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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에 나선 기업들

 

협업으로 명명할 수 있는 기업 간의 ‘연대’는 오래된 화두다. 특히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 간의 연대는 공존공생을 위한 필수전략으로 꼽힌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정부 주도 혹은 기관 주도로 이뤄지던 것이 최근에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시도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향하는 목적과 연대의 형태 또한 다양해졌다.

공동판매법인으로 판로 개척 시너지
지난달 중소기업연구원에서 눈에 띄는 설문 결과를 내놨다. 2016년 10월, ‘중소기업 네트워크형 협력사업 활성화 방안’ 연구의 일환으로 전국에 있는 중소기업 21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협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 10곳 중 8곳은 협업 경험이 전혀 없었다. 응답 기업의 77.8%가 중소기업 간의 협업 경험이 없다고 답한 것. 원인은 무엇일까? 중소기업들은 협업을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로 협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결여(34.9%)를 첫째로 꼽았다. 협업 활성화제도 및 정책 미비(24.1%), 거래 및 경쟁관계 갈등 발생 우려(18.1%), 협업 역량 부족(13.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건 최근 협업과 같은 연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의미 있는 행보를 시작한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판매법인 ㈜콜라보가 대표 사례다. 콜라보는 남양노비텍㈜, 셀루스원㈜, ㈜자연하나, ㈜필로스 등 경기·인천 지역을 기반으로 한 4개 기업들이 공동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한 곳이다. 방음·방진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남양노비텍, 10여 년간 홍삼과 천연물 연구를 통해 탄생한 한경홍삼으로 유명한 셀루스원, 식이섬유를 이용해 장 기능을 개선하는 ‘장비움’ 등을 생산하는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인 자연하나, 세계적인 멤브레인 생산능력과 연구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필로스 등 업종도 다르고 업력도 제각각인 이들이 공동판매법인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프로젝트를 주도한 것은 필로스의 김정학 대표였다.
“저희의 공통분모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회원사라는 것뿐입니다. 서로 다른 업종이긴 해도 같은 울타리에 있으니, 서로 연대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정부 지원이나 정책에만 기댈 수 없어 자발적으로 틀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공동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것부터 시작해 서로 경영기법을 배우고 상생의 선례를 남기자는 게 큰 그림입니다.”
취지가 좋더라도 서로 다른 업종의, 그것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기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토요일마다 모임을 갖고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며 이질적인 기업들이 어떻게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콜라보 설립이라는 결과물을 낳게 되었다. 콜라보는 지난해 G페어에 참가하는 등 공동판로 개척을 위한 활동에 돌입했다.
김 대표는 “서로 협력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했으나 업종이 다르고 시스템이 달라 아직은 정체성을 고민하는 단계”라면서 “더 많은 기업들을 참여시켜 더 큰 조직으로, 더 다양한 연대로 이끌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스밸리 극복 위해 스타트업이 뭉쳤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 스타트업 기업들이 힘을 모은 사례도 있다. 한국유아산업협동조합(조합장 유병훈, 이하 한국유아산업)은 청년창업사관학교 5기를 졸업한 ㈜스마트브레인, ㈜아렌델, 코딩마법사, 라이노바, 테로마 등 5개 기업이 뭉쳐 설립한 유아용품 관련 협동조합이다. 한국유아산업 설립을 주도한 이는 스마트브레인 유병훈 대표. 유아용 의자를 제조하는 자사를 비롯해 4단으로 접을 수 있는 폴더매트를 생산하는 아렌델, 유아용 애플리케이션 및 콘텐츠를 제작하는 코딩마법사, 문구류를 생산하는 라이노바, 건강 아로마패치를 개발하는 테로마 등 유아용품 관련 기업들을 한곳에 모았다.
“스타트업이 어찌어찌해서 제품을 개발했어도,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초도물량을 생산하고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자금도 인력도 부족하니 그야말로 데스밸리와 맞닥뜨리게 되죠. 저는 2012년에 창업해 어느 정도 데스밸리를 넘겼는데, 이제 막 창업한 동기들은 그 터널로 진입하는 단계니까 서로 힘을 모아 의지하면서 견뎌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다양한 직종과 만 39세 이하라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도 촘촘하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경험이 있어, 협동조합이라는 울타리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현재 한국유아산업은 대구신서혁신도시 근처에 작은 사무실을 내고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운영 중이다.
