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202010.27
쓰레기, 안 만들고 안 팔고 안 삽니다
제로웨이스트

환경문제는 더 이상 미래의 이슈가 아니다. 바로 지금 여기, 우리가 숨 쉬고 있는 현실의 문제다. 지구의 건강이 곧 나의 건강으로 직결되는 이때, 지구를 병들게하는 주범인 쓰레기를 줄이고 애초부터 만들지 말자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이름하여 제로웨이스트. 국내에서도 이에 동참하는 행보가 줄을 잇고 있다.

재활용 일러스트

용기 내는 소비, 해봤니?

용기가 필요하다, 이곳에 가려면. 숨 한 번 크게 쉬고, 용기를 내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 얘기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자리한 알맹상점에는 포장재가 없다. 올리브 오일이나 발사믹 소스, 세제나 화장품, 샴푸 등 필요한 제품을 담아올 빈 용기를 들고 가야 한다. 상점에서는 개인용기를 에탄올로 소독한 다음 살짝 말려, 1g 단위로 무게를 재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알맹이만 리필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한다. 용기를 따로 준비하지 못했다고 걱정하지 마시라. 망원시장에서 용기나 장바구니를 대여해준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재활용되지 않는 폐기물을 모아 재활용하는 알맹커뮤니티 회수센터가 있다는 점. 소비자로부터 페트병 뚜껑이나 우유 팩, 커피 원두 가루, 실리콘, 신발 끈 등을 회수해 재활용한다. 가령 우유 팩은 재사용 휴지로, 원두 가루는 화분과 볼펜, 연필 등으로, 플라스틱 병뚜껑은 생활에 필요한 다회용 물건으로 재탄생시킨다. 2018년 첫발을 내디딘 알맹상점은 ‘쓰레기를 줄이는 작은 마음들의 플랫폼 리필 스테이션’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지구를 돌보기 위한 크고 작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바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다.

알맹상점 리필 방식 판매 제품알맹상점은 포장재 없이 개인이 준비한 용기에 제품을 리필하는 방식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다.

제로웨이스트는 말 그대로 쓰레기 없는 삶을 지향하는 운동이다. 2000년대 초에 생겨난 개념으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자원과 제품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궁극적으로 어떤 쓰레기도 매립되거나 바다에 버리지 않도록 하는 삶의 원칙인 동시에,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사회적 운동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일부 주를 중심으로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2010년을 기점으로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 등이 주창하고 실천하며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현재는 언론과 기업 등이 운동에 동참하며 전 세계로 뻗어가는 중이다.

생산 폐기물의 65%가 포장재 폐기물

제로웨이스트의 핵심은 플라스틱,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데 있다. 아주 쉽게 대량생산하고 아주 쉽게 소비하는 플라스틱은 수백 년 동안 썩지 않아 환경을 해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2018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총량은 83억t, 이 중 약 63억t이 쓰레기로 배출됐다. 또 플라스틱 쓰레기의 79%에 해당하는 약 50억t이 매립되거나 바다로 유입돼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98.2㎏으로 세계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환경공단이 2017년 포장재 폐기물 생산량을 집계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 약 252만5,000t(생산자책임 재활용 대상 품목 기준) 중 65%에 해당하는 164만5,000t가량이 포장재 폐기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맹상점 같은 제로웨이스트숍이 등장한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제로웨이스트 숍은 2014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탄생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설립된 오리기날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에서 포장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한 것이 시작이었다. ‘운페어팍트’는 ‘포장되지 않은’이라는 의미의 독일어다. 포장재가 없으니 제품마다 용기를 미리 준비하고 일일이 무게를 재야하는 불편함이 있었으나, 소비자들은 기꺼이 이를 감수하며 이곳에서 제품을 구매했다.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은 만큼 값이 저렴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후 뉴욕의 ‘더 필러리’, 홍콩의 ‘리브 제로’ 등 세계 곳곳에 이를 벤치마킹한 숍이 속속 등장했다. 현재 독일에만 60여 개 이상의 제로웨이스트 숍이 있다.
국내에선 2016년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더 피커’가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숍이다. 시장의 과도한 편의주의, 위생주의를 쓰레기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포장 폐기물을 중심으로 쓰레기 발생을 관찰하고 줄여나가는 기준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매장에는 밀랍 랩, 프로듀스백, 스테인리스 빨대, 대나무 칫솔 등 플라스틱 용품과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비롯해 폐기하면 수일 내에 썩는 일회용품 등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자리 잡은 카페 보틀팩토리에서는 일회용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는 경우 일회용 컵이 아니라 매장 내에 비치해둔 텀블러를 대여해준다. 텀블러는 나중에 반납하면 된다. 특히 이곳은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 동네 장터인 ‘채우장’을 여는 것이 특징이다. 포장재 없이 커피 원두, 더치 원액, 치즈, 깨, 소금, 잼, 제철 채소 등을 각자 용기를 준비해와서 채워가는 방식이다.
더피커를 시작으로 현재 국내에도 알맹상점, 보틀팩토리 외에 지구, 달팽이가게 등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곳이 속속 생겨났다. 최근에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다루는 매거진 《쓸(SSSSL)》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제로웨이스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는 환경과 건강을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신념과 가치에 따라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보틀팩토리  텀블러보틀팩토리에 준비된 텀블러.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는 경우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대여해준다.

