 관심이 많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초저가, 택배 전쟁을 유발시킨 쿠팡은 국내 e커머스 플랫폼의 대명사로 자리 잡으면서 D2C도 동시에 촉발시켰다. 주문받은 만큼만 제품을 제조해 직접 배송해주는 크라우드펀딩 역시 D2C를 확산시켰다. 국내 대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따르면, 초기 첨단 제품이나 아이디어 상품 중심에서 최근엔 유통망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제품과 서비스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엔 대기업도 새로운 유통채널로 활용 중이다.

제조강국 ‘한국산’이라는 강점 최대한 활용해야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1인 기업을 중심으로 D2C 플랫폼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성공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 제품보다는 저렴하면서 중국 제품보다는 믿을 만한 한국 제품의 강점이 두각을 나타낸 결과다.
휴대폰 액정필름과 케이스 제조기업 ㈜슈피겐코리아는 아마존으로 유통채널을 집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경우다. 슈피겐코리아는 아이폰이 발매된 2007년에 고가 스마트폰 대중화로 액정보호필름과 케이스 수요가 늘 것이라고 예상해 제품을 개발했지만 판매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유통과 홍보채널을 모두 정리한 후 아마존팀 유통채널에 집중한 결과, 2017년에 애플 대표 파트너로도 선정될 만큼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 2,600억 원 중 2,000억 원은 미국 아마존에서 발생할 만큼 아마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샤플(SHAPL) 역시 와디즈에서 4만 원대 캐리어로 돌풍을 일으키며 좋은 반응을 끌어낸 대표적인 사례다. 샤플은 실력 있는 디자이너의 굿디자인을 발굴해 제품화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중간 역할을 담당하는 독특한 방식을 선택해 성공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D2C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다른 고객접점과 타홍보채널, 기존 유통 파트너와 관계 등을 고려하며 전략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D2C 활용 성공사례

㈜허킨스 허지욱 대표
아마존은 유통채널이자 고객의 마음을 읽는 지표

스마트디바이스, 조명기기 스타트업 ㈜허킨스(허지욱 대표)는 아마존에서 주력제품인 헤드랜턴을 판매해 해외진출에 성공한 기업이다. 시야각이 좁은 기존 랜턴의 단점을 보완한 결과, 전방 180° 시야각과 30m에 이르는 가시거리를 확보해 차별화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2만~3만 원대인 기존 랜턴과 달리 허킨스 제품은 5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혁신적인 제품 못지않게 성공을 이끌어낸 원동력에는 아마존이 자리 잡고 있다.

허지욱 대표 허지욱 대표는 급변하는 글로벌 신유통채널의 중심에 아마존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공략했다. 글로벌 유통채널로 아마존을 공략한 것이 신의 한 수 같습니다. 왜 아마존을 선택했나요?
해외 벤더의 수수료가 60~70%입니다. 중소기업은 그 비용을 내고 나면 중국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없습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을 바꿔준 것이 아마존이에요. 수수료도 20% 정도고 물류, 유통, 고객지원까지 모두 지원해주니까요. 우리 회사의 국내 유통 대응인력이 6~7명인 데 반해, 해외 대응인력은 1명인데 매출액은 같아요. 효율이 높죠. 광고를 해도 빠르면 한 시간 내에 결과를 볼 수 있어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요. 아마존은 그간 미국시장에 들어갈 수 없었던 중소기업과 개인에게 기회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캠핑용 헤드랜턴을 첫 제품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캠핑장비 중 헤드랜턴은 시장이 큽니다. 큰 만큼 경쟁도 치열하고요. 차별화 포인트로 혁신적인 기능과 디자인을 내세웠어요. 국내는 오마켓, 크라우드펀딩에 유통시키고, 캠핑 동호회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했는데 ‘프리미엄 랜턴 시장을 열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액이 증가했어요. 평소 글로벌 신유통채널에 관심이 많았는데 아마존이 그 중심에 있다고 판단했어요. 미국 소비의 40~50%가 아마존에서 이뤄지고, 검색도 구글에서 아마존으로 바뀌는 추세니까요. 이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겁니다.

아마존 입점 후 어디에 중점을 뒀나요?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코트라, 한국무역협회, 아마존 등 다양한 기관이 다방면으로 도와줘 아마존 진출 자체는 크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많이 파는 것’, ‘팔릴 물건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처음엔 하루에 하나도 팔기 힘들었어요. 미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잘 몰랐기 때문이죠. 미국인들은 가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는 행위 자체를 좋아해요. 아마존엔 박리다매로 초저가 상품이 쏟아지는데 미국인들은 무조건 싼 것을 구입해요. 이 때문에 우리 같은 프리미엄 제품이 제값 받고 좋은 제품을 파는 게 한국에선 가능하지만 미국에선 힘듭니다.
아마존 데이터를 분석하고 유튜브, TV 프로그램 등 다방면으로 미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공부한 결과, 미국인은 매우 합리적인 사람들이지만 다행히 혁신성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는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행동 패턴을 바꾸게 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제값을 주고 산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까지 1년이 걸렸어요. 혁신성을 보여주는 가장 적절하고 힙(hip)한 단어로 제품을 설명하고 아마존의 알고리즘을 공부해 광고했습니다. 그해 6, 7월부터 실적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월 매출액이 1억 원, 연말엔 10억 원으로 성장했어요. 다만, 아마존을 매직이라고 생각해선 절대 안 됩니다. 고객의 마음과 우리의 제품을 연결하는 통로일 뿐이에요. 아마존에서 얻은 가장 큰 결실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주요한 지표를 얻고 소비자의 패턴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펀드매니저에서 창업가로 변신했습니다. 동기가 뭔가요?
펀드매니저로서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에 각 산업의 핵심변화를 눈여겨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변화에 투자자가 아닌 창조자가 되어 동참하고 싶었고, 2013년에 친구 4명과 공동 창업했어요. 인스타그램이 뜨는 걸 보곤 이미지화하기 좋은 시리얼 아이스크림 매장 바스티유를 창업했죠. 이후 수제 햄버거 바스버거로 통합, 확장해 현재 직영매장만 10개, 연매출액 100억 원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투자자로만 남아 있어요.

잘되는 사업을 두고 굳이 왜 독립해서 창업했나요? 외식업에서 제조업으로 변신한 것도 의외입니다.
제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애플, 다이슨, 테슬라의 혁신적인 제품을 보면 가슴이 뛰었거든요. 한편으론 고령의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과 혁신적인 제품에 친숙하며 감각이 뛰어난 청년이 한국에 많기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다는 판단도 작용했죠. 처음엔 뿌리 깊은 유교문화 영향으로 소통과정에서 엄청난 마찰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2년 정도 시행착오를 거치니 단단하고 창조적인 조직이 됐습니다. 이제부터는 제품 확장을 위해 투자유치도 고려할 계획입니다. 소비자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도구를 창조하고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게 최종 목표니까요.

㈜허킨스의 헤드랜턴㈜허킨스는 전방 180° 시야각과 30m에 이르는 가시거리를 확보해 차별화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최윤경 전문기자 사진 허킨스 제공

[2019-11-04]조회수 :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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