유 대표는 지난해는 연대조직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고, 올해는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곧 오픈할 유아용품 종합 온라인쇼핑몰이 그 시발점이 될 계획이다. 조합기업들의 제품은 물론, 타 유아용품들까지 한자리에 모아 홍보하고 판매하는 거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한국유아산업 자체적으로 IoT 기술을 접목한 유아용품 개발을 진행할 계획도 추진 중이다. 조합기업별 전문분야와 노하우에 따라 역할을 나누고 제 몫을 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이를 통해 공동수익을 거둬들이겠다는 것이다. 유 조합장은 “조합기업들이 모두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서툴고 미흡한 점이 많다”면서 “이제 시작 단계이니 더디더라도 다 함께 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세스별로 연대해 이익 공유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 스타트업이 중심이라는 것과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는 동일하나, 내부 운영 시스템은 전혀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에 첫발을 내디딘 메이크원더스협동조합(조합장 권영준, 이하 메이크원더스)이 그 주인공. 메이크원더스는 ㈜코쿤디자인, ㈜아이제스, ㈜루몽, ㈜유스피리어드, ㈜아이다호, ㈜올버튼 등의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 스타트업과 ㈜프리테스트, 필라이츠, 비비드크리에이티브 등 9개 스타트업이 연대한 단체다. 눈여겨볼 점은 이곳이 제품 개발단계부터 생산단계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분야별 기업들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기업마다 축적기술과 노하우가 서로 겹치지 않는다. 가령 코쿤디자인은 제품 디자인을 도맡고 아이제스는 제품 설계를, 루몽은 목업 제작을 담당한다. 필라이츠는 일반 회로 설계를 진행하고 아이다호는 제품 관련 영상을 제작한다. 프리테스트는 소비자들에게 시제품을 테스트하는 관련 업무를 진행한다. 메이크원더스의 최초 발의자이자 조합장인 권영준 대표는 연대를 생각할 때부터 이런 점을 염두에 뒀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인 래디캔드(RADICAND)를 벤치마킹한 것. 래디캔드는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프로세스별로 여러 기업들이 연대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외부 중견기업의 오더를 받아 각 기업이 제품을 프로세스별로 분담해 개발, 제조해 납품하는 형식으로 이익을 공유했다.
“저는 완구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억대의 빚을 떠안고 사업을 접었어요. 그러다가 2013년에 재창업에 도전했어요. 첫 창업에 실패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죠. 때문에 서로 연대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싶었어요. 청년창업사관학교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방문했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래디캔드와 인연이 닿아 그 사례를 벤치마킹했고, 협동조합이라는 울타리로 구체화했습니다.”
권 대표는 조합기업 대부분이 영업이나 마케팅은 경험이 없으나 저마다 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별로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보전하는 형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면 외주로 돌리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메이크원더스는 코쿤디자인이 외부로부터 오더를 받아 일을 나눠 진행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각 기업이 메이크원더스를 통해 일군 매출을 전부 합산하면 약 10억 원 정도. 스타트업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다. 권 대표는 오는 3월께에 메이크원더스 통합 홈페이지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합기업들의 제품 영상을 올려 프리 테스트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인데,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 제품 개발에 재반영하는 식의 선순환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저희는 서울 영등포에 사무실을 공유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새로운 형태의 연대를 시도 중입니다. 기업이기 때문에 매출을 내는 게 중요한데, 아무리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해도 조합기업 중 어느 한곳이라도 뒤처지면 안 되기 때문에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자발적인 연대, 형태도 목적도 운영방식도 다양
이처럼 기업들 간 연대의 사례로 꼽은 콜라보, 한국유아산업, 메이크원더스 등의 공통점은 KISTI나 청년창업사관학교와 같이 기존에 기업 간의 관계를 형성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되, 필요에 의해 더 큰 목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임을 결성하고 기업이나 협동조합이라는 견고한 울타리를 새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정부 주도로, 혹은 기관이 지원해 모임을 갖거나 교류의 틀을 만들던 것과 차이가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연대의 목적과 형태, 운영시스템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콜라보가 공동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한국유아산업은 공동 판로 개척 외에 공동제품 개발로 공동 수익 창출을 명확히 했다. 메이크원더스는 한국유아산업과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는 동일하나, 서로 다른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진 기업들로 구성해 서로에게 일을 주고 각 기업이 필요한 영역에 도움을 주고받는 동시에, 하나의 일거리를 받아 각각의 영역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는 기획·개발·생산·마케팅 등의 가치사슬에서 분업을 이루는 것으로, 전 기능을 갖추기 힘든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잘 설계하고 원활하게 진행하는 연대는 변화무쌍한 시장 환경에 대응해 공존·공생할 수 있는 전략이 분명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이은정 전문기자​

조회수 : 1,838기사작성일 : 2017-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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