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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 새 비상구가 열리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반격

지난 2월 중순 롯데쇼핑은 전국에 있는 700여 개의 매장 중 무려 200개의 점포를 단계적으로 폐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의 결정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수년간 유통업계의 오프라인 매장들은 쇠락을 면치 못했다. 미국의 경우 2018년에 125년 전통의 시어스백화점이 파산을 신청했고, ‘장난감 왕국’이라고 불리는 토이저러스 역시 1만5,000여 개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러한 대세와는 정반대의 현상도 생기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특화된 오프라인 매장이 속속 들어서는 것은 물론 인기까지 끌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이런 모순적인 상황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온라인 쇼핑이 주지 못하는 ‘체험’
확대보기의류 가상 피팅 일러스트 지난해 10월, 스마트TV 전문 브랜드인 ‘이스트라’는 중소기업 최초로 전국 오프라인 매장 오픈 기념행사를 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죽어가고 있고,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지금의 상황에서 이 회사는 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오픈 기념이벤트 홍보물의 카피에 남겨져 있다.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라!”
이 짤막한 카피의 핵심은 바로 ‘체험’이다. 이 매장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격 차이가 없으며 ‘당일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쇼핑몰을 뛰어넘는 더 특별한 장점이 있다. 온라인에서 가전제품의 당일배송은 불가능하지만 이 매장에서는 가능하며, 온라인에서는 제품을 만지고 체험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이 매장에서는 가능하다. 만약 매우 신중하게 TV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있다면, 온라인 매장보다는 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다.
지난 3월 중순, 캠핑용품 전문 할인매장인 ‘아토즈 캠핑’ 역시 오프라인 매장을 용인에 신규 오픈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4개의 매장을 최근 연달아 오픈했다. 이 역시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지금의 시점에서는 역주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의 오픈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경기가 얼어붙어 있지만, 신규 오픈한 용인점은 많은 고객의 관심 덕분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더 많은 고객을 모으기 위한 홍보성 멘트로 볼 수 있겠지만, 무려 5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 매장에서도 주목할 점이 있다. 약 826㎡(250평) 규모에 1만 가지에 달하는 캠핑 장비를 한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텐트가 차지하는 실제 공간을 볼 수도 있으며, 캠핑 의자에 앉아볼 수도 있다. 바로 여기에서도 ‘체험’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가지 사례를 더 살펴보자. 앞서 롯데쇼핑이 200개의 매장을 단계적으로 폐점하겠다는 와중에 롯데하이마트에서는 최근 오프라인 매장을 흔들림 없이 개점해나가고 있다. 올해 5월 수원에서 메가스토어 2호점을 열 예정이기 때문이다. 역시 여기에서도 우리는 동일한 키워드 한 가지에 주목할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메가스토어’를 “고객들이 고급 가전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과 휴식공간을 갖춘 대규모 매장”으로 정의했다.
우리는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했다. 물론 체험도 했지만, 핵심은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오프라인 매장은 구매보다는 ‘체험’에 집중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런 부분이 전혀 생뚱맞지는 않다. 이는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생각해보면 쉽다. 매우 빠르게 가격을 비교할 수도 있고 다양한 제품을 검색할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체험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제품사진을 잘 찍어놓아도, 360° 회전으로 볼 수 있어도, 결국 인간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만들어내는 완성도 높은 경험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다시 활성화되는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이유
우리나라에서는 아마존이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아마존은 광풍의 중심지다. 2017년 컨설팅회사 PwC가 발표한 소매업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전 세계 29개국에서 56%의 점유율을 보였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미국, 일본 등 5개국으로 줄였을 때 나타나는 결과다. 이들 국가에서 아마존의 사용률은 무려 90%로 치솟는다. 아예 ‘아마존에서만 쇼핑을 한다’고 말하는 소비자도 10%에 이른다. 이 아마존의 압도적인 사용 비율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 이용이 감소했다는 사람은 조사대상 미국인의 37%, 브라질인 35%, 독일인 34%로 나타났다. 이쯤되면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을 잡아먹는 대마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후 아마존은 다소 의외의 행보를 이어나갔다. 바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2017년 유기농 식품 체인점인 홀푸드마켓을 137억 달러에 인수했다. 우리 돈 16조 원에 달한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사랑은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아마존은 2018년 판매원이 없는 편의점 ‘아마존고’를 열었고, 지난 2월 말에는 1,000㎡ 규모로 미국 시애틀에 ‘아마존고 글로서리 스토어’를 개점했다. 취급하는 상품은 채소, 고기, 생선 등 총 5,000여 종에 달한다. 물론 여기에도 판매원이 없다는 특이한 점은 있지만, 요즘과 같은 IT 시대에 그리 놀랄 만한 얘기도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아마존이 이 매장을 어떤 콘셉트로 열었냐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집 근처 마트(neighborhood market)’이다.
이런 콘셉트 정의에서 우리는 왜 아마존이 이 매장을 열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온라인에는 없는 것, 쇼핑몰로는 채울 수 없는 오프라인 매장의 빠른 구매 속도와 퇴근할 때 오늘 먹을 저녁거리를 사서 집으로 총총 걸어가는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총알배송이 일상화되었지만, 그래도 역시 구매에는 시간이 걸린다. 아주 빨라야 최소 7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집 근처 마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기에 아무리 길어도 1시간이 넘지 않을 수 있고, 또 가족의 입맛을 떠올리며 쇼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어쩌면 아마존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이기에, 온라인 쇼핑으로는 채울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수 있다. 더불어 고객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해 철저하게 고객 분석이 가능하기에, 오히려 자신들이 채우지 못했던 소비자의 또 다른 욕구가 무엇인지도 인지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바람이 수조 원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오프라인 매장의 확산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매장의 존재 이유가 ‘온라인의 단점을 메꾸는 것’에 그치지는 않는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온라인에서 구현되지 못하는 최첨단 기술의 구현이라는 새로운 사명도 부여받았다. 예를 들어, 패션 업계에서는 현재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의 구현에 많은 애를 쓰고 있다. 자신의 실제 체형에 여러 가지 옷을 가상으로 입혀볼 수 있는 기술이다. 이렇게 하면 실제 옷을 착용했을 때의 이미지가 구현되어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를 즉시 확인해볼 수 있다. 이 기술로 2~3초면 한 벌의 옷을 입어볼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서비스를 쿠팡이나 11번가 등에서는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직접 관련 기술의 구현이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으로 가야만 한다.

