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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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경영 이야기
창조하는 기쁨이 슬럼프를 이깁니다
인아트 엄태헌 대표

엄태헌 대표가 표방하는 인아트의 미래는 단순하지만 명료하다. 단순한 가구회사를 뛰어넘어 공간을 창조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엄 대표는 ‘기업을 경영하는 이유가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창출해냈을 때 느끼는 희열’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에 원목가구 바람을 일으켰던 그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명 인아트(人+Art)처럼 ‘사람 중심의 공간 창출’이라는 가치관이 녹아 있다.

확대보기엄태헌 대표

인아트(엄태헌, 한경석 각자대표)는 1996년 인아트 가구로 출발해 다양한 국내외 가구 기업과의 협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에 본격적으로 원목가구를 소개하고 성장했다. 영국과 미국, 일본의 세계적인 원목가구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며 원목가구 시장을 이끌었고, 이 중심에는 엄태헌 대표가 있다. 그는 가구뿐 아니라 DIY문화센터 ‘헤이우즈’, 실내장식 기업, 건축회사 ‘인아트에스앤디’를 하나로 묶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에 ‘친환경’이라는 철학을 담았다.
인아트는 자체 제작 가구 브랜드 ‘인아트’뿐 아니라 친환경 원목 ‘PIY(Play It Yourself)’ 전문가구 브랜드 ‘더숲(TheSUP)’, 영국의 디자이너 듀오가 세운 수입 브랜드 ‘스퀘어루츠(SQUARE ROOTS)’, 스타일리시한 프리미엄 디자인 브랜드 ‘아이스타일러스(I+STYLERS)’, 이렇게 4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PIY는 그가 개발한 새로운 개념이다. DIY(Do It Yourself)와는 차별화된 개념으로, 논산에 있는 인아트 PIY센터에서는 고객들이 직접 도면을 제작하면 원목을 잘라준다. 대패질하고 색을 입히며 자신이 구상한 가구를 취향껏 만들 수 있다. 가격도 일반 가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가정용과 상업용 가구를 다루는 B2C, B2B 시장뿐 아니라 최근엔 G2B 시장까지 진출했다. 유치원, 유아원에 들어가는 교구들을 모두 원목으로 꾸밀 수 있게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에 책상과 책꽂이, 유아용 교구장 등을 등록했다.

타고난 통찰력과 태양 같은 추진력

5남매 중 3남이었던 엄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 대학을 입학하고 방황했다. 위로 두 형의 학업 뒷바라지로 벅찼던 아버지는 그가 빨리 사회에 나와 자리 잡기를 원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전액 국비 장학생인 모 대학에 들어갔지만 맞지 않았다. 대학교 1학년 말부터 아르바이트로 무역회사에서 일했다. 정부에 납품하던 특수소화기를 민간에 팔기 시작한 회사가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했기 때문이다.
“750g짜리 소화기 판매 가격이 4만 원인데, 아르바이트생에게는 3만 원, 과장에겐 2만8,000원, 지부장한테는 2만5,000원, 이런 식으로 공급가를 주더라고요. 원가가 2만 원 밑이라는 게 보이잖아요. 유통이라는 게 ‘꼭대기가 움직이는 거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돈을 벌려면 유통을 하거나 직접 제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타고난 통찰력과 경험으로 엄 대표는 세상을 일찍 알게 됐다. 군 제대 후 결국 자퇴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무역회사에 재입사한 것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회사는 아이템을 바꿔 꽃시장에 들어가는 오브제, 꽃다발을 싸는 마, 야자박 등을 수입했다.
엄 대표는 이 일이 무척 재밌었다. 한산지하상가라고 불리던 지금의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꽃시장을 미친 듯이 누볐다. ‘미쳤다’라는 말이 맞을 만큼 일에 푹 빠진 덕에 그의 역량을 알아본 회사 대표는 그에게 5만 달러를 직접 베팅할 기회를 줬다. 선정한 제품들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뛰어난 전략적 사고와 문제해결력에 힘입어 재고 없이 모두 완판하는 수완을 발휘하며 그가 손을 대는 아이템은 100% 팔리는 미다스의 손이 되었다.

