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Vol. 213
기업나라
2021-09-07

 
언제 적 로켓 배송, 이제는 퀵커머스

런던을 중심으로 최근 퀵커머스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터키 태생의 스타트업 게티르를 비롯한 신생 퀵커머스 기업들은 편리함과 신속함을 앞세워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자 지난해 퀵커머스 등장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거대 슈퍼마켓 체인들도 최근 신선식품 품목을 늘리고 즉시 배송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식료품 물류 업계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퀵커머스 춘추전국시대

런던의 A씨는 16개월 된 아기가 배가 고파 크게 울음을 터트린 뒤에야 분유가 다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재택근무 중이라 자리를 비울 수 없었던 그는 앱을 켜고 급히 분유 한 통을 주문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에 도착시간을 알리는 안내가 뜨고, 곧이어 장바구니를 든 배달원이 집 앞에 도착했다. 주문에서 배달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비대면 전자상거래의 급증으로 영국의 물류산업은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서 고객과 물류창고 사이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좁힌 퀵커머스(Quick-Commerce)가 있다. ‘즉시 배송’이라고도 불리는 퀵커머스는 주문 후 단시간 내에 배송을 완료하는 유통 서비스로 기존의 당일배송, 익일배송을 뛰어넘어 생필품 및 식자재를 ‘소비자가 필요한 순간’에 배달해주는 새로운 물류 형태이다.
지난해 영국판 배달의민족으로 불리는 우버이츠와 딜리버루가 슈퍼마켓과 제휴한 즉시 배송서비스를 선보이며 퀵커머스의 시작을 알렸고, 올해 초 터키 태생의 스타트업 게티르(Getir)의 가세는 업체 간 경쟁에 불을 붙이는 신호탄이 됐다. 올해에만 6개의 신생 기업이 런던 지역에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단골 고객을 확보하려는 경쟁은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할 만큼 치열하다.
이들 가운데 게티르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하다. 2015년 터키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게티르의 첫 해외 진출지는 런던이었다. 첫 서비스 개시와 동시에 유튜브 광고, 옥외 광고 비용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던 게티르는 최근 5억5,000만 달러(약 6,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 연말까지 서비스 권역을 런던 전체로 확대한다는 야심찬 계획과 함께 맨체스터, 버밍엄 등 영국의 주요 지방 도시는 물론 네덜란드, 스페인, 심지어 뉴욕 진출까지 예고하고 있다. 이 기업의 가치는 최대 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게티르뿐 아니라 위지(Weezy) 250억 원, 잽(Zapp) 1,100억 원 등 런던에 즉시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 6곳이 받은 투자금을 모두 합치면 2조 원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벤처투자 업계가 퀵커머스 업체가 지닌 시장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게티르 소형 물류센터게티르는 다크 스토어라 불리는 소형 물류센터(MFC)를 런던에서만 약 60여 개 운영하고 있다.(출처 : 《파이낸셜 타임스》)

지속가능성은 글쎄

하지만 퀵커머스 기업들의 가치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퀵커머스 사업의 빈약한 수익구조 때문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들 매출의 70%는 물건값으로 나가며 시간당 15,000원에서 20,000원에 이르는 배달 직원의 인건비, 물류창고 유지비 등을 빼고 나면 실제로 퀵커머스 기업이 손에 쥐는 이익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한때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았던 공유사무실 스타트업 위워크의 사례와 자주 비교되는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약점으로 시장 진입 장벽이 낮고 업체 간의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위지처럼 약속한 배달시간을 넘기면 보상하는 정책을 선보이거나, 디자(Dija), 잽처럼 슈퍼마켓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지역화된 상품을 선보이는 기업도 있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업체간의 차별화를 뚜렷이 만드는 데 애를 먹는다.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소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고, 앱으로 주문받아 15분 안에 배달한다’는 서비스의 기본 콘셉트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경쟁이 심한 일부 지역에서는 출혈경쟁을 이기지 못한 중소 업체가 물류센터를 폐쇄하거나 경쟁이 적은 지역으로 물류센터를 이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과 온라인 업체들이 퀵커머스 기업들의 도전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4대 슈퍼마켓 체인 중 하나인 세인즈버리는 당일 1시간 내로 배달하는 새로운 배달 시스템을 도입했고, 영국 최대의 유통 전문 기업 테스코(Tesco)도 최근 소형 점포인 익스프레스를 통해 1시간 이내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국 최대의 온라인 식료품 쇼핑몰인 오카도(Ocado) 역시 1시간 안에 식재료를 배달하는 ‘오카도 줌’을 선보이며 퀵커머스 업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소비자층이 한정돼 있다는 것도 퀵커머스 기업들이 풀어나가야 할 한계 중 하나이다. 퀵커머스 서비스의 잠재고객은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며 장을 보러 갈 시간이 부족하거나 장보기를 꺼려하는 젊은 세대이다. 그러나 이들 세대가 영국의 생필품 및 식재료 소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영국의 한 통계 업체에 따르면 20~30대 밀레니얼 세대의 생필품 및 식재료 구매금액은 40~50대 소비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업체들이 나눠 가져갈 수 있는 파이가 작을 수 있다는 뜻이다.
퀵커머스의 등장은 한동안 정체돼 있던 영국의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그러나 퀵커머스가 코로나19 시기에 반짝 유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려면 수익구조 개선, 취급상품 다양화, 가격경쟁력 등의 양적, 질적인 개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김진혁 영국 현지 리포터

김진혁 리포터는 영국에서 브랜딩 석사과정 졸업 후 영국 내 IT기업에서 비즈니스 분석가로 재직 중이다.



[2021-09-06, 11: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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