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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고 싶다 vs 별 관심 없다, 당신의 선택은?
통계로 본 대한민국 임원 생태계

회사 경영의 키잡이 역할을 하는 임원은 이른바 회사에서 별이 된 사람이다. 아무나 열 수 없는 좁디좁은 문을 통과했으니 일반 직원들의 부러움을 받는다. 그런데 요즘은 굳이 힘들여 좁은 문을 열고 싶지 않다는 이가 점점 늘어난다. 별이 되고픈 이가 있다면 당연히 별 관심이 없는 이도 있을 터. 당신은 어느 길을 걸을 것인가?

임원이 되기까지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인 유니코써치에서 2020년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국내 100대 기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직원 84만7,442명 중 임원이 6,578명(0.77%)으로 나타났다. 전체 직원의 0.77%만이 임원이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임원이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조직의 비전과 전략, 성과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임원은 CEO만큼이나 막중한 자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임원이 해야 하는 역할이 커졌고, 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중심축이 여전히 조직의 키잡이인 임원이므로 어찌 보면 당연하다. 임원을 회사의 별, 직장인의 꽃으로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개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단계를 정해진 근무연수만큼 채우고, 부장이 되는 때부터 임원 승진 대상이 된다. 경제 매거진 《이코노미스트》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신입사원에서 임원이 되기까지 평균 22.7년이 걸렸다. 25년 이상 걸렸다는 응답도 20.4%를 차지했다. 임원이 된 이들의 이직 횟수도 눈여겨볼 만하다. 임원이 되기까지 평생 한 직장에 충성했다는 응답이 38%에 달했다. 한 번 이직자가 24%, 두 번 이직자가 13%, 세 번 이직자가 12%, 네 번 이상 이직했다는 이는 13%로 나타났다. 평생 한 곳에서 충성하며 임원을 향해 부지런히 달렸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해마다 임원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유니코써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직원 중 임원 수가 2011년에는 105.2명 중 1명, 2015년에는 106.8명 중 1명, 2018년에는 124.5명 중 1명으로 줄었다. 2019년 128.3명에서 2020년에는 128명 중 1명을 기록했다. 임원이 되는 문이 점점 좁아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는 의미다.
여성이라면 더 두꺼운 유리천장에 봉착하게 된다. 여성가족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장법인 2,246곳의 전체 임원 3만2,005명 중 여성이 1,668명으로, 여성 임원 비율이 단 5.2%에 불과했다. OECD 평균인 25.6%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전체 상장법인에 소속된 여성 근로자가 40만6,631명, 여성 임원이 1,668명으로, 여성 근로자 244명당 여성 임원 1명이 있는 꼴이다. 전체 남성 근로자 118만1,047명, 남성 임원 2만9,402명으로, 남성 근로자 39명당 남성 임원 1명이 고용되어 있는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

한눈에 보는 임원의 길

확대보기임원이 되려고 준비 중 34.7%(출처 : 잡코리아) / 전체 직원 중 임원이 되는 비율 0.77%(출처 : 유니코써치) / 신입사원에서 임원이 되기까지 소요 기간 22.7년(출처 : 이코노미스트) / 이직 경험 없이 한 직장에만 충성 38%(출처 : 이코노미스트) / 상장법인 여성 임원 비율(OECD 평균 25.6%) 5.2%(출처 : 여성가족부)

확대보기평균연봉(부장급 이하 직원의 4.7배) 2억5,894만 원(출처 : 유니코써치) / 일주일에 2회 야근 30%(출처 : 이코노미스트) / 승진 후 건강 악화 경험 66%(출처 : 이코노미스트) / 내가 하는 일에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다 61.5%(출처 :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 임원으로 재직 기간 4년 8개월(출처 : 한국CXO연구소)