확대보기엄태헌 대표엄태헌 대표의 향후 목표는 전문가들과 협업해 원하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나무’에서 기회를 찾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여세를 몰아 1996년에 창업을 했다. 해외에서 유명 가구들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데 집중했고, 승승장구하며 사세는 나날이 커졌다. 문제는 IMF였다. 780원 하던 환율이 2,200원을 넘어가면서 유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고된 경험을 한 후였다. 제조업에 뛰어든 계기가 되었다.
가구와 인테리어 관련 시장에 몸담았던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앤틱가구의 유행을 눈여겨봤다. 앤틱가구는 좁고 낮은 천정의 한국식 아파트 문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입식 문화에 기반한 외국 가구의 한국적인 원목가구는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그 결과물로 인아트의 첫 베스트셀러 앤디가 탄생하게 된다.
“한국식 앤틱가구를 생각하다 원목가구를 구상하게 됐어요. 나무 바닥에 들기름을 먹여 더 견고하고 오래가도록 만든 옛날 교실에서 착안했죠. 나무가 숨을 쉬어 습기를 조절해줄 수 있고 자연친화적이니까요. 소파 테이블부터 제작했어요. 과감하게 45㎝의 높이를 35㎝로 내렸어요. 한국은 좌식 문화라 치맥을 먹어도 바닥에 앉아 먹었잖아요.”
한국 전통의 옻칠기법과 유사한 천연염색 방법을 활용했다. 나무가 가진 나이테, 옹이를 살려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오래 쓸수록 결이 진해져 더 멋스러웠다. 나무가 숨을 쉴 수 있게 뒤틀림을 방지하도록 세 조각으로 나눈 것도 주효했다.
‘앤디 시리즈’는 가구 시장에 숱한 복사본이 양산될 만큼 크게 인기를 끌었다. 백화점에서 러브콜도 쇄도했다. 법인 전환도 앤디 시리즈가 나온 2002년에 했다. 부인인 한경석 대표가 재무와 관리를 도맡아주기 위해 회사에 합류한 것도 이때부터다.

확대보기전시된 가구들

확대보기전시된 가구들 /  제품 설명 / 와인보관선반

SPA 브랜드 전략, 인아트 경쟁의 뿌리

대전에 본사를 둔 인아트의 경쟁력은 디자인과 생산, 유통까지 책임지는 원스톱 서비스에서 나온다. 디자인, 제조, 판매, 유통,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SPA 브랜드 전략을 선택해 높은 품질의 중고가 가구로는 매우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가지고 있다.
“10% 정도가 국내 생산이고 90%가 외주예요. 외주는 제 3국에서 만듭니다. 한국에서 디자인이 뜨면 하루 만에 샘플이 나와요. 그걸로 품평회를 하고 그 자리에서 수정이 이루어진 후 직영매장과 백화점 등을 통해 반응을 보죠. 이후 국내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단가를 뽑는데, 차이가 1.5배 나요. 제작도면 전체가 말레이시아로 넘어가고 제작이 시작됩니다. 말레이시아는 기계화가 되어 있고, 인건비가 한국의 8분의 1밖에 안 됩니다. 가구 제조를 통해 수출하는 것이 국가정책이다 보니 인프라와 분업화도 잘 돼 있죠. 한국보다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생산성도 높아요. 앤디 시리즈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2,000억 원 매출을 올렸어요. 단일 시리즈로는 국내에서 전무후무하고 세계적으로도 드물죠. 이게 가능했던 것이, 이 원칙을 지켜나갔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말레이시아 산업통상부장관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자국 경제에 기여한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인아트를 선정하기도 했다.
엄 대표는 디자인에도 지속해서 투자한다. 죽동디자인연구소를 오픈하고 2008년 말레이시아 가구박람회에서 한국 최초로 디자인상을 받았다.
엄 대표가 밝히는 인아트의 장단기 목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건축가, 홈 스타일리스트 등 전문가들과 협업을 해서 원하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진정한 공간 창조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유통 단계를 단축해 절감한 비용으로 합리적인 건축 비용을 제안하고 건축 서비스를 투명화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또 하나의 과제는 새 사업군인 G2B 활성화다. 공공 조달 부문의 엄격한 기준에 맞춘 친환경 자재와 제조공정에 차질 없이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품개발연구소 운영, 전문 디자이너의 1:1 책임디자인 제도 시행은 모두 조달 제품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일련의 작업이다. 올해 안에 키즈 제품 라인을강화하고 키즈 단독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엄태헌 대표의 삶과 경영