확대보기아마존 오프라인 매장온라인 커머스의 절대강자인 아마존이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잇달아 열고 있다.(출처 : 아마존고 홍보 동영상 캡처, 아마존고 홈페이지)

퇴조가 아닌 새로운 발전
중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미쇼(MiShow, 谜秀)에는 바로 이러한 가상 피팅이 가능한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다. 매장에 있는 키오스크 앞에 서면 자신의 신체가 스크린되고, 원하는 옷을 마음껏 입혀볼 수 있다. 물론 QR코드를 활용해 현금 없이도 곧바로 구매할 수가 있다. 여기에서도 ‘체험’이라는 키워드가 결합되기는 하지만, 단지 오감에 한정된 체험이 아니라 ‘가상피팅’이라는 전혀 다른 체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오프라인 매장은 오히려 온라인 쇼핑보다 더 큰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오프라인 매장은 ‘데이터 수집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소비자의 구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몇 시에 주로 사는지, 언제 사는지, 어떤 카테고리의 제품을 사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쇼핑의 ‘결과’만 보여줄 뿐, 쇼핑의 과정에 대한 데이터 수집은 힘들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은 이런 데이터 수집에서 온라인보다 한층 진보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무인점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무인점포는 인건비를 줄인다는 차원도 있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고객의 정보를 더욱 치밀하게 수집하려는 전략도 숨어 있다. 천장에 설치된 수백 개의 카메라와 센서들은 고객이 소비를 할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낱낱이 기록한다. 어떤 제품을 들었다가 내려놓는지, 제일 마지막에는 어떤 제품군으로 이동하는지, 매장에 들어선 이후 소비가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측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에서 이런 데이터 수집은 불가능할뿐더러, 착오의 가능성도 있다. 만약 아내가 남편의 아이디로 쇼핑을 하면, 그 데이터들은 일관성이 깨지며 혼란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는 데이터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오프라인 매장은 맥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는 판매에 집중하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의 퇴조였을 뿐이다. 이제 ‘체험’이라는 장점과 ‘IT기술’이 결합된 매장이 새롭게 재탄생하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판매에 집중하는 중소기업 또는 온라인 판매를 하는 중소기업에게도 새로운 매장 운영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 과거의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 운영 방식을 포기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본다면,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유효하고 또 새로운 비전으로 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대보기중국 알리바바에서 개점한 패션 매장중국 알리바바에서 개점한 패션 매장. 이곳에서는 첨단 IT기술을 활용한 가상피팅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옷을 마음껏 입어볼 수 있다.(출처 : chinasspp.com)

이남훈 기자

조회수 : 2,730기사작성일 : 202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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