임원이 되고 나니

그렇게 어렵사리 임원이 되고나면 뭐가 달라질까? 우선 임원이 되면 연봉에서 확실히 차이가 난다. 유니코써치에서 2020년 국내 주요 300대 기업 임원과 직원의 연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장급 이하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5,496만 원, 임원(미등기)은 2억5,894만 원으로 4.7배 차이가 났다.
임원은 마음가짐도 다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2020년 직장생활 전반에 대한 인식 및 직업 소명의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임원이 부장급 이하 직원보다 일에 대한 소명의식이 더 철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사원 34.4%, 대리급 32.4%, 과장·차장 46.4%, 팀장 및 부장이 55.7%인 데 반해 임원 및 대표는 61.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물론 직책이 높아진 만큼 업무량도 많아진다. 《이코노미스트》 조사에 따르면 임원의 69%가 매일 1~2회 회의에 참석한다. 23%가 일주일에 1회, 30%가 2회 야근을 하고, 일주일에 평균 2.9회 술도 마신다. 생활이 이러니 몸이 상하지 않을 리 만무하다. 임원의 66%가 승진 후 건강 악화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임원은 임기를 보장받지 못한다. 임원의 약자가 ‘임시 직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해마다 계약해야 하는 계약직 신세다. 2019년 한국CXO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에서 처음 임원으로 발탁된 평균 나이는 49.6세, 임원에서 물러난 평균 나이는 54.2세였다. 22.7년 걸려 임원에 올라도 채 5년이 되지 않아 실직한다는 얘기다.

험난한 임원의 길, 꼭 가야 할까

최근 임원이 젊어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1960년대생 임원이 줄어든 반면, 1970년대생 젊은 임원이 부쩍 늘었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만 보면 2020년 기준으로 1970년 이후 출생한 임원이 3명 중 1명(32.5%)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2년 전부터 1980년대생 임원도 등장했다. 《한겨레》에서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1980년대생 임원이 1990년생 2명을 포함해 모두 56명. 이 중 외국인이나 총수 일가 및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일반인 임원이 35명이었다.
더 젊은 나이에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다 보니 임원 승진에 대한 열기가 예전 같지는 않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인 데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가치에 비중을 두면서 임원과 승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임원이 되려고 준비 중’인 직장인이 10명 중 4명(34.7%)에 그쳤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대기업 근무 직장인은 44.3%, 중소기업 근무 직장인은 30.6%만이 임원이 되려고 준비했다. 또, 직장에서 이루고 싶은 최고의 목표로 ‘직급 상관 없이 정년까지 보장올 4월,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눈에 띄는 게 있다. ‘직장 내 선망하는 선배상’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10명 중 8명(80.1%)이 ‘존재감 없어도 투자 고수인 차장’을 꼽았다. ‘고속 승진 등 직장생활이 화려한 무주택자 임원’을 꼽은 이는 2명(19.9%)에 그쳤다. 부동산 열기가 직장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조사라고는 해도, 회사의 별, 직장인의 꽃으로 불리던 임원에 대한 선망이 예전만큼 뜨겁지 않은건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임원에 관한 인식이 달라진 데는 변화된 직급체계나 조직문화의 영향도 있다. 연공서열 방식에서 벗어나 성과나 직무 중심으로 인사제도의 틀을 바꾸고,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호칭을 통일하고 직급체계를 단순화하면서 임원 아래로는 모두 평등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 이렇게 달라진 인식이, 굳이 임원이 되지 않더라도 부담 없이 회사에 남을 수 있는 탈출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임원이 되고 싶다면

어렵고 힘들어도, 아무나 열 수 없는 좁은 문이라도 열고 싶은 이가 있는 법. 이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잡코리아에서 2020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임원이 되기 위해 직장인의 43.0%가 인맥 관리, 40.1%가 직무분야 전문지식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이밖에 글로벌 능력 향상(37.0%), 다양한 직무성과 쌓기(28.4%), MBA 이수(17.5%), 대학원 진학(16.1%)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원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항목으로 실적 창출을 통한 기업 이윤 극대화(19.2%)를 첫 번째로 꼽았다. 이밖에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17.6%), 리더십 및 카리스마(15.0%), 전략적 사고 및 미래 예측력(11.0%), 대인관계 능력(9.4%), 탁월한 기획력(9.1%)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017년 조사에서 리더십 및 카리스마가 임원이 갖춰야 할 항목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원의 덕목이나 조건도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은정

조회수 : 480기사작성일 :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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