소싱한 제품들이 완판될 때 아드레날린 나와
공간이 좋으면 좋은 기운을 받는다는 신념으로 제작
연 매출의 0.5~0.6% 기부, 사람 중심의 더불어 사는 기업가치 추구
단순한 가구회사를 뛰어넘어 공간 창조 기업 원해

확대보기엄태헌 대표

트렌드를 읽는 통찰력이 뛰어나신 것 같습니다. 비결이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CEO가 스티브 잡스입니다. 좀 더 예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관점이 아니라 얼마나 사람들을 풍요롭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느냐에 가치를 두었습니다. 처음 20대일 때 인테리어 소품을 선정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고속터미널 꽃시장 현장 강사들과 많이 얘기하면서 알았죠. 당시엔 외국 호텔들이 국내에 상륙할 때라 디스플레이 수요가 늘었거든요. 그곳에 디스플레이를 하는 건 우아한 교수들이 하는 게 아니고 꽃시장 현장 강사들이 하거든요. 제가 소싱한 제품들이 완판되면 아드레날린이 나와요. 말로 표현하지 못하게 기뻐요.

공간에 대한 철학도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고, 형들의 영향으로 고등학교 다닐 때 두꺼운 철학 책도 많이 읽었죠. 자연과 인간에 관해 관심을 가지다 보니 한의학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양의학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기열’이라는 게 있어요. 저희가 공간을 다루는 일을 하는데, 공간이라는 건 지기학(地氣學)과 관련이 깊다고 봐요. 공간이 좋으면 좋은 기운을 받게 되죠. 어떤 잠자리에서 자느냐, 어떤 의자에 앉아 일하느냐에 따라 주고받는 에너지가 다르거든요. DNA가 똑같은 조상의 무덤이 어디에 있느냐도 중요합니다. 영화 〈명당〉에도 나오잖아요.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도 많이 하고 계십니다.
연 매출의 0.5~0.6%에 달하는 2억 원 정도를 기부하는데 쓰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긍정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가구제작을 지원합니다. 재능기부자들은 이들 가족과 함께 가구를 직접 조립하고 색칠하며 공동체의식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지역아동센터 등을 대상으로 제품 기부 및 봉사활동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경석 대표가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봉사활동도 했습니다. ‘가구 나눔 PIY 행사’를 통해 지역아동센터에 가구를 만들어 기부하기도 하고요. 직원들이 직접 가서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선정하고 인테리어까지 공간을 재배치합니다.

대표님이 꿈꾸는 기업의 큰 그림이 궁금합니다.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앞으로 자연 소재라든가 친환경 소재들이 많이 사용될 겁니다. 저는 가구, 패브릭, 조명, IT 등을 접목해서 오감을 만족시키는 방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요양병원에 가지 않고 그 방에서 여생을 마감하게요. 인아트의 미래를 위해 전문 경영인을 영입할 생각도 있습니다.

공간을 디자인할 때 중요한 인테리어 팁을 주신다면요.
보통 사람들이 집을 지을 때 인테리어를 다 한 후에 가구를 골라요. 집주인의 취향이나 정체성이 모두 사라져버린 후이죠. 요즘 현명한 고객들은 주방의 싱크대 스타일을 고르고, 붙박이장, 소파, 침대 등 이동가구, 커튼, 침장, 조명을 골라요. 마지막으로 바닥재와 벽면을 고릅니다. 이렇게 되어야 집주인이 중심이 돼요. 자칫하면 새집에 유행한다는 걸 다 갖다놓는 꼴이 되죠. 요즘 웰니스 오피스(Wellness Office)도 뜨고 있고, 아이들도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가장 오래 앉아 있는 친환경 책상이나 의자 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확대보기인아트인아트는 ‘사람 중심의 공간 창출’이라는 가치관을 제품에 담아낸다.

최윤경 | 사진 박명래

조회수 : 1,021기사작성일 : 202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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