친환경 포장재로 바꾸고 과다포장 줄이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소비자의 자발적인 활동이 이어지면서, 기업에서도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이 성패를 가르는 핵심 가치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기업들도 다양한 노력을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포장재를 친환경으로 바꾸거나 과다포장을 없애는 행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먼저 앞장섰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판매하는 TV 포장 상자에 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했다. 상자 겉면에 도트 디자인을 적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자르고 조립할 수 있도록 고안하고 반려동물 집이나 작은 수납함, 잡지꽂이 등으로 활용하도록 한 것.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용기에 메탈 제로 펌프를 도입하고 100% 재생 플라스틱 용기를 활용하는 등 플라스틱 포장재 감축과 재활용성을 높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CJ오쇼핑은 비닐을 종이 완충재로 대체하고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에코테이프리스 상자로 바꾸었다.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배송에 사용하는 스티로폼 포장재를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종이로 변경하고, 배송 포장에 필요한 비닐 완충재, 비닐 파우치, 지퍼백, 상자테이프 등도 종이 소재로 바꾸었다. 내년까지 일반 배송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반려동물 집으로 재활용한 삼성전자 TV 포장 상자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한 삼성전자 TV 포장 상자. 반려동물 집이나 작은 수납함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이밖에 GS샵은 올 연말까지 냉장·냉동식품에 친환경 물 아이스팩과 보냉상자 등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할 예정이며, 현대홈쇼핑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종이 소재 배송 상자로 의류 제품을 포장, 배송한 데 이어 앞으로 의류 포장 비닐 또한 친환경 소재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제로웨이스트에 동참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4월, 〈너를 산 적은 없었는데〉라는 글이 ‘플라스틱’을 해시태그로 달고 SNS를 통해 빠르게 번지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 유명 배우가 비닐백에 담긴 양상추며 버섯,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딸기 등 자신이 마트에서 사온 것을 SNS에 올리며 남긴 글이다. 이후 ‘용기내’를 해시태그로 달고 스스로 준비해간 용기에 생선을 담아온 사진을 올려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이런 용기가 비단 이 배우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닐 터. 환경을 생각하고 우리를 위한다면 기꺼이 용기를 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제로웨이스트가 더 이상 거창한 개념이나 운동에 머물지 않고 모두에게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이 될 날이 머지않았기를.

비 존슨(Bea Johnson)이 제안하는 제로웨이스트 실천 원칙
거절하기(Refuse)
필요하지 않은 것을 소비하지 않고 거절한다.

줄이기(Reduce)
어쩔 수 없이 소비해야 한다면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재사용하기(Reuse)
모든 자원은 가능한 재사용한다.

재활용하기(Recycle)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자원은 재활용한다.

퇴비(Rot)
쓰레기로 버린다면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한다.

이은정 기자

[2020-09-03]조회수 :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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