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Vol. 213
기업나라
2021-09-07

 
여행 좋아하시나요?

적당히 그을린 피부, 기분 좋은 피로감, 쨍한 원색의 풍경, 그리고 사람들의 넘치는 생기. 여름, 정확하게는 여름휴가 하면 대강 떠오르는 이미지다. 사람들은 매년 여름이면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긴 연차를 내 이국적 풍경이 있는 여행지에서의 휴식을 계획하고, 다녀온 후 한두 달은 그 여운을 동력 삼아 다시금 힘을 내곤 한다. 특히나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꿀같이 달콤한 여행을, 여름이 오기 한참 전부터 손꼽아 고대한다.
그런데 올해 여름의 끝자락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해외로 떠나는 여행은 언감생심, 국내 여행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니 말이다. 실제로 한 설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포기하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여행’이라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 안에서 언택트 여행을 떠나거나 SNS에 과거 여행사진을 업로드하며 추억을 곱씹는 트렌드까지 생겨났다. 나름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정차된 차안에서 창밖으로 내민 발

우리는 왜 이토록
여행을 사랑하는 걸까?

누군가는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이동 본능에서 이유를 유추해낸다. 먹을 것을 찾아, 안전한 장소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해야 했던 그때는 정말로 인생이 곧 여행의 동의어였다. 재밌는 것은 그러한 진화의 역사로 인해 인간의 뇌는 낯선 것을 마주했을 때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DNA에 각인된 생존 본능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때로 익숙함에서 벗어나기를 꿈꾼다.
물론 예측 가능한 일상은 여러모로 편안하다. 친숙한 환경에서 비슷비슷한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훨씬 안정적이다. 그런데 낯선 환경에 내 발로 의도적으로 들어가는 ‘여행’은 어떤가? 예측이 불가능하다. 익히 알던 규칙과 어긋나는 경우가 다반사고, 일일이 새로움에 적응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사서 하는 고생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여행에서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다.
이처럼 여행은 단조로운 일상을 반전시킬 소중한 기회다. 답해야 할 업무 메일과 시시콜콜한 전화로부터의 해방, 긴장이 스르르 풀어지는 시간, 좋아하는 것만 골라 할 수 있는 찬스, 적막을 즐길 수 있는 여유, 모두가 여행에 있다. 사람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와 목적은 제각각일 테지만,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는 데는 대체로 공감할 듯하다.

여행 후, 미묘하게 달라진
나를 발견한 적이 있었던가?

여행의 소득은 겪어보지 못한 상황과 맞닥뜨림으로써 경험을 쌓는 것뿐만이 아니다. 여행은 우리의 뇌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프랑스의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는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꿔주는 것’이 여행이라 했는데, 이건 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인간의 뇌는 새롭고 복잡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자극에 반응하기 위해 새로운 신경회로를 생성한다. 쉽게 말해, 경험에 따라 변화한다는 뜻이다. 자주 사용하는 부위의 근육일수록 더 발달되고 사용하지 않는 근육은 점점 약해지는 것처럼, 뇌도 같은 원리로 활성화되거나 활동이 느려진다.

일상과는 동떨어진,
흥미롭고 낯선 일이 뭐 있을까?

당장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없음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그리워만 할 수는 없을 터.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가슴 떨리는 모험이라 부를 만한 일들을 찾아 나서기를 제안한다. 그 과정에서 인생의 행로가 달라질 수도, 익히 알던 나와는 다른 나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거창한 깨달음 따위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면 어떤가? 최소한 기분 전환이라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 테니, 내 삶의 반경을 벗어날 이유는 충분하다.

정은주



[2021-09-06, 10: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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