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07.07
툭하면 이직! 잡호핑족이 야속해
잡호핑이 뭐길래

영어로 ‘hop’은 깡충깡충 뛰어다닌다는 의미다. 여기에 ‘잡(job)’이 결합한 잡호핑(Job-hopping)은 2~3년에 한 번씩 이직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이는 직업을 대하는 직장인의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인의 조직 적응력을 상징하는 ‘평생직장’, ‘장기근속’은 오히려 한 직장에만 연연하는 무능력함을 대변하는 말이 됐다. 이런 변화에 기업도 대책을 세워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직장인들이야 연봉을 올리고 다양한 경력도 쌓는다지만, 회사는 업무 공백과 함께 채용을 위한 비용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잡호핑을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직장인 3명 중 1명 ‘나는 잡호핑족’
잡호핑족이 국내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간간이 직장인들의 취업 트렌드를 반영하는 기사에서 ‘잡호핑’이라는 말이 등장했고, 가장 최근인 지난 2019년 7월, 국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30 직장인과 취업준비생 2,448명을 대상으로 ‘자신을 잡호핑족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당시 응답자의 34%가 약간 넘는 613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는 이제 우리나라에도 잡호핑이 본격적인 트렌드의 일부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수년간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이고, 설사 일자리가 있다 해도 잘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연봉과 승진을 위해 직장을 옮긴다는 ‘배부른 소리’를 하는 잡호핑족은 도대체 어떤 부류냐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유추해봐도 대기업에서는 이런 잡호핑족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공공기관이라면 아마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이 잡호핑족의 실체는 바로 중소기업 직장인, 또는 중소기업 예비취업자라고 봐야 온당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잡호핑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잡호핑족이 늘어난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우선은 장기적인 고용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세대론적인 특성이라고 봐야 한다. 젊은 세대는 일에 짓눌려 개인의 삶을 희생하기보다는 늘 재미를 추구하고, 자신의 성장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하다. 게다가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며, 집단의 시선에 ‘개취(개인취향)’라고 당당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 현실에서도 직업이 상당히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 한몫하고 있다. 과거에는 없던 직업들이 생겨나고 1인이 할 수 있는 일도 늘어나면서 선택지가 넓어지게 됐다. 또 젊은 세대는 소위 ‘스펙’을 쌓는 방법에 매우 유능하다. 지금의 기성세대는 하지도 않았던 봉사, 인턴, 해외경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스펙을 늘리고 확장했던 경험이 직장생활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즉, 다양한 업무,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서 자신의 ‘인생 스펙’을 더 늘리려는 경향이 잡호핑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들에게는 늘 ‘도전과 열정’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다. 어려운 시대를 뚫고 나와야 했던 그들은 도전이 습관화되어 있고, 열정이 일상이었다. 그러니 2~3년마다 직장을 옮기는 일은 ‘배부른 소리’가 아니라 오히려 ‘행복한 소리’이기도 하다.

잡호핑족 일러스트

기회와 비전 제시하며 달랠 수밖에
중요한 점은 이러한 생각을 가진 잡호핑족들과 어떻게 함께 일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중소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한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중소기업에는 잘 취업을 하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그나마 오래 버텨주지도 못한다면, 이는 기업의 경쟁력과도 밀접하게 연관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파도를 거스르려고 해서는 목숨을 잃을 뿐이며, 그 파도를 타고 함께 전진해야 한다.
우선 회사 내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에서도 전공이 있고 부전공이 있듯이 회사 내에서도 경영진의 필요에 의한 업무 배치를 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업무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즉, 퇴사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지속적인 기회가 제공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래를 보여주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잡호핑족들이 직장을 옮기는 결정적인 이유는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현 사회와 기업이 자신을 보호해줄 수 없다고 판단한 뒤, 이에 대한 각자도생의 방안으로 잡호핑을 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직장에서 그들에게 5년, 10년 뒤의 비전을 보여주고 그것을 확신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그들의 ‘호핑 의지’는 잠잠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설사 퇴사를 했다 하더라도 그들과의 연을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다. SNS에 익숙한 그들은 ‘약한 연대’에 매우 강한 면모를 보인다.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사이라 하더라도 마치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젊은 세대다. 따라서 회사에 큰 불만을 가지고 퇴사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속적인 네트워크의 끈을 잡고 또 다른 방식으로 서로 시너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분야라면 외주 형태로 협업할 수도 있고, 다른 취업예비자를 소개받을 수도 있다. 이제는 그들을 더는 ‘배신자’라고 낙인찍지 말고 ‘언제든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또 한편으로 그들이 ‘지금 이 일이 싫지는 않지만, 다른 일도 경험해보고 싶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럴 때 꼭 잡고 싶은 인재라면 과감하게 ‘그럼 다른 일도 경험한 후에 재입사해도 된다’고 권유할 수도 있다.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퇴사 후에라도 얼마든지 재입사의 문을 열어놓고 퇴사 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함께해야 한다.
일에 대한 성과 부분에서도 경영자들은 예민하게 생각해야 한다. 과거 세대처럼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요즘 직장인들은 오로지 돈만을 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앞에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도 ‘잡호핑족과 철밥통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가?’라는 질문에는 50%에 육박하는 응답자들이 잡호핑족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제 더 이상 경제적인 보상으로 상징되는 ‘철밥통’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 워라밸,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시간적인 보상에도 매우 민감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취미나 자기 성장의 기회를 가지고 싶어 한다.
트렌드는 언제든 새롭게 생기고 변형된다. 잡호핑이라는 인력분야의 트렌드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이들을 다루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면, 또 다른 인력분야의 트렌드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남훈 기자

[2020-05-07]조회수 :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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